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피닉스 3차전 리뷰
1. 부커의 고전
크리스 폴과 부커 모두 픽앤롤을 잘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크리스 폴은 픽만 걸어주면 안쪽 공간에서 볼을 키핑하다 여차하면 50% 이상의 미들을 던지는 선수지만 (하이픽앤롤) 부커의 좋은 픽앤롤은 대부분 본인의 컷 이후에 시작하죠. 코너나 베이스라인쪽에서 오프볼로 올라오면서 탄력을 붙인 후에 (무빙 3점을 의식해서 보통 수비 둘이 튀어나오게 됨) 픽앤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1차전에서 부커가 좋은 모습을 연출한 장면들도 대부분 이런 픽앤롤입니다. 폴과 달리 득점을 위한 세트의 성격을 띄죠.
하이픽앤롤에서도 옵션이 없는 선수는 아니지만 (픽을 끼고 휘어들어가서 쏘는 정면 미들점퍼는 달인급) 좋은 패스까지 나오는건 본인의 오프볼이 픽앤롤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상황인데 문제는 지금 폴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차전을 보면 카메론 페인이 부커의 역할을 하고 (오프볼=>픽앤롤) 부커가 폴의 역할을 하는데 (볼운반 직후의 픽앤롤) 오늘도 비슷한 구도로 이어가다 4쿼터에 부커가 너무 고전하니까 결국 감독의 둘의 롤을 바꿨죠.
레이커스 수비가 1차전에 호되게 당한 후에 부커와 페인의 오프볼 스타트를 엄청나게 체크하고 있어서 (KCP가 두번 턴오버를 만들었고 카루소도 페인을 두번 막아냈습니다) 원래의 롤만 수행해도 녹록하지는 않은 상황인데 텐션높은 경기에서 메인핸들러를 맡게 되니까 멘붕이 온것같고 수비를 스플릿할 타이밍, 등을 지면서 수비를 모으고 패스할 타이밍, 픽을 끼고 미스매치를 천천히 끌어내야 하는 상황 등에 익숙하지 않은 (1차전 부커의 킬패스는 오프볼에서 수비 두명이 딸려올때 안쪽으로 찔러주는 것들) 부커가 단시간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던것에만 집중해도 어려운 상대인데 안하던것까지 갑자기 해야되니 더 어렵겠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1차전 부커 픽앤롤: 오프볼=>핸드오프=>어시스트)
(3차전 레이커스 핸드오프 수비성공)
(3차전 레이커스 핸드오프 수비성공)
2. 레이커스의 투빅과 크라우더
레이커스의 최적화 포맷이 원빅인지 투빅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3점이 안들어가는 상황에서 부피로 불리볼을 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고 플레이인 후반처럼 원빅으로 활로를 뚫는것도 가능한데 피닉스 3점이 너무 안들어가서 투빅을 계속 써도 문제가 없는건지 투빅을 쓰면서 중앙쪽만 막아도 (2차전을 보면 마크가솔이 드랍 후에 부커,폴과 스위치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없다고 보는건지....
크라우더가 평균회귀만 해도 양상이 크게 달라질텐데 서로 저효율이다보니 레이커스는 2-3를 맞이해도 림어택으로 앤드원을 뽑고 마크가솔이 하이로우에 기여를 하는 반면 피닉스는 스몰라인업의 이점을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3쿼터에 연이어 돌파실패할때 한번은 마크가솔에게 페인이 손질을 당하기도 했죠.
부커의 디시전을 감안하면 다른 위치 차치하고 윙에서의 오픈은 넣어줘야 합니다.
아주 심플한 스윙패스+정직한 일대일에서의 미들점퍼 정도로 축약해야 부커도 숨을 돌릴것 같습니다.
(스윙패스=>윙에서의 3점 실패)
3. 르브론은 르브론
플레이인부터 돌파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했는데 할말이 없게 잘하네요.
2차전도 그렇고 3쿼터 스타트가 환상적인데 2차전에서는 갈매기에게 포스트업 엔트리패스를 집요하게 넣으면서 3점을 여러개 넣더니 (한번은 갈매기 앤드원) 오늘은 진짜로 아껴뒀다는듯이 3쿼터 시작부터 돌파와 포스트업으로 경기를 풀다 덩크 두개로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는데 (덩크실패한 것도 포스트업으로 스핀하면서 2-3지역방어 가운데를 뚫은 상황이었죠) 마음먹고 들이대니까 그 굿디펜더들을 연속으로 뚫더군요.
전자제품 모드 전환하듯이 지난 경기 3쿼터와는 또 다른 모습이 나왔는데요.
경기분위기에 대한 적응력, 경험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에너지 몰빵, 말이 필요없는 신체적인 능력까지 매 경기 후반에 너무 훌륭한 선수입니다. 2차전 3쿼터와 전혀 다른 모드로 모멘텀을 가져오는 훌륭한 경기였네요.
4. 안타까운 선즈
카루소나 KCP의 부커, 페인 수비를 보면 폴이 건강했어도 레이커스는 그쪽 루트에 집중했을것 같습니다.
선즈가 정규시즌에도 폴과 부커, 에이튼을 무리하게 묶기보다는 (3인레이팅이 좋지 않죠) 폴-하이픽앤롤, 부커-오프볼 후의 픽앤롤 등으로 둘에게 어느정도 분리된 롤을 줬고 에이튼 또한 스크린을 여러번 걸면서 핸들러를 계속 도와주기보다는 한번의 스크린 후에 바로 피니쉬하는데 익숙한 선수라 셋을 같이 묶기가 쉽지 않았죠.
기본적으로 폴의 픽앤롤 패스아웃이 엔진인데 그게 정상이 아니다보니 페인이나 부커가 안하던 롤도 해야되는 상황인데 에이튼의 에너지가 최고조인 시점에 엔진이 상한것이 피닉스 입장에선 너무 아쉽습니다.
밀워키를 예로 들면 안쪽에서 더블팀을 앞에 두고 겨우 던지는 쿰보의 킥아웃이 부정확해지면서 미들턴이 늘 난조를 겪듯 롤플레이어들의 부진은 메인의 컨디션과 연동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안하던 롤까지 맡아서 해야하는 부커나 크리스 폴의 패스아웃을 잃은 캠존슨 등의 돌파실패를 봐도 같은 생각이 드네요.
(카메론 페인 돌파-마크가솔 디플렉션)
(캠 존슨 스팟업 돌파 실패)
폴 부상이 너무나 뼈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