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위한 최소 경기수 신설에 관한 우려
이번 CBA 협상 중에 All-NBA 수상을 위한 최소 경기수를 제정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경기수가 적어도 All-NBA를 수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최소 경기수 규정에 따른 부작용이 더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최소 경기수 신설은 로드 매니지먼트를 줄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상을 받고 싶으면 관리 받지 말고 나와서 뛰라는 거죠. 이러한 설계는 로드 매니지먼트의 주체가 선수가 아니라 코치 및 구단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선수 관리를 결정하는 감독 혹은 구단 측에서는, 선수가 All-NBA를 놓치면 재정적으로 이익입니다. 연봉 협상에도 유리하고, 로즈 맥스의 경우 All-NBA를 놓쳤을 때 직접적으로 수십 밀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g. 모란트는 이번 시즌 All-NBA 수상 여부에 따라 내년 샐러리가 25%냐 30%냐가 결정됩니다. 만약 이번 사건으로 인해 All-NBA를 놓치게 되면 멤피스는 향후 모란트의 샐러리로 40밀 가량을 절감하게 됩니다. 사치세를 포함한 절감액은 100밀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로드 매니지먼트를 막고 싶으면 로드 매니지먼트를 하게 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든가(=경기수 감소 및 일정 조정), 적어도 로드 매니지먼트의 주체로 하여금 관리를 적당히 하게 만들 동기를 제공해야죠. 구단이 로드 매니지먼트를 했을 때 더 이득을 보게 만들면 어떡하나요.
로드 매니지먼트는 원래 선수와 구단 사이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대부분의 경우 조금 아프더라도 나가서 뛰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직접적으로 개인 수상과 연결시킨다는 건 선수와 구단 사이의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놓는 겁니다. 감독 입장에서, 만약 퍼포먼스 부서에서 오늘은 내보내지 말라는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선수가 자기 경기수 아슬아슬하다고 물러서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마 이렇게 하겠죠.
https://youtu.be/anA7KPgLX64
작년 밀워키의 마지막 경기입니다. 즈루는 66경기 출전한 상태였는데, 67번째 경기 출전에 30만 달러 보너스가 걸려 있었습니다. 부덴홀저 감독은 주전을 뛰게 할 계획이 없었고요. 그 결과 즈루는 경기 시작 8초만에 파울하고 벤치로 나왔습니다. 선수들이 박수치고 좋아하는 게 즈루가 보너스 탔다고 축하하는 겁니다.
저런 식의 요식 행위를 끝도 없이 써먹을 수는 없을 겁니다. 너무 많이 써먹으면 평균 기록에 해가 되기도 하고, 저런 꼼수가 필요할 정도로 딱 All-NBA 언저리에 걸리는 선수가 많진 않을 테니까요. 저는 저런 꼼수의 가능성이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특히 우려하는 건, 최소 경기수 요구가 막아도 되는 선수 관리는 놔두고 꼭 필요한 관리만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과연 수상을 위한 최소 경기수로 몇 경기가 요구될까요? 현재 득점왕이나 어시왕 등의 기록은 58경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상을 위한 최소 경기수 역시 58경기가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최대한 빡빡하게 요구한다고 해봐야 66경기 정도겠죠. 즉 16경기까지는 빠져도 무방합니다.
로드 매니지먼트만으로 17경기 이상 빠지는 선수는 없습니다. 로드 매니지먼트 비판을 폭발시켰던 19-20시즌 카와이가 15경기 빠졌습니다. 부덴홀저 취임 이후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는 쿤보 역시 그 정도입니다. 이번 시즌 탐슨은 백투백 거의 다 빼줬는데 12경기밖에 안 쉬었습니다. 그 이상 빠지는 선수들은 전부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끼어 있습니다. 즉 최소 경기수를 지정해봐야, 건강한 선수의 예방 결장은 영향을 받지 않고, 부상당한 선수들만 참고 뛰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로 비판하는 로드 매니지먼트는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아니라 건강한 선수들이 받는 예방 결장이죠.
어느 정도 이상 출전한 선수들이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경기에 못 나왔다면 팀을 그거밖에 못 도운 거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지금도 수상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빌 월튼 이후 MVP는 70경기 이하 출전자가 받아간 적이 없고, 퍼스트도 60경기 이하 출전자를 찾기 힘듭니다. 써드 쯤 되면 제약이 많이 내려가는데, 그래도 최소한 시즌의 6할 이상은 소화하길 요구하죠(e.g. 20-21시즌 르브론 45/72경기). 투표인들이 이미 경기수를 감안하고 있는 겁니다.
명시적인 제약 없이도 알아서 반영되고 있는 사안을, 굳이 부작용을 감수해가며 명문화해야 할까요? 저는 안 만드니만 못한 제도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시즌 경기 축소 아니면 로드 매니지먼트가 줄어들긴 쉽지 않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