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vs덴버 5차전 감상평
레이커스가 시리즈 스코어 4-1 로 덴버를 꺾고 파이널에 올라갔네요. 스코어에 비해 경기양상은 매경기 치열했습니다. 덴버 입장에선 앤써니 데이비스의 2차전 위닝 버저비터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훨씬 탄력을 받았을 텐데 아쉬울 법하고요. 반대로 레이커스는 그 버저비터가 이 시리즈를 일찍 끝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요키치의 파울트러블과 머레이의 허벅지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아쉬웠고 그와중에 그랜트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경기였네요. 레이커스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4쿼터 르브론 제임스의 클러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앤써니 데이비스가 흐름상 중요할 때 꼬박꼬박 넣어준 것도 컸고요.
2001년 레이커스가 서부 플레이오프를 스윕하고 결승에 간 이후로 3패 이내로 컨퍼런스 우승을 달성한 팀은 2013 스퍼스, 2017 골스가 전부입니다. 이번에 2020 레이커스가 추가되었네요.
드와이트 하워드
원투펀치를 제외한 이번 시리즈 최대 수훈갑을 꼽으라면 단연 드와이트 하워드입니다. 하워드는 이번 시리즈에서 온코트 넷 레이팅 +23.5 를 기록하며 팀내 1등에 자리했습니다. (2등은 대니 '더 토템' 그린의 +18.4 ;;;)
하워드는 요키치 수비 및 신경긁기, 파울 얻기 등 다소 더티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우승팀에 꼭 필요한 타입의 베테랑으로서의 해야할 일을 했습니다. 토트넘 핫스퍼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연설하길 '우리 팀에 착한놈은 필요없다, 우승하려면 xxx가 되어라' 라고 했던데 NBA 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승팀엔 항상 허슬 넘치고 궂은 일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죠. 레이커스엔 하워드와 카루소가 그런 선수입니다.
카루소
카루소는 오늘 컷으로만 몇 득점을 했는지. 풍부한 활동량과 센스있는 움직임으로 팀내 윤활유가 되어줬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 장면입니다.
스태거 스크린을 받은 머레이의 진입을 스턴트로 돌파각 차단에 도움을 주고 다시 제라미 그랜트에게 돌아와 끈덕지게 가슴으로 따라 붙으며 끝내 수비에 성공하는 모습이 왜 평득 6점도 안되는 카루소를 레이커스가 기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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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써니 데이비스는 오늘 성치도 않은 발목 상태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득점을 짜내줬다고 보고요. 3쿼터 마지막에 터트린 3점은 '3쿼터 리드 상태로 종료 시 52승 0패' 의 기록을 1승 경신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3경기 연속 리바운드 갯수가 왜이리 낮은가 의문이신 분도 계실텐데, 2빅을 쓰는 상황이라 데이비스가 외곽 수비에 계속 끌려나가는데다가 리바운드 운도 더럽게 없었다고 봅니다. (데이비스 쪽으로 공이 잘 안감) 기본적으로 리바운드 실력이 좋은데다 글루핸드라 별 걱정은 안됩니다.
오늘도 27득점에 TS 67.6% 로 넣어줬고 수비는 뭐 항상 훌륭합니다.
흔한 빅맨의 무브먼트
르브론 그리고 클러치
오늘은 르브론의 클러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그 동안 4쿼터의 부진한(?) 활약 때문에 게시판 지분을 차지해왔던 르브론이었는데요, 오늘은 그런 부진을 모두 날려버리는 멋진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번 경기 르브론에게서는 오늘 반드시 시리즈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4쿼터의 문제점은 지공이냐 아니냐 아니라, 르브론이 템포를 죽이다가 1:1 에서 빅맨 상대로 스탭백성 롱샷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좀 더 좋은 슛팅 찬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가간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슛감이 좋았던 것도 크고요)
일단 첫번째 대니 그린의 3점부터 보시면, 하워드와 대니그린이 오프볼 스위치로 매치업 상대를 (머레이&요키치) 바꾸고 혼즈 셋으로 들어갑니다. 그 후에 Horns Fist 로 르브론과 하워드가 들어가니까 빅맨인 요키치는 그린을 버려두고 안을 사수하려고 했고, 머레이는 하워드의 롤링을 막으려 했으며, 그랜트는 자기 매치업인 르브론에게 따라 붙습니다. 매치업이 한순간 꼬였다는 뜻이고 그린이 탑에서 오픈. 대니 '더 토템' 그린은 명성답게 빅샷으로 보답합니다.
오늘 돌파로 재미를 많이 본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그 돌파를 막지 못했던 요키치는 파울 트러블로 고생 중이기도 했죠. 제라미 그랜트는 중거리 점퍼보다 돌파 차단과 요키치 보호를 더 중점으로 두고 하워드의 스크린을 고 언더해서 막습니다. 그러자 르브론에게 순간 오픈 찬스가 생겼고 쉬운 점프슛으로 득점 성공.
이거 먹히자 말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고 다시 레이커스의 공격차례. 아까처럼 하워드와 그린이 오프볼 스위치로 매치업 상대를 바꾼 후 하워드가 스크린을 걸어줍니다. 머레이는 아까 매치업이 꼬여서 실점했기 때문에 하워드를 요키치에게 맞겨 따라가지 않고 대신 대니 그린 쪽으로 붙습니다. 대니 그린은 다시 르브론에게 스크린을 걸어 이번엔 스위치를 시켜줍니다. 머레이vs르브론의 구도가 됐고 르브론에 비해 힘이 약하고 키가 작은 머레이는 르브론에게 좋은 위치를 내주며 실점하게 됩니다.
이번엔 다시 요키치-제라미 2:2입니다. 이번에도 제라미 그랜트가 고 언더로 르브론의 돌파를 막아보지만 이미 1개의 어시스트와 2번의 득점으로 리듬이 살아난 르브론 제임스. 사이즈업 하다 행 풀업 때리며 득점.
다시 요키치-제라미 쪽으로 2:2 게임. 두번 먹히고 나니 요치키가 쇼&리커버리로 수비를 바꿔보려 하지만 제라미 그랜트가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일으키며 슛감이 살아난 르브론에게 오픈 찬스 제공.
위의 장면들을 보시면 기존에 하던 것처럼 스위치 후 시간만 보내다 흐름을 죽인 후 1:1 로 이미 정비된 상대 진형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픽을 섞어 상대 수비에 혼선을 주고 유리한 매치를 골라 들어가며 흐름 안에서 공격 작업을 하는 것이 보입니다. 팀 차원에서 수정을 했다는 뜻이고,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코칭스탭들과 또 집중력 있게 마무리를 해준 르브론 제임스를 칭찬하고 싶네요.
https://twitter.com/MagicJohnson/status/1310061141469536256?s=20
르브론 제임스는 계약 당시 매직 존슨에게 레이커스를 파이널로 이끌겠다고 약속했고, 또 지난 시즌 플옵에 탈락하고 난 후 팬들에게 레이커스에 걸린 (플옵에 못 가는) 주문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번 시즌에 약속을 모두 지켰네요. 이번 시즌에 반드시 우승까지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르브론은 파이널에 10번 진출했는데... 이게 전체 구단 중에서 따져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르브론은 2011년 이후로 10년 동안 단 한시즌 빼고 모두 파이널에 올라갔습니다.
기록
https://twitter.com/nbastats/status/1310081021791145984
자말 머레이와 니콜라 요키치는 덴버 단일 플옵 역사상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두명이 되었습니다. 이번 플옵 정말 대단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https://twitter.com/NBAHistory/status/1310072118172934149
르브론 제임스는 1988년 제임스 워디 이후 35+득점, 15+리바운드의 트리플더블을 플옵에서 기록한 첫번째 레이커스 선수가 되었습니다. 또 르브론은 이번 플옵 4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 중인데, 이와 같은 기록을 마지막으로 기록한 레이커스 선수는 1991년 매직 존슨이라고 합니다.
https://twitter.com/ESPNStatsInfo/status/1310062254449192965
르브론 제임스는 클로즈아웃 게임에서 38승 10패 (79.2%) 를 기록 중. 이것은 플옵을 최소 25 게임 이상 뛴 선수들 중 최고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또한 르브론 제임스는 5명의 다른 감독과 함께 파이널에 올라간 최초의 선수라고 하네요.
마무리
동부에서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보스턴 셀틱스, 마이애미 히트 모두 만만치 않은 강한 상대들입니다. 르브론이 오늘 데이비스에게 말했듯이 우승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부디 끝까지 집중해서 좋은 성과 내주길 바랍니다. 우승까지 4승 남았습니다. 선수들도 팬분들도 화이팅입니다.
다사다난한 19-20 시즌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가네요. 개막하기도 전에 나온 커즌스의 시즌 아웃 부상, 개막전 클리퍼스전 패배, 밀워키 원정 패배, 크리스마스 매치 패배, 마커스 모리스 트레이드 불발, 데런 콜리슨 영입 불발.. 그 와중에 클리퍼스는 모리스와 잭슨을 영입하고 벅스는 마빈 윌리엄스 영입하면서 펠린카 욕도 참 많이 했었죠. 론도도 시즌 내내 들쭉날쑥하다 어쩜 플옵 때 이렇게 리듬을 찾았는지.. 하워드도 정말 대단하고 마키프 모리스도 참 좋은 영입이었고.. 좀만 더 힘내서 4게임만 더 가져오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