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제를 마친 듀란트
듀란트는 데뷔 시즌~2년차 초반까지 2번으로 뛰었습니다. 같이 들어온 제프그린은 3번이었죠.
당시 감독이 그때 기준에서도 대책없는 빅라인업 애호가였는데 (결국 2년차 시즌 중간에 경질) 듀란트가 아무리 키에 비해 빠르고 슛이 좋아도 2번은 너무 무리한 기용이었고 당시 시애틀에는 제대로된 볼핸들러가 없어서 듀란트는 본의든 아니든 볼핸들러로써 아주 오래 드리블을 치면서 하이픽앤롤을 해야 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당시 포가였던 얼 왓슨과 거의 차이가 없더군요. (팀내 1위 얼 왓슨 28%- 2위 듀란트 25.4%)
지독한 저효율에 한때 야투율이 3할대로 떨어질 정도였는데 (당시 해외포럼에선 낮은 야투율 때문에 6-10 자말 크로포드로 불림) 2년차 시즌 초반까지도 2번에서 헤매다가 감독경질-3번 전환-웨스트브룩 주전 출장이 함께 이뤄지면서 듀란트도 비로소 가파르게 약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바로 플옵에 올라갔죠.
이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듀란트가 늘 여러 영역에 걸쳐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듀란트는 대부분의 공격 카테고리에서 Excellent 등급에 들어가는 선수죠. 스팟업, 아이솔레이션, 포스트업, 픽앤롤 점퍼, 픽앤롤 롤맨, 컷 등이 전부 최상급인 아주 희귀한 선수인데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이런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슈팅과 신장을 무기로 드리블 없이 공격할수록 고효율이 보장되는 선수인데 커리어 초기에 볼핸들러로 단련된 경험까지 있다보니 패스 없이도 득점을 할 수 있는 빅맨 사이즈의 선수죠. 첫번째 부상 후에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직접 볼운반한 직후의 크로스오버와 왼쪽드리블을 시그니처처럼 쓰기도 했었구요.
그럼에도 듀란트의 드리블에서 시작되는 공격이 내내 믿음직하다고 느낀 경기는 플옵에선 많지 않은데....사실 커리어 초기부터 최근까지 듀란트가 비판받거나 듀란트의 수비수가 부각되는 경기들은 대부분 듀란트의 드리블이 불가피하게 많아졌을 때입니다. 처음 플옵에 갔을때도 패스가 디나이되면서 아테스트와 정직하게 일대일되자 고전했었고 멤피스와 몇년간 지옥같은 경기를 할때도 듀란트가 멀리서 드리블로 공격을 시작하게 되니까 토니 앨런이 바짝 붙어있다가 개더하는 타이밍을 노리면서 슛타이밍을 방해하는 끈끈한 수비를 했었죠.
반대로 듀란트가 드리블 없이 순간적으로 높이와 슛터치만 사용할때는 애초에 상대 수비 수준이 거의 의미가 없는데 대표적인 경기가 제 인생경기인 스퍼스와의 컨파입니다. 1,2차전까지만 해도 하이픽앤롤 후에 팀던컨 앞에서 풀업점퍼를 던지던 듀란트가 4차전부터 플래쉬컷으로 (당시엔 higher x라고 불림) 대폭발하면서 가망없어 보이던 2패 후에 4경기를 내리 잡았었죠. 밸런스가 잡힌 듀란트는 누가 붙어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듀란트 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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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든이 빠지면서 이 세트는 힘을 잃었고 썬더가 고전할때마다 드리블이 늘어난 듀란트의 방전과 듀란트가 힘겹게 백다운을 시작할때 이를 막아내는 토니 앨런, 크리스 폴 등의 수비가 화제가 됐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썬더는 하든을 보내면서 재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능농구, 몰빵에 대한 비판을 더 달고 다니게 되었었죠.
듀란트는 결국 본인이 드리블을 가장 적게 치면서 편하게 공격할수 있는 팀으로 이적했고 트렌드에 맞게 윙4로 포지션을 올려갔는데 포지션 변경과 드리블 자제는 후반 커리어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가 썬더에 있을때 빅라인업 폐기-포지션변경을 조기에 실행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다만 듀란트가 썬더 시절에 결국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온볼 공격으로 플옵을 하드캐리하는 모습은 끝내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2번에서 포지션을 올렸을때처럼 다행이다 싶다가도 은근히 아쉽기도 하더군요. 워낙에 슈퍼스타라 한번 정도는 단점이건 최적화건 떠나서 벽을 한번 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루클린에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시리즈 후반의 듀란트는 그 어떤 시리즈에서보다 극한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볼핸들러들은 부상으로 모두 사라졌고 숨돌릴 시간과 빈 공간을 만들어줄 해리스 등의 오프볼은 밀워키가 다 틀어막았고 5차전 후반부터는 그야말로 듀란트 고, 하프라인부터 시작되는 듀란트의 온볼 공격만이 희망이었죠.
5차전은 설마 되겠냐 싶었는데 해냈고 7차전은 전반을 보고 정말 끝났구나 싶었는데 후반에 다시 타올랐습니다. 토니앨런, 아테스트에게 드리블을 그렇게 잘릴 때처럼 드리블이 서서히 새길래 아 이제는....아 이거 넣어줬으니 더 기대하면 안되겠다...하면서 포기했는데 굴절된 패스까지 휘청거리면서 다시 붙잡고 넣더군요.
터커의 수비는 토니앨런 이상으로 끈끈했고 예전같으면 방전되서 분명히 끝날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버티고 일어서서 넣었습니다. 전성기 시절에도 이런 양상의 퍼포먼스를 두번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 안나오더군요.
7차전 후반의 듀란트는 제 마음속의 응어리를 다 풀어줬습니다.
드래프트 직전 듀란트의 컴패리슨은 당시에는 전혀 조합하기 힘들었던 슈퍼스타였던 티맥 or 노비츠키였는데요. 아마도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다시 오지는 않을테니 듀란트의 마지막 티맥모드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듀란트에 앞서 시애틀/OKC 팬이기에 항상 씁쓸했지만 듀란트의 남은 커리어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애정 넘치는 글 잘 봤습니다.
오클에 새로운 제너레이셔널 탤런트가 나타나길 응원합니다 +_+ (이왕이면 뉴올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