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개막전 및 프리시즌 보고 떠오른 개인적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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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1픽 케이드 커닝햄이 결장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상대로 개막전에서 진땀승을 거둔 시카고입니다. 라빈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경기를 내줬을거라 생각하고, 어쨌든 1승은 1승이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은 개막전 장면들 프리시즌부터 이어진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크게 2가지 주제면에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1. 빠른 농구를 하겠다 천명한 불스, 얼마나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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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님이 좋은 글들을 올려주신 것처럼 올해 시카고는 공격에서 달릴 것을 천명했고, 실제로 프리시즌 때 상당히 빠른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공홈 기준 PACE가 106으로8번째로 높았는데,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빠르고 특히 페이스가 느려진 후반기(느린 쪽에서 5-6번째)랑 비교해보면 확연히 올랐습니다. 왜 올 시즌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처음 떠오르는 요인은 FA 영입한 론조의 극대화를 위해서겠고요. 또 드로잔도 같이 영입하면서 공 잡고 공격 전개할 자원이 많기 때문에 페이스를 끌어올려서 야투 시도 자체를 늘린다는 생각도 가능할 겁니다.
▼ 프리시즌 때 공격은 좀 부족해도 수비 에너지를 보였던 벤치 선수들에다가 론조가 예측 스틸 및 디플렉션에서 미친 수비를 보여주면서 많은 속공 기회를 창출했고, 그로인해 결과도 좋았는데요.
▼ 원래부터 우수했던 트랜지션 돌파 피니셔 라빈에다가 수비에서 속공 기회 창출은 물론 공격에서 빠르게 롱패스 던질 수 있는 론조의 조합을 보면 확실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속공 상황을 가져가는 게 잘 어울립니다.
상대 선수들이 다 코트 넘어오기 전에 전개하는 이런 공격 외에도 하프코트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일 때의 얼리오펜스도 많이 밀어붙였는데, 이 상황에서의 픽앤롤도 혼자 예측했던 것보단 프리시즌에서 잘해줬습니다. 이에 힘입어 프리시즌 때 오펜시브 레이팅과 디펜시브 레이팅 모두 상당히 뛰어났던 거고요.
다만 저는 이런 스피디한 농구가 정규시즌에서 좋게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프리시즌부터 계속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속공 상황을 창출해줄 수 있는 탑5-탑10급 수비력이 유지되겠는가에 대해서 확식이 안 서고, 또 라빈과 론조와는 잘 어울리지만 사실상 커리어 내내 빠른 페이스에서 뛰어본적이 거의 없는 드로잔과 부세비치와 빠른 농구가 잘 어울릴까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는 겁니다.
애초에 드로잔-부세비치 이 둘이 라빈-론조 콤비에 비해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고, 전 소속팀들에서 빠른 농구를 거의 안해봤기도 하고요. 드로잔 같은 경우 자기가 공 몰고 코트 건너가서 바클리(드리블에서 포스트업으로 전환하는 공격)나 빠른 점퍼 시도 및 속공 피니셔로 쓸 수는 있겠지만 속공 기회 창출면에선 수비 기여가 힘들겠고, 부세비치는 수비도 그렇지만 템포 빠른 공격에서 활용도가 좀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코트를 빠르게 뛰면서 에너지랑 높이로 패스 받아먹는 스타일은 아니니 트레일러 3점이라도 잘 던져야 할 텐데, 역할 부여받고 자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봐야겠고요.
상대팀 선수들이 다 백코트하지 않은 혼전의 속공 상황 창출을 바라는 건 물론 샷클락을 적게 소비하면서 핸들러가 상대 코트로 건너가자마자 픽앤롤 전개하면서 공격 끝내는 장면들도 어느정도 효율이 나와야 할 텐데, 핸들러 라빈 같은 경우 패스에서 그리고 론조 같은 경우 본인의 득점력 및 패스를 위해 상대 수비 이목을 끄는 능력면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왼발 점프-왼손 마무리)가 아니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몸빵 어느정도 이기면서 제대로 레이업 올려놓으면 더 좋을텐데, 론조가 지난 시즌만 봐도 캐치3점 및 픽앤롤에서 미드레인지 던지는 자기 패턴도 만드는등 부지런하고 항상 발전하는 선수니만큼 돌파 발전도 한번 기대해봅니다.
▼ 상대 디트에서 나온 이런 얼리오펜스 픽앤롤 전개를 핸들러 득점이든 패스를 통한 득점이든 시카고 선수들이 많이 만들어내야할텐데, 사실 이 장면은 시카고의 수비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 태거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는 론조가 아니라 라빈이 싱글 태거 위치고, 픽앤롤 핸들러 및 골밑 수비하는 드로잔-부세비치 수비 콤비도 시카고로서는 숨기고 싶은 수비수들이겠죠.
2. 드로잔과 벤치 아이들?
위에서도 언급을 했듯이 조합이나 결과를 떠나서 일단 불스가 개인 공격 가져갈 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경기 페이스를 올리면서 야투 시도 기회 자체를 늘릴 텐데요. 그와 더불어 프리시즌부터 오늘 개막전까지 벤치 유닛과 드로잔이 같이 나오면서 드로잔 공격 포제션을 밀어주는 장면들이 계속 있습니다. 시카고 벤치 자원은 수비는 그럭저럭 하겠지만 (특히 공격에선 어떻게 활용을 ‘시도’할만한 코비 화이트까지 부상아니) 공격에선 온볼 전개는 물론 스팟업 3점 던져줄 믿음직한 자원이 거의 없는데, 이 상황에서 드로잔한테 공격 기회도 주면서 벤치 타임을 운영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그럴 듯 하다고 봅니다.
▼ 오늘 경기에서 10점 대 32점으로 처참하게 밀린 벤치 대결
다만 어느 온볼 플레이어든 스페이싱이 확보될수록 좋은건데, 시카고 벤치는 안정된 캐치3점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드로잔한테 상당한 부담이 될 테고요. 또 드로잔 플레이스타일 자체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생각합니다.
https://twitter.com/HPbasketball/status/1422782066140254211
저번 시즌에 드로잔의 패스를 받은 동료들의 득점 효율(PPP)이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는 걸 지난글에서 언급했는데, 당연히 대단하고 긍정적인 수치지만 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패스 받고 이어지는 효율 높은 공격 플레이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건데요. 드로잔 같은 경우 최근 몇년간 패스가 크게 발전한 게 맞고 특히 슈터들한테 건네는 킥아웃 패스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패스 선택지 중에는 슈터한테 건네는 킥아웃에다 돌파시에 빅맨들한테 앨리웁 띄워주는 랍패스부터 돌파 이후 드랍오프 그리고 근처에 골대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빅맨들한테 패스 건네는 패스들도 있다는 겁니다. 동료 림컷 봐줄수도 있겠고요.
좀 세분화해서 보면 드로잔이 패싱 효율 좋았던 지난 시즌 샌안 경기나 프리시즌 봤을 때 확실히 드로잔이 빅맨들한테 건네주는 패스들은 그 빈도부터가 적고, 킥아웃에 비교하면 패스질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드로잔의 플레이 특성상 킥아웃 패스를 받아먹을 3점 슈터가 있어야 드로잔 패싱력이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당연히 드로잔 본인의 온볼 플레이 전개 관점에서 봐도 스페이싱 제공이 좋을수록 좋겠죠.
▼ 그런 점에서 저는 한편으론 불스의 주전 라인업 공수 조합이 의문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드로잔을 쓸 거면 벤치 타임보다는 3점/스팟업 돌파 위협이 있는 주전 라인(라빈과 론조 그리고 픽앤팝도 같이 맞춰볼 부세비치)과 호흡을 잘 맞춰보는 장면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팀에서 어떻게 쓸지를 떠나서 애초에 팀 바뀌고 이제 리그 시작이니깐 드로잔이 전 소속팀들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특성을 보여줄 수도 있겠고, 또 호흡 맞추는데 시간이 걸릴거니 찬찬히 지켜보고자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당연히 개막에 맞춰 팀 컨셉을 어떻게 가져갈지 시카고 프런트 및 코치진들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했겠지만, 솔직히 저는 아직도 어떻게 조합을 짜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 말고도 하프코트 공격 및 수비 호흡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것들은 차차 리그 진행되면서 어떨지 보고자 하고요.
▼ 개막전인데 부정적인 기류로 글을 끝내면 좀 그러니 상당히 잘해준 라빈의 플레이중에서도 (오늘 경기) 2가지 장면만 다뤄보자면, 더블팀 왔을 때 왼쪽으로 가면서도 바운드 패스 상당히 잘 흘려줬다고 생각을 하고요.
▲ 3년전만 해도 자동 턴오버였을텐데, 패스 세기가 좀 약했지만 상대 압박에 대응해서 패스 빼준 판단 및 실행 두 가지 다 좋았습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겠지만, 부세비치도 이 장면에서처럼 골대 근처에서 원래 성공률 좋게 넣어주는 슛들을 이번 시즌에도 잘 넣어주면 좋겠습니다.
▼ 아래 같은 플레이들도 빈도가 좀 늘어난 거 같은데, 지난 시즌부터 선호하던 동선 – 공 잡았을 때 등지고 약간 둥글게 말아가면서 쭉 돌파 들어가거나 아님 스텝백 점퍼 – 포함해서 등지고 볼킵한 상태에서 아이솔/픽앤롤 다양하게 자기 득점 루트 찾아가는 플레이들이 라빈의 특성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스텝백 점퍼나 아니면 발전한 돌파 패턴으로 지난 시즌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을 선보이고 있는데, 라빈 플레이스타일이 전진 드리블 할 때 크로스오버 좌우폭을 크게 가져가면서도 스텝과 합 맞추는 정석적인 가드들 드리블 전개랑은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잘하는 쪽으로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는 건 상당히 좋게 보는데, 라빈은 어차피 발전하고 있으니 라빈 파트너로 이런 선수들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