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의 숏미들과 마이애미/토론토/밀워키의 수비
몇 년간의 추세
지난 몇 년간 플옵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골밑슛 빈도의 아주 급격한 감소였어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플옵 4년간의 림 3피트 이내 리그 평균 야투 빈도는 각각 (소수점 내림) 29%, 28%, 26%, 23%입니다. 특히 최근 2년간 급락 추세가 발견됩니다.
이 하락치를 해석하는 건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예를 들면, 1) 수비가 골밑에 많이 모여서 저렇게 된 건지, 2) 아니면 에이스들의 돌파를 사전에 차단해서 저런 결과가 나오는지를 식별해야겠죠. 림야투빈도 하락은 플옵에서만 아주 최근 들어 나타난 것이고, 정규시즌은 아직 하락 경향이 명료하지는 않습니다. 베스킷볼 레퍼런스에서 거리별 야투빈도를 기록한 01~02시즌 이후 림야투빈도는 매해 거의 비슷해요. 3점 증가는 미드레인지 감소와 연관된 것이고, 림야투와 관련해 일어난 변화는 야투빈도가 아니라 (돌파 공간이 넓어지며) 림야투의 ‘성공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리그 평균 골밑슛 성공률: 01~02시즌 60%, 19~20시즌 66%
몇 년 전까지, 제가 본 바대로 가정하면 대략 2~3년 전까지 NBA의 주된 수비컨셉은 다음 두 가지의 해석 쟁점을 가지고 분화되었습니다. 하나는 3점 수비와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도움수비를 많이 갈수록 반대편 사이드의 오픈 3점 찬스가 많이 나게 됩니다. 3점 효율성에 눈을 뜨면서 넓은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취한 선택 중 하나는 외곽 수비수들의 도움수비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골밑 수비를 센터에게 일임하는 구조가 취해졌고, 역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베어나 엠비드 같은 림프로텍터가 필요했습니다. 매니아에서도 많이 소개된 컨셉으로, 보통 ‘드랍’ 혹은 ‘드랍백’이라 불리는 수비커버리지인데, 아래와 같은 구조를 취합니다.
골밑은 고베어에게 일임하고, 코너 수비수들은 페인트존으로 공간을 크게 좁히진 않아요. 외곽에는 수비수들이 공격수와의 거리를 최소화해 3점 찬스를 줄이는 대신, 효율성이 떨어지는 롱2를 강제하는 수비입니다. 통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 평가받았고, 이걸 기조로 지지난 시즌까지 유타는 3년 정도 리그 최상위 수비팀으로 군림했죠. 다만 정규시즌의 수비위용이 플옵에서 유지되는가에 의문은 불러왔습니다.
다른 하나의 컨셉은 모리볼 농구의 기본 원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드랍은 오펜스의 시작점이 아니라 그 결과, 즉 슛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통제했습니다. 반대로 이 방법은 오펜스가 시작되는 볼핸들러의 돌파를 외곽에서부터 사전 차단하는 구조를 취해요. 최근 정규시즌에는 보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힘들어졌는데, 보통 픽앤롤 수비에서는 블리츠나 헤지라고 불리는 외곽 (준)더블팀의 형태를 취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6O00QkBvGI&loop=0
<빅3 마이애미의 헤지/블리츠 수비>
빌리 도노반 감독이 OKC에 부임 후 지지난 시즌까지 줄곧 사용했던 수비이기도 하고요(지난 시즌은 제가 경기를 못 봐서 모르는데, 트래킹 지표들을 보면 수비기조에 변화를 줬나 싶습니다). 과거 마이애미나 클리블랜드가 르브론이 이끌던 시절 자주 사용했던 컨셉이기도 합니다.
외곽에서부터 트랩을 쓰다 보니, 턴오버 유발이 많고, 이를 속공 역습으로 연결하기 좋은 구조죠. 위 영상에서도 볼이 가는 쪽으로 수비수들이 두어 명씩 공격적으로 대쉬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볼프레싱이 강해서 상대 에이스 핸들러를 괴롭히게 되고(커리와 릴라드가 한때 고생하기도 했고), 턴오버 유발율이 높아 속공으로 쉽게 연결되기도 했죠.
OKC에서는 이러한 기조하에서 폴 조지가 스틸왕을 했었습니다. 다만, 볼이 있는 쪽으로 수비가 급격히 몰리다 보니, 반대편 3점 찬스를 많이 준다는 점(특히 코너 3점), 돌파를 사전 차단하다 보니, 미드레인지로의 진입이 불가해 가장 비효율적이라는 미드레인지 슛 유도를 잘 못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외곽에서 수비 압박도를 높이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커서 OKC는 저 수비컨셉으로 15~16시즌부터 18~19시즌까지 매해마다 주전들 체력방전 얘기를 들었었어요.
3년여 전까지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타 등이 애용한 드랍 커버리지의 효율성에 주목했고, 특히나 3점 성공률의 운적 경향에 주목하는 분석가들이 그러했습니다. 어차피 성공률이 운에 따른다면, 처음부터 던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기조였죠. 헤지나 블리츠 등은 코너 3점을 많이 허용해 점차 일반적 수비 컨셉으로 채용하는 팀들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드랍 커버리지를 애용한 유타가 플옵에서 강력한 수비위용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잘 받지는 못하고 있죠. 정규시즌과 플옵 간의 괴리가 어느 정도 나타났습니다.
밀워키 벅스의 등장
그 이유를 어디에서 발견해야 할지는 사실 큰 논쟁점이 되고, 저 역시 뚜렷한 답을 갖고 있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다만, 모리볼 농구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돌아보면 나름의 힌트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앞서 언급했지만, 모리볼로 인해 림야투 빈도에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림야투의 빈도는 지금과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변화가 일어난 부분은 스페이싱의 효과로 돌파가 용이해져 림야투의 ‘성공률’이 크게 올라간 부분이에요. 선수들 간의 역할 분배와 스탯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돌파 공간이 넓어지며, 롤플레이어들은 받아먹기 형태의 소극적 공격 롤을 갖게 되고(3&D와 받아먹기형 빅맨), 에이스들에게는 공격 몰빵이 나타났죠.
자유투 빈도는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에이스 스코어러들의 자유투 유도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공간이 좁을 때는 롤플레이어들도 피지컬 컨텍을 하며 야투를 던져야 했지만, 지금은 에이스들만 피지컬 컨텍 기반 득점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죠. 아리자, 코빙턴, 크라우더, 대니 그린 같은 선수들이 자유투를 얻을 일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오펜스 자체가 에이스들의 돌파를 위한 세팅으로 마련되고 있고요. 에이스들의 몸은 벌크업되고, 돌파 시 어깨싸움 후 유로스텝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너나 할 것 없는 시대 트렌드가 되고 있죠(대표적으로 야니스, 버틀러, 돈치치).
3점 증가 추세도 수비컨셉 변화의 필요성을 부추겼습니다. 3점슛은 사실 파울유도 경향이 약해서 자유투까지 포함한 트루슈팅(TS%)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효율을 마냥 과대평가할 수는 없습니다(반대로 하든의 3점은 자유투 유도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35% 성공률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3점 증가 경향 속에서 점점 명료해지는 부분은 스페이싱 농구가 3점 자체의 효율성 이상으로, 림돌파공간 확보에 유용하다는 점이었어요. 쉽게 말해, 3점을 많이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1번부터 5번까지 가능하면 많은 선수가 스페이싱 능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말이 되죠.
반대로, 최근 몇 년 사이 빅맨들까지 3점을 던지면서 더 이상 늘어날 스페이스가 존재하지 않는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3점을 더 던진다고 스페이싱 효과가 나지는 않게 되었고, 같은 스페이싱이라면 가능하면 많은 포제션을 림야투와 자유투로 향하게 하는 게 효과적임이 인지되었습니다. 이게 최근 통계적으로 3점을 많이 던지는 것과 전체 야투효율성 간의 상관관계가 다소간 무너진 맥락이기도 하고요. 밀워키 벅스 같은 팀이 3점을 주주장창 허용하면서도 역대급 수비레이팅을 찍는 이유는 드랍 커버리지로 빅맨이 골밑을 지키면서도, 외곽 수비수들의 페인트존 압박동선이 유타나 필라보다 더 크고 공격적인 형태로 전개돼 림수호가 월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크게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났죠. 1) 림야투 허용빈도가 압도적으로 적음. 2) 페인트존의 장벽이 형성되며 슈팅파울 헌납 빈도 역시 압도적으로 적음. 3) 페인트존의 박스대형이 형성되어 수비리바 최강팀이 됨..
매니아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지만, 벅스는 드랍을 하되, 수비수들이 페인트존으로 공간을 조이며 볼핸들러를 압박하는 수비를 지향합니다. 이로 인해 외곽에서 3점 찬스가 많이 나고, 특히 스크린 후 팝아웃하는 빅맨에게 3점을 쉽게 허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수비 1위 팀이 된 것은 역시 수비의 핵심이 볼핸들러에 대한 압박에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겠죠. 페인트존에서의 볼핸들러 압박과 림어택 억제를 결합시킨 것이 밀워키 벅스의 수비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방어 볼프레싱의 등장 – 마이애미와 토론토
하지만 밀워키 벅스조차도 플옵에서 수비 딜레마에 지속적으로 빠졌습니다. 지난 플옵에서는 수비가 거의 무너진 수준이었죠. 마이애미에서 올리닉이 센터로 나오면 림을 사수해야 할 로페즈가 외곽으로 끌려나가며 수비 혼란이 유발되기도 했습니다. 마이애미는 무빙슈터들이 두 명이나 있기에 수비에서 스위치나 빅맨들의 스턴트 동작(튀어나오며 슈터의 슛을 순간 억제하는 동작)이 반드시 강제됩니다. 아래 장면처럼 이게 원활하지 않으면 바로 3점 카운터를 맞기가 쉽고요
로빈슨이 스크린을 타고 3점을 던질 때, 벅스에서 해야 했던 것은 드랍 상태에 있던 로페즈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3점 시도를 억제하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사실 그 전년도 플옵 보스턴 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는 어빙과 호포드 듀오의 픽앤팝에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죠. 2차전부터 스위치를 다소간 적극 섞으면서 위기를 돌파했지만, 일정 부분은 작은 사이즈의 어빙이 벅스 장대 수비수들 틈에서 피지컬적으로 압도당한 게 컸습니다(당시 벅스의 2번 수비수로 미로티치가 선발출전했습니다).
이번 시즌 마이애미 농구의 또 다른 핵심 중 하나는 4쿼터 버틀러의 조던 타임이었어요. 벅스의 페인트존 사수를 기조로 하는 볼프레싱이 돌파의 사전 차단 구조를 취하기보다 돌파 후 야투를 억제하는 형태를 취하다 보니, 막상 돌파를 시작하며 스피드를 붙은 버틀러를 막기 어려웠고, 이 선수의 수비 달고 파울을 얻으며 넣는 바디 컨트롤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버틀러의 야투 분포 문제이기도 했죠. 아래는 지난 시즌 슈퍼스타 몇 명의 숏미드레인지 야투 분포와 그 성공률입니다. 플옵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의 일정한 경향을 보기 위해 표로 만들어 봤습니다. 정규시즌과 플옵을 대비하며 보면 흥미롭죠.
돈치치 | AD | 카와이 | 버틀러 | |
슈팅빈도(정규/풀옵) | 25%/31% | 23%/25% | 29%/31% | 31%/34% |
성공률(정규/플옵) | 42%/54% | 40%/49% | 47%/57% | 40%/47% |
* 숏미들 빈도 및 성공률: 숏미드레인지의 범위는 림에서 4~14피트 구간(기록의 출처는 클리닝더글래스)
저 야투분포들은 모두 슈팅파울 유도 포제션이 포함된 일종의 트류슈팅 빈도입니다. 야투율은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 유추할 때 자유투를 빼고 잡은 것 같네요(거의 확실할 듯). 특징은 모두 플옵에서 야투의 25% 이상을 숏미드레인지에서 던졌다는 점이고, 이는 정규시즌보다 증가한 수치라는 점이에요. 림에서 가까울수록 슈팅파울 유도가 용이해지니, 숏미들에 대한 접근도 사실 야투율의 관점보다 TS%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합니다. 버틀러 역시 전체 슈팅의 1/3을 숏미들에서 던졌네요.
앞서도 봤지만, 드랍 커버리지는 림야투 허용을 최소화하는 컨셉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벅스는 빅맨이 깊게 쳐지는 딥드랍의 형태를 취하고 있죠. 버틀러는 돌파 과정에서 애매하면 스핀무브를 섞고 숏미들 점퍼를 던지거나, 훼이크 동작 등을 섞어서 자유투를 얻고, 혹은 플로터 등으로 마무리를 다각화하곤 했습니다. 아래 영상이 플로터의 대표적 장면입니다.
위 표의 선수들 중 카와이는 전형적인 턴어라운드 점퍼 유형이고, AD는 원드리블 플로터 유형이에요. 하킴이 언젠가 포스트에서는 원드리블(투드리블?)을 초과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죠. 포스트에서는 한번의 드리블로 마무리를 해야 도움수비 압박을 받지 않게 되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턴어라운드 점퍼나 플로터가 있어야 합니다. 돈치치는 피지컬 컨텍 후 플로터 마무리가 가히 역대급이라 생각됩니다.
카와이의 경우, 포스트무브가 (제 눈에는) 토론토 시절보다 향상되었고, 선수 스스로가 커리어가 쌓일수록 숏미들 중심으로 야투 분포를 가져가는 게 확연합니다. AD는 원드리블에 수비 타이밍을 뺏으며 올라가는 짝발 스텝 플로터가 슈팅파울까지 얻어내는 시그니쳐 무브이기도 하죠(이 동작을 정말 잘하는 가드가 루윌입니다). 플옵 전체 야투 빈도의 1/4을 이 숏미들에서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보면, 야니스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외곽 3점일까 하는 의문 역시 갖게 됩니다.
드랍 커버리지는 안정된 림수호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센터가 림을 안정적으로 사수하기 위해 스위치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심지어 밀워키는 4번 야니스도 드랍을 하게 하죠). 그러다 보니, 상대 센터가 3점 능력을 갖거나, 무빙슈터들이 스위치를 강제하며 뛰어다닐 때 취약함을 드러내고요. 아래는 최근 3년간 팀별 수비범용성과 플옵기대승률치 상승분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https://twitter.com/knarsu3/status/1334644752566931456?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334644752566931456%7Ctwgr%5E%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mania.kr%2Fg2%2Fbbs%2Fboard.php%3Fbo_table%3Dtopicboxwr_id%3D12017
여기서 범용성이란 기존 포지션에 얽메이지 않고, 선수들이 자유롭게 스위치를 하거나 매치업을 바꾸는 수비 유연성을 말하고, 이것이 가로축입니다. 세로축은 정규시즌을 기반으로 잡은 기대승률 대비 플옵 승률의 상관관계이고요. 쉽게 말해, 세로축에서 위에 있을수록 정규시즌 성적 대비 플옵 성적이 좋은 게 됩니다. 유타(고베어), 포틀랜드(너키치), 인디애나(터너), 이번 시즌의 필라델피아(엠비드)가 범용성이 낮은데, 플옵 성적도 같이 낮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팀들은 전형적으로 드랍 커버리지를 하는 팀들이죠.
그래프의 경향은 거친 수준이긴 하지만 범용성이 높을수록 기대승률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범용성 증가에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스위치일 테고, 다른 하나로는 지역방어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지역방어 기조의 핵심은 돌파의 시작점이 되는 정면 3점 라인 쪽에 방어벽을 치는 것에 있습니다. 이걸 선도하는 팀들이 마이애미와 토론토 같은 팀이 아닌가 하고요. 지역방어는 맨투맨 수비가 아니기에 자연스레 매치업 체인지가 쉽게 일어나서 사실상 높은 매치업 범용성을 추구하는 수비이기도 합니다. 아래 이미지가 마이애미 히트의 3-2지역방어 장면으로, 지난 플옵 보스턴 3차전 모습입니다.
<마이애미 3-2 지역방어 볼프레싱>
테이텀이 볼을 잡자 세 명이 벽을 치는 장면이 나오죠. 측면 수비의 리스크가 있지만, 정면 돌파는 수비수 간 간격을 좁히며 막는 일종의 역-스페이싱 농구입니다. 보스턴은 이러한 마이애미의 수비동선을 역이용해 패스를 돌리며 측면의 숏드라이브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맞섰습니다. 찬스는 대부분 측면에서 만들어지는데, 실제 움직이는 동선을 한번 보도록 하죠.
아래 영상은 2-3 지역방어 형태로 테이텀의 페인트존 공격을 압박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볼이 가는 곳마다 더블팀에 준하는 방어벽이 형성되면서, 볼 흐름을 공격진이 주도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핵심입니다. 테이텀에게 들어가는 패스도 공격자가 움직이면서 수비를 흔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벽에 갇힌 채 좁은 공간으로 엔트리 패스를 넣는 형태가 되었죠.
앞서 빅3 마이애미의 헤지 수비를 봤는데, 블리츠나 헤지 등의 픽앤롤 수비는 빅맨들이 외곽으로 올라오면서 림을 비우게 하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반대로 지역방어는 빅맨 자체의 위치보다 외곽 수비수들 간의 거리를 매치업과 상관 없이 최대한 좁혀 드리블 공간을 잠식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림보호능력이 여전히 좋게 나오고, 이런 게 스탯상으로도 꽤 명확하게 반영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순서대로 마이애미, 토론토, 그리고 밀워키의 수비 시 상대 야투분포입니다(출처는 클리닝 더 글래스.박스의 주황색과 파란색 박스 안 숫자들은 리그 내 순위로 순위가 높을수록 허용빈도가 적다는 뜻).
<마이애미의 수비시 상대야투분포>
<토론토의 수비시 상대야투분포>
<밀워키의 수비시 상대야투분포>
세 팀의 공통점은 림야투허용이 매우 적다는 점, 3점을 많이 맞는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밀워키는 미드레인지 유도가 많은 반면, 마이애미와 토론토는 돌파의 진입동선을 사전 차단하기에 미드레인지 유도가 극히 적습니다. 수비가 가운데 돌파동선 차단에 주력하기 때문에 코너 3점을 많이 내주는 게 마이애미와 토론토고요.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토론토가 가운데로 돌파를 유도한다는 말을 설명을 하고, 해당 영상이 매니아에서 공유된 적이 있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사실입니다. 수비의 기본 기조는 돌파의 측면몰이에요. 림은 가운데 있고, 측면에는 사이드라인이라는 덫이 있기 때문에 리그 내 어느 팀도 가운데 몰이를 하지 않습니다. 이걸 no midddle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토론토의 미드레인지 유도 분포, 림유토 분포 등의 수비 지수들도 가운데 몰이를 통해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입니다)
로페즈가 골밑을 스위치 없이 사수하는 밀워키는 코너 수비수들의 동선이 페인트존으로 접근하는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마이애미나 토론토만큼 코너 3점을 많이 맞지는 않죠. 토론토가 압도적일 만큼 극단적으로 코너 3점을 많이 맞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솔과 이바카의 수비동선이 넓고 활동적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드랍을 하더라도 벅스와는 쳐지는 정도가 다르죠).
지역방어 블프레싱 기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빅맨의 위치보다 돌파동선의 공간을 좁히는 역-스페이싱 전략에 기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순간순간 매치업 이동이 있기 때문에, 스위치 수비처럼 이궈달라, 크라우더, 아누노비, 시아캄 등의 피지컬한 윙들이 필요하겠죠.
마이애미나 토론토 등의 지역방어는 사실 경기 내내 유지된다기보다 상대와 라인업 등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파진입로 차단과 스위치 수비를 결합한 모델로 볼 수 있겠고, 전술적 조정이 중요한 플옵에서 유효하게 활용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페인트존 진입 자체가 차단되는 경향이 있어서 돌파 기반의 농구를 압박하는 데 효과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반대로 측면 리스크가 있어서 좌우 측면 활용이 좋거나 전술조정의 유연성이 있는 공격팀에게는 고전할 수 있겠고요. 팀들마다 수비의 색깔들이 있는데, 그 색깔을 폴옵에서도 얼마만큼 유용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최근 플옵에서는 림어택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이를 대체할 공격 옵션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마이애미나 토론토 같은 수비를 상대로는 정면에서의 돌파가 어렵기 때문에, 측면과 포스트에서의 간결한 움직임이 더 중요해지기도 했습니다. 위 표에 예를 든 선수들은 과거 토니 파커처럼 정면에서 다이렉트로 달려오며 던지는 플로터가 아니라 수비를 앞에 두고 높은 타점과 피지컬 컨텍을 견디는(파울을 유도하는) 유형의 플로터/숏점퍼를 던지는 윙/포워드들이죠. 위 표에 나와 있진 않지만, 테이텀도 숏미들 빈도와 성공률이 상승했습니다.
얼마전부터 올려주신 글을 보는데
매니아에 또 한분의 실력자가 등장한 것 같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