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플옵에서 생각해볼만한 부분(감독 역량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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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3 13: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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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 이어서 추가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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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플옵을 보면서 느낀 점은 압도적인 강팀이 없다. 정규시즌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부숴버리는 강팀은 현 리그에 없고(쓰리핏의 레이커스 같은), 그래서 감독의 임기응변이 정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 몇년 그런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커리-레딕 공략, 릴라드 괴롭히기 등), 이번 플옵에선 그 기류가 유달리 심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이해되는 부분이 압도적인 강팀이 없어져서 약점 공략이 먹힙니다.
강팀들 대부분이 뚜렷한 약점이 있었고, 그 약점을 덮을 정도로 팀 간에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보인 게 아니라서 약점 공략으로 이 차이를 뒤집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이게 가능해진 데에는 홈-어웨이가 사라진 버블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주요하게 작용했겠죠(홈-어웨이의 불리함이 사라지면서 전력차가 더욱 적어졌죠).
팀 간의 전력차가 적으니,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감독이 돋보이는 플옵이었던 것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거라 봐요.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 팀이 없다보니 정규시즌에 큰 성공을 거둔 강팀일지라도 이번 플옵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졌죠.
전 레이커스-히트와 벅스-클리퍼스의 차이점이 약점 공략-방어가 유달리 심했던 이번 플옵 분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했느냐 여부라 보고 있어요.
모던 2빅으로 서부 1위 팀이 되었음에도 플옵에선 자신들의 메인 시스템만 고수하지 않고, 2빅을 철저히 약점 공략의 도구로만 사용해 우승에 도달한 보겔 감독(2빅은 서부 컨파에서만 메인으로 쓰였고, 그 외에는 AD 5번 체제가 주였죠).
또한 보겔 감독은 정규시즌에는 정석대로만 론도를 쓰다 플옵에서 론도를 살짝 뒤로 쳐지게 해서 피지컬 약점을 가리는 방식(약점가리기)으로 론도 활약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 지난 오프시즌부터 레이커스의 최대 약점은 2 코어를 뒷받침해줄 3옵션이 없다는 점이고, 두 선수를 보좌할 창의적인 플레이어(샷 크리에이터)가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었는데요.
이번 플옵에선 론도가 이번 플옵에서 사실상 3옵션 역할을 수행하면서 레이커스의 유일한 약점을 지워버렸습니다. 플옵에서만 가능한 방식인데, 이걸 유연하게 해낸 보겔 감독이 정말 대단한 거겠죠.
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5번 시드팀이 된 히트도 피지컬 약점이 있는 가드들을 윙 포지션으로 내려서 철저히 피지컬 약점을 가렸죠.
그리고 이 선수들은 약점이 가려지자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이 활약이 버틀러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샷테이커가 없던 히트의 약점을 완벽히 가렸습니다.
이번 플옵에서 약점이 가려진 드라기치-히로-던컨 로빈슨은 정말 대단했어요.
반면, 벅스와 클리퍼스는 훌륭한 시스템으로 정규시즌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플옵에서 유연한 대처에 실패하면서 중도하차하고 말았죠.
두 팀 모두 가진 바 힘이 대단한 팀들이라 자신들의 장기로 우직하게 상대를 밀어부쳤지만, 철저한 약점 공략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 이번 플옵에서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들이 시스템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성공요소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재는 대부분의 강팀들이 빅2는 있어도 빅3는 없죠. 즉, 압도적인 슈퍼팀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레이커스의 르브론-AD가 전성기 코비-샤크 콤비같은 파괴적인 느낌은 안 주었던 것처럼, 현 시점의 강팀들 대부분은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는 팀은 없다 보구요.
선수의 전력차가 적은 상황에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해서 선수 역량을 극대화해낸 강팀(벅스)이나 훌륭한 빅2 기반 시스템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강팀(클리퍼스)이라 해도 결국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게 아니기 때문에, 가진 바 전력만으로 우직하게 상대를 부수는 건 어려운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각 팀들의 전력차가 예전만큼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들이 약점 공략하고 약점을 가려버리면 충분히 극복가능한 차이가 된 것 같구요.
물론 이 상황에는 홈-어웨이가 없는 특수한 버블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차기 시즌에는 버블 환경이 아니라 전력차가 조금 더 커지겠지만, 그럼에도 압도적인 전력차를 자랑하는 팀이 없다는 점은 여전해보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우직한 성향을 보이는 감독보다는 임기응변에 능하고,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줄 아는 감독이 더욱 각광받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당분간은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을 보유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 감독이 약점을 공략하고, 약점을 가려서 전력차를 메울 수 있느냐가 플옵 성공의 주요요소가 될 것 같아요.
정규시즌 성적 = 플옵 성적이 아닌 것이 가장 뚜렷히 드러난 시즌이었는데, 전 이 기류가 일시적이진 않다 보구요. 당분간은 정규시즌 성적이 좋은 팀이라 해도 유연한 감독의 대처가 없다면 플옵에서 성공하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거라 봅니다.
정규시즌 성적이 좋다고 안심해도 되는 팀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2빅이 돌아올 넷츠의 합류로 다음 시즌에는 이 기조가 더욱 심해질 것 같습니다.
강팀 들 간에 전력차가 적어져서 플옵에서 변수가 많아졌다는 건 즐거운 일이고, 감독의 묘수가 약간의 전력차를 뒤집어 승부의 향방을 가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즐겁긴 한데요.
대신 그런 감독이 없는 팀을 응원하는 팬 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 같긴 합니다.
P.S.)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리버스 감독-필리 체제는 당분간 우승은 힘들지 싶긴 합니다. 그저 팀 분위기 바꾸고, 2 코어-유망주 성장이나 이뤄지면 좋겠네요.^^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0-10-15 19:15:27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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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 좋은 글을 이제 봤네여.
내용은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유연한 대처는 정말정말정말중요합니다.
12년부터 이어져온 소위 슈퍼팀이 이제는 없고 팀간 전력차는 줄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유연한 대처보다 스쿼드의 유연함이 더 중요한것 같아요. 올시즌 랄때문인가 싶네요.
덴버나 클리퍼스 보스턴 등은 스쿼드의 유연함이 레이커스나 히트에 비해선 떨어졌다고 생각해요.(휴스턴과 밀워키는..^^)
레이커스가 언급한 팀에 비해서 상대 스쿼드에 따른 로테이션 변화로 우승했다고 생각합니다. (론도와 르브론의 역할, 갈매기의 전술적가치)
히트는 부상으로 대처가 곤란했고 스포엘스트라의 능력을 다 못본건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궈달라의 2파엠이 ㅠㅠ
좋은 글 잘 봤고 오늘도 농구에 대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