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는 앤드류 위긴스를 잘 몰랐다.’
워리어스와 맵스의 서부 컨파가 한창이던 지난 5월 19일, 뉴욕 타임즈의 Tani Gangli 기자가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지나며 매니아에서만 해도 "위긴스가 제 롤을 드디어 찾았다", "맞는 팀을 찾았다.", "이제야 자기 몸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같이 '위긴스가 드디어 포텐을 터뜨렸다'는 의견들을 많이 볼 수 있었죠. 이 기사도 거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기사입니다. 'Bust Wiggins'가 'Winner Wiggins'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문에 충실한 1:1 대역을 하려 최선을 다합니다만, 워낙 졸역임에다 원문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역을 가미했습니다. 하여, 원문 그대로의 감상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제 번역은 스킵하시고 원문을 바로 읽으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원문이 워낙 훌륭해서요.
원문입니다.
골든 스테이트의 앤드류 위긴스는 당신이 생각했던 그런 선수가 아니다.
Golden State's Andrew Wiggins Isn't Who You Thought
He Was
May 19, 2022
By Tania Ganguli
종종 사람들이 붙여놓은 꼬리표를 좀처럼 떨쳐버리기 어려워 하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그 평판이 그 누가 보아도 사실일 경우에는 그 당사자를 지독하게 쫓아다닌다. 그간 Andrew Wiggins를 따라다닌 평판은 이것이었다.
'거품 (bust)'.
그는 No. 1 픽으로 리그에 입성했지만, 사람들이 붙인 여러가지 꼬리표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기복이 심하다', '수비가 너무 안 좋다', '아니, 수비에 아예 관심이 없다.' 등등.
지난 2014년, Cleveland Cavaliers는 그를 1픽으로 지명했지만, 지명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를 Minnesota Timberwolves로 보냈다. 위긴스를 받아온 미네소타는 다섯 시즌 동안 단 한 번 밖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니 그의 영입으로 '약간의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결국 위긴스를 Golden State로 보냈다.
1번 픽으로 리그에 입성한 위긴스.
하지만, 골든 스테이트에서의 모습이 위긴스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지난 수요일 밤(서부 컨파 1차전)의 성과 역시 그가 달성한 변화를 방증해주는 사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골든 스테이트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개막전이 열린 이 날, Dallas Mavericks를 만나 30점차의 승리를 거뒀다. 최종 스코어는 112-87, 골든 스테이트의 평소 페이스를 고려하면 그리 놀랄만한 고득점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날 진정으로 빛난 것은 그들이 보여준 수비 퍼포먼스였다. 수비야말로 1차전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위긴스는 팀의 이 놀라운 수비 퍼포먼스에서 아주 큰 역할을 수행했다.
워리어스는 상대방의 All-Star 가드 Luka Doncic의 제 1 디펜더로 위긴스를 붙였다. 예상 외의 롤을 부여받은 위긴스는 골든 스테이트 이전의 플레이오프 상대들이 Doncic에게 당한 수모를 똑같이 당하지 않도록 그를 막아섰다.
"그 친구가 왜 No. 1 Pick으로 뽑혔는지, 이젠 아실 거예요." 팀 동료 Klay Thopmson의 평가다.
"그런 운동능력(athleticism)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이즈도 마찬가지예요. 사이즈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친구가 가진 '본능적인 감각'이라는 것도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온 세상이 이제서야 그 친구의 진가를 알아가고 있네요. 저도 정말 기쁩니다."
위긴스는 이날 19 득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돈치치를 최대한 제어해내며 1차전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 Jed Jacobsohn for Associated Press
Doncic는 이날 단 20 득점에 그쳤다. 위긴스보다 단 1점 밖에 더 넣지 못한 것이고, 그마저도 후반에는 2득점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더불어 그는 7개의 턴오버를 기록했으며, 어시스트는 4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 후에 돈치치는 "어깨에 통증이 있는 상태이며, 이 점이 퍼포먼스에, 특히 슈팅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기 후에 치료를 좀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부분도 골든 스테이트의 노림수였다. 그의 약점을 파고들어 결국 나가떨어지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임무는 위긴스가 맡았다.
"Luka는 터프한 친구예요.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친구죠." 워리어스 가드, Steph Curry가 말한다.
"포제션을 자기 입맛대로 컨트롤할 방법을 찾아내는 친구예요. 아마 오늘보단 슛감도 더 좋아질 거예요. 근데, Wiggs도 오늘 경기 내내 포기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죠. 모든 포제션에서 루카한테 달라붙었어요. 그게 바로 저희 팀이 바랐던 모습이고, 주문했던 모습이죠. 루카가 결국엔 '루카스러운' 박스 스코어로 경기를 마치게 되더라도, '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고 느끼게 만드는 게 저희 전략이거든요."
오늘 경기 대부분 포제션에서 위긴스는 백코트까지 나와서 돈치치에게 붙었다. 그가 절대 편하게 코트를 넘어오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런 역할을 맡은 소감을 물으며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경기 후 인터뷰였음에도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반쯤 미소 띈 얼굴로 대답했다.
"전 제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데요.(웃음)" 올해로 27세가 된 위긴스가 답했다.
"저는 웬만해선 퍼지는(too tired) 법이 잘 없거든요. 전 지금 완전히 집중한 상태예요. 동기부여도 충만한 상태고요. 여러분들 눈에도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그런 정신상태가 되면 플레이도 더 좋아지고, (몸 상태완 상관없이) 조금 더, 조금 더 할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죠."
Thearon W. Henderson via Getty Images
Thompson이 거들었다. "얘한텐 '피곤해지는 기능'이 없는 것 같아요"
탐슨은 뒤이어 위긴스의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매 경기마다 제가 맡을 필요가 없게 됐어요. 특히 지난 몇 시즌동안 제가 겪은 일들을 고려하면 이 친구 덕에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게 참 다행이예요." 두 시즌을 통째로 앗아간 다리 부상 전까지 훌륭한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탐슨의 설명이었다.
이날 매버릭스가 기록한 '87점'은 골든 스테이트의 올 포스트시즌 최소 실점에 해당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워리어스가 상대방을 100점 이하로 묶은 것은 총 세 번이었는데, 그 세 경기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매버릭스는 특히 3점 슛 성공률이 훌륭했다. 하지만 수요일 경기에선 1쿼터부터 3/19의 성공률을 기록했고, 경기 종료 후엔 11/48이라는 수치가 기록되어있었다. 돈치치 뿐만 아니라 로스터 전체가 외곽슛 난조에 시달렸다. 이날 경기에서 공격에 어려움을 겪은 선수는 돈치치 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돈치치는 매버릭스라는 팀 전체를 끌고가는 선수인지라, 그의 난조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돈치치를 수비하고 있는 위긴스.
경기가 끝난 후, 긴 터널을 지나 Chase Center의 원정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돈치치가 크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잡혔다.
터널을 통과하는 그는 유니폼이 아닌 티셔츠를 겹쳐입고 있었다. 경기 마지막 5분을 통째로 쉰 탓이었다.
게임이 워낙 크게 벌어진 탓에, 그를 투입할 명분이 일찌감치 사라졌다. 그의 얼굴엔 위긴스가 무심코 새긴 빨간 흉터가 보였다. 몇 인치 되어 보였는데, 그의 코 오른쪽에서부터 턱 밑까지 이어져 있었다.
한 경기를 큰 점수차로 진 다음 곧바로 반등하는 것은 매버릭스의 고질적인 버릇이다. 그들은 Phoenix Suns와의 5처전 경기에서 똑같이 30점차로 패한 뒤 다음 경기를 27점 차이로 가져왔으며, 7차전은 무려 33점차로 시리즈를 마무리지었다. 이 날 역시 다른 매버릭스 선수들은 다가올 금요일의 2차전에선 돈치치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이제 저희 팀에 불확실한 요소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워리어스의 감독 Steve Kerr가 말했다.
그들이 제거한 불확실한 부분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위긴스가 마침내 자신의 포텐셜을 제대로 꽃피우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그간의 정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마 커 감독의 인터뷰도 그런 의미였을 테다. 팀원들과 감독에게 위긴스의 부활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위긴스의 반등이 어디서 온 것인지 묻자, 탐슨은 "골든 스테이트가 위긴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발현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고, 커리는 "이 곳에 와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아마도 커리어 베스트 덩크가 될 장면을 돈치치 상대로 만들어낸 위긴스.
"Wiggs는 지금 '이기는 농구'가 뭔지를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수비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도 배워가고 있고, 1 on 1 매치업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있죠. 공격에서는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임하는 법, 그리고 림 어택이 필요할 땐 자기가 가진 운동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해가고 있죠. 3점슛에도 자신감이 붙었고요. 우리 팀 공격 시스템에 점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커리가 말한다.
"지금처럼 승리가 필요한 플레이오프 시기에 그런 여러가지 측면들을 흡수해가고 있다는 건 팀에겐 참 기쁜 일이죠."
정작 위긴스는 커리, 탐슨, 그리고 Draymond Green에게 공을 돌렸다. 5연속 파이널 진출과 세 번의 우승을 합작한 셋이다.
"이 팀에 오니 농구의 또다른 측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이 팀의 문화, 여기 사람들, 이 조직 속에 있다는 것만드로도 그렇게 되죠. 가장 중요한 건, '이길 줄 아는 사람들'에 둘려싸여 있다는 거예요."
커리어 내내, "Winner"라는 꼬리표는 위긴스가 달고 있는 여러 꼬리표 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그는 "Winner"라는 라벨이 얼마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증명해가고 있다.
멋진 플레이를 한 위긴스를 맞이하는 팀원들. 위긴스는 스테픈 커리를 비롯한 선수들이 만들어 놓은
'위닝 컬쳐'가 자신의 눈을 열어주었다고 말한다. “농구가 가진 다른 면을 보기 시작했어요.” / Harry How via Getty Images
끝
파인 땡큐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