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달 이야기
그랜달의 경우, 이 괴랄한 스탯을 쌓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강타에 주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랜달의 올해 하드 히트 비율은 리그 최고인 59%에 이르고, 이 때문에 SLG가 0.429에 달하는 거죠. 이는 커리어 평균은 물론이고 작년의 43%를 뛰어넘는 괴랄한 증가폭입니다. barral%은 15.8%입니다. 그런데 타율은 왜 0.160밖에 안 되는 걸까요? 단순히 운이 나빠서일까요? 물론 BABIP은 0.138입니다. 평년에 비해서 엄청 낮은 편이죠. 하지만 또 xBA는 0.207입니다. 평균적인 BABIP을 기록한 작년이랑 똑같죠.
왜 이러냐 하면 기본적으로 스윗 스팟 타격이 안 좋아졌습니다. 작년 스윗 스팟 타격률은 38%였습니다만 올해는 28%까지 떨어졌습니다. 수비 등 운이 나쁜 것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본인이 타격할때부터 버티컬 스윗 스팟에 히트가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원인을 찾자면 무조건 하드 히트를 노리는 붕붕 타격이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워낙 세게 공을 때리니까 멀리 나갈 확률도 높겠지만, 여기에 올해 유독 낮아진 발사각도가 낮은 컨택률과 합쳐져서 그라운드볼 증가를 부르게 되고, 주력이 리그 최악으로 느린 그랜달에게 그라운드볼 비율 증가는 치명적입니다. 원래 그랜달의 그라운드볼은 작년 36% 정도였는데 올해는 무려 55%까지도 올라갔다가 이제 46%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얼핏 봤던거라 기억이 틀릴 수 있습니다. 자세한 건 트래킹 데이터 제공해주는 사이트나 스탯캐스트, 팬그래프를 참고해 주세요). 발사각은 6월 들어 나아져서 커리어 평균인 13도까지 회복되었습니다만 한때 거의 10도까지 떨어졌었구요. 이 세부스탯상 회복세가 영향이 있긴 한게 0.120까지 떨어졌던 타율이 현재 0.160 언저리로 회복되었습니다. 본인도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사실 아래에서 그랜달 이야기를 쓰신 분의 '타율의 존재를 무시하는 게 좋다'라는 말에 반감이 들어서 쓴 글이기도 한데, 물론 타율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석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타격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타격에 의거한 생산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타율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단서가 되죠.
물론 그 글에서 글쓴 분이 '타율은 의미없다'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쓰셨는지는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타율이 반드시 높아야 좋은 선수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고 타율 낮아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단 얘기겠지요. 올해 그랜달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 중 하나는 BB%인데, 15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던 게 무려 28.7에 이릅니다. 극한의 눈야구를 하다가 삘받으면 냅다 갈기는거죠.
다만 그 말이 타율이 전혀 의미없다, 라는 얘기로 이어지면 약간 곤란하지 않나 합니다. 타율이라는 스탯 자체는 여러가지로 가공될 수 있는 기본 스탯이고, 타율이 낮은 선수는 타율을 개선하면 컨택이 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거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있는 거죠. 적어도 그랜달의 경우엔 타격 스탯이 운에 의해 오염된 노이즈가 아니며 본인의 타격 성향과 스킬 수준을 알려주는 데이터입니다. 만약 장타든 단타든 간에 안타 하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랜달은 별로 좋지 못한 솔루션입니다. 평균적 토탈 생산성만 봤을 땐 알 수 없는 요소죠.
백신맞고 골골거리던 와중 순간 삘받아서 좆문가가 뻘글 썼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몽사몽이라 중간중간 잘못 지운 내용 수정해서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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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