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가 트레이드 블록에 오른 이유
모 밤바가 이번 시즌에 평균 10.4득점, 8.3리바운드, 2.1블락, 야투율 46%, 3점 성공률 35.5%를 기록 중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1차 스탯은 나쁘지 않습니다. 주전급으로는 부족하지만 벤치급 이상은 되는 준주전급의 스탯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력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밤바는 전형적으로 스탯만 뽑혀 나오는 유형입니다.
밤바의 블락은 언제 보아도 웅장합니다. 리얼 7풋의 신장과 7피트 10인치에 달하는 윙스팬으로 상대의 공격을 찍어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평균 수치도 적지 않아서 리그 4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밤바가 수비가 좋은 센터일까요?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10번의 수비 기회에서 2번을 블락하고 2번을 방해하는 선수가 있고, 블락은 1번에 그치지만 야투를 4번 방해하는 선수가 있다면, 저는 후자가 수비를 더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2번의 블락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수비를 10번 중 4번만 성공하는 선수보다는, 블락은 적어도 5번을 막아내는 선수가 수비를 잘한다고 봅니다. 블락으로 이어지지 않은 수비 장면에서 밤바는 절망적입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추마 오키키의 수비를 멋지게 이겨내면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드와이트 하워드와 골밑에서 자리싸움하고 있는 밤바를 보겠습니다. 밤바는 수비자임에도 골밑에서 전혀 하워드를 견제하지 못해 자리를 내주었고, 완벽하게 박스아웃을 허용했습니다. 만약에 르브론이 야투를 놓쳤다면 공은 당연히 하워드에게 떨어지면서 풋백 득점까지 연결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백코트가 조금 늦은 밤바가 골밑으로 서둘러 들어가지만, 말릭 몽크가 그보다 먼저 레이업을 올려놓으면서 블락의 기회가 사라졌고, 그새 집중력을 잃어버린 밤바입니다. 센터로서 박스아웃을 등한시하면서 옆에서 들어오는 르브론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공을 따낸 르브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엄하게 파울까지 내줬습니다. 블락 시도 과정 중에 나온 파울도 아니고 허겁지겁 상체부터 붙으려다가 얼척없는 파울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밤바는 높지만 힘은 부족하고 수비 범위 또한 좁은 빅맨입니다. 이를 나름대로 극복하겠다고 팔부터 뻗는 것이 습관인데, 그냥 게으른 수비입니다.
언제든 발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엉덩이는 뒤로 빠져있는채 팔만 내미려다가 발이 고정되는 밤바입니다. 그러니 골밑을 그대로 열어주고 맙니다. 힙턴이 느리기도 느리지만 그 전에 자세는 높고 팔을 뻗는 타이밍이 좋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2대2 숙련도가, 특히 볼핸들러와 마주하거나 퍼리미터 디펜스를 해야하는 경우에 밤바의 수비는 절망에 가깝습니다.
방법이 잘못되어도 열심히라도 수비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집중력마저 떨어집니다. 상대는 르브론을 센터로 둔 스몰라인업이고, 트랜지션 과정에서 카멜로 앤서니를 막게 된 밤바였지만, 블락할 생각에 르브론만 보다가 앤서니에게 와이드 오픈 찬스를 허용했습니다. 공이 앤서니의 손에 당도할 때가 되어서야 앤서니를 인지했을 정도로 시야가 좁고 집중력도 좋지 않습니다.
르브론을 막기 위해 콜 앤서니가 도움 수비 자리로 이동한 상황이라서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앤서니가 러셀 웨스트브룩을 너무 못 본 것도 잘못이지만, 애초에 골밑 수비를 맡은 선수는 밤바였습니다. 위크사이드에서 있는 선수들을 신경쓰면서 르브론을 막았어야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르브론이 제자리에 서있는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을 완벽하게 등지며 백도어 컷을 허용했습니다.
이 장면은 비단 밤바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게리 해리스도 밤바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에게 붙었습니다. 밤바가 트레버 아리자에게 조금 늦게 클로즈아웃을 갔더라도 양자에게 책임이 있는 수비 장면입니다. 그런데 패스가 떠날 때가 되어서야 3점 라인에 있는 아리자를 인지하는 것은 좁은 시야와 판단력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공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밤바는 가드 선수와 로우 포스트에서 미스매치로 붙어도 상대를 밀어내지 못해서 턴어라운드 점프슛만 시도합니다. 스크린과 핸드오프 숙련도는 10일 계약 선수들보다도 못한 수준입니다. 스크린은 슬립이 너무 잦고, 슬립이 아니더라도 수비자의 움직임을 전혀 방해하지 못하며, 아니면 픽앱팝으로 빠져서 상대를 달고 던지는 3점만이 공격 옵션입니다. 핸드오프에서 나오는 패스는 연결만 되면 다행인 수준입니다. 롤맨으로 기회가 있어도 볼 캐치가 매우 미숙하여 공을 놓치는 경우가 굉장히 잦습니다. 개인 공격과 팀 공격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밤바입니다.
밤바가 유일하게 활약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웬델 카터 주니어와 함께 나올 때입니다. 웬카주가 밤바의 좁은 수비 범위를 커버해주고 스크린과 핸드오프까지 맡아주니, 밤바는 골밑에 머물며 블락만 노릴 수 있고 스크린의 부담을 덜고 3점 기회만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장점만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럴 바에는 차라리 웬카주의 원빅 라인업이 효율적입니다.
당장 4번이 부실하고 리빌딩 중인 상황이니 밤바를 경기에 내보내고 투빅을 구성할 뿐입니다. 플레이오프를 위한 경쟁 체제였다면 밤바는 진작에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을 겁니다. 여전히 잠재력을 기대하며 루키 스케일의 마지막 시즌에도 밤바를 밀어주고 있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밤바가 스탯을 잘 뽑아내기는 합니다. 밤바가 스탯만을 위해서 뛰는 선수는 아니지만, 플레이스타일이 스탯에 친화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박스아웃을 하지 않아서 공격 리바운드를 쉬이 허용하거나 픽앤롤 수비에서 팔만 내밀다가 돌파를 허무하게 내주어도 박스스코어에는 표기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경기 중에 한두번 상황이 맞아 떨어져서 블락을 한다면 그건 기록됩니다.
물론 이것도 능력입니다. 그런데 밤바가 스탯이나마 풍성하게 찍어내서 부실한 효율이나 내실을 감안할 수준으로 잘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웬카주의 존재와 상관없이 밤바는 여전히 어떠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랜도 매직의 프런트가 밤바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린 선택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조련을 좀 받으면 기량이 확 살아날것도 같은데..어디로 갈런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