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메이커 웨스트브룩의 가치
르브론, AD가 모두 나가있고 홀로 벤치 멤버들과 코트를 지킬 때면 직접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요상한 원 레그 페이더웨이를 날리는 등 자기 손으로 야투를 던질 때가 많은데요, 그러면서도 커터의 움직임은 잘 봐주고, 브라이언트와 시도하는 픽앤롤 게임도 슬슬 호흡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찍히는 야투는 끔찍하지만 어떻게든 마진은 양수가 찍히도록 관리해주니 OK입니다?
포틀랜드 1차전, 팬들에게 한여름밤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플레이를 여럿 보여준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벤치롤을 받아들인 후 확실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웨스트브룩을 즈루나 GP2같은 롤로 활용한다는 원대한 꿈을 빠르게 접고 오히려 볼 소유 시간을 확실하게 챙겨주며 리듬을 살린 다빈 햄 감독의 판단 역시 정확했습니다. 웨스트브룩이 볼 운반을 도맡아 하며 르브론의 체력을 세이브해주고, 픽앤롤 게임을 통해 AD를 적극적으로 살려주며 AD의 게임 지배력 역시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웨스트브룩이 이상한 짓거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오늘도 6턴오버를 저질렀고, 야투 효율은 여전히 좋지 않죠. 수비에서 최대한 코너 쪽 논 슈터들을 막도록 배치해주긴 하지만 구멍이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완전무결의 포인트 가드와는 거리가 먼 선수고, 각종 2차 스탯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을 구석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레이커스에게는 웨스트브룩의 플레이메이킹, 이것 하나가 그 모든 단점을 덮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웨스트브룩에 1라운드 픽을 붙여 힐드&터너를 데려오든, 리차드슨, 퍼들, 맥더맛을 데려오는 등의 여러 시나리오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길을 선택하든 웨스트브룩이 제공하는 플레이메이킹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질 것이고, 팀의 핵심은 르브론과 데이비스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르브론의 체력적 부담은 더욱 늘어나겠죠. 최근 10경기 8승 2패를 달리고 있고, 바로 저번 경기에서 빅 3가 모두 나온 밀워키를 잡은 팀입니다. 굳이 현재 팀 경기력의 중요한 퍼즐 중 하나인 웨스트브룩을 깨는 모험수를 둘 이유는 없습니다. 버스와 펠린카가 그 정도 깡을 가진 위인들도 아닌 것 같고요. 넌과 1라운드 픽을 묶어 (내키지는 않지만) 레디쉬, 혹은 우브레 주니어, PJ 워싱턴을 노려보면 좋겠습니다.
요즘 웨스트브룩 보면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시즌은 레이커스 경기만 켰다 하면 온갖 호러쇼를 펼치고, 국내외 커뮤에서 농구공 처음 잡아보는 정신병 환자 취급받는 거 보고 참 가슴이 아팠는데, 요즘은 홈팬들에게 환호도 받고, 버럭신, 농구 그 자체 밈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빈도가 더 많아지고... 그냥 행복합니다. 샌안 터져나가는 꼴 보면서 쓰린 속을 버럭신의 맑은 미소를 보며 달래고 있는 중입니다. 레츠 고 레이커스.
릅의 떨어진 온볼 효율을 버럭신이 2대2를 통해 메워주면서 릅의 체력과 전체적인 효율을 보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돈값은 못해주지만 또 러스를 트레이드 한다고 해서 지금 러스 정도의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수들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저도 러스의 트레이드는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