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트 스텝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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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6-14 12:47:51
멤피스와의 작년 2라운드 경기를 되돌아 봅니다.
3차전인가 팀 전체가 4쿼터 최악의 부진으로 리드를 넘겨주고 연장에 갔고 그 경기를 패했습니다. 웨스트브룩이 나쁜 경기를 하면서 모멘텀을 넘겨줬고 그 뒤에 공격한 듀란트도 다 실패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웨스트브룩이 엄청 욕먹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고 듀란트도 토니앨런 앞에서 파울조차 짜낼수가 없었습니다. 연장가서도 듀란트는 앨런에게 디나이되면서 공을 못잡았고 웨스트브룩은 갑자기 막아선 메요의 사이즈에 눌려서 콘리와 매치하는 하든에게 공이 집중됐었죠.
그 경기 보면서 웨스트브룩에게 폭언을 날리고 싶었지만 듀란트에게도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밀려나와서 라인 밖에서 볼을 잡는데 볼을 몇번 잡기도 어렵거니와 볼잡고 나서도 옵션이 없었죠. 듀란트가 돌파할땐 루틴으로 크로스오버가 들어가는데 루키때부터 효과에 관계없이 꼭 한번 크로스오버를 쓰고 그 동작 없이는 라인 밖에서 거의 돌파를 안합니다. 점퍼는 전부 왼쪽에서 나오고요.
포스트에서는 힘이 없고 밖에선 루틴인 크로스오버가 걸리니까 급하게 슛동작을 올라가려고 하고 슛동작 올라가다 몇번 걸리기라도 하면 (너무 볼이 밑에서 올라가고 재작년엔 아테스트가 이런걸 많이 흝어냈었죠) 윅사이드로 빠지면서 영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정규시즌엔 왼쪽드리블에서 점퍼를 쏠것처럼 앞뒤로 멈칫거리다 들어가서 덩크노리는 옵션이 추가됐던 것이구요. 추가로 노비츠키 페이더웨이 같은것을 많이 연마했죠.
문제는 무기 면에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건 자명한 사실이고 시야도 많이 넓어졌는데 이게 플옵에서 고스란히 유지될 것이냐,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뭔가로 웨스트브룩 대신 클러치타임을 혼자 주도할수 있느냐였는데 레이커스 시리즈까지도 확신하긴 힘들었습니다. 4차전에서 드라마틱한 위닝샷을 꽂았지만 그건 원래 잘 쏘던 것이고 그 전날의 돌파 후 이바카에게 간 바운드 패스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 뚫어놓고 가속이 살짝 붙은 상태였는데 너무 급해서 대처가 나빴습니다)
샌안과의 1차전에서도 던컨과 만난 상황에서 깨끗하게 성공시킨 점퍼가 있었지만 역시나 라인 밖에서 뚫고들어오다 페인트존에 진입하니 보폭이 너무 길어서 레이업이 새고 말았죠. 전체적으로 듀란트가 못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누적되는 약점들을 생각하면 우려가 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오크 팬으로써 제일 달갑지 않은건 듀란트에게 가해진 압박 때문에 억지로 웨스트브룩에게 공이 몰려서 융통성이 떨어지는 그가 턴오버를 뒤집어 쓰고 자멸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1차전 여파로 인해 슛감이 극으로 터져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3차전 말미, 4차전에서 극적인 해법이 나왔습니다. 오프볼 무브....듀란트는 미드레인지에서 공을 잡기 시작했고 아마 거의 처음으로 클러치타임에 같은 방식으로 자유투를 짜내면서 공격을 주도했고 스위치 앞에서 여유를 갖고 뒷공간으로 향하는 패싱까지 보여주기 시작했죠. 픽앤롤해서 페인트존으로 흘러가서 볼을 잡기도 하고 미드레인지에서 푸쉬를 하기도 하고 예전처럼 컬해 나와서 3점을 쏘기도 하고 중간에 포스트업....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골대 근처를 교란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공격이 다 통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쓰인건 웨스트브룩의 스크린, 탑에서 하든이 보내는 엔트리패스....4차전 4쿼터는 그렇게 셋의 서열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셋을 처음으로 한 패턴에 묶은 순간이기도 했지요. 그 경기, 그 쿼터는 그만큼 의미있는 순간이었고 시리즈 향방을 가름과 동시에 듀란트를 스텝업 시켰습니다.
그렇습니다. 듀란트는 그렇게 빅맨처럼 썼어야 했습니다. 핸들링을 더 늘릴수 없다면 핸들링 없이 공간을 만들면 되는거고 듀란트는 짧은거리 점퍼가 극도로 정확하기 때문에....페인트존에서 플로터나 훅샷이 아니라 점프스텝으로 점퍼를 쏠수 있는 선수는 거의 그가 유일하고 그거야말로 그의 진정한 유니크였던 것이죠. 상대빅맨을 향해 롤링하다 페인트존에서조차 캐치앤 샷을 쏠수 있다는 점.....
이렇게 말할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움직여도 밖에서 패스 안가면 끝 아니냐고...
그러나 듀란트는 1. 예전엔 라인밖으로 나가는 컬을 주무기로 써왔던 선수고 패스를 디나이해야되는 수비수가 오프볼마저 양쪽 방향을 체크할수 없는데다 2. 페인트존에서조차 점퍼를 쏘기에 수비수 둘이 간여하지 않을 방법이 없고 3. 또 그 무기가 점퍼이기에 어떤 구역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페인트존으로 몇번 침투하기만 해도 수비 두명이 흔들리는 것이죠. 점퍼쏘기 전에 더블팀이 오면 듀란트는 뒷공간에 덩크를 만들어 줄수 있고 투입하기 전에 두어명이 따라다니면 볼잡은 웨스트브룩이나 하든이 널럴해진 공간으로 돌파해버리면 됩니다. 초반에 고전하던 웨스트브룩이 편해진 것도 이런 흐름에서였고 4쿼터가 되자 듀란트가 다시 나타나서 샌안 4차전처럼 접수해줬죠.
패스횟수를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이렇게 팀플을 할수 있습니다. 더불어 듀란트가 깊은 위치를 오프볼로 흝어내면서 오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하이포스트의 공백도 거의 느낄수 없게 되었죠.
그리고 팀 역시 빅3가 펼치는 라인 밖에서의 치열한 차륜전 대신 이지바스켓, 확률게임을 할수 있게 된 것이죠. 그 경기 후로 지금까지 막판의 경기운영이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듀란트에게 늘 온더볼에서 수비를 박살낼수 있는 고투무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컨파 4차전 이후의 듀란트는 새로운 방식으로 디나이를 완전히 떨쳐버렸고 3점슈터의 컬과는 달리 그는 페인트존에서 훅슛의 개념으로 점퍼를 쏘면서 그것만으로 경기를 주도할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슈팅 위주의 3번에서 슈터의 탈을 쓴 빅맨, 파괴력에서 한단계 진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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