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의 전반기 오펜스 평가 및 로스터 구성 방향
아래는 버틀러의 최근 3년간 어시스트와 3점 시도 개수입니다.
18~19 시즌 | 19~20 시즌 | 20~21 시즌 | |
어시스트 | 4.0 | 6.0 | 7.8 |
3점 시도 | 3.0 | 2.1 | 1.5 |
요약하면, 플레이메이킹의 팀 내 지분은 크게 늘어났고, 3점슛은 스스로 봉인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3점슛은 커리어 평균이 33%인데, 마이애미에서 뛴 지난 1.5년은 24%입니다. 3점을 스스로 봉인했다고 보는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3점이 갑자기 안 들어가도 지속적으로 많이 던지면서 감을 찾는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이 과정에서 팬들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버틀러에게는 그런 과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팀의 올리닉의 경우를 봐도 3점이 안 들어간다고 덜 던지지는 않죠. 제가 쭉 바온 버틀러는 그냥 본인이 안 던지면서 성공률도 함께 하락한 케이스에 가깝습니다.
버틀러는 수비에서도 허슬이 꾸준히 유지되며, 히어로와 가자미의 역할을, 핸들러와 스크리너와 커터의 역할을 팀이 필요로 하는 만큼 모두 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어입니다. 이 모든 걸 감안해서 올시즌 버틀러에 대한 저의 평가를 내리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모든 게 완벽하다. 점퍼만 빼고.’
버틀러는 전형적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스탯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입니다. 최근 몇 년간 버틀러는 웬만한 플러스마이너스 올인원 스탯에서 리그 탑10 레벨을 그대로 유지해왔습니다. 이게 보통 말하는 ‘스탯으로 보이지 않는 선수’ 유형 같은 것인데, 사실 스탯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아니라, 플러스마이너스 계열의 스탯 속에서 비로소 가치가 잘 드러나는 선수라고 보는 게 적절하겠죠.
올시즌은 특히 저조한 야투효율에도 불구하고(ts%가 리그 평균 수준), 여전히 공격에서 유의미한 팀버프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당연히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좋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팀로스터 구성이 버틀러의 논점퍼 경향을 맞춤형으로 잘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퍼를 해야 할 때 점퍼를 쏘지 못하면 보통 죽은 볼 상태가 되어 오펜스가 정체되기 마련이죠. 히트 오펜스의 화두는 이 정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 즉 오펜스의 연속성을 만들어 가는 것에 있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마이애미의 로스터 구성을 제 나름대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롤에 따라 선수명단 중복이 있으며 경계는 유동적임).
슈터: 로빈슨, 히로, 넌, 올리닉
포인트포워드: 버틀러, 이궈달라, 아데바요, 올리닉
픽앤롤 볼핸들러: 드라기치, 히로, 버틀러
히트 로스터 구성의 핵심 특징은, 슈터들은 모두 수비가 강하지 않은 선수들이고, 수비 에이스들은 모두 논슈터라는 점입니다. 한쪽의 강점이 다른 한쪽의 약점이 되는 이 구도가 서로를 보완하며 약점을 상쇄시키는 구도가 되도록 하는 게 코칭스텝의 화두겠죠.
최근 대략 15년간의 농구 경향은 픽앤롤 게임을 축으로 스페이싱을 만드는 데 주력한 농구입니다. 스페이싱의 시대를 상징하는 용어 중 하나가 ‘논슈터’인데, 이게 19년 플옵의 핵심 화두로 기능하기도 했죠. 논슈터는 스페이싱의 상관어로서 3점이 약해 스페이싱 효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들을 가리키곤 합니다. 최근 몇 년간 플옵에서도 이 논슈터 문제에 대한 공격 쪽의 대처방안들이 일부 발전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래와 같이 무빙 슈터들을 활요하는 것이죠.
센터까지 3점을 던지는 시대에 한 라인업에 두 명의 논슈터가 있는 것은 공격효율에 상당한 데미지를 미치기 마련입니다. 마이애미의 스페이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버틀러/아데바요/이궈달라 라인업의 효율성이었습니다. 슈터들의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프론트코트 수비에이스 3인의 조합은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했습니다. 아래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버틀러/아데바요 듀오에 이궈달라가 합류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경기당 시간 및 공수 효율을 나타낸 표입니다(수치들은 NBA.COM 참조).
19~20 시즌 | 공격레이팅 | 수비레이팅 |
이궈달라 온코트(3.7분) | 83.6 | 118.6 |
이궈달라 오프코트(23.6분) | 112.9 | 106.3 |
20~21 시즌 | 공격레이팅 | 수비레이팅 |
이궈달라 온코트(4.7분) | 88.3 | 98.6 |
이궈달라 오프코트(18.7분) | 113.7 | 109.0 |
(이상 버틀러/아데바요 라인업에 이궈달라의 포함 여부에 따른 넷레이팅 변화. 괄호 속은 게임당 라인업 가동시간)
3인이 동시에 코트에 나올 때마다 공격은 붕괴했고, 감독은 최대한 이 라인업을 피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이궈달라의 수비 역할을 대체해 주고 버틀러/아데바요와 함께 뛰며 스페이싱에 기여했던 선수가 크라우더였죠. 크라우더의 대체자로 영입한 하클리스가 사실상의 논슈터라는 점은 로스터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대체로 한 라인업에 논슈터는 두 명 이하로 배치하지만, 여전히 스페이싱 문제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시몬스의 논슈팅 문제만도 그렇게 시끄러운데, 한 라인업에 논슈터가 두 명이라고? 이러한 물음 속에 이번 시즌 마이애미의 로스터 운영에 나타난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올리닉의 출전시간을 놀리고, 오프볼 액션 참여를 극대화시킨다.
- 이궈달라에게 3점을 더 던지게 한다.
1. 오펜스의 연속성 창출
이궈달라의 3점 시도는 지난 시즌 대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픈 찬스가 오면 주저없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팀의 요구사항이라고도 보이는데, 이는 임시방편에 가까운 것이겠죠(이궈달라의 3점슛률은 33.9%).
지난 시즌 이후 공격효율의 보장을 위해서 마이애미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포인트포워드들의 플레이메이킹과 무빙슈터들의 그래비티를 상호시너지 상태로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아래 영상은 버틀러의 돌파가 막혔을 때 오펜스가 어떻게 연속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두 국면은 모두 오펜스 흐름이 막히며 죽은 볼 상황이 될 수 있는 구간들입니다. 로빈슨의 그래비티가 수비수를 바짝 끌어당기며 오펜스의 텐션을 살려간 부분이 하나의 핵심을, 아데바요의 어시스트가 또 다른 하나의 핵심적 움직임을 이룬다면, 슛이 막힌 로빈슨이 패스 이후 기브앤고로 바로 들어가는 동작들은 규율된 팀플레이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겠죠.
로빈슨과 아데바요의 기브앤고 농구는 지난 시즌부터 팀 오펜스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로빈슨의 경우 스크린을 받은 후 스텝을 길게 빼면서 수비와 간극을 벌리는 동작이 장점인데, 이게 실패하면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기브앤고를 합니다.
동작이 연속성을 갖는다는 확신이 생길 때 나타나는 효과는 무리한 슛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한 번의 움직임이 막혀도 볼을 돌리면 후속 연계동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3점을 봉인한 버틀러가 상대의 새깅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샷셀력션 없이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정확히 그 반대 사례가 최근 클리퍼스 에이스들의 오펜스 연속성 창출 비전 부재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오펜스의 연속성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외곽 무빙 3점 외에 수비 뒤를 오가는 오프볼 커터들의 동작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포워드형 롤플레이어들의 존재는 유니크한데, 동료 핸들러들의 돌파 동작에 맞춰 연계움직임을 잘 가져가고, 동시에 퀄리티 높은 패스를 넣어주기 때문이죠.
2. 포인트포워드 커터와 슈터 스크리너
크라우더의 이탈 효과로 올리닉의 출전시간이 유의미하게 늘었습니다. 올시즌 커리어로우의 3점슛률(32%)를 기록 중인 선수인데, 다행인 것은 이 선수의 효용이 단순 스팟업 3점 슈터 이상의 것이라는 점이겠죠. 올리닉은 패스 기반의 플레이메이커로서도, 오프볼 커터로서도 유의미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는 유타 전 장면으로, 고베어의 골밑 수비 시야를 분산하기 위해 아데바요를 오프볼 커터로, 올리닉을 숏롤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는 장면입니다.
아래 장면들 역시 마이애미 특유의 오펜스 연속성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 포인트포워드 중심의 플레이메이킹
- 슈터들의 높은 오프볼 스크린 참여도
- 볼전개의 연속성 강조
이 구도의 바탕에는 슈터들이 무빙점퍼 능력을 갖는다는 점, 스크린 후 외곽으로 나가는 동작이 그래비티를 갖는다는 점이 있겠죠.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 이러한 성격을 잘 응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twitter.com/MoDakhil_NBA/status/1363303823314362369
올리닉의 패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로빈슨의 오프볼 스크린이 주목될 만한 장면입니다. 로빈슨이 아데바요에게 백스크린을 걸어준 후 외곽으로 빠지면서 아데바요는 앨리웁을, 로빈슨은 3점을 동시에 노리는 장면이죠. 골스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으로, 무빙슈터의 그래비티가 수비에 혼란을 일으키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아래 트윗의 장면은 로빈슨의 백스크린을 활용한 것으로, 두번째 큰 트윗을 보시면 좋습니다.
https://twitter.com/stevejones20/status/1362392467916550144
3. 로스터 구성 방향
그럼에도 마이애미가 골든스테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포인트포워드가 팀오펜스의 실질적인 핵심이자 히어로라는 점, 정통 픽앤롤 게임의 온볼 플레이메이킹을 마이애미가 훨씬 더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버틀러의 점퍼 문제는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동료들의 오펜스 시너지만으로 완전히 극복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때에 따라 점퍼를 던져야 할 때 주저하면서 샷클락에 쫓기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죠. 아래의 장면이 그런 사례입니다.
첫 동작은 버틀러와 드라기치의 슬립 픽앤롤로, 드라기치의 드라이브인을 낳았고, 이것을 이어받아 연속동작으로 돌파할 버틀러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숏드라이브 앤 킥은 마이애미 돌파 방식의 주요한 특징이고요. 후속 동작은 버틀러의 드라이브인이었는데, 그러나 샷클락이 이미 소모되었기에 세 번째 후속 동작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최선의 해결책은 버틀러가 더 적극적으로 점퍼를 던지는 것이겠죠.
버틀러의 롱점퍼 기피현상은 상대 수비대응에도 일정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비의 반응은 상대 성공률만큼이나 볼륨에 좌우되곤 합니다. 특히 풀업 3점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죠. 이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돈치치인데, 커리어 평균 3점슛률 32.8%의 이 볼륨 3점 슈터를 어떤 팀도 새깅하지 않습니다.
버틀러의 커리어 3점슛률은 33%로 아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래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버틀러에 대해 상대가 고-언더-스크린, 즉 스크리너 안 쪽에서 스크린을 타며 스크린 후에도 버틀러의 앞으로 다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수비수 매튜스가 스크린을 타는 방식에 주목).
버틀러의 샷프로파일을 보면 3점슛 비중의 절반 이상이 4쿼터에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필요한 순간에는 3점도 던진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최근 NBA의 트렌드는 에이스 핸들러가 팀내 최고의 볼륨 3점슈터가 되는 것입니다. 볼핸들러(르브론/폴)와 전문 3점 슈터(코버/레딕)의 역할 경계를 무너뜨린 것은 17~18시즌 하든의 스텝백 3점 폭풍이었습니다(그 영향권에 있는 선수들이 돈치치, 영, 라빈, SGA, 테이텀 등). 반면, 히트는 로스터 구성상 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갖는 팀입니다. 포인트포워드들의 3점 볼륨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면 선수별 역할 구분은 조금 더 명료해질 필요가 있었고, 이들을 서로의 약점을 상호보완하는 형태로 긴밀하게 맞물리도록 해야했죠. 앞서 봤던 로스터 구분을 약간 조정해서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픽앤롤 플레이메이커: 드라기치, 버틀러, (세컨 핸들러 히로)
슈터 & 커터: 로빈슨, 히로, 넌, 올리닉
논슈터 포인트포워드: 버틀러, 이궈달라, 아데바요
여기서 몇 가지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무빙슈터들의 그래비티를 잘 활용하는 팀이지만, 로빈슨은 커리가 아니기에 오펜스의 경로를 열어줄 별도의 픽앤롤 플레이메이커가 최소 한 명은 코트에 있어야 합니다(버틀러/드라기치). 논슈터가 많기에 이 픽앤롤 플레이메이커 옆에서 스페이싱 효과로 수비를 흔들어줄 무빙 슈터가 역시 필요합니다(로빈슨/히로). 끝으로 무빙슈터의 오프볼 액션에서 스크리너 및 패서가 되거나 픽앤롤의 롤러가 되어줄 포인트포워드가 있으면 마이애미의 오펜스가 완성되는 구도가 됩니다(아데바요/이궈달라/올리닉).
아래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드라기치/로빈슨/버틀러/아데바요 4인 조합의 온오프코트 마진입니다(수치들은 클리닝 더 글래스 참조).
공격레이팅 | 수비레이팅 | 넷레이팅 | |
지난 시즌(344포제션) | 122.7 | 99.4 | 23.3 |
이번 시즌(68포제션) | 141.2 | 109.0 | 32.2 |
지난 시즌 저 4인 라인업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넷레이팅을 조금 더 향상시킨 것이 크라우더의 결합이었습니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슈터들의 수비약점을 보완할 프론트코트 3인의 스페이싱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후반기를 맞이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윙4의 트레이드 영입을 통해 5인 조합의 클로징 라인업을 완성하고, 히로, 이궈달라, 넌, 브래들리, 올리닉, 아치우아를 세컨유닛의 코어로 잡는다면 사실상 로스터가 완결될 수 있겠죠(물론 이 세컨 유닛들 중 일부는 트레이드를 위한 에셋이 될 수 있고, 히로는 로빈슨과 클로징 라인업에 교차 합류가 가능). 예컨대, 버틀러/윙4/아데바요의 클로징 라인업, 버틀러/이궈달라/윙4의 벤치 스몰라인업 가동이 가능하게 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 생각합니다.
마이애미가 현실적으로 영입가능한 어떤 윙4가 있을까요. 올시즌 마이애미의 오펜스 부진에서 코어 선수들의 장기 결장 외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요소는 3점슛의 극심한 부진이었습니다(성공률 2위에서 22위로 하락). 최근에 루머가 뜬 윙4들은 반즈, 비엘리차, 래리 낸스 주니어, 터커 등이고요. 수비와 3점이 모두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둘 중 하나에 무게 중심을 더 둬야 한다면 저는 피지컬 사이즈를 포함해서 3점에 조금 더 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