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의 결장은 노쇼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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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0 01:35:16
수년 전에 던컨 DNP OLD 이야기도 있었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로 인한 결장이 한참 이슈화 될 때도 이야기가 있었지만 현 세대 선수들이 단순히 게으르고 프로의식이 없어지거나 팬들을 우습게봐서 경기를 빠지는게 아니죠. 조던의 82경기 발언은 원칙적으로 옳으나 그것은 선수의 마음가짐일 뿐이지 선수 기용에 절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감독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일단 확실한 사실들은 짚고 넘어가야죠.
요즘 시대 전술은 공격에서나 수비에서나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이 매우 높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10여년 전, 20여년 전과는 달라요. 선수의 개별 클래스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시대가 흐르면서 전술적인 발전을 매우 당연시하게 긍정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조던 시대 때는 마 40분은 기본으로 뛰었는데 요즘 Shake it들은..' 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전형적인 꼰대론에 가깝습니다.
한번 따져봅시다. 지난 시즌 경기당 출전 시간 리그 전체 1위는 브래들리 빌로 36.9분을 뛰었습니다. 쭉 내려가서 20위를 보면 카일 라우리로 34.0분을 뛰었네요.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2009-10 시즌을 보면 출전 시간 리그 전체 1위는 몬타 엘리스로 41.4분을 뛰었고 케빈 듀란트는 82경기를 다 채우면서 39.5분을 뛰어 리그 전체 4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난 시즌 1위 브래들리 빌 기록을 가져가면 리그 20위 밖으로 밀려나가요. 이게 선수들이 배가 불러서 길게 못뛴다고 팀에 요구했기 때문일까요? 혹은 요즘 선수들이 겉멋만 들고 체력 단련에 소홀히해서 그런걸까요?
10년 더 시간을 돌려서 1999-00 시즌을 봅시다. 마이클 핀리는 82경기를 전부 소화하면서도 42.2분을 뛰며 리그 출전시간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명성이 자자한 샤크가 79경기 40.0분을 뛰었네요. 이 때 선수들이 대단해서 그런걸까요? 이제 브래들리 빌 기록은 25위권 밖으로 밀려납니다. 의지가 부족해서일까요? 제가 장담하는데 이 때 선수들 지금 전술에 집어넣고 저 출장시간 그대로 소화시키면 시즌 끝나기전에 다리가 부러질겁니다. 혹은 다음 시즌에 고장나거나요.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요즘 쉐이크잇들은 80경기도 안뛰면서 40분도 못뛰네 쯧쯧'이라고 말하는 것은 '라떼는 말이야'의 동어반복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건 프로의식과는 별개의 문제죠. 물론 그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로 조던의 체력은 사기가 맞습니다만.
근본적인 원인은 리그 스케줄입니다. 82경기 리그 스케줄 이야기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너무 빡세요. 백투백 경기는 선수의 건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것이 10년, 20년 반복되니까 리그 스케줄이 빡세다는 이야기는 사라지고 82경기가 스탠다드 스케줄로 당연히 소화해야하는 스케줄이 되는 기적이 발생하는군요. 백투백을 아무리 없애봤자 리그 개막과 플레이오프 개막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82경기 스케줄은 굉장히 힘든 스케줄입니다. '선수라면 마땅히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절대 아니에요. 위에 전술 이야기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건 노쇼와는 다른 개념이에요. 플레이오프 최적화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선수가 리그 스케줄을 최적의 컨디션으로 소화하려면 몇몇 경기의 결장은 필연적입니다. 이 결장 타이밍을 고려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어야 하고요. 그건 팬들의 볼 권리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팬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경기장에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면 매우 실망감이 크겠죠.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선수들은 모든 경기에 전부 출장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슈퍼스타나 벤치 선수나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리고 다시 위로 돌아가서 현재의 스케줄에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3-4년 팬들을 위해 열심히 몸을 갈아넣고 커리어를 날려먹는 비운의 선수로 남겠죠.
만약에 그런 것을 명문화한다고 하더라도 잠깐 뛰고 들어간다고 해도 어느 정도 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올 것이며, 프로 농구 선수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벤치에 앉아있다가 경기장에서 잠깐 뛰는 것도 아니고요. 한 경기를 위해서 그 날 전체의 훈련과 몸 풀기와 체력 소모가 동반됩니다. 10분씩 이틀 뛰는 것과 한 경기 20분 뛰는 것이 절대 같지 않으니...
농구는 WWE가 아니라 스포츠입니다. 팬들의 시선이 최우선이 되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일단 전제로 깔려있는 스케줄의 강도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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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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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일정이 과도하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호날두를 비롯한 유벤투스의 일정도 과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호날두가 노쇼한 이유도 그런 과도한 일정에 화났다는 추측이 주류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