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반야마 미리보기? 볼 볼의 대활약! 外
시즌이 개막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0승 5패로 시즌을 시작한 올랜도 매직은 어제 샬럿 호네츠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겨우 마수걸이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올랜도 매직은 개막과 함께 어김없이 부상병동이 되었고, 심지어 부상자들이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몰리면서 기형적인 선수 운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프런트코트 선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듯하여 걱정되지만, 부여받을 역할 이상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는 즐거움이 들기도 합니다.
프란츠 바그너는 학다리 점퍼라는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여 돌아왔고, 파올로 밴케로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닐 것 같았던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볼 볼은 '빅터 웬반야마가 리그에 온다면 이런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대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프란츠 바그너의 학다리 점퍼
루키 시즌을 치르면서 기량과 기술을 가파르게 발전시킨 바그너가 새로운 기술 또 추가하여 돌아왔습니다. 바로 덕 노비츠키의 학다리 점퍼입니다.
바그너는 골밑에서의 충돌 상황에서 마무리가 다소 아쉬운 편입니다. 이번 시즌도 아직 극복이 안된 듯합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 주로 플로터를 활용해온 바그너였는데, 여기에 학다리 점퍼까지 더했습니다. 빅맨과 일대일로 마주한 상황에서 꽤나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다리 점퍼만 주야장천 던진다면 수비자는 상대하기가 그다지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공격자가 이를 미끼로 피벗 플레이와 턴어라운드에 이은 플로터까지 가능하다면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드래프트 전에는 바그너가 스팟업 슈팅을 미끼로 하는 컷인이 주무기가 될 줄 알았는데, 기술 습득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웬반야마 미리보기? 볼 볼의 대활약!
프리시즌에 자말 모슬리 감독이 볼 볼이 중용할 때만 해도 여러가지로 실험해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덴버 너게츠의 마이클 말론 감독도 프리시즌에서만큼은 볼 볼을 파격적으로 기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정규 시즌에 들어왔음에도 오히려 역할이 늘고 있는 볼 볼입니다.
볼 볼은 정규 시즌 6경기에서 평균 10득점 6리바운드 2.3블락을 기록하며 야투율이 64.1%에 달하고 있습니다. 빅맨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윙맨으로 나오는 것도 아닌, 규정하기 어려운 프리롤을 맡으며 이 정도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7피트 2인치의 신장과 7피트 7인치의 윙스팬을 가진 선수가 기동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상식에서 벗어난 결과를 종종 만들어냅니다. 분명 코너에서 오픈이 나왔는데 그걸 블락해냅니다. 리커버리 들어가서 말도 안되는 높이로 3점을 블락해낸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상대팀들이 이를 인지하고 슛을 한 번 접으면서 볼 볼을 벗겨내고는 있으나, 그 자체로도 손해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볼 볼이 갖춘 조건을 잘 활용한다 정도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더 많은 것을 할 줄 아는 선수였습니다.
크로스오버에 턴을 섞더니 바로 유로스탭으로 전환하지를 않나, 클로즈아웃 오는 수비를 벗겨내며 페인트존으로 진입하여 코너로 공을 빼주는 판단력까지 선보이는 볼 볼입니다.
지난 3시즌 동안 53경기만 뛴 선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며 기술 또한 다양합니다. 빅맨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리고 프리롤을 제법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터 웬반야마가 리그에 왔을 때의 모습을 슬쩍 엿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모슬리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하고 싶은 거 다해!'라면서 밀어주고 있는데, 올랜도 매직이니까 가능한 지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볼 볼이 너게츠에서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어서 역할이 한정되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는 식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저 길고 얇은 몸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또 다른 관건이겠으나, 1-2년만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면 쏠쏠한 롤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형적인 선수단 구조와 성적에 부담이 없는 팀 상황이 결부되어 볼 볼을 밀어주는 기이한 환경이 마련된 것도 분명하지만, 어찌되었든 그 기회를 제대로 붙잡은 볼 볼입니다.
열정이 과해서 15분 이상 쓰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드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볼 볼의 속공 전개
리바운드를 한손으로 잡더니 그걸 그대로 악력으로 돌리며 직접 공격 코트로 넘어가는 볼 볼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금 신기한 예능인데... 놀랍게도 볼 볼은 꽤나 훌륭한 속공 전개 능력을 보고 있습니다. 기동력이 좋다거나 위치를 잘 찾아 들어간다거나 마무리를 잘한다거나 하는 영역이 아니라, 직접 템포를 끌어올리며 전개를 잘합니다.
공을 직접 몰고 넘어가서 골밑까지 들어간 다음에 컨택을 이겨내고 마무리까지도 능합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저 얇은 몸으로 골밑에서의 충돌을 전혀 겁내지 않고 오히려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밤바보다도 얇은 편임에도 대가 좀 서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에반 모블리를 상대로 두 차례의 크로스오버로 제껴내며 플로터까지도 성공하는 장면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케빈 러브의 도움 수비를 인지하고 먼저 슛을 올리는 판단도 좋았습니다.
단순히 골밑까지 파고드는 직선 플레이만 잘하는 것이 아니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플레이메이킹까지 해내는 볼 볼입니다. 아버지의 유전자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농구를 정말 영리하게 합니다. 신기하게도...
제일런 석스는 석스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선수에게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발목 부상을 보면서 제일런 석스는 부상으로 피지 못할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스의 아이러니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점입니다.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너무 아끼지 않습니다. 상대의 공을 뺏어올 수만 있다면 코트 바닥으로 몸을 날리고, 자기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공중으로 덤벼들며, 차징 파울을 얻어내기 위하여 거침없이 달려듭니다. 그런데 몸을 쓰는 습관이 좋지 않고, 이를 버틸 만큼 몸이 단단하지 못하니 잔부상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석스는 볼핸들링이 불안하고, 리듬감은 단조로우며, 무게중심 이동을 잘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시야와 다양한 패스 기술, 운동능력과 마무리 능력을 경기에 전혀 녹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석스에게는 실전경험이 누구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잔부상들로 경기를 나오지 못하는 일이 이번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부상 회복 문제로 서머리그를 결장했고, 상대 무릎에 무릎을 박으면서 프리시즌을 날렸으며, 개막하고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면서 한동안 더 결장할 겁니다. 프리시즌에 당한 부상은 스펜서 딘위디가 악의적으로 밀어버리면서 다친 불운한 사고였으나, 지난 시즌의 부상 경력까지 감안하면 석스는 부상이 너무 많습니다.
석스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 선수는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석스가 자주 다치는 이유는 무게중심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고, 이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드리블 돌파가 불안한 선수가 오프암을 많이 쓰듯이, 석스는 볼핸들링이 불안하여 운동능력에 의존하며 충돌을 유도하는 편입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진짜 문제는 무게중심이 높게 형성되어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를 급히 바로잡아야 하니 착지에 전혀 신경쓰지 못합니다.
이번 프리시즌에서 가장 궁금했고 제일 먼저 실망했던 것이 석스의 이런 습관이었습니다. 부상으로 오프시즌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기는 했겠으나 어느 정도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볼핸들링은 불안하고 리듬은 단조로우며 좌우/상하 움직임에서 무게중심이 이동이 잘 안됩니다. 그리고 부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회복하여 다시 돌아오더라도 석스가 몇 경기를 더 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시즌도 뛰다가 다치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성장은 정체될 겁니다. 석스를 코어 중 하나로 봐야할지 점점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파올로 밴케로의 헤지테이션 무브
밴케로 그렇게 쓰는 거 아니라며 당장은 메인 볼핸들러로 쓰면 안된다고 글 올린 것이 무색할 정도로 밴케로가 팀 오펜스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포인트가드가 전멸하면서 바그너만큼이나 밴케로도 볼핸들러 역할이 늘어났는데,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적응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헤지테이션 무브가 있습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스크린을 타기 직전과 페인트존 진입 직전에 잠깐 멈추면서 상황을 읽고 행동했던 밴케로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상대를 살짝 등지면서 페이크를 섞은 뒤에 페인트존에 진입하기 전에 잠깐 멈춰주면 상황을 읽고 행동했습니다. 프리시즌에서 스크린을 타고 나오며 공을 일찍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한껏 여유로워졌습니다.
헤지테이션 무브에는 가속과 감속이 중요한데, 밴케로는 이를 적절히 배합해가면서 미스매치를 공략하고 습니다. 가속과 감속의 타이밍, 상대와의 충돌을 이겨내고 슛을 올라가는 요령과 힘, 게다가 왼손 마무리까지 이제 6경기를 치른 루키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노련합니다.
또한 위의 두 장면은 돌파 방향이 다른 만큼 발 동작도 반대로 가져가면서 가속을 붙였습니다. 아주 빠르지도 않고 아주 높지도 않은데 득점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 종종 제임스 하든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든이 보인다고 언급한 이유는 자기만의 드리블 리듬을 활용할 줄 알고, 이를 돌파뿐만 아니라 스탭백 점퍼로도 곧잘 연결해내기 때문입니다. 하든의 드리블은 정박과 엇박의 조합이 너무 예술적이어서 비견하기는 어렵겠으나, 상대를 끌어당기면서 이를 이용하는 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닮았다고 봅니다.
파올로 밴케로의 플레이메이킹
밴케로가 본인 득점의 활로를 찾으니 동료들의 득점 또한 잘 챙기고 있습니다. 시야가 열려있다고는 생각했었었지만, 드리블 드라이브가 갖추어지니 그 위력이 생각 이상입니다. 패스의 방향이 골밑이든 외곽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스크린이 2개인 드래그 스크린과 더블 스크린 상황 또한 적절하게 활용하는 밴케로입니다. 패스 타이밍이 꽤나 중요한 장면들이었는데(특히나 아래 장면은) 훌륭하게 연결해냈습니다. 포인트가드가 전멸한 상황에서도 공격의 흐름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그너와 밴케로의 역할이 큽니다. 특히나 밴케로가 이 정도로 공격 전개를 잘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밴케로는 6경기에서 평균 23.5득점을 기록하면서 야투율은 46.5%입니다. 3점 성공률(32%)로 조금 아쉬우나 2점(51.3%)로 효율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유투를 경기당 8.7개나 얻어내고 있습니다. 돌파 득점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킹과 자유투 획득 능력이 받쳐준다는 것이 밴케로에게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겁니다. 현재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밴케로가 1옵션으로 자리잡아야 팀도 축이 잡힌다고 봤는데, 이렇게나 빠르게 1옵션을 차지할 줄은 몰랐습니다. 재능은 재능입니다.
좋은 글이네요 벤케로는 말씀하신대로 재능은 재능이더군요.. 무엇보다 코너 오픈을 블락하고 속공전개 하며 림어택을 하는
볼 볼은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올랜도 매력있는 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