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선수들의 스탯인플레 팩트체크(80~90년대로부터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80~90년대와 비교했을 때 스탯인플레 현상이 최근 크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무엇이 원인이고, 어떤 류의 인플레인지 정리해 볼까 합니다.
최근 페이스가 빨라져서 스탯 인플레가 생겨났다?
87~88년도 정규시즌 평균 페이스는 99.6으로 이번 시즌(99.2)과 거의 같습니다. 80년대는 굉장히 빠른 농구를 했고, 이게 90년대로 넘어오며 로우 템포 경향으로 변화를 겪게 되죠. 아주 고대 시절은 모르겠고, 80년대 이후 가장 페이스가 느렸던 건 2003~04시즌이었습니다. 90.1이었는데, 공격효율도 최저점을 찍었죠. 바스켓볼레퍼런스의 스탯 사정을 기준으로 할 때, 당시 리그 평균 오펜시브레이팅이 102점대인데, 이 기록은 이번 시즌 오펜시브레이팅 최하위인 OKC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그 다음 수치가 바로 전년도인 2002~03시즌이고요.
그 시즌 우승팀은 디트로이트였는데, 아시다시피 압도적인 수비 기반의 팀이었습니다. 전년도 우승팀 역시 수비 기반의 팀인 샌안토니오였고, 그 다음 시즌에는 심지어 파이널이 이 두 수비팀 간 대결 형태가 되었죠. 80년대 이후 수비팀들이 가장 힘을 갖게 되던 시기였는데, 다음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히는 팀이 압도적인 공격지향의 팀(네츠)라는 걸 상기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조던 은퇴 이후 판타지 스타의 등장을 바라던 사무국의 시선에서는 수비 중심의 농구가 팬들 유입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03~04시즌 바로 이듬해에 핸드채킹 룰 개정이 있었고, 여기서부터 오펜시브 레이팅의 급격한 상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04~05시즌에 내쉬와 댄토니가 만나 피닉스의 런앤건 농구가 신바람을 일으켰죠. 페인트와 포스트 중심의 농구에서 스페이싱 기반의 픽앤롤 농구로 넘어가는 입구였고, 여기서부터 리그 전반의 공격지향성 농구가 빛을 내게 됩니다.
변화는 스페이싱과 효율에 있다
페이스는 80년대가 지금만큼 빨랐고, 90년대에 점차 늦어졌으며, 03~04시즌에 최저점을 찍게 되었습니다. 이후 댄토니의 선즈와 함께 페이스 앤 스페이스, 즉 공수전환을 빠르게 하고, 지공에서는 롤플레이어들이 공간을 벌리며 볼핸들러의 샷크리에이팅에 의존하는 농구가 본격화됩니다. 얼마전 돈치치의 논어시스트 야투 분포와 관련한 논의가 있기도 했는데, 돈치치, 그리고 하든은 이러한 농구 트렌드를 상징하는 선수들이죠. 헤비볼핸들러의 시대가 댄토니 농구와 함께 열렸고, 여기서부터 그 상대급부로 온볼 게임을 거의 하지 않으며, 움직임 자체가 제한적인 캐치앤슛 유형의 3&D 윙들이 주목받게 됩니다.
두 가지 변화에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야투의 효율성 변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90~91 시즌 리그 평균 트루슈팅(ts%)은 53.4%인데, 이게 지난 시즌(20~21시즌)보다 대략 4% 정도 하락한 것입니다. 90년대에 트루슈팅은 점진적으로 감수 추세에 있었고, 03~04년에는 51% 정도가 되고, 그 이후부터 다시 상승해서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승세가 시작된 04~05시즌이 앞서 말한 핸드체킹률의 개정과 더불어 댄토니 런앤건 농구가 시작된 시기이고요.
90~91시즌 | 00~01시즌 | 10~11시즌 | 20~21시즌 | |
TS% | 53.4% | 51.8% | 54.1% | 57.2% |
공간을 벌리며 롤플레이어들이 외곽으로 나가 있다 보니, 골밑슛 성공률이 크게 올랐습니다. 03~04시즌 림 3피트 이내 리그 평균 야투율은 59%, 이번 시즌은 67%. 골밑슛 성공률 향상의 경향은 특히 최근 몇년 간에도 아주 두드러져서 10년차 이상의 스타플레이어들의 경우 데뷔초기와 최근의 골밑슛 성공률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납니다(그러니 17년 경력으로 이 트렌드의 과도기를 겪은 르브론의 이 구역 커리어 야투율을 최근 올스타들의 커리어 야투율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미드레인지에서도 평균적인 상승 경향이 발견됩니다. 이 역시 최근 7~8년간에 급격히 나타난 현상으로, 3점 스페이싱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죠. 예컨대, MVP 시절 듀란트의 림으로부터 10피트 이상 거리 미드레인지 야투율은 40%대 중반이었습니다. 최근 몇년은 50%대 초반까지 올라왔죠. 리그 평균 자체가 대략 4% 정도 올랐습니다.
선수들의 스탯과 신체 활용에 나타난 특이점은?
스탯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는 단연 거리별 야투분포겠죠. 미드레인지로 던지던 걸 3점 라인 밖에서 던진다, 정도가 야투분포에서 일어난 결정적인 변화입니다(골밑슛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음).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자유투 분포입니다.
두 가지 모순된 주장이 맞물립니다. 핸드체킹률이 개정되어, 공격자의 돌파에 유리하게 되었다면 당연히 자유투 빈도가 올라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리그 평균 자유투 빈도는 최근 들어 뚜렷하게 경향적으로 둘어드는 빈도입니다. 30년 전 시즌에 야투 대비 자유투의 리그 전체 빈도는 24%대였습니다. 야투를 100개 던지면 자유투를 24개 던지는 정도인데, 이게 19개 정도대로 최근 하락했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슈퍼스타 샷크리에이터들의 자유투 빈도는 줄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든은 어느 시대에 데려다놔도 최고의 자유투 머신이 됩니다. 야니스의 자유투 획득 수 역시 조던의 빈도와 차이가 없고요. 어느 시즌이든 대략 10~11개 정도의 자유튜를 던지는 선수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자유튜를 던지는 선수가 됩니다. 궁극적으로 달리진 점은 롤플레이어들의 자유투 빈도입니다. 코트를 좁게 쓸 때는 피지컬 컨택의 기회가 높기에 자유투 획득 가능성도 높기 마련입니다. 핸드체킹룰 이후 자유투가 줄어든 것은 스페이싱의 영향이라 봐야 하고, 여기서부터 자유투를 거의 던지지 않는 3&D 롤플레이어들, 에이스 플레이메이커로부터 랍패스를 받아먹는 빅맨들(카펠라, 에이튼 등)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하든과 돈치치처럼 완전히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하는 외곽 샷크리에이터가 등장했고, 야니스는 공격에서는 빅맨이라기보다 키 큰 가드에 더 가까운 선수죠. 이들은 모두 정면 3점라인에서부터 드리블을 치며 수비를 찢는 선수들이고 굉장히 많은 자유투를 얻는 선수들입니다. 그 반대급부가 대니 그린, 아리자, 코빙턴 같은 캐치앤슈터들입니다. 3점 라인 밖에서 대부분의 슛을 쏘기 때문에 자유투 획득 기회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피지컬 컨택은 거의 대부분 에이스 샷크리에이터들의 몫이 되고요.
여기서 에이스 샷크리에이터들의 신체 변화도 나타나죠. 피지컬 트레이닝 기법의 발전 영향이 보다 근본적이기는 하겠으나, 리그의 오펜스 경향도 벌크업 트렌드를 강화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롤플레이어들은 수비와 3점에 집중하면서 공격 시 바디 컨택으로부터 빠져 있고(다만 크라우더 등처럼 에이스 매치업 수비를 위해 벌크업을 하고), 에이스 샷크리에이터들은 가속을 붙여 매치업 수비수에게 몸빵을 하기 위해 벌크업을 합니다. 페인트에 수비가 과밀한 상태에서는 가속을 붙이며 들이받는 농구가 불가능하죠. 이게 보통 80~90년대 농구에서 떠올리게 되는 현상들이고,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제 느낌상 당시의 골밑슛은 지금처럼 3점 라인 밖에서부터 가속을 붙이며 돌격하는 경향이 많지 않았습니다(조던은 30세가 넘어가면서는 정말 점퍼 비중이 높았습니다).
3점 라인 밖에서부터 가속을 붙이며 매치업 수비수에 가슴 컨택 후 유로스텝 마무리가 일정한 트렌드가 되었고, 이 끝판왕이 현역 최고 선수 야니스겠죠. 수비과밀도가 약해진 대신, 바디컨택에서 체중을 실으며 밀고 들어가거나 스텝의 감속을 활용하며 수비 컨테스트 타이밍을 억제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고, 역으로 이것이 최근 무릎 부상 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겠죠.
(버틀러의 돌파 시 스텝 활용. 나머지 선수들이 공간을 벌리고 버틀러는 돌파하는 장면인데, 최근 돌파의 이슈는 이처럼 가속을 붙이면서 순간 감속을 하거나 바디컨택의 우위를 살리는 스킬디테일에 있습니다.)
(돈치치는 리그에서 스텝 활용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입니다. 위 장면에서도 마지막 스텝을 길고 크게 밟으면서 상대 컨테스트 타이밍을 피해가고 있죠.)
위 장면들은 모두 최근의 스페이싱 트렌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골밑 야투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이 장면들은 스페이싱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2차 스탯에는 영향이 없나
영향이 있습니다. 2차 스탯은 리그 평균을 보정한다고 알려져 있고, 이 때문에 시대 보정 효과가 충분히 들어가 있을 거라 추측되곤 합니다. 최근 개발된 플러스마이너스 스탯들은 과거에는 부재했기에,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건 래퍼런스에 올라오는 PER, WS, BPM 정도겠죠. 이 스탯들에서 주목해 볼 부분은 리그 평균으로부터 위아래의 진폭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PER의 경우는 최근 들어 그 진폭이 훨씬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에이스들은 더 높아지고 롤플레이어들은 더 낮아지고).
15~16시즌 이후 PER 리그 1위가 30을 넘지 않았던 시즌은 17~18시즌으로, 당시 1위는 하든의 29.8이었습니다. 18~19시즌에는 30 이상이 세 명이었죠(하든, 갈매기, 야니스). 역대 탑10 안으로 꼽히는 버드와 매직의 커리어하이 PER이 28을 넘지 않습니다. 소수의 어나더레벨 선수들이 있을 수 있으니, 상위 탑10으로 봐도 상황은 뚜렷합니다. 30년 전 리그 PER 10위가 대략 20 정도였던 반면, 지난 시즌은 24였는데, 그만큼 볼륨 스탯을 가져가는 팀의 에이스들, 받아먹기 형태로 고효율 야투를 올리는 소수 빅맨들이 스탯이 올라간 셈이죠. 공격에서의 롤몰빵 현상이 2차 스탯의 편차를 야기한다고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가 제공하는 스탯들 중에는 최근 BPM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스탯에서는 편차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제 눈짐작으로는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누가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농구는 많이 변해 왔고, 과거와 현재의 농구를 (그리고 선수들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조던은 지금 시대에 뛰었다면 포스트업 비중을 줄였을 것이고, 르브론은 20년 먼저 태어났다면, 포스트업 빈도를 늘렸겠죠.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단 선추천하고 정독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