우리 위긴스가 달라졌어요 (feat. 염용근 기자님 오늘자 기사)
요즘 미네소타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역시 앤드류 위긴스겠죠.
위긴스가 잘하는게 처음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일주일 이런건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숫자뿐만 아니라 플레이 자체가 많이 변했다는 증언(?)이 많은데요.
오늘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 나왔던 장면 세 개를 통해 간단하게 주절거려 보겠습니다.
1. 팀에서 확실히 밀어준다
요즘 미네소타 경기에서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 위긴스와 타운스의 기브 & 고 장면입니다. 코빙턴, 오코기, 그래험이 모두 3점라인 밖으로 나가 대기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수비를 벌려놓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아예 위긴스를 위한 전술 세팅이죠. 라이언 선더스는 탐 티보듀와 달리 위긴스를 확실한 공격의 중심으로 써먹고 있습니다.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 그것이 이번시즌 위긴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달라진 점입니다.
2. 이제 내겐 꼴대밖에 보이지 않지 않아!!
위긴스의 몰라보게 달라진 어시스트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드라이브 & 킥아웃입니다. 타운스의 스크린을 이용해 1선 침투를 한후 수비에게 완전히 에워싸이고 컨테스트를 격하게 당하는 상황에서도 볼간수를 해내면서 아주 좋은 타이밍에 볼을 빼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코너의 그래험과 45도의 코빙턴 중에서 디트로이트 수비수(케네스)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볼을 빼주는 모습이 아무 고무적인데요. 무작정 우당탕탕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동작을 생각을 하고 플레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원래의 위긴스라면 들어가다 긁히거나, 무리하게 던지다가 찍히거나, 아니면 일단 앞뒤없이 이륙부터 한 다음 안되겠다 싶으니까 공중에서 두리번거리다가 몸부림치는 듯한 동작으로 맥없는 패스를 날려서 스틸당했을 겁니다. 정말 위긴스에게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똘똘한 플레이입니다.
3. 몰라보게 발전한 볼핸들링
원래의 위긴스는 제대로된 횡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핸들링이 엉망인 선수였습니다. 손이 바운스를 따라가지 못해서 매번 놓치고 흘리고 아주...위 움짤은 일견 평범해보일지도 모르나 위긴스를 봐온 팬이라면 정말 저게 내가 알던 그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의 무브입니다. 지난시즌 까지만 해도 위긴스는 '드리블'을 할 줄 아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볼을 던지고 볼 따라 몸이 따라가기 바빴던 선수죠. 덕분에 좋은 점퍼를 가지고 있음에도 인게임 상황에서는 무게중심이 사정없이 흔들린 상태에서 던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견 점퍼를 뜬 상태에서 보면 자기 폼으로 올라간 거 같아도 그 과정이 너무나 매끄럽지 못하여 이미 바디밸런스가 다 깨진 느낌일 때가 많았죠.
이번 시즌의 위긴스는 정말 다릅니다. 라이언 선더스는 티그와 샤바즈가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여 포인트가드진이 전멸해버린 상황에서 위긴스를 명확하게 팀의 '메인 볼핸들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긴스는 평균 35분 출장하는 동안 단 1.5턴오버라는 안정적인 기록으로 기대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긁히고, 흘리고, 놓치기 바빴던 얼치기는 더 이상 없습니다.
4. 승부처가 다가오면 더욱 뜨거워지는 강심장
이 부분은 오늘 염용근 기자님 기사에 나온 '우리 위긴스가 달라졌어요' 부분을 살짝 인용하겠습니다.
우리 위긴스가 달라졌어요 - a.k.a '우위달'은 아마 이번 시즌 내내 미네소타 팬들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염기자님이 앤드류 '위닝스'로 표기하시는 것도 그렇고 위긴스에 대한 애정을 기사에서 자주 보여주시는데, 팬이자 애독자로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이애미전에서 4Q 승부처에 혼자서 연속으로 11점을 몰아넣는 소름돋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위긴스는 이번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클러치 플레이어 중 한 명입니다. 실제로 NBA.com에서 '클러치 상황'을 필터에 넣고 스탯을 보면 리그 선수들 중 맨 꼭대기에서 위긴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안해봤는데 현지 미네소타 해설자가 그렇대요...)
타운스가 아무리 MVP급 숫자를 찍어내고 맹활약을 해도, 게임의 마지막 순간 원 포제션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볼핸들러입니다. 타운스에게 용빼는 재주가 있다해도 시계가 0을 향해 떨어지는 상황에서 버저비터를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QRELxJiRI
응? 되네?
.....아주 예외적인 장면이구요. 아무튼 위긴스가 앞으로도 이대로 계속 해줘야 한다~이겁니다! 우위달!!
위긴스는 시즌 시작 이래 계속해서 상승곡선만을 그리며 10게임을 치른 현재 평균 25.5점(야투율 47.3%, 3점 33.8%, 자유투 72.5%) - 4.8리바운드 -3.3어시스트 - 1.1블락 - 0.6스틸 - 1.5턴오버에 PER 21+라는 독보적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절반 뚝 잘라서 최근 5게임을 보면 그 수치는
평균 30.6점(야투율 51.3%, 3점 39.4%, 자유투 66.7%) - 4.0리바운드 -4.6어시스트 - 1.6블락 - 0.8스틸 - 1.6턴오버로서, 게임이 거듭될수록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팬들의 기대는 나날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위긴스를 많이 비판하고 비난하고 그의 계약이 있는 이상 미네소타에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그는 제가 NBA를 보면서 이렇게 사람 자체가 달라진걸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껍질을 한단계 깬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뷔한지 오래된 것 같지만 이 친구 아직 24살입니다. 그의 거액 초장기 계약은 현재의 모습만 유지하더라도 미네소타의 복이 될 것이구요.
스포츠 팬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글에 적었던 스스로의 주장이나 의견이 틀렸으며 자기자신이 일명 '농알못'임을 인정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유쾌하지 못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위긴스는 제가 얼마나 농알못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 사실은 저를 그 어느때보다 유쾌하게 만들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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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목상대”라는 노숙과 여몽의 고사가 이리도 잘 어울리는 선수가 되다니...저도 요즘 저 친구 볼 때마다 노숙이 되는 기분입니다.
뭔가 그간 욕했던게 부끄러우면서도 막상 경기보면 기분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