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유타 리뷰
1. 픽앤팝과 딥드랍
전반전은 유타의 수비에 대해 썬더가 마진을 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랍백의 가장 큰 약점은 정면의 픽앤팝이고 (쳐져서 후진한 빅맨이 앞으로 다시 뛰어나가야 하므로) 이 지점의 슛 시도는 드랍백에서 매치업을 유지한채로는 완전히 막을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 픽앤팝이 너무 위력적이면 가드가 아크 안쪽으로 들어올때쯤 종으로 스위치 (레이트 스위치)해서 팝점퍼를 견제하는 경우가 많죠.
(시카고의 딥드랍-매치업 유지-클로즈아웃까지 4발 소요)
유타는 리그를 대표하는 드랍백 팀이고 호포드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옵션도 픽앤팝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픽앤팝을 무기로 한 공격 플랜이 나왔고 시작부터 몇차례 성공하면서 출발이 순조로웠습니다.
몇차례 당하자 유타가 팝점퍼를 막기 위해 레이트 스위치로 수비를 변경했는데요. 스키마가 게임 중간에 바뀌면서 유타의 코너 3점 수비가 꼬이게 됩니다. 미첼 위치의 선수가 픽앤팝을 로테이트하면 센터가 골밑에서 코너 3점을 막으러 가야하기 때문에 거리가 너무 멀죠. 레이트 스위치가 원래 전략이었을거라고 봅니다.
썬더 또한 딥드랍을 사용했기 때문에 콘리에게 초반부터 많은 실점을 했으나 호포드와 달리 고베어에겐 픽앤팝 3점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2점은 줘도 괜찮다는 느낌으로 수비했죠. 그 사이에 미첼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 돌트가 최상의 디펜스를 보여줬기 때문에 경기가 썬더의 페이스로 흘러갔습니다.
(썬더 드랍백-콘리 픽앤롤 핸들러)
돌트의 오늘 수비는 막판에 오프스크린에서 두어번 타이밍을 뺏긴걸 빼면 스틸 위협-클로즈아웃-가슴수비 압박 등이 모두 완벽했다고 봅니다. 수비만으로도 거의 시즌 베스트급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네요.
(돌트의 미첼 수비)
2. 유타의 재정비 (후반)
후반에는 유타가 픽앤롤 대신 다운스크린과 핸드오프를 이용한 보얀의 3점으로 주공을 바꾸면서 순식간에 3점 4~5개를 얻어맞았죠. 유타가 숙련된 팀인 것이 완전히 바뀐 볼 흐름에서 전혀 버벅거림이 없었습니다.
호포드와 썬더가 미리 스위치하면서 이런 슛들을 다 차단하러 따라다닐 구성이 아닌지라 (전반의 유타 수비 vs 픽앤팝과 같은 딜레마죠) 흐름을 일찍 넘겨주고 무너질법한 상황이었는데요.
잘 먹히던 픽앤팝이 유타가 전반 막판부터 적응하면서 (레이트 스위치 혹은 고베어의 빠른 위치선정) 식었고 후반에는 전반처럼 안정적으로 볼을 돌리면서 공격하는게 어려워 보였습니다. 호포드의 위치를 엘보우로 바꿔서 (엘보 겟) 공격하기도 했는데 전술변경 후에 바로 터진 유타와 달리 위치가 바뀌니까 결과가 안나왔죠.
다행히 SGA, 조지힐이 어려운 샷들을 연속으로 넣으면서 (속공에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아주 싸해지는 상황이 있었는데 팁인으로 앤드원이 나오기도 했죠) 아주 나쁜 흐름에서 그런대로 버텼고 쓰리가드 라인업이 오프볼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썬더가 다시 리드를 잡았는데...저는 사실 이때 무너질줄 알았습니다.
터프샷과 수비로 경기를 계속 접전으로 끌고갔는데 럭키한 면도 있었다고 생각하구요.
지난 경기처럼 골밑에서 가드들의 허슬이 인상적이었는데 (말레돈도 수비가 좋은 선수 같습니다.) 돌트를 제외하면 운동능력이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없어도 다들 위치 관계없이 끈질기게 잘 버텨주는것 같습니다.
3. 클러치타임
전반 끝날때쯤 뇌리에 남은 불길한 장면이 픽앤팝이 일찍 스위치되서 고베어와 조지힐이 정면에서 미스매치 되었을 때입니다. 조지힐이 본인 수준에선 최대한 가속을 붙여서 돌진했는데 마무리에 실패했죠.
썬더가 제일 두려워하는게 위와 같은 상황에서의 미스일거라고 보는데요. 피지컬 좋은 선수들과의 정적인 아이솔레이션과 가장 궁합이 좋지 않은 선수구성이라 상대가 앞으로도 자주 유도할 시퀀스일것 같습니다.
이전 글에 썼듯이 썬더는 미스매치를 이용하는 원초적인 스피드, 파워 이런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확실한 수비는 (헷지, 드랍백) 교과서적으로 잘 공략하나 클러치타임 운영은 매우 답답한 팀이 될거라고 봅니다. 플옵 가기 전 시즌의 브루클린이 그랬듯이 개념농구를 구사하는 약팀의 종특이 바로 졌잘싸죠.
캐치앤 고 상황이 아닌 순수한 아이솔레이션에서 SGA의 약점은 타이밍을 조금 뺏고도 빈 공간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지 못하는 점, 파고든 후에 세컨스텝이 짧아서 RA 진입 전에 완전히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뱅크샷이나 러너 등 멈춘 후에 보여주는 기술 자체는 상당한데 수비가 한번 안속으면 거의 백패스입니다.
림까지 파다가 수비 둘을 붙이고 점프떠서 킥아웃을 날리거나 가속붙은 상태에서 딜레이없이 패스아웃을 해야 킥아웃 타이밍이 안정적인데 SGA는 첫스텝 이후에는 계속 플로터를 쏠 듯한 리듬으로 공격하죠.
특히 급한 상황에서 SGA의 슛타이밍은 동료도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패스를 예상하고 미리 무빙하기가 어려운데 (다시 가속붙일지 뺄지, 플로터 타이밍인지 더 들어갈지 구분이 잘 안되므로) 돌파시작 전에 피벗을 많이 써가면서 각도에 따라 디시전을 좀 단순화했으면 합니다. 마침 리크스린이 좋은 호포드도 있으니까요.
(백패스-배즐리 돌파실패)
오늘 경기가 썬더가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고 현지 트윗을 둘러 보니까 거의 우승한 분위기던데 (단 하나의 비난도 없는 클린 팬덤) 그래도 단순한 팬인지라 경기력이 좀 아깝긴 했네요.
슈퍼스타의 부재가 아쉬운..
클러치타임엔 천상
방패로 두드려 패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원빅으로서 호포드는
여전히 생산성과 가치가 높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