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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미네소타 전반기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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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09:54:32

잠깐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23년 오프시즌으로 돌아가 봅시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1라픽 4장과 5명의 선수들을 유타 재즈로 보내면서 루디 고베어를 데려온 이후 턱걸이 5할승률을 기록하고, 플레이인 2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8번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게 될 덴버를 만나 4-1로 졌지요.

 

5경기 중 4경기가 클러치 접전이었다는 사실이나, 우승 후 덴버 선수들이 '미네소타가 가장 껄끄러운 플옵 상대였다'라고 평한 것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루어진 트레이드였으며, 팀의 아이덴티티인 두 명의 빅맨에게는 향후 3년간 샐러리캡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묶여있을 것이었습니다. 미래는 (개미만한 한줄기 빛을 제외하면) 너무나 암울해 보였습니다. 지금이라도 투빅을 해체하고 쥐꼬리만한 드래프트 보상이라도 받아내서 다시 리툴링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앤트의 전성기를 이대로 날려먹는 것은 아닐까? 이 저주받은 팀이 반등할 날은 올까?

 

.... 

 

 

 


 

 ...너네 갑자기 왜 이래.

 

 2023-24시즌 전반기는 저를 비롯한 미네소타의 팬들에게는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기적이자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단비와도 같습니다. 팀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승률과 넷레이팅을 기록중이며, 올해도 어김없는 헬서부에서 2개월 동안 1위를 지켰고, 20년만에 올스타전에 (감독 포함) 3명을 내보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탈보다 말이 많았던 미네소타의 성공적인 전반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작용했습니다.

 

 

1. 수비, 수비, 수비 - 루디 고베어와 아이들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 핀치는 수비스킴을 짜 오는데는 도가 튼 것 같습니다. 일전에 디로와 타운스의 수비 약점을 가려주기 위해 도입한 하이월 디펜스는 로스터를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111.7 (-0.3, 리그 13위)의 수비지표를 기록했고, 이번 시즌은... 뭐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잠깐 지표 몇 개만 보고 가시겠습니다.

 

DRTG : 108.8 (리그 압도적 1위, -7.1 rDRTG)

Opponent eFG% : .512 (리그 1위)

Opponent TOV% : 12.6% (리그 9위)

Opponent 3P% : .352 (리그 6위)

DRB% : 77.4% (리그 3위)

 

rDRTG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을 텐데, 간단히 말해서 리그 평균 DRTG보다 100포제션당 몇 점을 덜 내주냐입니다. 전반기 미네소타는 리그 평균보다 100포제션당 7.1점을 덜 먹히고 있다는 거죠. 만약 이 수치가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면, 미네소타는 역대급이라 부르기 아깝지 않은 정규시즌 수비를 기록하게 됩니다. 다음은 21세기에 -7.1 rDRTG와 동일 내지는 더 뛰어난 수비지표를 기록한 팀들의 명단입니다.


2003-04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95.4, -7.5 rDRTG)

2004-05 샌안토니오 스퍼스 (98.8, -7.3 rDRTG)

2013-14 인디애나 페이서스 (99.3, -7.4 rDRTG)

2015-16 샌안토니오 스퍼스 (102.4, -7.4 rDRTG)

 

이상입니다. 리그 전체가 페이스&스페이스에 목숨을 걸고 평균 ORTG를 115.9까지 끌어올린 현재, 어쩌면 21세기 최고의 정규시즌 수비팀은 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팀 수비의 구심점은 단연 DPOY 수상 3회(그리고 아마 조만간 4회가 될)에 빛나는 루디 고베어일 것입니다. 저번 시즌의 잔부상을 털어내고 디포이 폼으로 완벽히 복귀한 고베어의 림프로텍팅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며, 오랜 기간 저평가받은 페인트존 밖에서의 기동성도 미네소타가 단순 드랍백에 의존하지 않고 고베어를 헷지나 헬핑에도 활용하는 데 십분 활용됩니다.

 

 

 

물론 고베어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코트를 누비며 수비로 일낼 수 있는 것은 조력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앤서니 에드워즈와 제이든 맥다니엘스, 니켈 알렉산더-워커로 대표되는 뛰어난 앞선수비 자원과 고베어가 끌려나갈 때 림과 볼핸들러 사이를 막아줄 수 있는 다른 7푸터 (네, 그 수비 못한다던 칼-앤서니 타운스 맞습니다)의 존재는 미네소타의 수비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고, 여기에 저번 시즌보다 한참 개선된 수비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시의적절한 로테이션까지 가미하면 효과적이면서도 생각보다 유연한 방패가 완성됩니다.

  

 

2. 두 명의 올스타 - 앤서니 에드워즈와 칼-앤서니 타운스

 

역대급을 거론하기 부족하지 않은 수비에 비해 공격은 리그 평균을 겨우 웃도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부지표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괜찮습니다. 3점은 시도수는 적지만 효율은 39.3%, 리그 3위로 집어넣는 중이고 자유투 시도율(FTr)도 리그 6위. eFG%는 리그 7위. 어딜 봐도 절대로 평균의 공격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수치들입니다.

 

참, 턴오버를 까먹었군요. 미네소타의 전반기 TOV%는 13.5%로 리그 29위입니다.

 

이 턴오버 문제가 미네소타의 공격지표를 깎아먹는 가장 큰 주범이자 플레이오프 전까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네소타 공격의 쌍두마차인 앤트와 타운스가 있습니다. 둘은 75포제션당 각각 3.5개와 3.3개의 턴오버를 기록하고 있는데, 다른 팀들의 포제션당 턴오버 1위와 2위 선수를 합쳐서 이 둘보다 심한 곳은 샌안토니오 (웸비+소핸)와 디트로이트 (커닝햄+아이비) 정도밖에 없습니다.

 

다만 앤트도 타운스도 턴오버를 제외하면 불평하기 어려운 활약을 펼쳐주고 있습니다. 앤트는 4년차에 26/5/5를 준수한 효율로 찍어주는 공수겸장 슈팅가드가 되었으며 타운스는 22/8에 슈팅스플릿이 무려 51/43(!)/87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차치할 수 없는 턴오버들이 문제일 뿐.

 

턴오버와 직결된 문제로 공격에서 공격자원들 간의 시너지가 일관성 없이 발동(?)된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앤트의 플메능력은 동년배 올스타들에 비하면 아직 아쉬운 상태고 (최근 몇 경기 롤맨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기대되긴 합니다) 타운스는 여전히 직선적인 돌파에서 순간의 디시젼메이킹이나 대처능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쪽은 기대를 진작에 접었습니다). 

 

 

(대충 쓴소리만 하고 갈 순 없으니 이번 시즌 동반으로 활약해준 인상깊은 경기 하나 던지고 간다는 푸념)

 

3. 공격의 무게중심 - 마이크 콘리

 

...그래서 더욱 이 남자가 필요합니다. 공격옵션 2명이 얼탈 때 든든하게 잡아줄 수 있는 리딩가드. AST/TOV 5.82의 안정성. 미네소타 선수단 전원 중 유일하게 고베어를 공격에서 100프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선수.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플로터나 풀업3점도 적절하게 넣어주면서 답답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고효율의 가드.

 

36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경기조율 능력과 슈팅능력을 선보이는 그의 이름은 마이크 콘리. NBA 17년차에 TS% 61.9를 기록하면서 경기당 꾸준히 5-6어시를 뽑아주는 콘리의 존재감은 평가절하하기 어렵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볼륨스탯은 많이 줄었지만 노장답게 공수 양면에서의 노련함은 여전하고, 3점은 무슨 일인지 경기당 5.2개씩 쏘면서 44.2%(!)로 넣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시즌 클러치 코너 빅3만 몇 번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저께 미네소타가 콘리를 2년 22밀이라는 염가에 재계약한 것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미네소타에서 은퇴하고 코치진에 합류하길 바라는 것까지는 무리려나...

 

4. 벤치의 알짜배기 - 나즈 리드, 니켈 알렉산더-워커


이번 시즌 7-8인 로테이션을 굴리고 있는 미네소타의 식스맨과 세븐스맨이 리드와 나우라는 것은 엄청난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스몰볼 5번도 봤지만, 올해는 거의 항상 4번으로 출전하며 사실상의 빅윙으로 기능하는 나즈 리드는 평득 12.2점을 슈팅스플릿 48/41/75, TS% 60.6으로 기록하며 뛰어난 벤치 스코어러이자 식스맨상이 아깝지 않을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식스맨상 경쟁이 빡센 것이 너무 아쉽네요.) 

 

 

하지만 리드가 식스맨이라면, 나우는 때에 따라서는 스타터의 빈자리 하나쯤은 메꿔줄 수 있는 유능한 자원입니다. 건강하기 그지없는 미네소타의 주전들 중 유일하게 부상으로 잠깐 빠졌던 제이맥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워주었던 연 4.6밀의 선수. 현재 NBA에서도 손꼽히는 3&D이자 볼핸들링과 보조리딩까지 시키면 어느 정도 해주는, 생각보다 다재다능한 녀석입니다. 

 

 


물론 위와 같은 경기들을 매일 선보인다면 그건 리드나 나우가 아닌 올스타급 선수겠지만, 이렇게 벤치에서 출전하여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역대 미네소타 벤치 중 이 정도 믿음직스러운 벤치가 언제 있었나 싶어요.

 

 

5. 총평 -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은 없다

 

아쉬운 게 없다면 팬이 아니겠죠. 최근에 부쩍 잦아진 클러치타임 멜트다운이나 기대치를 밑도는 선수 (카일 앤더슨...), 앞서 언급했던 턴오버 문제나 향후 플옵에서도 지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 걱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만한 때가 언제 있었나 싶습니다.

 

지난 3시즌 동안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면서 가까스로 통산 승률 4할을 넘어선 팀입니다. 승률 7할은 고사하고 6할을 넘어본 것도 (이번 시즌 포함) 5회에 불과합니다. 막말로 남은 27경기를 전부 패배한다 치더라도 이전 34시즌 중 20시즌보다 승률이 앞섭니다. 이렇게 쓰고 다시 읽어보니까 슬퍼지네요.

 

시즌 전에 내년 전반기를 승률 7할에 서부 1위로 끝낼 거라고 저에게 말해줬으면 허튼소리 말라고 했을 겁니다. 아직 시즌의 끝은 멀었지만 (개인적으로 6월까지 늦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어떻게 끝나든 미네소타 역대 최고의 시즌 중 하나일 것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구단주는 사치세를 내고 향후 몇 년간은 달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단장은 고베어 트레이드 이후 알토란같은 선수들을 연이어 데려왔습니다. 감독도 선수들도 하나가 되어 뭔가를 이뤄내고자 하는 마음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납니다.

 

이러다 뭔가 큰일 내는 것 아닙니까? 그러길 빌어야죠. 이미 절반의 기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나머지 절반이 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Go Wol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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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4-02-21 10:07:16

좋은 글 너무 너무 잘 봤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봐주기 위해 매니아진으로 올라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2024-02-21 10:11:36

20/21의 유타와 비슷한 듯 다른 강팀입니다.

기본적으로 콘리+고베어는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장해 주죠. 그걸 토대 삼아서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퍼포먼스를 뽑아내고 빈틈을 메우느냐가 과제인데, 당시 유타는 그걸 3점 슈터들로 채웠고 미네소타는 공수겸장들(타운스도 이제 공수겸장이죠)로 채웠습니다. 그 결과, 유타는 리그 최고의 3점 팀이 되었고(15개 넣으면 불만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미네소타는 최고의 수비팀이 되었네요.

유타는 부상 등으로 발생한 수비에서의 빈틈을 결국 메우지 못하고 주저앉았는데, 미네소타는 리드와 NAW가 여차했을 때 그런 틈을 채워 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유타에 비해 부족한 공격력은, 앤트맨과 타운스가 승부처에서 어떻게든 해 줘야 하고, 콘리의 건강을 정말, 정말로 잘 챙겨 주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고베어는 최악의 경우 리드로 대체한다 쳐도, 콘리의 대체는 여전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네소타는 유타가 아니지만, 유타 팬들에게 20/21 시즌의 미련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즌에 우승해서, 당시 유타도 부상만 아니었으면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줫으면, 고베어 때문에 우승은 안 된다는 말을 일축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네요.

2024-02-21 10:16:19

 미네팬으로서 너무 반가운 시즌입니다!

2024-02-21 10:21:34

이런 고퀄글을 쓰시다니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2024-02-21 10:33:08

와......이 글은 매니아진을 넘어 미네소타 공식홈으로....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4-02-21 10:42:08

우주의 기운이 몰리고 있습니다.(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KG도 하지 못했던, 훗날 수많은 팬들에게 회자될 챔피언 미네소타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반기 부상 없이 잘 보내고, 플옵에서 강팀의 진가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늑대들이 일낸다!

2024-02-21 10:54:45

정성글 감사드립니다. 미네소타가 NBA에서 제대로 빛을 못 본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꼽혀왔는데 이번시즌은 정말 팬분들에겐 많은 기쁨을 주는 시즌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남은 후반기와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작년같은 부상자나 이탈자 없이 후회 없는 도전을 해서 결과물을 얻는 시즌이 되길 바랍니다.

2024-02-21 11:18:49

미네우승! 미네우승!

2024-02-21 12:21:00

고베어 트레이드때 여기에 픽 5장을 태워??!!
망했다…라고 생각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2024-02-21 15:33:30

저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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