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스의 수비 철학 - 아이스, 도움 수비, 과도움overhelp (feat.램과 그린)
어제 경기 4쿼터 2:24초 남기고 골스가 4점 앞선 상황, 램이 결정적인 플레이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앤드원이 불렸다가 챌린지 후 공격자 파울로 정정됐습니다. 이 플레이 후 골스는 두 포제션 연속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경기가 거의 마무리됩니다. 저기서 앤드원이 불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플레이였습니다.
저 플레이에 대한 그린의 코멘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XC3cuWNu4?t=29
그린: (...) 램이 그리로 들어와서 차지를 따낸 건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다만 스트롱사이드 코너에서 왔어요. 그래서 잘하긴 했는데 다시는 그렇게 도움 수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골스의 수비 철학은 최대한 골밑 샷을 억제하면서 어려운 미들/3점을 강제한다입니다. 그 목표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많지만, 특히 애용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스+도움 수비입니다. 아이스라는 건 공격자를 사이드/베이스라인 쪽으로 돌파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수비를 말합니다. 그리고 열려 있는 길로 공격자가 들어가면 골밑에서 도움 수비가 가로막습니다.
예시를 보면
픽앤롤 상황인데, 개포드가 픽을 오자 디빈첸조가 딱 개포드 방향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픽 받고 중앙 지역으로 갈 생각하지 말고 사이드-베이스 라인 방향으로 가라는 겁니다. 그렇게 쿠즈마가 열린 길로 들어가자 루니가 가로막죠.
더 중요한 건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입니다. 루니가 길을 막으러 갔으니 개포드가 비는데, 윅사이드 코너에 있던 제롬이 개포드를 견제하러 들어갑니다. 윅사이드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은 커리의 몫입니다(=겟 투). 아브디야와 라이트 사이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보입니다.
쿠밍가가 픽이랑 상관없이 왼쪽은 못 간다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치치가 열린 길로 들어가자 쿠밍가가 딱 붙어서 견제하고 그 끝에는 원래 클리버를 따라 윅사이드 코너에 있었어야 할 자마이칼이 지키고 있습니다. 윅사이드에 남은 디빈첸조는 우드를 견제하고, 스트롱사이드의 풀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수비를 하려면 먼저 1) 앞선 수비수가 약속된 방향으로 공격수를 잘 몰아와야 하고 2) 뒷선 수비수가 약속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빈틈이 나는 걸 전제한 수비이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서 오픈이 날지 예측 가능해야 빠르게 빈틈을 메울 수 있습니다. 그 약속이 바로, 도움 수비는 윅사이드에서 들어오고 남은 윅사이드 수비수가 두 사람을 견제한다입니다. 오픈은 윅사이드 윙이나 코너에서만 나야 하고 그때 어떤 순서로 로테이션을 돌지는 다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 다시 첫 장면을 봅시다.
위긴스가 쿠즈마에게 딱 붙어서 샷을 방해하고 있고, 윅사이드에서 그린이 도우러 와 있습니다. 풀이 탑으로 자리를 옮겼고 커리가 겟 투 중입니다. 램은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러 올 게 아니라 스트롱사이드에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이건 과도움overhelp입니다.
(램을 변호하자면, 윅사이드의 도움 수비는 주로 윅사이드 코너에서 옵니다. 위 장면은 윅사이드 코너에 커리가 있기 때문에 램이 책임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변호해줄 필요 없습니다. 램은 다른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시도때도 없이 도움 수비를 들어옵니다)
과도움의 문제는 공격자 파울 유도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고 코너에 오픈이 났느냐 안 났느냐도 아닙니다. 오픈이 날 때 나더라도 나야 하는 곳에서 나야 합니다. 이런 수비는 팀원 사이에 성립된 약속을 깨기 때문에 이어지는 후속 상황을 예측하고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도움 수비는 윅사이드에서-는 골스 수비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 중 하나인데 시즌이 절반이 지나도록 그걸 숙지하지 못하면 혼나야죠. 실제로 그린과 이궈달라에게 혼났습니다.
https://youtu.be/VfI-WDOvu9I?t=332
새삼스럽지만, 그린은 램을 혼낼 자격이 있습니다. 윅사이드 도움 수비를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이번 시즌 그린의 6피트 이내 DIFF%는 -15.4%로, 컨테스트를 4개 이상 하는 선수 중에선 공동 1위입니다(+쿤보). 그린이 수비할 때 보면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만만한 선수를 마크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e.g. 애런 고든), 이때 실은 그 선수를 막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항상 도움 수비 들어갈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겁니다.
https://youtu.be/vYFsK6kS1mY?t=134
인터뷰어: 여기 멈춰봐요. 이게 제가 알고 싶은 건데요. 게리 트렌트가 페인트를 통과해 지나가요. 당신은 그냥 갈 테면 가라 하고 스테프에게 맡기죠. 게리는 훌륭한 슈터란 말이에요. 대체 어디서 이런 판단을 한 건가요?
그린: 우리 수비가 어디서 무너질지 예측하고 있어야 해요. 보세요. 우리는 조던이 (탑에) 있어요. 파스칼 시아캄이랑! 파스칼 시아캄이랑 풀이랑 붙으면 열에 여덟은 시아캄이 이긴다고요! 그래서 트렌트에게 등을 돌리고 겨우 제 시간에 도움 수비를 들어간 거죠.
그래서 골스의 수비가 제일 답이 없어 보일 때를 보면 그린이 밖으로 끌려나갔을 때가 많습니다.
화이트에게 레이업을 허용하는 동안 그린이 부추에게 붙어서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 부추가 너무 터지는 바람에 비워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린 말고 부추에게 붙일 만한 선수도 없었고요. 자마이칼, 쿠밍가, 이궈달라가 전부 결장이다보니 손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린이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총체적 난국입니다. 일단 위긴스가 사이드라인으로 몰지 못하고 중앙 지역으로 돌파를 허용했습니다. 뒤를 지켜야 할 램은 도순무를 따라 오히려 밖으로 나가고 앉았습니다. 풀의 몸짓이 제 몸짓이었습니다. (니가 뭔데?)
아이스라고 그냥 열어주는 수비가 아닙니다. 뒷선 수비가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에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몰아서 열어줘야 하고, 그렇게 열어주더라도 옆에 딱 붙어서 쉬운 플로터나 미들을 견제해야 합니다. 골밑 억제만 보면 이번 시즌 기록은 지난 시즌보다 더 훌륭합니다(상대의 골밑 야투 비율 30.4% > 28.8%). 문제는 지난 시즌 38.3%로 억제했던 미드레인지 야투율이 44.4%로 올랐다는 겁니다. 앞선이 제대로 몰지 못한 상태에서 뒷선을 막고 있으니 중간 지역에서 방해 없이 쏘고 있는 겁니다. 자꾸 파울하고 자유투를 헌납하는 것도 앞선 수비의 책임이 큽니다.
이번 시즌 골스의 앞선 수비는 단테와 쿠밍가가 좋고, 뒷선은 항상 그렇듯 디그린이 최고수입니다. 시즌 DRtg는 113.4로 리그 19위인데, 그린이 뛸 때는 111.5로 리그 10위에 해당하고 그린이 없을 때는 119로 리그 꼴찌보다 심합니다. 그린과 단테가 함께 뛰는 라인업은 106.2로 리그 1위보다 낫습니다. 그린+단테+쿠밍가 라인업 DRtg는 94.1입니다(스몰 샘플 주의).
마지막으로 그린의 내로남불 짤을 첨부합니다. 램한테는 오지 말라고 해놓고 지는 간혹 스트롱사이드에서 도움 수비를 들어옵니다. 나선 안 될 곳에서 오픈이 나더라도 결자해지할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공격이든 수비든, 어떤 선수들은 때때로 스킴의 지배를 벗어납니다.
마지막 짤과 본문의 마지막 문장은 너무 멋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