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를 잊어버린 웨스트브룩
특유의 정신없는 강공 일변도 플레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전성기를 온전히 함께한 팬으로써 지금의 웨스트브룩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말년이 힘들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이정도 경착륙은 당황스럽구요.
오래 봐온 과거의 웨스트브룩에 비춰서 몇자 써보려고 합니다.
1. 전성기의 슈팅 메커니즘
개인적으로 팔꿈치로 밑에서 미는 폼/손목으로 위에서 터는 폼으로 릴리즈 형태를 구분합니다.
대체로 원모션과 전자가 합치하고 (밀면서 멀리 나가는 딥3, 스텝백 등) 투모션과 후자가 합치하는데 (페이더웨이, 턴어라운드, 풀업) 저는 리듬이나 컨테스트시의 장단점을 보다보니 이렇게 구분하는게 편하더군요.
다만 이런 구분에서 에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투모션 리듬으로 점프해서 원모션에서처럼 밀어쏘는 선수가 있을때입니다. 자세히 보면 투모션 리듬에서 더블클러치를 하듯이 밀어쏘는 선수가 아주 간혹 있습니다.
(조던 크로포드)
지금은 리그에서 사라진 조던 크로포드라는 선수인데 통산 31%의 3점 슈터이면서 미들은 괜찮게 쏘던 시즌도 있던 선수입니다. 투모션 리듬에서 엄청나게 위로 밀어 쏘는데 내려오면서 밀어쏘니까 거의 더블클러치죠.
이 선수보다는 동작이 작지만 웨스트브룩도 비슷한 타입입니다.
정점에서 약간 내려오면서 팔꿈치로 쭉 밀죠.
(풀업)
(트랜지션 풀업)
(공 떠난 직후)
위는 감속이 다 된 상황이고 아래는 트랜지션인데 아래가 사실 중요한 짤입니다.
팔을 다 뻗는 위와 달리 아래에서는 팔을 반만 뻗으면서 튕겨내는데 중요한건 영점을 팔꿈치로만 조정하고 있다는 거죠. 일반적인 히치샷 풀업이나 결대로 미는 플로터에 비해 싱크 맞추기가 어려울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결함이 분명했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서 쏴도 꾸준한 느낌은 별로 없었던 건데요. 다만 전성기 시절에는 공간창출이 좋은 데다 저 폼이 수비의 영향을 덜 받다보니 수비를 달고 힘으로 만드는 뱅크샷, 갑자기 라인드라이브로 꽂는 3점, 트랜지션에서 하이아크를 만들어 쏘는 풀업점퍼 등이 위기시에 임팩트가 있었죠.
꾸준하진 않았어도 저 폼 덕에 어려운 샷도 많이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2. 현재의 난점
지금이나 그때나 성공률은 비슷해 보여도 질적으로 다른 것이 과거에 쏘던 것들은 드리블 전진 중간에 수비를 떨궈놓고 쏘는 점퍼였고 지금은 대부분이 새깅을 받은 상태에서 숨을 다 고르고 쏘는 샷들입니다. 썸타임 슈터 정도로는 인식이 되서 일단 붙고 뚫리던 수비들이 지금은 쏘기만 기다리면서 트랜지션을 준비하죠.
지금의 운동능력으로 위에서 본 트랜지션 점퍼를 몰아서 쏘면 5분안에 게시판 3페이지 넘어갈거라고 보구요.
새깅에서 숨을 다 고르고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고 쏘는 샷들이 그렇게 빗나가는건 싱크가 안맞는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데 같은 자리에서 에어볼이 짧게 나오기도 하고 길게 나오기도 하죠. 점프력이 내려가면서 원래도 상황별로 다 달랐던 싱크들을 하나하나조정해야되는데 본인도 지금 타이밍을 모르는것처럼 보입니다.
더불어 슛이 좋지는 않았어도 유일하게 메커니즘으로 득을 보던 뱅크슛 하나만큼은 훌륭했는데 (높은 곳에서 앞으로 쭉 미니까 유리하죠) 이제는 뱅크슛마저 망가졌습니다. 다른건 원래 들쭉날쭉했다고 쳐도 이건 큽니다.
(연도별 뱅크샷 성공률)
16-17 49.3%
17-18 57.5%
18-19 36.5%
19-20 50%
20-21 62.8%
21-22 36.4%
점프가 짧아져서 급하게 포물선만 최대치로 올리다보니 백보드 위를 맞추는데 무관심 하다가도 이런 장면을 몇개 보면 마음이 안좋습니다. 어쩔수 없는건가 싶을때가 바로 포스트에서 이런 포물선을 볼때네요.
문제점 자체를 아예 모르지는 않는것이 비시즌 연습장면을 보면 발 붙이고 원모션으로 쏩니다.
슛터치 자체만 보면 리듬 또한 이런 형태가 적합해 보이나 역시 이런건 바꿀수 있는게 아니더군요.
지금와서 슛폼을 바꾸는건 솔까 불가능한 일이고...플로터라도 달려있다면 여지가 있을텐데 원래 없었고....급발진 없이 공간을 만들자니 힘으로 팡팡 내려치던 드리블이 수비 손에 걸리고......정말 어찌해야 할까요.
덩크는 22개 시도에 성공률이 56.4%던데 이거 역대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3. 결국 볼을 뺏은 레이커스
제가 볼때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 파트는 드리블 푸쉬와 왼쪽사이드 픽앤롤에서의 빠른 패스 정도인데 AD가 빠지자 3점라인 밖에서의 안전한 횡패스나 퍼스트 브레이크 정도만 놔두고 계속 롤을 줄이고 있는게 보입니다. 픽앤롤 횟수만 봐도 최근 경기들을 보면 르브론, 몽크, THT와 웨스트브룩의 핸들러 횟수가 거의 비슷하죠.
시즌 픽앤롤 핸들러 점유율: 웨스트브룩 (38%)르브론 (23.7%) THT (9.4%)
최근 5경기 점유율: 르브론 (34%)웨스트브룩 (24%) THT (22%) 몽크 (21%)
그렇게 롤을 줄이고 힘을 아낀 결과가 확 줄어든 턴오버인데 보시다시피 나아진게 없습니다.
롤을 줄이기로 한 것이 갈매기 부재 상황에서만 유효한건지 웨스트브룩에 대한 팀내 평가가 끝난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후자라면 굳이 지금같이 빠른 템포를 유지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에 (레이커스는 개막부터 꾸준히 페이스 1~2위권을 지키고 있죠) 체력저하-템포 다운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길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매년 후반기에 부활하던 환경과 또 달라집니다.
4. 활로는 있는가
사실 슛폼이든 드리블이든 지금 뜬금없이 보이는 급발진이든 전성기에는 모두 무기가 되던 것들입니다. 이레귤러한 슛폼마저 특유의 급브레이크 능력과 어우러지는 풀업점퍼로 시너지를 냈다는걸 부인할 수 없죠.
모든 것들이 전성기에는 강점으로 작용하던 것들이기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컨버전은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뱅크샷까지 무너지면서 포스트업도 여의치 않아져서 다운템포에서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더군다나 느린 템포에서 드리블이나 패스 자체를 수비가 쳐내는 장면이 계속 보이는데 약간의 차이로 절묘하게 꽂히던 불렛패스들이 걸리는건 순간스피드의 저하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자신감이 크게 내려온 것 같네요.
솔직히 답이 안보이는데 저는 롤은 차치하고 그냥 원래 슛이 아예 없었던 선수처럼 뛰었으면 합니다.
허용되는 기회에서는 무조건 범핑에 림 근처에서 점프까지 가고 스팟업에서는 패스받기 전부터 대쉬하면서 무조건 레이업만 노린다는 각오로 리브스처럼 막 뛰고 구르고.....볼을 세우고 생각할수록 악순환 같습니다.
클래스는 다시 못보여줘도 대학팀 3옵션에서 MVP까지 성취할 정도의 투지는 다시 보고 싶습니다.
점프가 낮아진다는건 상당히 슬픈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