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기분좋았던 한 판.
오늘 생각보다 길어진 경기시간 탓에 오전 공부를 와장창 말려서 회복하느라 후기도
뒤늦게 씁니다.^^;;;
2차연장.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뼈아픈 패배.
하지만, 저는 오늘 경기가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
첫째. 오늘의 파커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습니다. 돌파도 돌파지만 중거리 점퍼가 완전....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 중 한 명인 던컨이 적절하게 스크린 걸어주고 수비수와 아주 잠시, 정말 바늘구멍만한 틈에
점퍼를 올라가는데 그야말로 던지는대로 다 꽂혔습니다. 오히려 돌파쪽이 성공률이 낮았죠. 오늘 파커 중거리는 정말
장장 58분의 게임동안 빗나가는 걸 본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결국 커리어 하이 55점.
게다가 로저 메이슨. 이 선수도 엄청났습니다. 솔직히 이 친구 수비는...미네소타 입장에서 참 고마운 존재였지만;;;
공격에서는;;; 거의 파커만큼이나 '쏘면 들어간다'는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가드가 20피트 밖에서 주구장창 쏴대는대 다 들어가버리니;;; 정말 방법이 없더군요;; 사실 샌안은
경기 내내 정말 단순한, 파커와 던컨의 투맨 플레이로 일관했는데, 알고도 못 막았습니다. 일단 결코 편하게 쏘는게 아닌
풀업점퍼가 다 들어가버리니 원;;;;
게다가 던컨도 후반들어 살아나며 30점 16리바운드. 파트너들이 참 안습이라 전반에 빅 알-러브 (드디어 제대로 가동된!!)
에게 밀리는 인상이었지만 어쨌건 샌안 골밑을 굳건히 지켜냈습니다.
마누가 없다지만, 로저 메이슨이 적어도 공격에서만큼은 마누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토니 파커가 생애 최고의 득점쇼를
보여주었으며, 팀 던컨 역시 몬스터 스탯을 기록한 경기.
어린 미네소타가 이런 스퍼스와 대등한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오늘 경기는 결코 의미없는 석패가 아닙니다.
둘째, 드디어 빅 알과 러브가 함께 코트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보신 분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을 줄로 압니다. 크랙이나 곰플이 빅 알과 함께 할 때와 러브가 빅 알과 함께 할 때의 차이.
오늘 러브의 3블락은 모두 던컨을 상대로 기록한 것입니다. 러브가 언제부터 저렇게나 수비가 좋아졌나 싶더군요.
던컨이 백투백이라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매치업되는 동안 정말 잘 막았습니다. 2쿼터에 오펜리바 따내고 풋백 넣으려던
던컨을 뒤에서 백보드에 찍어버렸을 때는 순간적으로 도서관임을 잊고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게다가 4-13으로, 언뜻보면 야투 삽질을 한 것 같지만 슛은 실패할 지언정 자유투는 얻어냈죠. (앤드원을 위해 파울 당하며 던진
슛도 야투로 계산되더군요.)
오늘도 5/6. 데뷔 후 12/13. 자유투 성공률 92.3%. 빅맨으로서는 정말 엽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또한 공격시에, 러브는 그 널찍한 몸을 이용해 어떻게든 수비에게 '갠세이'를 넣으면서 움직입니다. 포스트업 상태에서 가드에게
볼 내주며 돌 때도, 정말 수비 입장에서 짜증나게 움직이더군요. 덕분에 러브가 코트 위에 서 있을 때는 가드들이 편해지는게
눈에 보입니다. 밀러, 포이, 텔페어 모두 러브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또, 빅 알과 러브를 함께 세워놓으면, 상대 빅맨이 골대 가까이에 자리를 못잡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 다 힘이 천하장사기
때문이죠. 오늘 전반에도 던컨의 포스트업이 영 재미를 못 본 것이, 빅 알이 절대 힘에서 밀리지 않기에 멀리서부터 밀고 들어가야
했고 (잘 밀리지도 않고;;) 게다가 좀 밀고 들어가서 무브를 할라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러브가 블락을 해내거나 터프샷을
유도하거나 해서....
저는 솔직히, 오늘 러브가 보여준 수비력은 정말 전혀 기대하지 못한 레벨이었다고 평하겠습니다. 공격에 있어서의 재능은
이미 인정받던 그이지만, 단시간에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력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심지어
던컨을 막는 시간도 그리 짧지 않았는데도 파울도 2개 뿐입니다.
오늘 러브가 데뷔 이후 최고인 37분간 출장하며 곰플과 크랙이 각각 20분, 10분씩 밖에 출장하지 못했죠.
자....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크랙과 곰플이 주로 출장하고 러브가 단 17분 밖에 뛰지 못한 경기에서, 미네소타는 딱히 폭발한 선수도 없는 오클라호마에게
4쿼터 졸전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닉 칼리슨이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스탯은 딱 10점 10리바운드였죠.)
크랙과 곰플이 도합 30분 가량만 출장하고, 러브가 37분 뛴 경기에서, 미네소타는 토니 파커, 팀 던컨, 로저 메이슨 세 명이
폭발한 (세 명이 111점을 합작;;)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2차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같은 패배지만^^;;)
이제는 팀의 방향성이 분명히 정해졌다고 봅니다. 팬들의 염원인 빅 알- 러브 동반 출장. 이제는 미네소타의 새로운 트윈타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곰플과 크랙은 그야말로 롤 플레이어급 출장시간을 받게 되겠지요...(이 점은 참
기분이 묘한....)
셋째, 가드들이 살아났습니다.
파커에게 55점을, 로저 메이슨에게 26점을 허용한 점은 참.....이번 시즌 미네소타 백코트 수비가 그리 헐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참 할 말이 없군요. 그런데 뭐랄까;; 답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포이도, 텔페어도, 심지어 브루어도 파커를 막아내지 못했으니;;
크레이지 모드의 파커에 대한 수비는 논외로 치고;; 오늘 공격에서 가드들은 모두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그간 지독스러운 야투 난조로 따로 인터뷰까지 당한(?) 포이는 5/11 이라는 나름 쓸만한 야투율과 9개의 어시스트 (2턴오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차연장 최후의 순간에 연속 5득점으로 팀의 마지막 불꽃을 살린 것은 예전의 '랜디 포스'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 반갑더군요.
서스펜션이 끝나 시즌 첫 출장한 텔페어는, 여전히 빠르고 재기발랄했습니다. 8점 3리바운드 10어시스트 1턴오버.
다만 스크린 못 피하고 수비 안되는 건 여전하더군요^^;;;( 6파울아웃;;)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크 밀러 형님. 미네소타로 온 후 첫 세 경기에서 딱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오늘 25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3점슛 5개)로 그 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확실히 팀에 적응을 한 듯 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세 가드들이 지금까지보다 훌륭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자신있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가장 적극적이고, 노련한 움직임으로 그 공간을 순간순간 창출해 준 선수는
바로 루키 케빈 러브였습니다. (이 친구 공격에서 스크린 건 후의 움직임이나 포스트업 상태에서 볼 내준 후의 움직임을 보면
정말 BQ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잡힐 정도입니다;; 진짜 천재....) 하도 러브러브 하니 참 팔불출 같고 그러시겠지만...
한번만 러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미네소타 경기를 보시면, 누구나 감탄하게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맥헤일의 빅맨 보는 눈은
역시 틀리지 않았습니다. 러브는 진짜 리얼 중의 리얼입니다.
이제, 오늘 경기를 계기로 (사실 지난 오클라호마 전이 직접적인 계기겠지요.....) 케빈 러브의 출장시간은 확 달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공 수에 걸쳐 빅 알을 도와주며 리바운드를 잡고 몸을 날리는 허슬로 루즈볼을 따내며,
특유의 의뭉스러운 노련한 움직임으로 가드들을 편하게 해줄 것입니다. 루키시즌부터 보여주고 있는 수준높은 수비력은 보너스.
시즌 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 경기 동안의 실험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의 미네소타, 빅 알과 러브가 함께 서는 시간이 길어질 미네소타는.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를 것입니다.
주절대고 있는 지금도 입가에서 헤벌레한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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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춤님의 러브사랑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