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 덴버전 짧은 감상평
<초반>
시작은 요키치와 르브론의 불리볼이었고 덴버는 요키치 쪽을 제로사이드로 만들며 노골적으로 마크 가솔과의 1:1 매치업을 만들어 공략했습니다. 마크 가솔이 아무리 덩어리 수비가 좋다고 해도 르브론급의 운동능력을 가진 물 오른 요키치를 혼자 막아내기는 힘들죠. 레이커스도 극초반엔 르브론의 덕인 & 포스트업으로 1:1 좀 하다가 요키치가 날뛰니까 바로 요치키 공략전으로 들어갔습니다. 르브론이 탑에서 요키치 미스매치 공략, 슈로더가 2:2 로 요키치 공략 등. 요키치에게 수비부담을 증가시키자 덴버는 공격에서 요키치의 1:1 을 줄이고 바로 영혼의 파트너 자말 머레이의 핸드오프 그리고 슈로더와의 1:1 로 레이커스를 공략했습니다.
<지역방어 그리고 안일한 2쿼터>
뛰어난 샷 블락커가 없는 덴버는 1쿼터 말부터 지역방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르브론과 슈로더 등 손쉽게 돌파해 들어오던 선수들의 진입을 밀어내겠다는 의도였겠죠. 그러나 레이커스는 몇개의 오픈샷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 지역방어를 만나 찬스를 못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THT 등이 드라이브로 길을 몇차례 만들어내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차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빈공보다는 안일한 수비와 박스아웃, 턴오버에 있었습니다. 특히 덴버는 전반에만 무려 1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거두며 3개를 얻은 레이커스를 압도했는데, 전반전 점수차가 10점차였고 세컨찬스 득점이 13 대 3 이었으니 딱 이만큼의 허슬 차이가 전반의 차이를 나타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지만 실시간으로는 AD 의 소프트함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돌려보니 그에 못지 않게 르브론의 수비 미스와 박스아웃 미스가 있었고 (전반 마진 꼴등이 -11 의 르브론) 에이스 두명 모두 전반전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특히 AD 는 오늘 나온 올스타 중간집계에서 서부 프론트코트 4위에 랭크되어 있어서 전국중계인 덴버전에서 하드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는데 공격에 너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더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뭐랄까, 공부 잘했던 우리 아들이 설렁설렁하다가 중간고사를 반에서 중간 등수 밖에 못 받은 느낌이랄까요? AD에 대한 저의 기대치는 그냥 올스타급 빅맨이 아니라 던컨, 가넷, 노비츠키가 그랬던 것처럼 MVP 도 받고 수비왕도 받고 그 정도의 기대치이기 때문에 좀 더 영향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현지 레이커스 팬들 뭐하냐고 빨리 AD 3위 안으로 올리라고
<허슬의 역전>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건 역시 레이커스의 수비력과 허슬이 살아나면서부터였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 데니스 슈로더와 카일 쿠즈마가 있었고요. 2쿼터 말부터 보여준 슈로더와 카일 쿠즈마의 좋은 수비와 허슬은 팀에 불꽃을 일게 만들어 팀 전체의 유기적인 수비와 디플렉션이 살아나게 했고, 그 후 이어지는 르브론의 강력한 속공 득점과 패스가 레이커스의 런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앤써니 데이비스 역시 공격 가담이 늘어났고 특히 좋은 수비를 보여주며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르브론은 전반에는 마진 꼴등이었지만 후반에는 마진 전체 1등인 +32 를 기록, AD 도 +27 기록, 둘은 결국 최종 마진 +21 로 공동 1등 기록)
전반에만 13점의 세컨찬스 득점을 기록한 덴버는 후반에는 고작 2점에 그쳤으며, 반면 레이커스는 턴오버를 통한 득점 13점(덴버 6점), 속공 득점 15점 (덴버 2점), 페인트존 득점 40점 (덴버 16점) 으로 좋은 수비에 의한 빠른 페이스의 공격으로 덴버의 수비를 무너 뜨리며 후반을 35 대 68 로 압도했습니다.
그 외 언급되지 않은 선수로 해럴이 후반에 수비를 정말 잘해줬습니다. 요키치와의 매치업에서 최대한 버텨준 것이 후반전 승리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고 봅니다. 레이커스가 더블을 붙이기도 했지만요. 덴버 입장에선 좀 더 요키치 위주로 해봤다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 더블을 붙여도 패스로 계속 득점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역시 요키치는 요키치다 싶었네요. 4쿼터에 다시 요키치의 포스트업을 활용했는데 4쿼터에만 4어시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마 플옵이었으면 요키치를 더 갈아 넣었을 텐데 정규시즌이라 그러진 않은 것으로 보이고요. 3쿼터에 핸드오프 위주로 경기를 풀었는데 핸들러들이 레이커스 수비수들의 허슬에 먹히면서 게임이 레이커스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슈로더의 좋은 장면 몇가지>
슈로더의 끈덕진 손질과 AD 의 훌륭한 스턴팅
패스를 예상하고 디플렉션 만들어내는 장면
허슬
말 그대로 개처럼 뛰어다닌 슈로더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겔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고 슈로더를 일으켜주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레지 밀러 해설은 슈로더의 이 플레이를 보고 "챔피언쉽을 원하는가? 이게 챔피언쉽을 얻는 방법이다." 라며 슈로더의 허슬을 극찬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스매치 공략도 쏠쏠하게 해줬고 수비적으로도 오늘 정말 좋았네요. 슈로더는 21득점 (77.8%) 4어시를 기록했습니다.
<쿠즈마 좋은 장면 몇가지>
레이커스의 짬밥 킹 카일 쿠즈마. 오늘을 대표하는 장면은 마포쥬의 얼리 3점을 블락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오늘 쿠즈는 팀 디펜스에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유기적인 수비 로테이션 후 좋은 클로즈 아웃 수비 (르브론의 수비 지시도 좋았고요)
해럴 쪽으로 들어가는 패스 도움수비로 컷
헬핑 불낙
오펜시브 파울 유도
좋은 장면 더 많았는데 이 정도만 올려 봅니다. 쿠즈마는 11득점 (3점 2개) 3리바 (2오펜) 3어시 2스틸 2블락을 기록했네요. 아시다시피 쿠즈마는 수비에서도 기복이 심한 이상한(?) 친구라 오늘 같은 활약을 다음 경기에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는 선수입니다. 그래도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요.
경기 중 화면에 나온 레이커스의 허슬 지표
동부 7연전의 힘든 일정을 끝내고 2월에는 홈 경기도 많고 스케쥴도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인데요, 다시 서부 1위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힘 좀 내줬으면 합니다.
저 레이커스 움짤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AD 에너지 레벨이 예년같지 않아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강팀 상대로도 가비지 승을 따낼 수 있는 팀의 구성원이라는게 AD 복이네요. 그저 몸관리 잘해서 후반기, 플옵에는 본래 폼을 찾았으면 합니다. 지난 플옵에서 보여준게 있어 기대치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