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 그의 ‘BQ’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2020 버블 시즌 시작 전, 리그가 중단돼있을 때 Melissa Rohlin 기자가 SI에 기고한 아티클을 전체 번역해보았습니다.
워낙에 공부 목적으로 옮겨본 졸역임에다, 원활한 의미 전달을 위해 중간 중간 의역을 조금 섞었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입니다.
https://www.si.com/nba/2020/03/27/inside-the-mind-of-lebron-james-a-look-at-his-iq
르브론 제임스: 그의 농구 IQ를 자세히 들여다 보다.
LeBron James: An Exclusive Look At His Basketball IQ
- 제임스 눈에는 다른 사람들에겐 아직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미리 보인다. 그는 리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에 대한 정보와 성향을 마치 백과사전처럼 꿰고 있고,
팀메이트들이 어느 스팟에 있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디펜더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Mar 27, 2020
Melissa Rohlin for Sports Illustrated
LeBron James는 드문 재능을 하나 갖고 태어났다.
그는 48분의 경기 동안 코트 위 열 명의 선수들이 어느 스팟에 위치했는지를 전부 기억할 수 있다. 그가 가진 '포토그래픽 메모리'라는 능력 덕이다.
"그건 항상 갖고 있었어요." James가 Sports Illustrated의 취재에 응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쭉 그랬거든요. 그때 같이 농구하던 친구들이 늘 '야, 그 플레이를 어떻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라거나 '그걸 어떻게 기억해? 그거 진짜 오래된 거잖아'라고 했었습니다. "
"그때는 '포토그래픽 메모리'가 뭔지도 몰랐어요. 나이들고 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거나 신경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갖고 태어난 능력, 혹은 제가 받은 축복이죠."
바로 이 능력이 James를 코트 위에서 거의 '천하무적'의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6풋 9인치의 키, 250파운드의 체중으로 무장한 James는 무시무시한 힘과 믿기지 않는 기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는 이 둘의 콤비네이션을 이용해 자기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들을 전부 날려버린다.
하지만 제임스를 다른 선수들과 구분시켜주는 진정으로 특별한 능력은 '피지컬'에 있지 않다. 그것은 그가 '농구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LeBron 같은 몸을 가진 선수들은 지금도 리그에 많이 있습니다." 클리퍼스의 Doc Rivers 감독이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LeBron의 두뇌를 가진 선수는 리그에 한 명도 없죠."
James는 코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미리 본다. 리그 내 모든 선수들에 대한 정보와 성향을 백과사전 수준으로 다 기억하고 있고, 팀메이트들이 어느 스팟에 있어야 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면 디펜더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두 알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는 James의 팀메이트 다섯 명이 동석했다. 그들은 James가 '천상계 선수'가 되는 데에 그의 멘탈 게임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열렬히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친구는 모든 선수를 다 알고 있죠." Quinn Cook이 운을 뗐다.
" '쟤는 왼손잡이야', '쟤는 슛 쏘는 걸 더 좋아해', '쟤한텐 언더 걸면 안 돼.', '쟤는 드라이브 할 거야'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시합을 굉장히 집중해서 지켜봐요. 항상 경기에서 눈을 떼지 않죠. 늘 분석하고 있고요. 아시다시피 LeBron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기회가 가장 적은 선수'잖아요? 그런데도 오히려 이 친구가 저희 플레이를 준비시켜준다니까요. 다른 도구는 필요없어요. 자기 목소리 하나면 충분하죠."
ⓒ Katharine Lotze via Getty Images
James는 종종 필름 세션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보태곤 했다. 팀원들에게 그날의 수비 스키마를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하고, 상대팀 선수가 어떤 무브를 가져가는지 알려주거나 상대 팀의 세팅을 분석해서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는 굉장히 보기 드문 능력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겐 자기 팀 전술을 외우거나 자기 플레이를 외우는 것도 충분히 벅차기 때문이다.
"제가 아직 못외운 패턴play calls들이 되게 많거든요." Avery Bradley가 말한다.
"모르는 패턴이 나오면 저랑 Danny가 서로를 빤히 쳐다봐요. (웃음) '야, 저 패턴 뭐였지?'하면서요. 그런데 LeBron은 누가 어느 스팟에 서야 되고, 그 스팟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 알고 있죠. 세세한 타이밍까지 전부 다요. 그 친구 IQ는 진짜 미쳤어요."
그렇다면 과연 'Basketball IQ'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19 시즌을 뛰며 올 스타에 10번이나 선정됐던 Jason Kidd (현 레이커스 코치)는 "BQ란, 경기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부 다 다룰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경기) 시간과 점수에 대한 높은 이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력, 그리고 자기 팀메이트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Kidd 코치가 말한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영화를 빨리감기로 본다고 생각해보시면 쉽습니다. LeBron은 그런 방식으로 농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예측하면서 플레이하는 거죠. 한 마디로, 'Basketball IQ'가 높은 선수들은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미리 알고 있다는 얘깁니다."
ⓒ Ron Chenoy for USA Today
Kidd 코치 역시 Basketball IQ가 높은 선수로 유명했다. 하지만 James처럼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갖고 있진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남들과는 다른 기억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이 능력을 '색깔 연상법'이라 칭했다.
한 예로, 얼마 전에 레이커스 라커 룸 앞 복도에 한 기자가 서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는 그 기자 주변에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가 두 명 있었다'는 단서를 이용해 해당 기자의 신원에 대한 기억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그 대상 주변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떠올리면 기억과 기억 사이에 생긴 구멍을 메꿀 수 있습니다." Kidd 코치가 말한다.
James의 기억은 그와는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애초에 메꿔야 할 구멍이나 공백이 없다. 그는 모든 걸 통채로 외워버린다.
지난 달에 가진 한 인터뷰를 통해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는 올 스타전이 끝난 지 5일째 되는 날에 진행됐는데, 기자들은 올 스타전 마지막 포제션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해당 포제션에서 일어난 일을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들어가며 설명해주었다.
"저 쪽이 AD 수비를 스위칭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AD한테 두 명이 몰렸어요, 그래서 Kawhi가 비어있는 James(하든)한테 바로 볼을 투입했죠." James가 말했다.
"(하든이) 베이스라인으로 드라이브하다가 코너에 있는 CP에게 빼줬고, CP는 미들 섹션까지만 들어왔다가 저한테 다시 빼줬죠. 그 과정에서 저 쪽 매치업들이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다음 몇 초 동안 제 1 on 1 옵션도 고려했습니다. 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보셨지요? 저랑 Giannis가 매치업된 사진인데, 그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Anthony한테 Kyle Lowry가 매치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Kyle이 AD를 막고 있는 걸 본 순간, 서로 눈빛을 교환했죠. 그렇게 그 친구가 골밑으로 파고들었고, 그 다음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지막 장면이 나온 겁니다."
정작 James 본인은 이 능력이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라고 말한다.
그에게도 간절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과 순간들이 있다. Akron에서 자라던 시절에 온 가족이 푸드 스탬프(무료 식권)로 연명해야 했던 기억, 혹은 다섯 살에서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무려 12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던 시절의 기억들이 바로 그 예다.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것들이 있죠. 제 머리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그 부분들을 지워내려고 노력했었어요." James가 말한다.
"반면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 중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어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기억들이고, 저는 많은 걸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포토그래픽 메모리'는 비단 농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나 TV 쇼, 음악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누가 어떤 배우의 이름을 갖다 대면, James는 그 배우가 나왔던 모든 작품의 목록을 술술 읊는다. 이번 인터뷰에 동석해 준 레이커스 선수들은 "얘는 모르는 노래가 없다"고 말했는데, 어떻게든 모르는 노래를찾아서 들려줘봤지만 헛수고였다며, James가 모르는 곡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진짜로 모든 노래를 다 알아요, 가사까지 전부 다요." Bradley가 말한다.
"예, 말그대로예요. 어디서 어떤 노래가 나와도 전부 다 알고 있죠. 아무리 오래된 옛날 노래라도 상관없어요. 100%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James는 카드 게임에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같이 카드 칠 일이 생기시면 절대 속임수 쓸 생각하지 마세요." Kidd 코치가 말한다.
"그 친구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고요."
ⓒ Kim Klement for USA Today Sports
지난 3월 11일에 리그가 중단되었다. James는 올해로 35세가 되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시점이 되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그의 시즌은 커리어에서 가장 훌륭한 시즌 중 하나였다. 10.6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며 리그 어시스트 리더가 되었고, 거기에 25.7 득점, 7.8 리바운드를 보탰다.
"그 능력은 그 친구가 마흔 살이 넘어서까지 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Kidd 코치가 말한다.
"그 친구가 가진 IQ는 앞으로도 늘 도움을 줄 거예요. 왜냐하면 그런 IQ가 있으면 남들보다 덜 뛰어도 되지 않습니까? 남들은 6 마일을 뛰어야 할 수 있는 일을 걔는 5 마일만 뛰고도 할 수 있어요. 자기가 가진 IQ 덕분이죠."
Kidd 코치는 단적인 예를 한 가지 들려주었다. 그는 최근에 James가 자유투 폼을 살짝 조정했다며, 그 아이디어는 고등학교 시절에 쏘던 자유투 폼을 흉내낸 거라고 말해주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등학교 때 쏘던 폼으로 되게 많이 돌아갔습니다. 그 뒤로 성공률 80 퍼센트를 넘기고 있죠." Kidd 코치가 말한다.
"더 나아질 구석이 있는지, 혹은 어딘가 고칠 구석이 있는지를 항상 찾고 있는 친굽니다. 자유투를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꼈던 거고요."
올 스타 16회, MVP 4회, NBA 챔피언 3회*에 빛나는 James는 "열 일곱 번째 시즌에서도 잘 하기 위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역주: 4번째 우승 전의 기사입니다.
ⓒ David E. Klutho for Sports Illustrated
그는 이번 여름 내내 <Space Jam 2>를 촬영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웨이트로 훈련을 시작했고, 지난 시즌에 그에게 17 경기 연속 결장을 선사한 사타구니 부위의 재활도 병행했다.
더불어, 또 한 번의 시즌을 맞기 위한 강인한 정신력을 준비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연구했다.
"제 실력이나 스킬이 지금부터 줄어들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멘탈이 여전히 날렵하다면, 그리고 높은 Basketball IQ를 갖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메꿀 수가 있거든요." James가 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제 그는 자기보다 15년 이상 어린 선수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James가 여전히 빛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IQ 덕분이다.
그는 앞으로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예측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속공 찬스가 생길 때 그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다.
"수비가 한 쪽으로 몰린 게 보이거나, 핸들러한테 수비가 두 명이 붙은 게 보였다고 치죠. 그럼 그 반대쪽 사이드에선 4:3 농구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잖습니까." James가 한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선수 생활하면서 그런 포지션을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팀원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눈 감고도 알 수 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글자 그대로예요. 눈을 감고도 플레이를 읽을 수 있고, 반응할 수 있을 정돕니다."
ⓒ Steve Mitchell for USA Today Sports
이 놀라운 능력을 그저 손에 쥔 채 태어났다는 걸 James 본인 역시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재능을 갈고 닦는 것은 받은 이의 몫이었다. 그는 '경기를 연구하는 학생의 자세'로 살았고, 그 덕에 이 재능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농구와 관련된 거라면 모조리 읽어치웠고, 위대한 선수들의 필름을 보고, 또 보고, 또다시 돌려봤다.
그는 지금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에게 "Basketball IQ는 타고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학습할 수도 있는 것인가"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신에겐 그 모든 게 너무나 쉽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Basketball IQ'야 말로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재능이다.
"경기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느는 것 같긴 합니다." James가 말한다.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IQ'도 학습이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확실하게 대답을 못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그걸 늘 갖고 살았으니까요."
ⓒ David Richard for USA Today Sports
-끝-
사족없이 그냥 역대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