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드로잔 영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
- 1
- 2
FA 협상 첫 날부터 론조 볼등을 영입하며 크게 움직였던 시카고가 두 번째 날은 사인앤트레이드로 드로잔을 데려오며 화제를 끌었습니다. FA 영입에 대해선 결국 계약 조건이나 사트라면 예전 소속팀에 보낸 대가와 더불어 팀핏이 중요할 텐데요. 일단 전자부터 다루고 후자는 드로잔 프로필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드로잔 사인앤트레이드 딜
- 시카고 get 드로잔
- 샌안토니오 get 테디어스 영, 아미누, 미래 1라픽(25년도 탑10보호등), 미래 2라픽 2장
데려오는 선수가 제일 중요하고 그에 따라 사트 대가가 적당한지 여부도 갈릴텐데, 개인적으론 드로잔과의 3년/85M 계약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위해 보낸 대가가 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세비치 트레이드로 이미 1라픽 2장을 준 상태에서 25년도 1라픽을 탑10보호를 시작으로 보호 약간 걸고 준 셈인데, 거기에 테디어스 영까지 줬습니다. 지난 데드라인 때 여러 언론에서 상위권 매물 후보로 꼽히던 걸 차지하고도 지난 시즌 테디 영의 활약은 (특히 부세비치 트레이드 전까지) 대단했는데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13291&sca=&sfl=mb_id%2C1&stx=primeseals
계약이 남아있는 선수의 트레이드도 아니고, (물론 불스 샐캡 제약 때문이지만) 사트 영입인데 테디 영에다가 탑10 보호 미래 1라픽을 건넨 건 좀 그렇습니다. 반대로 샌안토니오는 가진 샐캡 여유로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고요. 윈나우 모드로 돌입하면서 확실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취지는 이해해도, 25년이면 부세비치의 혜자 계약도 끝난 시점이고 당장 내년에 라빈은 UFA로 풀립니다. 이미 작년에 야심차게 부세비치 데려왔다가 8픽이라는 상위픽을 올랜도에게 건넨 불스인데, 새로운 프런트가 미래 불확실성은 과소평가하고 자기 대처 능력은 좀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뜩문뜩 듭니다.
결국 부세비치 트레이드 때도 나온 얘기지만, 이렇게 많은 1라픽등을 보내면서까지 로스터를 구성해도 플옵 2라운드 이상 진출할 거라고 확실히 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문 부호가 있는건데요. 이건 팀들이 무조건 우승을 바라고 운영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탱킹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스타 선수들이 마켓은 물론 우승 가능성까지 많이 보는 트렌드속에서 일단 플옵 진출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건데, 또 시카고 같은 경우 마지막 플옵 진출 자체가 까마득한 16-17시즌이니 차근차근 플옵부터 올라가야겠죠. 문제가 되는 건 이렇게 미래 자산을 쏟아부었는데도 팀의 실링에 한계가 보인다는 점인데, 이것 때문인진 몰라도 해외 매체 평가가 그리 긍적적이진 않습니다.
매체별 평가
- ESPN 케빈 펠튼
시카고 : D-
샌안토니오 : B+
- The Athletic 잭 하퍼
시카고 : C+
샌안토니오 : B
- SI 로한 나드카르니
시카고 : C
샌안토니오 : B+
이외에도 The Athletic에서 특히 존 홀린저가 엄청 부정적인 의견을 실은 기사를 냈는데, 같은 매체 소속 세쓰 파트나우(전직 밀워키 통계부서 책임자)도 론조 계약등 첫날 시카고 무브는 마음에 들었지만 드로잔 사트 영입(대가등)보고 놀랐다면서 “지독한 오버페이(egregious overpay)”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드로잔의 팀핏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던 샘 베시니조차 대가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하지 못했고요.
저는 드로잔 계약 규모 자체에 대해선 몇몇 기자들 반응과는 달리 크게 이의는 없습니다. 또 금액이나 사트 대가를 비판적으로 보는 기자들도 드로잔 영입은 분명 플러스고 도움이 될 거라 강조하고 있는데요. 공격적인 영입을 보임으로써 예비 FA들이나 잠재적 스타들한테도 시카고가 변했다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생각이고요. 지금 로스터로 차근차근 플옵 진출등 성과를 내고 다시 농구다운 농구를 하면서 이것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론 좋은 선수들을 계속 영입하리라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상정하고 움직이는 건데요. 당연히 미래에 일이 잘 풀리면 정말 환상적인 결과이기에 좋겠지만서도, 결국 결과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너먼트 말고 1라운드 시리즈 치러야 하는 건 물론이고, 솔직히 이 정도 쏟아부었으면 앞으로 3년 동안 2라운드 진출 한번은 해야 본전 생각이 안 날 거 같긴 합니다. 그 정도로 잘해야지 나중에 추가로 우승 원하는 스타들 영입도 수월할 거고요. 파트나우는 올해 빅무브를 보인 시카고를 포함한 “모든 팀들이 (올해 파이널 진출하며 대선전한) 피닉스 선즈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라는 총평을 남겼는데요. 우리나라 속담으로 바꿔 말하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뜻에서 말한 건데,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
계약 조건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는 드로잔 본인의 플레이특성과 어느 부분에서 크게 도움이 될지 등 팀핏을 살펴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드로잔 영입 소식을 보자마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카루소-??-론조-팻윌-부세비치라는 라인업에서 ??자리에 라빈이나 드로잔이 각각 따로 들어간 라인업이 라빈-론조-드로잔-부세비치 조합을 같이 돌리는 것보다 더 좋을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인데, 그걸 떠나서 드로잔 자체 특성등을 써봤습니다.
더마 드로잔 6'6" SG
- 20-21시즌 성적 평균 21.6득점 6.9어시 4.2리바
- eFG% : 50.5% TS% : 59.1%
- AST% 32.0% USG% 26.1% WS/48 0.172
지난 시즌부터 저번 론조 관련글까지 시카고의 도노반 감독은 픽앤롤을 사랑하는데 로스터에 픽앤롤 전개할 자원이 없어서 아쉽다고 줄곧 썼는데요. 드로잔을 영입함으로써 이쪽이 확실히 보강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즉 드로잔이 픽앤롤에서 득점이나 패스를 만들어줄 역량이 확실한 선수라는건데요.
▲ 하이픽앤롤에서 코트 왼편에서부터 출발하는 동선 선호가 보이는 가운데 오른쪽으로도 잘 흘러가고, 아니면 왼쪽으로 갔다가도 왼쪽 마무리 및 페인트존에서 오른손 드리블로 바꿔서 오른쪽으로 돌파하기도 합니다.
득점만 따지는 공홈 플레이타입 픽앤롤 PPP를 보면 저번 시즌 1.02 (상위16%)에 저저번 시즌 1.05 (상위10%)로 상당히 뛰어난데요. 패스까지 집계하면 카와이 다음으로 높았다는 수치도 있었기에 드로잔의 픽앤롤 역량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https://twitter.com/HPbasketball/status/1422782066140254211
▼ 특히 킥아웃 패스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이제는 온볼 비중이 좀 줄어들) 라빈이나 론조 캐치3점까지 이어지는 걸 기대해봅니다.
▼ 아이솔레이션에서도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선수인데요.
픽앤롤에서 스크린 걸어준 빅맨이 림런하는 상황도 그렇고, 페인트존 진입 후에 생각보단 골대 근처에 있는 빅맨한테 패스 빼주는 장면들이 적기 했지만 득점/패스 창출 가능한 드리블 크리에이션은 당연히 도움이 될 겁니다. 부세비치와의 픽앤팝 및 픽앤롤 콤비도 기대를 해보고요.
시카고가 지난 시즌 자유투겟이 리그 꼴찌였는데, 경기당 7.2회라는 자유투횟수도 그렇고 야투 대비 자유투겟 수치 FTr도 높기 때문에 좋은데요. 돌파 마무리 및 자유투겟에다 아이솔/픽앤롤에서 미드레인지 점퍼도 뽑을 수 있는건데, 라빈이 지난 시즌 미드레인지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올랐지만 쏘는 패턴 자체가 좀 한정적인 상황에서 드로잔은 돌파 러너까지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보강이 될 거 같습니다.
스텝백/사이드스텝 잘 쓰는 와중에 생각보다는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공 들고 더 안쪽으로 진입했을 때 자기 득점/비는 곳으로 패스 2개의 선택지를 들고 있다는 느낌은 적었습니다. 수비 시선 다 끌고 패스 옵션까지 들고 있다기 보단 주로 자기 득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미드포스트에서 반포스트업성으로 공격하다가 미드레인지 쏘는 장면들도 많았고요. 또 스핀/턴어라운드 섞는 모습이 꽤 많았는데, 미드레인지 고수 조 존슨처럼 드리블 칠 때 상대 수비수랑 부딪혀도 무리 없이 자기 공간 만들어서 슈팅 올라가는 느낌은 아니습니다(돌파 때도 완전 터프한 상황까진 잘 이겨내지 못하고요).
▼ 미드포스트에서 미들 점퍼 쏘는 거 포함해서 포스트업 장면들도 꽤 있었는데, 공 몰고가다 반포스트업으로 전환하는등 저 구간을 좋아하는만큼 부세비치랑 동선 겹치지 않도록 조정도 필요할 거 같네요.
▼ 라빈-론조 조합도 그렇고, 특히 드로잔까지 추가되어 3명이 같이 뛸 때는 드리블 위브/핸드오프/플립성으로 (공을 건네는 게 빅맨이 아니라) 가드들끼리 공을 주고받는 식으로 쓰면서도 아래처럼 적절하게 페이크 핸드오프성 돌파까지 들어가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라빈이나 론조 또한 공격 전개를 할 때 처음부터 정지상태에서 아이솔/픽앤롤 전개하기보단 역시 움직이면서 공격 시작하는 게 낫기 때문에 드로잔과 주고받기 하면 어떨까 싶은건데요. 또 드로잔도 오프볼시에 그냥 가만히 코너등에 박혀있는 것보단 활발히 움직이면서 득점 기회나면 드로잔이든 라빈이든 돌파 들어갔으면 하고요.
풀업이든 캐치3점이든 드로잔의 3점 능력 자체는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컷인 시도등의 오프볼 무브가 좀 적어보여서 오프볼에서 어떻게 쓸지 궁금하긴 합니다. 스팟업에서 3점 쏠 생각없이 패스 받고 돌파할 생각으로 캐치앤고나 고앤캐치할 스타일도 아닌 거 같은데, 드로잔에게 온볼을 확실히 밀어줄지 아니면 다른 오프볼 움직임을 좀 더 주문할지는 앞으로 봐야겠고요.
더블 스태거 스크린 타고 나와서 미드레인지 점퍼 쏘는 장면들이 종종 있는데, 이렇게 아예 세팅 깔아주는 경우 외에는 컷인시도등 오프볼 움직임 자체가 적더라고요. 기존 라빈 부세비치 모두 자기 야투 시도 비중이 높았는데, 드로잔까지 왔기 때문에 확실히 역할 분담을 잘 찾고 또 시즌 치르는 가운데도 결과 보면서 계속 조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수비는 사실 드로잔 오기 전에는 카루소-라빈-론조-팻윌-부세비치 조합으로 상대 주핸들러는 카루소가 막아주면서도 론조가 윙으로서 중간에 메워주면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드로잔 오고 나니깐 좀 고민이 되네요. 카루소보다는 차라리 팻윌을 빼고 드로잔이 들어가야 할 텐데, 포워드나 어지간한 빅 수비도 괜찮은 론조한테 상대 큰 선수 1대1 수비를 맡기자니 론조의 도움 수비 능력이 아깝고 또 드로잔한테 빅윙이나 빅맨 수비를 맡기자니 잘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긴 합니다.
확실하게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싶은 매치업에선 팀의 1옵션/2옵션급이 아닌 선수들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재미를 보는 트렌드 속에서 당연히 기존 라빈-부세비치에다 드로잔이라는 위력적인 공격수가 추가되는 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근데 반대로 시카고 수비를 보면 상대팀 입장에선 수비로 공략할 선수가 늘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또한 중요한 경기라든가 플옵등에서라면 상대쪽에서 주핸들러 담당 수비 매치업이 아니더라도 스크린등을 통해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지난 시즌 부세비치 트레이드 이후에 (고질적인 약점인 픽앤롤 수비말고 종합적인) 수비 레이팅이 의외로 괜찮았기에(다만 기대받던 거랑 달리 공격 레이팅은 문제였죠) 이번에도 그럭저럭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종종 있는데,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The Athletic에서 기자들끼리 모여서 의견을 낼 때 대니 르루는 라빈/드로잔/부세비치 3명보고 아예 very limited defenders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니까요.
시즌 치르면서도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가 어떻게 나올지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 백업 빅맨 역할로서 토니 브래들리 영입은 좋은데, 핸들러 수비수나 4-5번쪽에서 추가 영입이 계속 필요할 거 같고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위에서 많이 언급한 애슬레틱 기사 번역 및 간단 소개나 다른 주요 기자들의 평가 및 예상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트인데 이렇게까지 줘야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