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C 썬더 전반기 리뷰
1. 15승 21패의 세부내역
저는 시즌 전 파워랭킹에서 썬더가 꼴찌가 아닌 표를 하나도 못봤습니다. espn 예측에서는 호포드, 조지힐, 아리자가 정상적으로 합류하여 뛴다는 가정 하에 25승 47패를 예측했는데 이게 승률로는 34.7%네요.
아리자, 호포드, 조지힐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가운데 ESPN 기준보다 3승 정도를 더 했습니다.
아리자: 합류하지 않음
조지힐: 14경기 (전체 38.8% 소화)
호포드: 24경기 (전체 66.7% 소화)
조지힐, 호포드, 6경기를 결장한 SGA가 4~5경기만 더 뛰어줬다면 진짜로 5할이 가능했을것 같습니다.
그만큼 경기력도르를 수상하기에 충분한 최약체 로스터의 전반기였습니다.
2. 선수별 평가
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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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라인만 봐도 23점 볼륨에 170클럽 (51-41-79)으로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높게 보는 것은 볼륨보다 내용인데 슛시도가 1개밖에 늘지 않았음에도 어시스트가 두배 가까히 뛰었구요. 경기운영이 발전해서 본인이 겹수비에 막히거나 전반에 리드를 잡았을때는 슛을 거의 쏘지 않고 스팟업 슈팅과 탑에서의 패싱으로 흐름에 기여하다가 승부처에서는 온갖 기술을 집중시켜서 강력한 일대일을 펼치는데 모멘텀에 따른 모드전환이 정말 적절합니다. 난사,잠수로 망친 경기가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시즌 초까지만 하더라도 돌파시에 RA진입이 어려운 스피드의 한계로 괜찮은 세컨가드 정도가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부상 후에 돌아온 SGA는 긴 스텝을 넣고 드리블하던 과거의 패턴 대신 드리블로 타이밍을 미리 뺏고 페인트존에서 긴 스텝을 넣는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매경기 언더레이업을 4~5개씩 넣고 있습니다.
이제는 특유의 러너, 플로터를 오히려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SGA 플로터-지난 시즌)
지난시즌까지의 SGA를 상징하던 장면이 위와 같은 장면이라면 지금은 이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SGA의 돌파력이 크게 향상된건 인앤아웃 드리블 콤보가 장착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는데요.
슈팅 데이터를 봐도 3-6드리블 후의 슈팅 비율이 35%, 7+드리블 이후의 슈팅 비율이 44.8%로 지난 시즌과는 비율이 반대가 되었고 (3-6 드리블 41%, 7드리블 이상 22%) 7+ 드리블 이후의 야투율이 52%로 작년보다 10% 가까히 뛰었습니다. 이 슛만큼은 크리스 폴보다 시도수가 많고 하든보다 야투율이 높죠.
대리어스 베이즐리
개인적으로 버블, 플옵, 프리시즌을 보면서 SGA 이상으로 기대했던 선수인데 최악으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빠르면서 기술도 있고 양손을 다 쓰면서 보여주는 시퀀스들 자체는 상당한 선수인데..... 프리시즌에는 4-5픽앤롤에서 핸들러로도 그런대로 좋은 모습을 보일 정도로 (풀업점퍼, 패스 등이 다 나옴) 폼이 좋아서 이 무주공산 로스터에서 제일 빛날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속공마무리, 속공드리블을 계속 잘리기 시작하더니 나머지 폼도 순식간에 박살이 나 버렸네요. 팀내 최하급 마진에 수비리바를 빼면 봐줄수 있는 카테고리가 없습니다.
얼마전까지는 볼을 잡으면 한참 새깅하고 있는 수비보다 본인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멘탈이 나가 있었는데 막판에 아주 살짝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서 후반기까지는 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호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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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에 썬더를 상징하는 오펜스는 저 장면이 될거라고 생각했었고 호포드도 잘해줬습니다.
썬더는 개념농구만 가능한 로우실링의 로스터인데 호포드 없이도 생각보다 잘했지만 호포드도 확고한 팀내 넘버2의 역할은 해줬다고 봅니다. 이길때보다 고전할때, 아깝게 분전하고 지는 경기에서 더 눈에 띄었었죠.
다만 개인적인 폼은 확실히 떨어져 있어서 이제 컨텐더에서 주전으로 25분 이상 출전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똑같은 찬스에서도 성공률이 들쭉날쭉하고 피지컬 좋은 센터와의 매치업을 많이 힘들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은퇴 이후까지 염두하고 데려온 선수라고 보여져서 쉽게 트레이드 될것 같지 않습니다.
하미두 디알로
느닷없이 볼핸들러 롤을 맡으면서 프리시즌 최악의 선수였고 저는 이 선수 소리없이 잘릴줄 알았습니다.
조지힐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SGA가 심심찮게 결장하는 와중에 정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디알로가 팀내 넘버2의 슬래셔가 되었는데 코너에 있을때는 아무런 장점이 없던 선수가 정면으로 위치를 바꿔서 급가속을 쓰는 픽앤롤 핸들러 롤에 적응하면서 한동안 에너지로 팀을 캐리하는것처럼 보일 정도로 폼이 대단했습니다.
코너에 있을때 이 선수의 최대 약점은 점프한 후에 위에서 딜레이가 덜컹 걸리는 느려터진 릴리즈와 언더 레이업 미스인데 정면에서 탑픽앤롤 돌파, 속공레이업, 왕성한 셀프 팁인을 시도하게 되면서 툴이 살아낫죠.
시즌 전에 디알로가 이런걸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것 같구요.
전반기 막판에 폼이 내려오면서 부상을 당했는데 후반기 전망이 전반기 중반만큼 밝아 보이지는 않지만 (급가속으로만 돌파하기 때문에 약간 읽힌 느낌이죠) 전반기에 한해서는 서프라이징 그 자체였습니다. SGA가 결장하는 동안에도 디알로의 암액션과 셀프 풋백, 엄청난 리점프 때문에 그래도 경기가 볼만했었던것 같네요.
켄리치 윌리엄스
시즌 극초반에는 이 로스터에서조차 9~10번째 선수였는데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핵심멤버가 되었습니다.
SGA 부재중에 썬더가 선을 넘는 승리를 따낼때마다 제일 큰 공을 세운 선수인데 고비때마다 잡아주는 공격리바운드, 정확한 3점 (44%), 클로즈아웃 공략은 물론이고 SGA가 빠져있을때는 볼핸들러를 보기도 하는데 모든 롤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의외로 3&D 치고 온볼에서도 기술이 상당하죠.
줄부상으로 볼핸들러를 맡으면서 24점을 넣은 경기나 (연장을 간 레이커스전) 야투율 100%를 기록한 시카고전은 그가 아니었으면 접전도 못갔을 경기였다고 생각하고 이길때마다 허슬에서 빛이나는 선수였습니다.
처음에는 돌트가 있어서 얼마나 쓰일까 싶었는데 돌트에 비해 기술이 좋고 (터치하듯이 밀면서 반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클로즈아웃 공략, 아주 기술적인 겟투, 정교한 슛터치 등) 판단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롤이 정해져있는 돌트와 같이 쓰든 따로 쓰든 쓰임새가 많은 선수라 급한일 없으면 계속 같이갔으면 합니다.
SGA에 이은 전반기 숨은 MVP라고 생각합니다.
루 돌트
매치업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개막전부터 돌트가 온코트일때 거의 전담했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대충 추려보면 미첼, 릴라드, 라빈, 드로잔, 트래영, 크리스폴, 테렌스 로스, 잉그램, 르브론, 하든 등이 생각납니다.
이중 몇명은 정말 잘 막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라빈, 릴라드 등에게는 베러오펜스를 두들겨 맞았는데 돌트의 최적 프로필과 별개로 볼핸들러 1번부터 심할때는 오프볼 슈터까지 위험한 매치업은 전부 따라다녔습니다.
너무 혹사했기 때문에 폼 하락이 염려됐는데 실제로 부상도 한번 있었고 공수에서 여파가 확연히 보이는 구간도 있었는데 (3점 1할대로 10경기 이상 보냄) 의외로 온볼 돌파를 하기 시작하면서 공격이 잠깐 살아났었습니다.
사실 돌트에게 공격까지 기대하는건 무리인데 향상된 기술에 비해 (풀업 미들점퍼와 포스트업 등도 간혹 보여줍니다) 결과가 너무 안나와서 아쉽고 더 이상의 성적이 필요없는 후반기에는 짐을 좀 줄여줬으면 합니다.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 선수들은 짧게 쓰면
무스칼라-하이픽앤롤 3점을 주로 쏘던 선수지만 위치를 가리지 않고 빅3점 수차례....
말레돈-영리하고 좋은 수비, 최악의 돌파력, 감 잡아가는 3점
아이재이아 로비-호포드 공백에도 불구하고 선전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 픽앤팝,픽앤롤이 다됨
저스틴 잭슨-벤치라인업에서 무려 1번으로 나와서 가끔 좋은 폼을 보여줌
후반기에는 타이 제롬이 로테이션에 들어오고 잭슨, 디알로 등의 비중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3. 새로운 코칭스탭의 첫인상
개인적으로 코칭스탭의 능력이나 전술 등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입니다. 구성원이 아니면 알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고 결과론이 개입될수 밖에 없기 때문에 판단은 최대한 늦추고 조심스럽게 보는 편인데요.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12089&sca=&sfl=mb_id%2C1&stx=cannyjoo
10경기 이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보는 썬더는 분위기는 프리시즌, 전술은 스탠다드, 팀의 전체적인 재능과 기량, 보여주는 경기력은 아주 명백한 하이플로어-로우실링 (로우에 방점이 더 찍히는) 팀인데 이 부분은 지금도 동일하다고 생각하구요. 위에서 쓴 것처럼 썬더는 이미 예상보다 많은 승리를 챙겼고 강팀을 상대로도 여러차례 경기력도르를 수상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이 딱히 없습니다.
칭찬할 부분만 뽑아보면 저는 아래 3가지 정도 꼽고 싶습니다.
(1) 처음 나오거나 생소한 롤을 받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한다
아이애지아 로비-시즌 3번째 경기에서 첫 출장 19점 야투 7/9 (커리어하이)
디알로-SGA 결장, 처음 선발 1번 출장 경기 16점 10어시 (커리어 1호 어시스트 더블더블)
대리어스 밀러- 1월 2경기 출장 후 2월 5경기 출장, 3점 6/9
켄리치 윌리엄스-레이커스전 볼핸들러 기용 24점 야투 11/14 (커리어하이)
타이 제롬 - 2월 26일 첫출장 9점 (4/7) 7어시스트
제가 기억나는 것만 이정도인데 공백이 생겨서 대체 누가 나오냐고 할때마다 저런 경기들이 나왔고 어김없이 접전으로 가거나 경기를 이겼습니다. 무명들의 빅게임이 계속 나왔는데 저는 코칭스탭 공이라고 봅니다.
주축선수의 공백으로 2부리그 수준의 로스터였으나 주입식으로 한두가지만 내내 시도해서 잡는 경기가 많았죠.
(2) 경기중의 조정으로 성공한 경기들
기존 플랜이 안 먹히는 가운데 조정으로 잡아낸 경기들이 기억나는데 대표적으로 휴스턴전, 스퍼스전입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ultimedia&wr_id=1053871&sca=&sfl=mb_id%2C1&stx=cannyjo
휴스턴 전에서는 SGA와 돌트가 같이 빠져서 저스틴 잭슨이 1번이었고 스퍼스전에서는 1-2-2 지역방어를 만나면서 오펜스에 희망이 안보이는 전반이었는데 각각 집요한 하이로우 세팅과 사이드조정으로 활로를 뚫으면서 승리했죠. 두 경기의 전술적 접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결과는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3) 무주공산 로스터에서 많은 선수들이 디벨롭 되었다
썬더 팬인 저조차 존재를 몰랐던 로비는 호포드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로테이션에 녹아들었고 디알로는 볼핸들러, 켄리치 윌리엄스는 야투율 55% 3점 44%의 올라운더, SGA는 올스타급 바로 아래의 선수가 됐습니다.
앞의 3명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경우라면 SGA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슛프로필의 변화나 공백 후의 림어택 수위를 감안하면 꾸준한 디벨롭이 있었다고 확신하구요. 갑자기 나타난 타이 제롬도 기미가 보입니다.
기대치 대비 못한 선수는 대리어스 베이즐리 딱 한명이고 SGA를 제외한 나머지 젊은 선수들은 개막전때만 해도 팀내 7위 이하의 출전시간이 예상되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코칭스탭이 훌륭하게 디벨롭한 결과라고 봅니다.
4. 베스트 경기
많은 경기들이 있지만 SGA의 42점 경기와 레이커스와의 2연속 연장패를 꼽아봅니다.
5. 개인별 평점
대부분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에 등급으로 가리기엔 야박한 면이 없지 않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유망주를 수급하는 스몰마켓 팀의 장기적인 비전까지 감안하여 매겨보면 대략 이정도 될 것 같습니다.
S-아리자,포쿠셉스키
A-베이즐리
B-조지힐,말레돈
C-호포드,로비
D-디알로, 켄리치 윌리엄스
F-SGA, 코칭스탭
6. 부록
같은 맥락에서 아래 3장면은 우열을 가릴수 없을 정도의 팀플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쯤되면 농구를 어떻게 보면 이런 포인트들을 잡아내실 수 있는거죠? 눈 혹시 안파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