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옵 모드의 네츠와 클리퍼스 - 스위치와 스위치 카운터 대결
“브루클린의 스위치 수비가 좋았고, 우리에게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강제했다.”
며칠 전 네츠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르브론이 한 말입니다. 스위치 수비의 핵심은 아이솔레이션 강제입니다. 핸들러에게는 매치업 체인지를 통해 스크린을 통한 열릴 돌파공간을 삭제하고, 오프볼 커터에게는 와이드오픈 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수반하죠. 매순간 투멘게임이 일대일 아이솔레이션이 되도록 하는 게 스위치 수비의 목적이며, 스위치 빈도가 높아지는 플옵이나 클러치타임에 에이스의 히어로볼이 강제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스위치 수비를 몇 년간 주도한 팀이 골스였고, 이를 코트 내 모든 선수들에게 풀로 적용하며 극대화한 팀이 17~18시즌 휴스턴이었죠. 그해 플옵 휴스턴-골스 경기는 스위치의 향연이었는데, 그 휴스턴 농구의 핵심인 댄토니와 하든이 지금 네츠에 와서 휴스턴 버전 2를 재연하고 있네요.
스위치는 모든 상황을 아이솔레이션으로 끊어내는 수비법입니다. 그래서 공격 측에서 그 연관어로 부상하는 게 미스매치죠. 수비 측이 스위치를 즐기면, 공격 측은 보통 그 강제된 아이솔레이션을 미스매치로 만들고자 합니다. 어제 네츠와 클리퍼스 경기는 대표적인 미스매치 농구였고요.
스위치 수비의 장단점 및 공략법은 그해 많이 회자된 바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어제자 네츠-클리퍼스 전의 공수 컨셉을 설명하며 간략히 부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츠의 수비전술: 제프 그린을 선발 5번으로 배치하면서 스위칭 스몰라인업 개시. 유독 LA의 두 팀을 상대로 한 세 경기에서는 모두 스몰라인업을 선발로 했는데, 이는 예비 플옵모드를 가동시킨다는 걸로 이해됨. 디조던의 경우 주바치와 매치업될 때는 드랍을, 이바카와 매치업될 때에는 (이바카의 스페이싱이 있다 보니) 스위치를 적정선에서 활용. 클리퍼스는 주바치가 없을 때는 미스매치를, 주바치가 나오면 디조던의 드랍을 공략하는 전술이 필요했음.
클리퍼스의 수비전술: 센터를 제외하고 거의 풀 스위치로 돌아감. 이바카와 주바치는 드랍을 했는데, 어제 네츠 털빙의 주요 공략 포인트가 이 드랍 수비. 그제 올린 게시물에서 클리퍼스 드랍 수비의 특징을 설명했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13216).
- 센터는 드랍을 하되, 코너 수비수들은 최대한 홈스테이하며(도움수비를 줄이며) 킥아웃 패스로 파생되는 캐치앤 3점을 못 던지게 한다. 핸들러의 득점 볼륨은 올라가지만, 이게 상대팀 득점 전체의 상승으로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
- 윙 수비수들의 코너 홈스테이로 핸들러의 풀업 터프샷이 강제되는데, 이 샷들과 빅맨 공격수의 투멘게임 효율을 줄이기 위해 핸들러 뒤를 따라붙으며 하는 핸들러 수비수의 리어뷰 컨테스트가 아주 중요하다.
- 리어뷰 컨테스트로 핸들러를 견제할 수 있어야 빅맨 수비수가 림으로 롤링하며 받아먹기 하는 상대 빅맨 공격수(디조던 등)의 앨리웁이나 오펜 리바운드를 억제할 수 있다.
유타 전에는 위 내용들이 대부분 잘 적용된 바 있습니다. 네츠 전의 궁극적인 차이는 하든과 어빙의 투멘 게임이 또 다른 레벨이었다는 점, 털빙이 상대적으로 약한 핸들러 수비수들을 집중 공략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 디테일을 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네츠의 투멘게임, 클리퍼스의 수비
네츠: 상대 에이스 스타퍼들을 수비라인에서 배제하라
바툼은 수비의 오버롤로 보면 훌륭한 수비수이고, 팀내 수비기여도에서도 레너드/조지에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에이스 스타핑보다는 트랜지션 수비, 오프볼 수비참여에서 빛나는 선수이고, 에이스 매치업 시의 수비텐션이 다른 셋에 비하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죠. 아래는 어빙과 하든이 클리퍼스 퍼리미터 수비수들을 상대로 한 매치업 야투 시도 총개수들인데, 네츠의 타깃이 굉장히 분명합니다.
매치업 수비수 | 하든 + 어빙의 야투 개수 |
카와이 레너드 | 1개 |
폴 조지 | 6개 |
페트릭 베벌리 | 3개 |
니콜라 바툼 | 9개 |
루 윌리엄스 | 9개 |
테렌스 맨 | 3개 |
스위치를 하되 빅맨 쪽에서는 드랍을 하는 상황인데, 이게 투멘게임의 지존을 만나다 보니, 핸들러 수비수는 스위치되어서 수비텐션이 약화되고, 빅맨 수비수는 하든의 농구도사 투멘게임 모드에 압도되었죠. 어빙의 플레이메이킹도 패스타이밍에서부터 거의 완벽한 경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둘의 픽앤롤 게임에 경외감을 느끼며 봤습니다.
역으로 보면, 클리퍼스가 네츠를 상대할 때에는 빅맨을 배제한 스몰라인업 실험을 조금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기도 하겠죠(물론, 올시즌의 경우 클러치타임에는 많은 경우 스몰라인업이 가동되었고,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툼 역시 이바카/주바치와의 투멘 조합보다 일대일 매치업 시간이 늘어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고요. 모리스는 슈퍼스타 에이스 매치업 수비에 뛰어난 선수이기에 풀스위칭 수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https://twitter.com/FlyByKnite/status/1363743628011577349
위 트윗은 이날 클러치타임 스몰라인업 마진입니다(마지막 파울작전으로 가비지성 2점 헌납이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도 플옵에서 주바치와 해럴이 배제된 스몰라인업이 유의미하게 가동되었는데, 돈치치가 위닝 버저비터를 넣은 4차전이 4쿼터 스몰라인업으로 10점차를 따라잡으며 연장행을 만들어 낸 경기였습니다(플옵에서 총 109 포제션, 마진 +20)
네츠의 스위치, 클리퍼스의 스위치 카운터
스위치 수비의 몇 가지 약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임팩트를 낳았던 것 중 하나는 수비리바운드의 문제였죠. 미스매치에서 보통 언더사이즈 수비수를 불리볼로 공략하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그런 걸 잘하는 선수들이 있지만(르브론, 레너드 등), 일반적으로는 언더사이즈 수비수보다 빅맨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이 효율적인 경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18년 플옵 당시에 봤던 데이터 중 하나는 스위치 시 수비진영의 리바운드가 무너진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빅맨이 외곽으로 끌려나가면서 골밑의 사이즈가 약화된 효과죠.
이 리스크를 가장 크게 본 팀이 18~19시즌 휴스턴이었습니다. 아리자와 음바무테가 팀을 떠나면서 사이즈가 약화되었고, 스위치 수비의 약점을 분석한 상대팀들은 카펠라를 지속적으로 바깥으로 불러낸 후 휴스턴의 사이즈를 공략했습니다. 카펠라는 커리어로우급 수비리바운드 기회를 얻어야 했고(수비리바운드가 될 때 림 근처에 있는 비중이 대폭 감소), 전년도 수비리바운드 최상위권 팀은 이듬해 리그 최악의 수비리바운드 팀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같은 해 리그 최강 수비팀이 스위칭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며 수비보드를 장악한 밀워키 벅스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네츠는 현재 수비리바운드 하위권의 팀입니다. 이건 상대가 집중 공략한 결과라기보다 윙들의 뎁스가 약한 결과가 아닐까 싶고요. 반대로 보면, 디테일 공략이 본격화되는 플옵에서 약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겠죠. 향후 선수 영입과 플옵의 화두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1. 슬립 스크린
다른 하나는 스위치가 일어나는 순간 자체를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스크린을 하는 척하고 빠지는 슬립 스크린이나 뒤에서 살짝 밀고 빠지는 슬링 스크린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18년 플옵 휴스턴과 유타 전, 그리고 휴스턴과 골스 전에서 이런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왔는데, 아래 영상은 실링 스크린의 대표적인 사례였죠.
2쿼터에도 같은 장면이 나왔는데, 클리퍼스의 작전 수행이 좋지 않았어요. 다음과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아래가 그 장면인데, 터커의 동작과 위 영상 하든의 동작이 같음을 알 수 있죠.
2. 미스매치
공격수마다 잘 맞는 미스매치 조합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레너드는 불리볼 유형이고, 조지는 빅맨을 끌어낸 후 공략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유형 같네요. NBA 홈페이지에서는 아이솔레이션과 포스트업 포제션을 분리해서 집계하고 있습니다. 둘 다 일대일 유형이지만, 아마 수비를 정면으로 보고 외곽에서부터 일대일을 하면 아이솔레이션, 포스트에서 공격을 하면 포스트업이지 않을까 하네요. 경향적으로 전자는 풀업 3점 능력에, 후자는 피지컬적 파워가 주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고요.
아이솔레이션 효율 강자들의 최근 추세는 풀업 3점슛 능력이 좋다는 점입니다. 하든, 어빙, 듀란트, 릴라드가 그런 케이스들인데, 폴 조지도 볼륨은 적지만 효율은 굉장히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수비 달고 터프 3점을 고효율로 넣는 선수들이 아이솔레이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죠. 조지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아이솔레이션 효율을 만들어주는 장면인데, 비슷한 장면이 한두 차례 더 나왔습니다.
그 반대 유형이 레너드인데, 손을 높게 들기는 하지만 릴리즈 위치가 상대적으로 앞쪽에 형성되고 라인드라이브성 샷 궤적을 갖는 레너드는 롱점퍼 시 수비 컨택에 취약한 스타일입니다(미드레인지에서는 페이드어웨이가 되지만). 그래서 통계적으로도 풀업이나 캐치앤슛이냐, 수비수와의 거리가 얼마냐, 코너냐 논코너냐에 따라 3점 성공률이 정확히 비례해 움직이죠.
아무튼, 조지는 손질과 스텝 압박이 좋은 가드들보다 사이즈 좋은 빅맨들, 혹은 민첩성이 떨어지는 윙들을 상대로 일대일을 하는 게 맞는 매치업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반대로 불리볼 유형인 레너드는 포스트업 중심으로 가는 게 맞겠고요. 레너드와 조지의 현재 아이솔레이션 및 포스트업 효율은 다음과 같습니다(점수는 포제션당 득점).
타입별 포제션당 득점 | 아이솔레이션 | 포스트업 |
레너드 | 0.85점(4.3포제션) | 1.17점(3.8포제션) |
조지 | 1.16점(3.1포제션) | 0.79점(1.1포제션) |
정확히 반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지의 아이솔레이션은 볼륨이 다소 적긴 하지만 효율은 리그 최상위권이고, 레너드는 게임당 3개 이상을 실행한 포스트업 플레이어들 중 효율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레너드의 불리볼은 어빙과 샤멋을 주타깃으로 했지만, 상대의 리스위치와 스위치 후 도움수비 등으로 직접 공략 빈도를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전체 야투가 그린과 하든 쪽으로 편향되었는데, 이는 팀이 원하는 만큼 미스매치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팀 내적으로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 같고요.
아래 두 영상은 레너드의 어빙/샤멋을 상대로 한 미스매치 공격 장면들인데, 각각 네츠의 수비 패턴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 장면은 더블팀의 사례이고, 두 번째 영상에서 나온 스위치는 한번 이루어진 스위치를 다시 한번 스위치해 미스매치 상태를 지우는 리스위치 동작입니다. 이처럼 매끄럽게 모든 동작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대체적인 전략 파악 차원에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스위치가 쟁점이 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윙맨들의 피지컬이 주요 쟁점이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프 그린이나 하든이 외곽으로 나오게 될 때, 어빙과 브루스 브라운이 림을 사수하게 된다면 리바운드 경합이나 림프로텍팅의 어려움이 있겠죠. 반대로 보면, 클리퍼스가 많은 공격리바운드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림어택의 빈도를 충분히 높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이바카와 주바치가 상대의 밀도 높은 페인트존 수비에너지를 뚫지 못한 부분이겠죠(이바카는 림인근 야투 자체가 두 경기 모두 부정확).
또 다른 이유는 예상가능하듯 림어태커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조지와 맨 정도가 림어택을 적극 시도했고, 루윌은 강팀과의 플옵 대결에서 중용될 만한 경기력인지 개인적으로 크게 회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드라이브인을 하는 게 아니라, 레너드와 조지의 그래비티를 바탕으로 2차 드라이브인을 할 자원이 현재로서는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좀더 현실적인 방법은 테렌스 맨이 지금처럼 중용되면서 시즌 중에 성장하는 방법이 있겠죠).
정리하면, 네츠는 사이즈 좋은 윙 수비수 영입이 필수적이고, 클리퍼스는 스위치를 강제한 후, 낮아진 네츠의 림 높이를 공략할 림슬래셔의 등장(혹은 영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네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각자 어떤 선수 영입을 원하시나요?
믿고보는 ..!! 늘 양질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