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클리퍼스 전 3차전까지의 주요 쟁점(클리퍼스 관점)
유타의 히어로볼 vs 클리퍼스의 스위치
유타가 2차전에서 성공시킨 20개의 3점슛 중 무려 16개가 풀업 3점슛이었다고 합니다. 이날 유타의 어시스트가 15개인데, 이 말은 대다수의 샷크리에이팅이 유타 특유의 드라이브앤킥 기반의 어시스트 창출 농구가 아니라 미첼과 클락슨의 히어로볼 농구였다는 것을 말해주죠.
유타의 2라운드 게임당 어시스트 수가 16개인데, 이게 2라운드 8개 팀 중 7위입니다. 100포제션으로 환산해도 역시 7위인데, 8위는 어느 팀일까요? 밀워키 벅스입니다. 밀워키와 유타의 공통점은 상대팀들이 스위치를 극도로 많이한다는 점이죠. 스위치를 통해 아이솔레이션이 강제되는 국면인데, 밀워키에서는 야니스와 미들턴이 여기서 고전 중이고, 유타는 미첼과 클락슨이 폭발 중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타의 특징은 5인 라인업 중 대략 4인 정도가 픽앤롤 핸들러가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팀들은 보통 2명의 주요 핸들러를 두고(폴과 부커), 2명은 스팟업 슈터(미칼과 크라우더), 1명은 빅맨(에이튼)을 하곤 합니다. 유타는 미첼, 콘리, 클락슨, 잉글스, 보얀이 모두 샷크리에이팅이 되는 선수들이다 보니, 한 명이 픽앤롤로 돌파를 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볼을 받고 다시 돌파를 하는 연속적인 드라이브앤킥 농구가 강한 편입니다. 이게 잘되면 코너 3점 기회가 많이 생기고, 3점 역시 어시스트 기반 야투로 연결되죠. 그런데 지금은 코너 3점과 캐치앤 3점슛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유타는 정규시즌 코너 3점 빈도가 가장 높았던 팀).
논코너 3점 빈도 | 코너 3점 빈도 | |
정규시즌 | 33.1% | 12.1% |
플옵 2라운드 | 41.2% | 8.2% |
히어로볼 3점 농구가 전개되는 국면이라 할 수 있는데, 다만 그 히어로볼을 미첼과 클락슨이 아주 잘해 주고 있다는 것이 특이점입니다.
미첼에 대한 수비- 스위치 앤 더블
1차전에서 한 가지 이슈는 미첼의 스피드였습니다. 클리퍼스에서 잭슨과 케너드의 수비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 에이스들을 상대로 하는 투멘게임 패턴이 '쇼앤리커버리(Show & Recovery)입니다. 스크린이 걸릴 때 잭슨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미첼의 움직임을 살짝 견제하고, 그 견제 타이밍에 카와이가 스크린을 피해서 미첼에게로 리커버리하는 것이죠. 댈러스는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걸지 않고 빠지며 이 동작에 카운터를 쳤습니다. 그런데 미첼은 조금 달랐어요. 미첼은 '쇼'와 '리커버리' 사이를 찢고 들어갔습니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위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그 스피드를 살리면서 헤지테이션을 주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사이즈가 작은 대신 스피드로 찢고 들어오다 보니, 헤지테이션이 섞이는 와중에도 스피드가 살아 있다 보니 사이즈가 큰 윙들도 스텝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고요. 바툼은 퀵니스에서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고, 결국은 레너드와 베벌리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쇼앤리커버리 동작 자체가 카운터당하는 상황이기에 전술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감독은 스위치와 더블팀을 섞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치를 한 후 샷클락 후반부에 (혹은 미첼이 드리블을 치며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하려 할 때) 더블팀을 가는 것이죠. 물론 그냥 바로 더블팀을 가기도 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오늘 경기의 거의 요약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잭슨과 조지의 스위치가 먼저 있고, 그 이후 카와이와 잭슨이 스위치를 한 후 카와이가 미첼에게 더블팀을 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이 시리즈의 요약본이라고 한 것은, 스위치와 더블팀이 연속되고 있다는 점, 스위치 후 보얀이 잭슨을 공략하지 못하고 볼을 돌린다는 점, 그리고 그 와중에도 미첼이 수비를 달고 풀업 3점을 넣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더블팀 이후 유타가 적절한 패싱레인을 발견하느냐, 혹은 미첼에게서 떠난 볼을 들고 다른 선수들이 후속 돌파를 전개할 수 있느냐가 주요한 관건입니다. 콘리의 존재감은 픽앤롤에서 고베어를 살리는 것보다(픽앤롤 게임이 아이솔화되는 것은 콘리 존재 여부와 무관) 여기에서 더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고요. 유타가 2차전 후반부터 3차전까지는 패싱레인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전 4쿼터 카와이의 연속된 스틸 두 개는 거의 더블팀 이후의 수비 성공이었고, 오늘도 비슷한 장면들이 몇 나왔죠. 예를 들면 니엥의 실책 장면이 그렇습니다.
https://mobile.twitter.com/stevejones20/status/1403906488863690754
이 장면은 니엥이 패스를 하기보다 순간의 균열을 활용해 바툼 옆으로 돌파를 했다면 더 좋았을 장면입니다. 페이버스가 슬립 스크린을 조금 더 빨리 했다면 역시 패스가 잘리지 않았겠고요. 근본적인 것은 미첼에게서 떠난 볼의 후속 무브가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지 못한다는 점인데, 콘리의 복귀 여부를 넘어 잉글스와 보얀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 필요해지는 부분이겠죠.
바툼과 스몰라인업
https://mobile.twitter.com/YoungNBA/status/1403930842091642885
거의 공식입니다. 바툼이 코트에 있으면 팀이 살고, 없으면 무너지고. 상대팀은 여전히 주바치가 코트에 있을 때 더 강하고, 바툼이 고베어와 매치업될 때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베어의 정규시즌 수비마진은 (스탯별로 디테일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커리나 요키치의 오펜스 마진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고베어가 편하게 페인트에 상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미첼 옆에 커리를 붙여주는 것만큼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당연히 고베어를 외곽으로 끌어내는 것이 상대팀의 가장 큰 게임플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https://mobile.twitter.com/Ben_Dowsett/status/1403925310748254211
클리퍼스가 고베어를 스크리너 수비수로 만들지 않는다는 내용의 트윗입니다. 픽앤롤 수비에 연루되지 않게 한다는 것은 고베어를 코너 수비수로 만든다는 것이겠죠. 결국 페인트는 비게 되고, 레너드와 조지가 돌파를 하면 고베어가 도움수비를 오면서 자연스레 코너 3점 찬스가 열리게 됩니다. 이게 2차전 4쿼터 후반(약 6분 남은 상황부터)에 레너드가 연속된 돌파로 5번의 코너 3점을 연결하는 장면의 핵심이었습니다(바툼과 모리스가 모두 3점 메이드 실패).
고베어를 코너 수비수로 만들고, 레너드의 픽앤롤 게임의 파트너는 사이즈가 작은 선수 혹은 또 한 명의 윙이 스크리너로 합류하면서 일종의 '스몰-스몰 픽앤롤'을 전개합니다.
고베어를 코너 수비수로 만든 후 코너 킥아웃 3점을 노린 장면이죠. 여러 복잡한 전술과 팀적 스타일이 있지만, 결국 농구는 돌파를 해야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조지가 많은 실책을 하는 와중에도 (슬래셔가 부족한 팀 특성상) 여전히 지금과 같은 높은 빈도의 돌파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고요. 유타의 오펜스가 미첼과 클락슨의 히어로볼로 수렴되는 이유 역시 나머지 윙들이 상대의 아이솔 강제에 막혀 돌파를 못해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두 현상은 같은 것에서 기원하는 것인데, 결국은 스몰라인업 농구입니다.
키맨은 베벌리와 콘리
이 시리즈를 보면서 루 감독에게 두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왜 2차전의 선발로 주바치를 올렸을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왜 1차전에 베벌리를 주요 라인업에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의문은 그럴 수 있다고 봤는데, 베벌리를 바로 투입시키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결정이 아니었나 합니다.
https://mobile.twitter.com/joeylinn_/status/1403918059740438530
앞서 말한 바처럼, 돈치치를 잘 막았던 빅윙들이 킥니스의 한계로 인해 미첼을 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2경기 연속 엘리미네이션 게임을 치른 상태에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뛰는 카와이와 조지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 역시 안 좋은 일이고요. 결국 베벌리가 필요합니다.
베벌리의 픽앤롤 수비와 관련해서 예전에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13216). 이 선수는 리그 가드들 중 스크린을 바깥으로 탄 후 핸들러를 쫓아가는 이른바 '리어뷰(rear-view) 컨테스트' 능력이 거의 최고에 이른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드랍을 하는 주바치와의 픽앤롤 수비 조합에도 안정성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플옵은 결국 시리즈의 방향을 잡아갈 비전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고베어가 공격에서 고립되는 상황에서 콘리의 가세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고, 콘리가 가세했을 때 클리퍼스의 스위치 농구가 얼마만큼 3점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재미있는 4차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바툼의 공수 역할은 레너드와 조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유타전에서는 공격에서는 레지 잭슨, 수비에서는 베벌리의 역할이 키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