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미지는 이번 시즌 루카 돈치치의 위치별 샷빈도를 나타낸 표입니다. 샷빈도는 슈팅파울 포제션까지 포함하며, 주황/파랑색 등은 해당 포지션 내 백분위 위치를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빨간색 박스 안 숫자에 주목하면 좋고요.(이미지를 누르시면 크게 보입니다)
<루카 샷빈도 - 출처는 클리닝 더 글래스>
‘림’은 RA구역을 말하고, 숏미들은 RA에서부터 림으로부터 14피트 구역까지, 롱미들은 14피트 이상의 2점을 말해요. 변화된 특징이 한눈에 바로 들어오는데, 요약하면 림어택 빈도는 줄고, 숏미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 변화의 시발점은 지난 플옵부터인데, 이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리라 짐작됩니다.
이 현상은 루카에게서 조금 더 명료하게 나타날 뿐, 완전히 루카 혼자만의 고유한 현상은 또 아닙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한번 언급했듯( | 버틀러의 숏미들과 마이애미/토론토/밀워키의 수비 | NBA Maniazine), 지난 2년간 플옵에서는 림어택 빈도가 굉장히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플옵은 전술이 첨예하게 펼쳐지는 시기라, 보통 그 다음 정규시즌 정도 되면 플옵에서 두드러졌던 현상들이 정규시즌에도 나타나곤 하죠. 아래는 지난 4년간 리그의 플옵과 정규시즌 림 3피트 이내 야투빈도를 전체 야투 빈도로 백분위화한 도표입니다.
17~18 | 18~19 | 19~20 | 20~21 | |
플옵 | 28.3% | 26.0% | 23.7% | ? |
정규시즌 | 28.1% | 29.2% | 28.2% | 25.9% |
플옵에서 1년 정도 먼저 나타난 변화가 정규시즌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지난 플옵과 이번 정규시즌의 변화가 굉장히 두드러졌죠. 3점 시대에 넓어진 수비 공간을 모두 커버할 수 없기에, 빅맨이 페인트존으로 쳐져서 림을 보호하는 이른바 ‘드랍’ 커버리지가 유행했습니다. 18~19시즌에는 벅스가 3점 헌납까지 감수하는 극강의 페인트존 사수 수비로 수비 최강팀이 되었고요. 이게 리그 전반에 벤치마케팅을 유발하며 림사수 기조의 수비를 일반화하기 시작합니다.
드랍 커버리지의 기본 기조는 롱2(롱미들)를 강제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카운터 형태로 유행하는 것은 롱2가 아니라 페인트존 안쪽으로 들어가서 던지는 숏미들 게임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 기조가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포스트 플레이메이킹인데, 이건 최근 몇년간 덴버의 요키치, 랄의 르브론이 가장 잘 활용했고, 최근에는 클리퍼스의 레너드가 상당히 높은 빈도의 포스트게임을 수행하며 진행하는 것이기도 하죠.
정면에서 림으로 달려드는 픽앤롤과 탑 아이솔레이션 농구는 패스의 동선을 수비수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는(수비수들 눈앞에서 패스가 전개된다는 의미) 약점이 있습니다. 이 한계를 가장 잘 보여준 팀이 지난 플옵의 휴스턴이었고, 일정 부분 벅스에게도 문제가 된 부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공격이 정면 3점 라인 쪽에서부터 시작되고, 하든에게 더블팀을 가면, 볼이 외곽으로 도는데 그 볼의 동선이 수비수들의 시선 앞에서만 전개되다 보니 수비 대응이 훨씬 편해진게 있습니다.
반대로, 포스트업을 통한 플레이메이킹은 한쪽 포스트로 수비를 몰면서 반대편 사이드 수비수들이 자신의 매치업 공격수들을 등지며 수비하도록 하죠. 공격수들의 동선을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아래 카와이의 플레이메이킹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로우포스트에서의 플레이메이킹은 수비수들의 시선을 한쪽 방향으로 제약하면서 반대편 3점과 베이스라인 림컷을 쉽게 헌납케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걸 리그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는 큰 키로 수비수들 위에서 패스공간을 확보하는 요키치일 것 같고요. 3점 중에서도 코너 3점은 특히 효율적이기에 플레이메이킹의 효과가 살아나는데, 다만 볼을 든 플레이메이커가 일대일 공략을 유효하게 할 수 있는 풋워크와 (더블팀 대응을 위한) 볼키핑력, 그리고 턴어라운드 점퍼 등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카와이는 이번 시즌 (현재까지는) 픽앤롤 빈도를 크게 줄였고, 반대로 포스트업 빈도를 높이며 플레이메이킹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루카 역시 포스트업 빈도를 늘리며 이 흐름의 연장선 속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완전히 주무기처럼 활용되는 수준은 아닌 것 같고요.
또 하나의 경향은 호스티지 드리블이라는 것인데, 이게 루카의 전매특허 같은 기술입니다. 영어 hostage가 ‘인질’이라는 뜻을 갖듯, 이 드리블은 픽앤롤 시 스크린을 타고 들어가며 수비수를 등에 끼고 앞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인질놀이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연장전에 나온 루카의 호스티지 드리블 두 장면입니다. 오늘 덴버가 루카의 픽앤롤 시 외곽에서부터 블리츠라고 불릴 수 있는 준-더블팀 수비들을 많이했습니다. 이걸 루카가 스킵패스로 연속 카운터를 치면서 막판에 덴버가 드랍 수비로 대응했는데요. 이 드랍 수비에 루카가 반응한 것이 위의 호스티지 드리블입니다.
최근 많이 회자되는 실링 스크린도 이 호스티지 드리블이 동반될 때 자주 나오곤 해요. 이 드리블로 핸들러 수비수가 앞으로 오지 못하도록 시간을 끄는 사이, 빅맨 스크리너가 빅맨 수비수에게 가서 실링 스크린을 거는 것입니다. 호스티지 드리블은 오늘 식서스와 네츠 전에서도 르버트가 숱하게 써먹은 것이었습니다. 아래 영상이 대표적인데, 이 드리블로 시몬스와 엠비드의 픽앤롤 수비조합에 카운터를 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레 영이 최근 플랍 논란을 낳은 장면들도 모두 이 드리블이었습니다. 이 드리블의 마무리는 많은 경우 위 영상들처럼 플로터나 숏미들 점퍼가 되곤 하죠. 아래는 루카 돈치치의 위치별 야투율입니다.
<루카의 위치별 야투율>
이번 시즌 롱미들은 사실 빈도 자체가 워낙 적고, 어차피 거품이 껴 있으며, 의미도 크지 않은 수치입니다. 관건은 숏미들 구간인데, 지난 플옵도 그렇고 저 쇼미들 구간의 야투빈도와 성공률이 모두 이전 시즌들보다 확연히 높아졌어요.
숏미들 구간이 중요한 이유는, (상대의 드랍 수비 시) 저 구간으로 들어가야 더블팀 수비를 견인하며 유효한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고, 피지컬 컨텍을 활용해 슈팅파울 역시 얻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텝백 3점이 월등한 하든과는 달리 루카는 외곽에서 수비를 흔들기에는 부족함이 있고, 르브론 같은 운동능력이 없기에 림어택 기반의 농구만으로도 역시 한계가 분명합니다. 숏미들 플로터 게임 부분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하든이나 르브론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겠고요.
호스티지 드리블 게임이 좋다 보니, 그간 루카는 드랍 커버리지로 대응하는 팀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벅스나 클리퍼스 등). 리그는 한해 한해가 다르게 진화하는 중이고, 최근 시아캄의 사례처럼 지난 시즌까지 잘 통했던 것들이 올해는 안 먹히는 현상들이 즐비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아직 뉴페이스에 가까웠던 루카 돈치치에게도 이제 좀더 많은 변화의 요구와 도전들이 제기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3점 시대에 팀들과 선수들이 구역별 슛과 던지는 방법론의 차이를 재해석 해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서로 물고 물려서 참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다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