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페이서스 입문 가이드: 선수 구성, 장단점, 스토리, 미래 자산 등등
오늘은 페이서스/할리버튼 팬으로서 정말 짜릿한 날이었네요. 승리도 좋았지만, 팬덤이 큰 메이저한 팀에게 극적인 승리를 거둔 덕분에 게시판 지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좋았습니다.
그러는 한편, 글들을 읽으면서 '아니, 그동안 할리버튼을 다들 안 보고 계셨단 말야?', '올시즌 페이서스 농구가 재미있는 걸 모르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네?'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동안 팬질을 너무 자족적으로 해온 것 같아서, 제 영업력에 관해 반성도 좀 하게 되는 한편... '이왕 이렇게 된 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보자!'는 마음으로 페이서스 입문 가이드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캐주얼하게 즐기는 팬이고, 농구를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닌 데다가, 페이서스 팬이 된 지 아직 1년도 안 된 터라서, 고급 가이드는 못 될 것 같은데요. 그냥 입문용으로는 적당히 쓰고 소개할 만한 글들이 있을 듯해요.
선수 소개: 장단점과 스토리
역시 팀을 알려면 누가 누군지 알아야겠죠. 짤막하게 장단점 소개하고 팬질할 만한 스토리 얘기하고 이전에 썼던 글 있으면 링크하는 식으로 해보겠습니다. 전부 쓰려니 저도 힘들고 읽는 분도 힘들 꺼라, 적당히 10인? 정도까지만 적어보겠습니다.
타이리즈 할리버튼 (PG)
* 요약: 최강 버프형 서포터에서 에이스로 진화 중인 메인 핸들러이자 리더
* 장점: 픽앤롤장인에 확률 높은 3점, 뛰어난 BQ와 패싱 센스, 오프볼 수비
* 단점: 컨택에 약해서 온볼 수비 약하고, 찢는 맛은 덜함
* 스토리: 예상보다 낮은 12픽으로 미끄러져 킹스에 드래프트되고 2년차에 꽤 잘하고 있었는데 인디에 트레이드됨
할리버튼 글은 꽤 많은데, 저는 올해 8월의 이 기사가 입문하기 좋은 기사라고 생각해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29646
버디 힐드 (SG)
* 요약: 커리 제외하면 인간계 중에서 최고의 볼륨 3점 슈터
* 장점: 최강의 오프볼 움직임에 이은 빠른 3점, 의외로 괜찮은 드라이브 마무리와 어시스트, 할리버튼과 최강의 케미, 철강왕
* 단점: 핸들링 불안해서 온볼 공격에 한계 있고, 오프볼 수비 인지가 떨어짐
* 스토리: 킹스에서 대형 계약 맺으며 잘 나갈 뻔했으나, 이후 이런저런 약점 드러내며 트레이드 루머에 계속 오르내리다가 인디로 트레이드됨. 그 뒤로도 계속 트레이드 루머에 오르내리는 중
힐드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글을 많이 썼는데(제가 킹스 시절부터 애증을 쌓아왔기 때문에...), 저는 역시 가장 최근의 글이 재미있네요. (오프볼 움직임 드러난 gif들이 많아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9146360
크리스 두아르테 (SG/SF)
* 요약: 온볼 아이솔이 가능한 전천후 가드 (마이너하지만 코비류)
* 장점: 온볼 아이솔 스코어러, 공수 양면에서 균형 잡힌 가드
* 단점: 리딩은 기대하기 어려움, 열정적인 수비가 잦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중
* 스토리: 나이 많은 루키라서 '잘한다'하면서도 약간 찬밥 취급이 있음. 도미니카 출신의 캐나다인인데 영어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팀에서도 약간 외톨이처럼 보일 때가 있음
제일런 스미스 (PF)
* 요약: 궂은 일 전담하는 리그 평균 파워포워드
* 장점: 모든 영역이 올B, 픽앤롤, 3점, 리바운드, 수비 등 소위 기본기와 개념이 있고 트렌디한 포워드
* 단점: 올시즌 3점 일관성이 떨어짐, 가끔 판단력에 버퍼링 걸릴 때 있음
* 스토리: 10픽으로 선즈에 픽됐으나, 강팀 선즈 + 에이튼의 그늘에서 제대로 자리 못 잡다가 페이서스로 트레이드됨, 이후 반전 기회를 잡고, 연봉 더 낮은데도 페이서스와 계약함. 터너와 장점이 겹치는데, 그 부분 좀 희생하면서 궂은 일 전담하며 작전 수행 중 (언젠가 스미스의 '가자미' 역할에 대해 좀 더 적어보고 싶네요.)
마일스 터너 (C)
* 요약: 3점이 있는 블럭왕
* 장점: 압도적으로 뛰어난 림 프로텍팅, 꽤 괜찮은 정면 3점
* 단점: 빅맨으로서 스킬이 좋은 편은 아님, 온볼 공격은 특히 안 좋은 편, 잦은 부상
* 스토리: 사보니스와 투빅으로 몇 년 간 뛰면서 수년 째 트레이드 루머에 오르내렸으나, 멘탈을 늘 유지하면서, 어쨌거나 올해 선발 센터로 출전해서 커리어 이어를 찍고 있는 중
터너에 관해서도 마침 최근에 글을 적었네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9159241
베네딕트 매서린 (G/F)
* 요약: 맑은 눈의 광인, 뛰어난 3점이자 닥돌러
* 장점: 깡(...), 포기하지 않는 의지, 저돌적인 돌격/슬래싱과 자유투 얻기, 괜찮은 오프볼 움직임과 날카로운 3점
* 단점: 자주 찍힘(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돌격함)
* 스토리: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뒤늦게 기회를 얻었는데, 그 기회를 어떻게든 잡음. 드래프트 관련 워크아웃에서도 1회차에서 만족스럽지 않자, 감독/구단관계자와 저녁 먹은 뒤에 2회차 하면 안 되냐고 얘기한 다음 식후 2회차 워크아웃을 자진해서 뛴 의지...
매서린은 바로 며칠 전에 글을 적었네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9180386
TJ 맥코넬(PG)
* 요약: 앞선을 강하게 압박하는 날쌘돌이형 핸들러
* 장점: 상대 앞선을 정말 강하게 압박하며 얻어내는 스틸, 안정적인 볼 운반과 리딩
* 단점: 3점이 없...는 핸들러의 아쉬움, 코트가 확 좁아짐
* 스토리: 저는 아직 맥코넬에게서는 스토리를 발견하지 못했네요. 이후 찾으면 올려볼게요.
앤드류 넴하드(PG/SG)
* 요약: 장신의 픽앤롤 핸들러
* 장점: 안정적인 투맨 게임 가능, 상당히 정확한 3점 캐치앤슛, 알고 보니 강심장, 안정적인 범핑 수비
* 단점: 돌파나 점퍼 옵션은 거의 없는 편
* 스토리: 31픽의 루키. 써머리그 때 공 운반이 안 될 정도로 얼어 있어서 제가 엄청 비판했고, 시범 경기 때도 그런 모습이 있었는데, 슬슬 리그 적응하더니 대거3를 심심찮게 꽂으면서, 주전 3번처럼 올라와버린 쾌속 성장.
애론 네스미스 (SF)
* 요약: 긴팔의 윙디펜더
* 장점: 긴 팔+열정+센스로 꽤 괜찮은 윙디펜더. 활발한 오프볼 움직임과 3점 슛
* 단점: 3점을 비롯한 공격에 기복이 심함. 몸 사리지 않는 수비로 잔 부상이 있는 편
* 스토리: 2020년 14픽이었으나, 셀틱스에서는 크게 자리를 못 잡다가 페이서스로 트레이드됨, 페이서스에서 두번째 기회를 찾는 여러 명 중의 하나 (이런 선수들이 페이서스에 참 많죠...)
아이재아 잭슨 (C)
* 요약: 훌륭한 운동 능력의 롤러+림 프로텍터
* 장점: 현재 인디 빅맨 중 가장 롤을 잘함, 피지털과 센스로 호쾌한 앨리웁, 호쾌한 블럭 잘 만들어냄
* 단점: 공격에서는 사실상 랍원툴... 스크린도 다부지지 않은 편, 링커 역할 기대도 어려움
* 스토리: 아직 제게 꽂히는 스토리가 없었네요.
음, 10명 적었나요? 비타제, 테리 테일러, 제임스 존슨 등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적죠.
페이서스 농구의 매력
일단 면면이 좀 재미있는 게, '스타 플레이어'라고 부를 선수가 아직은 없습니다. 물론 할리버튼이 굉장히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소위 '1인 캐리'하는 유형의 수퍼스타라기보다는 버프형 서포터라서 히어로볼은 아니에요.
할리버튼 외의 다른 선수들은 S급을 하나씩 갖고 있긴 한데, 그만큼 다른 뭔가는 부족한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3점 슈터지만 온볼 공격이 약한 힐드라거나, 블럭왕이지만 공격 스킬이 낮은 터너라거나, 스틸 잘하지만 3점이 없다시피한 맥코넬이라거나, 올B로 다 고만고만하게 해주지만 뭐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건 없는 스미스라거나, 개인 닥돌은 잘하지만 파생 효과는 커보이지 않는 매서린이라거나...
게다가 위의 소개에도 적었지만, 스토리들이 꽤 재미있죠. 대부분 루키 계약이지만, 6픽인 매서린을 제외하면 대부분 10-20픽 사이의 선수들이고요. 루키 계약 중에 팔려온 선수들도 많다 보니, 마음 한 켠에 한(...)이 있기도 하고, '나를 증명하겠어'가 흘러 넘치는, 그런 언더독 같은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런 선수들이 모여서, 어떻게든 공을 돌려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는 팀 바스켓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격에 있어서 아기자기하게 돌아가는 게 많고, 대부분 오프볼 3점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보니, 오프볼 돌아가는 것만 보고 있어도 꽤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페이스가 엄청 빠르고, 이걸 그냥 젊음+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1, 2쿼터에는 지더라도, 3쿼터, 4쿼터 경기 끝으로 갈수록 짱짱한 체력/집중력으로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니, 뒤집는 경기가 꽤 많아요.
뜯어 보면 약점이 많은 선수들인데, 칼라일 감독이 잘하는 것만 잘하게 하고, 약점은 가려주는 식으로 팀을 잘 꾸려놔서, 보고 있으면 다들 제 몫을 하는 듯한 착시를 겪게 됩니다. 사실 성적도 어느 정도 나오고 있으니, 착시로 치부할 수는 없겠네요.
물론 3점이 단체로 부진하거나 천적(...)을 만나면 아직까지는 좀 답답하게 무너지는 면이 있긴 한데요(최근에 울브스 경기, 클리퍼스 경기가 이랬죠). 뭐 약점 없는 팀이면 우승해야죠. 아직 팀이 그 정도로 여물지는 않았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미래 자산
흥미로운 건 샐러리 상황입니다. 올해 팀 전체 연봉이 97.9밀로 스퍼스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입니다. 8.9밀의 타이스가 부상으로 아직 한 경기도 안 뛴 걸 생각하면, 90밀 미만의 로스터로 현시점 동부 4위를 찍고 있는, 극한의 가성비 로스터입니다.
게다가 이후 자체 픽 모두 갖고 있고, 내년에는 클블, 보스턴의 1라운드 픽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힐드, 터너 등이 루머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지만, 시즌 중에는 일단 이대로 갈 확률이 높아보이고요.
아마 올 시즌 이대로 좋은 모습 계속 보일 수 있다면, 샐러리 여유도 많고, 드래프트 픽도 충분한 만큼, 오프시즌에도 꽤 괜찮은 바이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걸 왜 적고 있냐고요? 팬질 시작하시면 이번 오프시즌도 꽤 재미있을 거라는 얘기죠. 후후.
결론
적다 보니 글이 딴 곳으로 새고 있네요.
황급하게 결론 내려 봅니다.
페이서스 응원하세요, 할리버튼 팬 되세요. 지금이 딱 좋은 때입니다.
ps: 게다가, 모레, 드디어, 트레이드 후 처음으로 할리버튼이 새크라멘토로 돌아가 킹스와 맞붙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볼 게 정말 많을 경기일 거예요.
킹스도 플옵가고 할리도 행복농구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팀도 감독이 거의 1옵션급이라 할리버튼이 돈치치처럼 칼라일을 넘어섰으면 좋겠네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