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데빈 바셀의 평가는 준수한 3&D,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1학년 때에 비해 오프 드리블 점퍼의 시도 횟수와 성공 횟수가 모두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것을 근거로 장차 훌륭한 샷 메이커로 클 수 있다는 희망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없진 않았으나, 늘어봤자 한 시즌 내내 30개 정도의 오프 드리블 점퍼를 성공시킨, 드리블도 슛폼도 투박한 선수의 평가가 그런 희망적인 코멘트 몇마디로 크게 달라질 일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셀이 한때 탑 5에도 거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드래프티들 중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플로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운동능력을 겸비한 6-6의 윙스팬 길쭉한 윙, 거기에 오픈 3점을 42% 가량의 성공률로 꽃아넣을 수 있으며, 대인 수비와 팀 수비 양측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뽐낼 수 있는 투웨이 플레이어는 현대 NBA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재능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낮은 실링에 대한 우려로 인해 바셀의 픽은 11픽까지 떨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데뷔 3년차, 바셀의 샷 메이킹 능력은 그 결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근육을 붙인 덕분에 상대와 컨택을 가져가면서도 자기 스팟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딱 기본적인, NBA에서 픽앤롤을 돌릴 수 있는 커트라인을 넘는 수준의 핸들링을 갖추게 되면서 스크리너 활용하는 요령도 잘 배워왔어요.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슈팅이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10-16피트 구간과 16피트-3P 구간 모두 작년에 비해 10% 이상의 야투율을 찍고 있고, 3점은 43.5 %로 대학 시절을 넘는 야투율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바셀에게서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수동적인 오펜스를 가져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레이나 화이트, 퍼들이 연계되지 않으면 자기 힘으로 슛을 올라갈 수 없는 선수, 그냥 롤 플레이어 그 자체였죠. 실제로 지난 시즌 2점 야투 중 어시스트 받은 비율이 67.2%, 3점은 무려 97.1%로,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비율이 각각 45%, 86.7%로 낮아진 와중에도 TS%를 54.0에서 59.1까지 끌어올렸습죠. 스퍼스 역시 바셀을 위해 여러 세팅을 깔아주며 새롭게 개화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맥더맛이 고스트 스크린으로 빠져나가며 매튜스를 함께 끌어냅니다. 오른쪽 45도가 순간적으로 텅 비게 되고, 힐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 바셀이 오른손잡이라는 점을 고려했는지 오른쪽을 중점적으로 수비합니다. 하지만 바셀은 순간적으로 스핀 무브를 활용, 힐의 균형을 완전히 빼았고 이바카를 상대로 역동적인 암 액션을 보여주며 득점에 성공합니다.제가 살면서 바셀이 저런 세팅을 받고, 또 그걸 성공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참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네요.
이번에도 맥더맛의 고스트 스크린으로 한쪽 사이드를 비워주며 시작합니다. 왼손 오프암으로 보챔프가 앞으로 오지 못하게 견제하고, 교묘한 펌프 페이크로 슛을 올라갈 공간을 확보한 후 보챔프의 드럽게 길쭉한 윙스팬을 피해 페이더웨이를 성공시킵니다.
슛 자신감이 확실히 크게 올라온 모습입니다. 미드레인지, 3점을 가리지 않고 과감한 셀렉션을 많이 보여주는 중이고, 다행스럽게도 그걸 많이 넣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아니, 저기서? -> 음 역시 우리 바셀 잘한다 잘해 or 그래.. 요즘 감 좋으니까. 이런 사고 회로가 돌아가는 중입니다.
배시의 견고한 스크린을 받고 진입, 매튜스를 등 뒤에 가둬놓은 후 순간적으로 스텝백 점퍼를 시도, 성공합니다.
배시의 스크린은 참 볼 때마다 진국입니다. 매튜스가 완전히 갇히는 바람에 아무 방해 없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엘보우에 진입, 점퍼를 넣는 바셀.
배시와의 DHO, 오픈은 여지없이 넣는 바셀.
어차피 투빅 쓰고 있고, 바셀의 미들 감이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바카가 조금 드랍을 올려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저렇게 뒤에 있어주면 그냥 넣어야죠.바셀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너무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저렇게 본인이 공을 들고 해결해야 하는 때가 오면 자기 스팟 찾아가서 슛을 던져주며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상관없이 오펜스의 흐름을 이어줍니다. 본인이 공을 들고 있지 않을 때는 계속해서 핸들러들이 편하게 본인을 찾을 수 있도록 리로케이션을 가져가고, 오프볼 액션에도 참여하죠. 태생이 롤 플레이어인 친구라 그런지 몇몇 슈퍼 루키들이 잘못 들어버리는 버릇이 하나도 없습니다. 수비도 열심히 잘 뛰어다녀요.체력이 부치고 잔부상이 하나 둘 늘어가며 밸런스가 틀어지기 시작한다면 야투율이 떨어지기야 하겠지만,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자기 스팟을 찾아가는 수준급 샷 메이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만으로도 이번 시즌은 성공이라 봅니다. 계속해서 지금의 볼륨과 효율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 MIP 레이스에도 진지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 배시...
보낸 선수에게 질척이는 스타일 아닌데 아쉽네요. 어차피 남아있었어도 안썼을 건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