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트레 영의 딥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슛이었을까? (feat. 마줄라 감독의 선수 기용)
들어가며
스퍼스 시절부터 화이트 팬으로써,
스퍼스는 진작에 탱킹 모드에 들어서서 플레이오프/플레이인은 언감생심,
덕분에 팔자 좋게 한 걸음 떨어져서 화이트가 뛰고 있는 보스턴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화이트도 응원하는 맛이 나게,
매 경기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2차전 중에는 심지어 MVP 챈트까지 받았네요.
화이트가, 그리고 보스턴이 잘 해서 화이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1라운드부터 많이 삐걱거리는 모습입니다.
특히 4쿼터 한 때 13점차이까지 벌리고도,
결국 트레 영에게 딥쓰리를 맞아서 역전 당하고 1라운드를 매듭 짓지 못했다는건,
팀으로써 보스턴이 과연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데 깊은 의문을 품게 하는 5차전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보스턴 팬분들도 공감하실테지만,
지난 시즌 우도카 체제 하에서의 소위 '수비로 두드려 패는' 보스턴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신 테이텀과 브라운을 필두로, 로윌삼을 제외하면, 브록던, 화이트, 하우져, 그랜트 윌리엄스, 호포드, 스마트까지 모두 3점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고 또 성공률도 좋아서 화끈한 공격으로 이기는 팀이 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그 날 선수들의 3점슛 감이 좋으냐 아니냐에 따라,
혹은 쿼터별로 3점슛 감이 좋으냐 아니냐에 따라서,
경기력이 널뛰기 하는 팀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어제 경기도 전반 팀 3점이 7/19 로 36.8% 였지만, 후반에는 5/19 로 26.3% 였고,
반면 호크스는 전반 9/21로 42.9% 후반 10/20 으로 50%의 물오른 팀 3점을 보여주며 대역전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랜 스퍼스의 팬으로써 결국 우승을 만들어내는건 수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스턴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약해진 수비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트레 영의 딥쓰리
우선 트레 영의 어제 3점슛 슛 차트부터 보고 가시죠.
총 13개 시도 중 5개 성공.
이전 경기들에 비하면 좋은 성공률입니다.
총 13개 중에서 일반적인 3점슛 거리라고 할만한 25 피트 에서 쏜건 단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다 26 피트, 혹은 그 이상에서 쐈습니다.
즉, 딥쓰리만 따지면 12 중 4개 성공으로 33.3%의 성공률이었습니다.
https://www.nba.com/stats/events?CFID=&CFPARAMS=&ContextMeasure=FG3A&EndPeriod=0&EndRange=28800&GameID=0042200115&PlayerID=1629027&RangeType=0&Season=2022-23&SeasonType=Playoffs&StartPeriod=0&StartRange=0&TeamID=1610612737&flag=3&sct=plot§ion=game
제가 주목했던건 딥쓰리 중 첫번째 슛이었습니다.
경기 시작해서 애틀란타의 첫번째 공격이었는데,
호포드가 (왜인지 모르지만) 뒷걸음을 치며 리바운드가 강점인 것도 아닌 보그단을 견제하는 사이,
화이트는 카펠라의 스크린이 걸리고,
뒤늦게 화이트가 견제해보지만 트레 영이 딥쓰리를 성공시키는 장면입니다.
이걸 보면서 '오늘 트레 영이 딥쓰리 감이 좋네'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실패한 장면도 많습니다.
이번 시리즈동안 트레 영의 전담 수비수(?)로 나서고 있는 화이트가 수비를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트레 영이 화이트를 드리블로 떨쳐내려다가 여의치 않자,
스탭백 3점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제가 주의깊게 본건 화이트와 트레 영의 거리입니다.
트레 영이 뒤로 스탭을 밟으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음에도,
화이트가 순식간에 앞으로 스탭을 밟으면서 거의 손이 닿을 정도로 컨테스트를 해내죠.
트레 영이 딥쓰리를 성공시키는 또다른 장면입니다.
어떠세요?
어제 마지막 트레 영 3점 장면 같지 않으신가요?
실은 3쿼터 중간에 있었던 장면입니다.
원래 트레 영을 수비하는 화이트가 트레 영이 공을 몰고 오자 본인이 수비하러 가려고 나오는데,
브라운이 자기가 막아야 할 보그단을 화이트에게 막으라고 지시하고,
그에 따라 화이트가 보그단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트레 영을 마크해야 할 브라운이 트레 영에게 가서 수비 자세를 잡기도 전에 영은 딥쓰리를 시도하고 성공하죠.
이 때 브라운과 트레 영 사이의 거리를 보세요.
브라운이 컨테스트한다고 점프를 하지만 화이트가 수비하던 때에 비해서 훨씬 거리가 멀다는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얼마전 Positive 님께서 올리신 브라운에 대한 수비 평가 덧붙입니다.
9) 제일린 브라운
점에선 뛰어남. 풋웤으로 응시상태 수비가 좋음. 힘도 곧잘 흘려냄.
선에선 뛰어나지만 로테이션 상태랑 걸쳐지면 헤맴. 한놈만 따라붙게 해야함.
면에선 매우 저질. 로테이션 이해도나 타이밍을 정말 못잡음.
수직에선 나쁘진 않으나 타이밍싸움에 걸리면 헤맴.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35567
그렇습니다.
브라운이 대인 수비만 보면 꽤 괜찮은 선수에요.
힘도 좋고 높이도 좋죠. 손질도 나쁘지 않구요.
하지만 전체적인 수비 이해도가 좋은 선수가 아닙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비는 잘 못하는 선수에요.
화이트와 브라운 말고 다른 보스턴 선수들의 트레 영 3점 수비는 어땠을까요?
호포드의 수비 장면입니다.
로스터 중에서 가장 느린 호포드와의 매치업입니다.
호크스가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는 매치업 헌팅이죠.
호포드가 수비 자세를 잡았음에도 트레 영의 움직임에 따라가지 못하고,
팔을 쭉 뻗어서 컨테스트 해보지만 트레 영의 스탭 백 딥쓰리가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면에서는 수비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NBA 중계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Great defense, but better offense" (훌륭한 수비지만 공격이 더 좋았다) 같은 장면이라고 봐요.
호포드와 트레 영의 거리를 보세요.
조금 늦긴 했지만 호포드가 거의 트레 영의 슈팅 핸드를 칠 정도로 가까운게 보입니다.
이런 슛이 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어요.
또다른 호포드의 수비 장면입니다.
또다시 트레 영이 매치업 헌팅에 성공했지만,
호포드가 또다시 잘 컨테스트 하고, 수비를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로윌삼은 어땠을까요?
화이트를 영으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해 존 콜린스가 스크린을 가고,
콜린스의 마크맨인 로윌삼이 트레 영의 슛을 컨테스트 하는 장면입니다.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점프가 좋고 긴 로윌삼이 거의 블락에 성공할 정도로 좋은 컨테스트를 보여주죠.
그리고 다들 아실 마지막 장면입니다.
원래 영을 마크하고 있던 화이트를 오큉우(마크맨 테이텀)가 1차적으로 스크린,
또다른 무빙 슈터인 보그단을 마크하던 스마트는,
빠져나가는 보그단을 테이텀에게 맡기고,
스크린을 받아서 빠져나가려는 트레 영을 쫒아가려 하지만 역동작에 걸리면서 한 발 늦어지고,
그 와중에 헌터가 스마트를 스크린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헌터를 마크하던 브라운에게 트레 영을 따라가라고 지시합니다. (브라운을 보면서 팔을 쭉 뻗는 장면)
뒤늦게 브라운이 따라가보지만,
이런 트렌지션 수비에 약점이 있는 브라운은 뒷걸음질 치면서 트레 영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위에 올린 3쿼터 브라운의 수비 장면처럼 트레 영은 자유롭게 딥쓰리를 올라가고 성공시키죠.
여기서 우선 언급하고 싶은건,
연속된 스크린을 통해서 트레 영이 자유롭게 공을 쥐게 하고,
마침 그 중 코트에 있던 보스턴 선수 중 로테이션 수비가 가장 약한 브라운이 영의 수비수로 붙게 만든,
스나이더 감독의 작전 능력입니다.
화이트를 때어놓는 오퀑우 스크린부터 헌터가 스마트를 막아서는 장면까지,
정말 잘 짜여진 움직임이었네요.
그에 반해서 보스턴의 수비는 아쉽습니다.
누가 봐도 결국 마지막 공격을 트레 영이 할꺼라는건 알껀데,
그리고 이미 어제 경기에서 트레 영의 딥쓰리 감이 괜찮다는걸 알았을텐데,
브라운에게 일대일로 수비를 맡기고 더블팀을 가지 않은건 참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스마트가 더블팀을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긴 하지만 너무 늦었죠.
제목에 있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과연 트레 영의 딥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슛이었을까요?"
전 충분히 할 수 있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트레 영의 마지막 공격을 시도할꺼라는건 95% 정도의 확률로 확실하죠.
이타적인걸로 유명한 선수라면 패스도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트레 영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 선수고,
또다른 에이스라고 할만한 머레이는 출전정지를 당한 상태,
남은 시간은 7초 남짓,
이 경기를 못 잡으면 시즌 끝.
그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트레 영이 공격을 진행할껍니다.
그러면 공격 옵션은 뭐가 될까요?
둘 중 하나겠죠.
딥쓰리, 아니면 돌파 후 플로터.
그게 아니라 영이 다른 옵션 (예를 들어, 다른 선수에게 패스, 미들슛, 레이업)을 선택하도록 했다면 보스턴의 수비가 이겼을꺼라고 생각합니다.
두 옵션 중에서는,
플로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유투를 얻어낼 확률도 있긴 하지만,
플레이오프 경기 막바지에 컨택을 거의 불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코트 위 모든 선수가 트레 영보다 피지컬과 높이가 높다는 점.
트레 영의 딥쓰리 컨디션이 괜찮았다는 점.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볼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공격이었다고 봅니다.
움짤에도 있지만 실제로 브라운 앞에서 그렇게 공격한 적도 있구요.
결론적으로 보스턴에서도 트레 영의 딥쓰리를 염두에 두고 수비를 했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브라운이 돌파를 염두에 두고 뒷걸음질 칠게 아니라,
파울 안하는 선에서 최대한 피지컬하게 붙어주고,
혹시 벗겨지면 다른 선수가 핼프를 와줄꺼라고 믿고 수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줄라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마줄라 감독의 선수 기용입니다.
어제 다른 분 글에 댓글로 남긴게 있어서 그대로 옮겨오겠습니다.
제가 마줄라 감독에 대해서 우려했던 부분이 그대로 나온 경기였네요.
마줄라 감독이 작전 타임 안부르는 것도 문제지만,
또다른 크게 언급되지 않는 문제는 좋게 말하면 선수들 기분 살려주는걸 중요시하고 나쁘게 말하면 선수 기분을 너무 생각해서 결정적인 순간이라도 교체해줘야 할 선수들(테이텀, 브라운, 스마트)을 코트 위에 무조건 둔다는데 있죠.
물론 아무리 경기 내내 야투감이 안좋았어도 테이텀 같은 선수들을 과감히 빼는건 굉장히 어려운 결단이죠.
만약 그랬다가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선수 신임도 잃고, 언론에서도 미친듯이 까일꺼구요.
그래도 감독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걸로 보입니다.
그리핀 교체한건 그렇다고 치고,
시리즈 내내 트레 영을 가장 잘 막고 있고 공격에서도 잘 해주고 있는게 화이트인데,
2분인가를 남기고 화이트를 빼고 스마트를 투입해서,
공격자 파울에 패스 미스에 트레 영에게 스틸을 노리다가 쉽게 자유투까지 줬죠.
바로 그 전 포제션에서 화이트가 압박은 하지만 파울을 안범하기 위해 영리하게 수비하던 모습과 대비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중략]
결국 코트에서 플레이하는건 선수들이라서,
웬만하면 경기 승패에 있어서 감독탓은 안하려고 하는데,
오늘 경기는 마줄라 감독이 참 많이 아쉬웠네요.
임시 감독일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임시 감독이 테이텀, 스마트, 브라운을 클러치 타임에 뺀다?
말도 안되죠.
그러다가 임시 감독에서 '임시'가 빠지는게 아니라 '임시 감독'이라는 자리 자체가 빠질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4년 계약을 한 정식 감독이고,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정말 중요한 플레이오프입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해요.
브라운이 공격에서는 정말 핫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비를 생각해서 3점슛도 컨테스트 할 수 있는 로윌삼을 브라운 대신 올리는게 나았을꺼에요.
3점 10개 시도해서 1개 성공한 테이텀이 클러치 타임에 턴오버하고 테크니컬 파울 받게 둘게 아니라,
과감하게 브록던-화이트-브라운-호포드-로윌삼 같은 라인업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생각했어야 합니다.
잘 하던 화이트를 3분 26초 남기고 스마트로 교체한 후,
스마트는 패스 턴오버 (트레 영의 3점 성공), 테이텀에게 스크린 걸어주려다가 오펜시브 파울,
그리고 1분 39초 남기고 다시 화이트로 교체되었습니다.
팀은 역전 당했구요.
테이텀 to 로윌삼으로 보스턴이 재역전.
그리고 30.4초 남기고 화이트 대신 스마트를 투입.
아래 장면이 나옵니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압박만 해줘도 됐을텐데,
무리하게 스틸을 하려다가 파울을 범하고,
다시 쉽게 애틀란타에게 리드를 내줍니다.
물론 스틸에 성공했으면 영웅이 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공격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시간이 보스턴 편이라는 점까지 고려했을 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결론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최애팀 경기가 아니라서 팔자 좋게 한 걸음 떨어져서 본다고 했는데,
막상 글을 쓰다보니까 너무 자세한 장문이 된거 같아서 읽으시는 분들께 죄송하네요.
여하튼 지나간 경기는 지나간거고,
앞으로 우리 화이트가 잘 해주고 보스턴도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러치에서 에이스나 코어 선수 빼는 게 꽤나 어려운 일이죠. 부상이 아니라 부진 때문에 교체를 실행하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많지 않네요. 가장 최근은 팁 감독이 랜들 빼버린 건데, 랜들은 발목 부상 때문에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마줄라 감독이 로테 유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럴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했다가 락커룸 이슈가 생기는 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그럴 일이 없을 정도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건 베테랑 감독들에게도 드문 일입니다. 선수들의 리그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