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특별한 그래비티 (부제: 커리 = 공격 전술인 이유)
현대 농구에서 그래비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3점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만큼 모든 공격이 '페인트존과 3점'에 집중되어 있으며,
코비, 노비츠키 등 00년대 스타들의 주무기였던 롱2의 빈도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빅맨의 포스트업은 이전과는 다르게 거의 미스매치나 시간에 쫓길 때에만 옵션으로써 활용되고 있습니다.
(포인트가드보다 더한 페스 능력을 갖춘 기형적인 센터, 요키치는 예외입니다)
그만큼 동료 선수들을 위해 코트를 넓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풀업 3점 슈터들의 그래비티가 공격 전술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시로 히트의 공격에 로빈슨의 오프볼 3점이 미치는 영향,
필라 공격에서 레딕이라는 슈터의 중요성 등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고
육안으로 봐도 전문 슈터가 있고 없고에 따라 공격 흐름의 원할함이 차이나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리고 저는 현대 농구로 향하는 변화의 시작점을 과거 15-16 시즌 골스의 농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5-16 골스는 커리와 탐슨을 필두로 하여 73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상하게도, 두 선수 모두 전통적인 의미의 에이스랑은 차이가 있습니다.
조던, 코비 등과 같이 해결사 득점원 이미지, 르브론 등과 같이 플레이메이커 이미지랑은 거리가 멉니다.
하든처럼 1대1 머신과는 더더욱 다른 느낌이죠. 오히려 전문 슈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커리&탐슨 역대급 슈터 듀오가 정말 위협적인 공격 무기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상대 수비 전술에 엄청난 혼선을 주었기 때문' 입니다.
73승의 성과를 거둔 15-16 시즌 골스는 커리 농구 스타일의 정점이었습니다.
커리&탐슨의 폭발력, 예측 불가한 움직임은 이후 어떤 슈터 듀오도 따라하지 못할 특별함이라고 소신있게 주장합니다.
과거 72승의 대기록을 세웠던 불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막을 수 없는 공격 옵션인 마이클 조던을 내세운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상대 수비가 예측할 수 없도록 다양한 방식의 유연한 공격 전개로 동작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서 쿰보와 시몬스가 플옵에서 고전하는 원인 또한 동일합니다.
슛이 부족하기 때문에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한 전술적 다양성에 한계가 있고
결국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비 전술을 세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커리가 정말 특별한 백투백-mvp가 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커리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그래비티의 끝판왕 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영상을 함께 넣었습니다
커리의 Offense
# 온볼 pull-up 3점
(스크린 이후 풀업 3)
https://www.youtube.com/watch?v=ql5Gxy1MqcI
(그린과의 P&R)
https://www.youtube.com/watch?v=mB8rqvFNjYk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커리는 스크린 이후 좁은 공간이 생기기만 해도 슈팅을 바로 올라갑니다.
엄청나게 빠른 타이밍의 슈팅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스크린 수비수가 헤지를 한다면? 3점을 꽂고, 수비수가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다면? 공간이 생기니 3점을 꽂고,
더블팀으로 견제를 한다면? 바로 롤러에게 빼주니 결과적으로 4 vs 3 아웃넘버 상황을 창출해냅니다.
(커리 to 그린 to 이궈달라 로우 포스트 엘리웁 장면이 자주 나왔던 원인입니다.)
풀업 3점의 확률 또한 일반적인 스팟업 슈터의 3점 성공률을 아득히 뛰어넘으니 수비수 입장에선 강한 견제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커리의 풀업 3점은 커리만의 득점이 아닌 팀원 전체에게 오픈 찬스를 주고 그래비티 버프를 제공합니다.
# 오프볼 무브먼트
(오프볼 스크린 컷인, 3점)
https://www.youtube.com/watch?v=0GckDmbKgAM
(오프볼 스크린 3점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UUZbzNqlxyw
커리의 그래비티가 타 슈퍼스타들과는 달리 더욱 특별해지는 이유가 '최상급 오프볼 움직임'에서 나옵니다.
단순 스크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순간적인 헤지로 스스로 오픈 기회를 창출하고,
수비수가 잠깐 방심만 해도 다른 위치로 이동해 오픈 기회를 만듭니다 (이를 Relocate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골스 경기에선 커리가 어느 순간 사이드에 위치해 오픈 3점을 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3점 뿐만 아니라 컷인 또한 강력합니다. 그리고 커리의 오프볼 스크린 또한 가드 중 최상급이죠.
커리가 오프볼 움직임으로 쉼없이 뛰어다니면 상대 수비에겐 혼선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커리를 놓치면 바로 컷인, 3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커리의 동선에 여러 명의 수비수를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커리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팀원들에게 또 다른 그래비티 버프를 제공합니다.
커리가 단순 온볼 플레이어가 아닌 nba 최고 오프볼 플레이어라는 점이
또 다른 최고 수준 오프볼 플레이어, 드리블 없이 득점하는 이상한 남자 클레이 탐슨과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탐슨 또한 커리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는 오프볼 움직임으로 그래비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탐슨은 온볼이 아닌 오프볼이 주요 공격 루트이기 때문에 커리와 롤이 겹치지 않아 골스 오펜스에 더 많은 효율적 다양성을 제공합니다.
커리가 공을 들면 온볼 그래비티가,
커리가 공을 들지 않으면 오프볼 그래비티가 작용해
특별한 플레이메이킹 빅맨 그린이 탐슨과 커리를 찾는 상황이 보여집니다.
커리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탐슨도 같이 전방위적으로 오프볼 움직임을 가져가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수비 전술이 파괴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커리의 스크린 이용법
(다양한 스크린 이용법)
https://www.youtube.com/watch?v=64gkuqqtpS0
위 영상에선 커리의 오프볼 움직임이 스크린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유연하게 이용하는지,
상대 수비를 어떻게 떨쳐내는지 나타냅니다.
수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순간적인 스크린이 들어와 빠져나가고 페이크를 주며 뛰어다니는 커리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커리 본인이 휼륭한 스크린 세터가 되기도 합니다.
커리의 농구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는 '그래비티 플레이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떤 분이 커리는 무기에서 예리한 칼 끝 보다는 칼의 손잡이, 그리고 다른 분은 덧셈형보다는 곱셈형 선수라고 표현하셨었고 저 또한 이에 공감했었습니다.
다른 말로 제가 표현하자면 커리는 '득점을 위한 공격 무기' 보단 '득점 과정을 위한 공격 전술형 선수' 라고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기존의 에이스의 개념에서 벗어난 커리만의 특별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첫 두 경기 커리가 부진했을 때
팀이 받쳐주지 못하면 부진하는 선수, 캐리하지 못하는 선수 등
많은 비판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글에 대해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단지 표현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커리는 개인 득점을 통해 팀의 승리를 이끌기보단 팀 전체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스페이싱 농구를 지향하기 때문에
우브레, 위긴스, 와이즈먼 등의 선수들이 커리의 농구에 적응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방향의 오펜스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팀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그린과 탐슨(ㅜㅜ..)이라도 있었다면 이전 골스처럼 다양한 공격 세팅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두 핵심 선수가 없는 지금의 골스는
팀 전체가 커리가 창출하는 오픈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프볼 움직임을 커리 혼자만 가져가는 등
이전과는 다른 이질적인 골스의 농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커리 또한 침체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글의 마무리는 커리 옹호글?이 된 것 같지만
이상 커리의 강력함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커리의 bq가 낮다, 혹은 평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지만 그건 워리어스의 농구에 대한 관심부족 혹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더볼이 좋은 선수는 기본적으로 bq가 나쁠 수가 없거든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