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클럽의 의미와 한계
180 클럽. 스스로가 엘리트 슈터임을 증명하려면 한 번 정도는 반드시 찍어줘야 하는 업적이죠. 최근 180 클럽에 가입한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내쉬, 노비츠키, 듀란트, 커리, 브록던, 어빙까지 훌륭한 슈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180 클럽이 갖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점을 조금 더 풀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1. 180 클럽의 가입 조건
180 클럽에 가입하려면 야투율 50% 3점 40% 자유투 90% 총 180%의 슈팅 성공율이 요구됩니다.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모든 요건을 갖춰야만 하고, 예컨대 야투 60% 3점 30% 자유투 90%를 기록한 경우처럼 다 합친 슈팅 성공율이 180%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180 클럽에 가입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180 클럽이 코트 위 다양한 영역에서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애초에 현지에서는 180 클럽이라는 말보다 50-40-90 클럽이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쓰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180 클럽에 가입하려면 최소 야투성공 300개, 3점 성공 82개, 자유투 성공 125개를 기록할 것이 요구됩니다(단축시즌은 경기수에 비례하여 요구치가 줄어듭니다). 3점을 시즌 통틀어서 2개 던져놓고 그 중 하나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180 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부당할 테니까요.
슈팅성공율 기준을 모두 만족하고도 이 성공갯수 기준에 걸려 180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선수로는 07-08 호세 칼데론(야투 51.9%, 3점 42.9%, 자유투 90.8%, 3점슛 성공이 3개, 자유투 성공이 16개 모자랐습니다), 95-96 스티브 커(야투 50.6%, 3점 51.5%, 자유투 92.9%, 야투 성공이 56개, 자유투 성공이 47개 모자랐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2. 역대 180 클럽 가입자
역대 180 클럽 가입자는 총 9명이고, 버드가 2번/내쉬가 4번 가입하여 해당하는 시즌은 총 13시즌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아래와 같습니다(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3. 180 클럽의 한계
180 클럽의 한계는 야투율 50% 기준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3점과 자유투는 따로따로 성공율을 구하면서도 2점은 2점성공률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2점과 3점을 모두 합친 야투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점 성공률이 아무리 높아도 50%를 넘기는 정말 힘들고, 따라서 3점을 많이 쏘는 선수는 필연적으로 180 클럽 가입이 어려워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올시즌 커리와 어빙입니다. 커리는 180 클럽 가입에 실패했고 어빙은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2점 성공률과 3점 성공률은 모두 커리가 더 높습니다.
Player | Season | 180 클럽 | FG% | 3P% | FT% | 2P% | eFG% | TS% | G | MP | PTS | ORB | DRB | TRB | AST | STL | BLK | TOV | PF | FG | FGA | 2P | 2PA | 3P | 3PA | FT | FTA |
Stephen Curry | 2020-21 | X | 48.2% | 42.1% | 91.6% | 56.9% | 60.5% | 65.5% | 63 | 2152 | 2015 | 29 | 316 | 345 | 363 | 77 | 8 | 213 | 119 | 658 | 1365 | 321 | 564 | 337 | 801 | 362 | 395 |
Kyrie Irving | 2020-21 | O | 50.6% | 40.2% | 92.2% | 56.1% | 57.6% | 61.4% | 54 | 1886 | 1451 | 52 | 205 | 257 | 324 | 76 | 37 | 130 | 140 | 549 | 1086 | 397 | 708 | 152 | 378 | 201 | 218 |
커리가 이번 시즌 180 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3점을 너무 많이 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시즌 커리의 2점슛은 1개당 평균 1.138점, 3점슛은 1개당 평균 1.263점을 올렸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더 효율적인 3점슛을 더 많이 쏘면 쏠수록, 180 클럽 가입에서는 더 멀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따라서 "180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그 시즌 가장 효율적인 슈터다"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효율적인 슈터를 판단하려면 가입 조건에서 2점 야투율만을 따로 고려하거나, 2점과 3점을 모두 고려하는 eFG%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eFG%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2점슛과 3점슛의 시도수까지 한번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야투율 50% 조건 대신 eFG% 57% 조건을 사용하면, 180 클럽 가입시즌의 수와 같은 13번의 시즌만이 이를 만족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180 클럽 가입 시즌과 합쳐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위 목록에서 180 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선수들이 180 클럽 가입자에 비해서 훌륭한 슈팅 시즌을 보낸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슈팅의 효율성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 지난 글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7802363
한편 "180 클럽 가입자는 코트 위 다양한 영역에서 득점할 수 있는 선수다" 라는 말도 틀린 말입니다. 미드레인지 게임이 없는 선수여도 돌파와 3점만으로 얼마든지 180 클럽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8-19 맬컴 브록던입니다. 18-19 시즌 브록던은 전체 야투의 60%를 10피트 이내 거리에서, 33%를 3점 라인 밖에서 던졌고, 단 7%만을 미드레인지에서 던졌습니다. 야투 성공률도 10~16피트에서 41%(최소 야투시도수 조건을 충족한 258명의 선수들 중 126등) , 16피트~3점라인에서 36%(258명의 선수들 중 146등)로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브록던은 훌륭한 골밑/3점 야투율을 바탕으로 180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4. 결론
물론 180 클럽 가입은 여전히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직관적으로 잘 와닿으면서, 특정 선수가 꽤 훌륭한 슈팅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다만 180 클럽 가입자가 반드시 해당 시즌 최고의 슈터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5. 방론: 올 시즌 어빙의 슈팅
이렇게 쓰고 마치면 올 시즌 어빙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어서, 올 시즌 어빙이 얼마나 대단한 슈팅 시즌을 보냈는지도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Season | 2점슛 | 0-3 | 3-10 | 10-16 | 16-3P | 3점슛 | 2점슛 어시스트 받은 비율 |
2020-21 | 56.1% | 62.3% | 53.5% | 52.0% | 55.5% | 40.2% | 23.4% |
우선 어빙은 2점 슈팅을 거리에 따라 4개 영역(위 표입니다)으로 나눴을 때, 모든 구간에서 2점슛 성공률 최소 52%를 달성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위 목록의 어떤 선수도 해내지 못한 업적입니다(버드, 프라이스, 밀러는 확인이 어렵긴 합니다).
게다가 내쉬를 제외한 다른 어떤 선수보다 어시스트 받은 2점슛의 비율이 낮습니다. 즉 어빙은 2점슛을 만들어서 쏴서 넣는 능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딱 커리와 어빙 구역별 성공률 자료 정리하면서 단순하게 커리 정도 효율의 TS가 3점을 무지막지하게 시도해버리면 180클럽은 무의미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또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180클럽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봐야하고 앞으로는 야투율을 없애고 3점성공률 2점 성공률로 그냥 분할하여 표기하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