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62홈런 이상의 역사적 시즌을 보낸 애런 저지

올시즌 애런 저지는 62홈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62홈런이 그 역사적 시즌에 큰 기여를 했지만 홈런 말고도 다른 스탯에서 위대함이 흘러 넘칩니다.

'22 저지 한줄 요약: 21세기 최고의 시즌 (본즈 제외) 

157경기 .311/.425/.686, 62홈런, wOBA .458, wRC+ 207, fWAR 11.5

위의 스탯에서 타율 제외한 모든 게 올해 1위입니다. 트리플 크라운이 아쉽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스탯만 1위가 아닌 게 위안이겠습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뭐니뭐니해도 wRC+입니다. 21세기 들어서 200대 wRC+는 본즈 외에 저지와 '20 후안 소토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소토는 단축시즌이죠. 풀시즌 기준으로는 저지가 유일하게 해냈습니다. 그것도 157경기동안 말이죠. 200은 고사하고 190도 21세기에 3명밖에 못 했습니다 ('15 하퍼, '13 카브레라, '01 지암비). 평균보다 2배를 넘는 생산력이었고, 21세기 최고의 공격시즌으로 평가 받았던 '15 하퍼를 상대적으로 묻어 버렸습니다. 그것도 뻥인구가 고쳐진 투고타저 시즌에서 말이죠.

WAR도 입이 벌어집니다. '22 저지의 fWAR 11.5는 21세기 4위입니다. 그 위로는 신모드 본즈밖에 없고, 오히려 '03 본즈의 WAR를 앞섭니다. WAR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와 주루도 영향을 받는 스탯이라 단순히 공격만 잘한다고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는데, 저지는 수비와 주루도 플러스라 10을 넘어 꿈의 11을 이뤘습니다. 공수에서 각성을 했던 '18 베츠도 11까지 가진 못했었는데 (10.6), 정말 대단하죠.

장타율은 본즈 이후인 2005년 이래 2위입니다. '20 소토의 .695가 있긴 하지만 단축시즌이었기에 실질적 1위라 주장하는 팬들도 있을 겁니다. 막판에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고 타격 페이스가 약간 떨어져 7할 장타율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올시즌 2위와의 차이가 무려 .074인데다 (2위 알바레즈 .612) 6할 장타율은 이 둘이 전부입니다. 21세기 통틀어서 보면 저지의 장타율은 11위밖에(?) 안 되지만 그 위의 스탯들은 스테로이드 시대의 절정기였던데다 극한의 타고투저였기에 높은 장타율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애초에 장타율이 이런 식의 시대적/타고투저 버프/너프을 많이 받는 스탯입니다. 변수 보정을 가한 이후의 스탯인 wRC+를 보면 저지의 장타율은 2000년대 초반의 더 높은 장타율보다 더 대단한 것입니다.

저지의 스탯캐스트 지표입니다. 타격 관련으로는 리그에서 확고한 1등입니다. 타구속도 최대치에서 해당분야 끝판왕인 스탠튼에게 살짝 밀릴 뿐, 그야말로 완벽입니다. 그리고 저지의 타격 스타일상 기대타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는데 올해는 그것 마저도 상위 1%였습니다. 수비도 팬그래프에서 나온 것처럼 훌륭하고, 2미터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주루도 좋습니다. 스피드는 평균이지만 주루센스가 괜찮아서 플러스 수치가 나오는 거죠.

트리플 크라운과 7할 장타율 말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2루타가 적다는 것 정도? 겨우 28개밖에(?) 못 쳤습니다 (김하성도 29갠데!). 그런데 이건 저지의 타구가 워낙 빨라서 외야수들이 2루타 타구를 단타로 억제하기 쉬운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2루타 30개가 안 된건 아쉽군요. 뭐, 장타가 90개로 리그 단독 1위라 별 차이는 없지만..

한동안 공격 부문에서는 '15 하퍼가 이상적 모델이었는데 ('01-'04 본즈는 천상계+약이니까 논외), 이제 '22 저지가 그걸 탈환해 버렸습니다. 이전에도 나오기만 하면 wRC+ 140가 최저일 정도로 타격은 보장이 된 선수였지만 그놈의 잔부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었는데 스테로이드보다 더 악질인(?) FA로이드를 거하게 빨고 건강하게 풀시즌 보내니 커리어하이도 이런 커리어하이가 없습니다. 이번 오프시즌 양키스는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할 수 있겠군요. 이런 선수를 내보내면 팬들의 분노가 장난 아닐 것이고 아무리 보스 스타인브레너가 없다지만 악의 제국 양키스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고.. 양키스 프런트는 고민일 듯 합니다.

자낳괴 저지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