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포스트업은 더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how-nba-teams-are-bringing-the-post-up-back-to-life/
윗 글 번역입니다
요즘 NBA는 그야말로 공격력 폭발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OFFRTG 기준, 역대 top 15에 해당하는 팀 중 14개 팀이 최근 4년 내에 등장했고, 이 추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NBA 역사 상 3위에 해당하는 OFFRTG를 기록 중인 22-23 셀틱스를 비롯, 여러 팀들이 수많은 슈팅을 동반하며 연일 득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시즌 초반 대비 기세가 좀 꺾이긴 했어도, 셀틱스는 올 시즌 경기 당 40개 이상의 3점을 시도한 열 네번째 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서운 건 이렇게 많은 3점을 37.1%의 정확도로 적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며, 무려 네 명의 로테이션 선수가 4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란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1월 14일 셀틱스와 OKC의 경기 막바지, 테이텀의 포스트업 포제션은 다소 의아한 느낌을 자아냈다. 클러치 상황에서 3점이 아닌, 포스트업을 시도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효율적이고 구식이라고 생각하는 그 플레이를?
물론 테이텀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스코어러이고, 당시 상대 포인트 가드가 홀로 그를 막아서는 상황이었으니 포스트업 시도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지였을 수 있다. (실제로 저 포제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설명도 가능하다. 사실 테이텀은 요즘 농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 방식으로 해당 포제션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어떻게 비효율의 극치라던 포스트업이 NBA 최고의 플레이로 둔갑한 걸까? 비로소 빅맨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걸까?
몇몇 사람들에겐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유잉과 올라주원의 시대가 되돌아올 일은 없다. 우선 요즘 유달리 포스트업 효율이 오른 것은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 요즘 포스트업은 사실상 소위 '잘하는 놈들만 자주 시도하는 플레이'다. 100번의 포제션 기준, 포스트업 시도 빈도는 5.887회에 불과하며, 이중 절반 가량(43.6%)은 포스트업 장인(포스트업 시도 빈도가 높은 선수) 20명이 시도한 결과물이다.
저 20명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건 단연 요키치인데, 홀로 리그 전체 포스트업 중 4.7%를 독식했다. 이는 리그 대부분 팀의 포스트업 시도 횟수보다 높은 수치다 (덴버 제외 네 팀만이 요키치 한 명보다 많은 포스트업을 시도함). 그런데 요키치의 포스트업 효율은 포제션 당 1.263점으로, 리그 최고 공격팀의 포제션 당 득점인 1.065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주: 요키치 한 명이 포스트업 효율에 대한 스탯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이 상황을 픽앤롤과 비교해보면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픽앤롤을 수행한 20명이 리그 전체 픽앤롤 시도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9%다(세컨 스펙트럼). 픽앤롤 시도 수 1위는 돈치치로, 그의 포제션 당 득점은 1.124점이다. 포스트업처럼 특정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았더라면 픽앤롤의 포제션 당 평균 득점도 현재 수준인 0.979보다는 더 높았을 것이다. 물론 시도 볼륨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포스트업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는 건, 왜 이 플레이 타입이 현재 NBA에서 중요한지를 파악하는데 별 도움을 주진 못한다. 리그는 정적인 플레이보다는 보다 유기적이고, 여러 액션들로 겹겹이 둘러쌓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대놓고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식의 플레이콜(포제션 시작 직후 핸들러의 패스를 받은 센터가 상대 센터를 상대로 등지고 우직하게 골밑으로 밀고 들어가서 슈팅)은 시즌을 통틀어 단 두 차례 밖에 나오질 않았다 (한 번은 요키치, 한 번은 드러먼드).
그러니까, 요즘 포스트업은 과거의 그 전형적인 포스트업과는 다르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요즘 포스트업은 정적인 포스트업과는 다르다! 일례로 미스매치 기반의 포스트업이 전체 포스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포스트업이 다른 플레이타입(픽앤롤, 핸즈오프)을 기반으로 이뤄짐을 시사한다. 13-14시즌, 미스매치 기반(센터가 가드나 포워드를 상대로, 포워드가 가드를 상대로)의 포스트업 비중은 25%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은 그 비중이 50%를 뛰어넘었다 (세컨 스펙트럼).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포스트업 비중 하락이 핸즈오프 비중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픽을 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핸즈오프 역시 스위치를 이끌어내는 공격 작업이고, 올 시즌의 경우 25%의 핸즈오프에서 스위치가 발생한다. 이는 곧 잠재적으로 활용 가능한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13-14시즌에는 핸즈오프 상황에서 스위치가 발생하는 비율은 10%가 안 됐다). 13-14시즌과 비교했을 때, 100포제션 기준 포스트업 빈도는 6회나 떨어진 반면, 핸즈오프 빈도는 거의 8회가 증가했다. 하지만 포스트업 역시 핸즈오프로부터 파생 가능한 공격 옵션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수비가 몇 차례 스위치나 로테이션 과정에서 약점을 노출했을 때에는 포스트업의 위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한의 전제 조건은 있다. 픽앤롤이나 핸즈오프 이후 포스트업 플레이를 전개할 때에는 가급적 상대 헬프 수비수가 포스트업 공격자로부터 멀리 위치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격수가 홀로 긴 시간을 갖고 효과적인 포스트업을 실행할 수 있게 되니까.
보통은 팀에서 가장 포스트업을 잘 치는 선수가 핸즈오프도 잘하며, 공격 효율성 역시 높은 경향이 존재한다. 요키치와 사보니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둘 모두 효율적으로 고볼륨의 포스트업을 구사한다. 동시에 이 둘은 모두 높은 빈도로 핸즈오프를 수행하는 선수들이며, 공격 효율성 기준 역사 상 top 5 내에 드는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두 선수의 공통 특성은 훌륭한 득점원이자 패서라는 점이다. 포스트 지역에서 두 선수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든지 좋은 전술이 된다. 재밌게도 이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긴 하다: 포스트에서 빠져나오는 패스를 활용하거나, 포스트업에서 그대로 슈팅을 시도하거나 효율은 리그 전반에 걸쳐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요즘의 다재다능한 빅맨들은 코트 전역에 걸쳐 발생하는 이벤트(외곽 슈팅이건 직접 마무리건)에 관여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패스, 직접 슈팅 이지선다를 강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
13-14시즌부터의 트래킹 데이터로부터 구성된 세컨 스펙트럼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22-23시즌의 포스트업은 해당 기간 중 가장 효율적인 동시에, 가장 구사 빈도가 낮은 플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경향은 비단 22-23시즌만의 것은 아니다. 13-14시즌을 제외하면 매 시즌 포스트업은 이런 유형의 플레이 타입이었다. (13-14시즌에는 포스트업이 두 번째로 구사빈도가 낮은 플레이었음)
그럼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요즘은 팀들이 포스트업을 너무 덜 사용하는 건 아닐까? 만일 팀들이 포스트업을 더 많이 사용한다면, 큰 폭으로 그 효율성이 사그라들진 않을까? 요즘처럼 머니볼 철학을 접목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대라면, 개별 플레이 타입의 빈도와 효율성 간에 존재하는 균형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 타입 별로 효율과 빈도 간에 적절한 균형 지점은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3점 시도 횟수다. 지난 몇십년에 걸쳐 3점슛 시도는 큰 폭으로 증가해왔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그 증가세가 끝나고 안정세에 접어든 걸 확인할 수 있다. (최근 4시즌 간 모두 경기 당 34회 정도 시도) 그 와중에 성공률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3점 정확도와 경기 페이스 또한 현재 어느 정도 수렴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지표들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룰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요키치와 사보니스가 갑자기 그들의 능력을 잃어버린다거나하는 일이 없다면, 포스트업 기반 플레이의 효율이 크게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포스트업의 빈도가 어느 수준까지는 오르리라 보는 게 더욱 합리적이다(효율은 유지하면서).
그리고 여기에 테이텀 같은 윙들이 포스트업 부흥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 시즌 토론토가 이미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고 (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the-raptors-dont-need-bigs-to-pound-the-ball-inside/ ) 오랜 세월 포스트업 장인으로 군림해온 드로잔 같은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미스매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수단으로서의 포스트업, 핸즈오프-픽앤롤로부터 파생되는 포스트업이 강조되면 될수록, 윙 자원의 포스트업 활용 능력 또한 중요시 되고, 포스트업 빈도가 향상되는 결과를 낳으리라 생각한다.
첫 패스를 받아 포스트업을 시도할 수 있는 시대는 일찍이 저물었다 (아무리 포스트업의 빈도가 늘어난다 한들, 이런 류의 플레이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거다). 서두에 소개한 테이텀의 포스트업 마냥 정적인 시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확실한 건 현대 NBA 공격 셋과 맞물리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복잡한 발레처럼 NBA의 공격도 작은 동작들이 한 데 모여 하나의 큰 셋을 만드는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니 포스트업 역시 어떤 형태가 되었든 큰 그림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로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순간의 어드밴티지를 이용하는 형태의 포스트업은 리그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효율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고 난다면, 나머지 팀들도 서서히 잊혀졌던 포스트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리턴 오브 로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