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수비 평가의 어려움(feat. AD, 고베어, 디그린, 로페즈)
수비를 이해하는 것은 퍼즐 맞추기와 비슷합니다. 팀마다의 기본 수비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 안에서 부여된 특정 선수의 역할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이 선수가 쌓은 디테일 트래킹 지수들을 이 선수의 팀내 역할과 연계해 읽는 것이 수비 평가의 주된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수비 에이스들은 비교적 역할이 눈에 띠는 편이고, 그 선수의 그 역할이 팀 수비 시스테의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백투백 디포이 고베어겠죠.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야투 귀책 빈도를 갖는 선수가 루디 고베어입니다. 아래는 주요 4~5번 선수들이 자기 책임으로 갖게 된 상대 야투 빈도와 그 하락률을 정리한 표입니다.
야투 수비빈도 | 상대야투 하락율 | |
루디 고베어 | 20.4개 | -7.3% |
브룩 로페즈 | 16.8개 | -6.3% |
AD | 14.6개 | -8.3% |
센터는 WHO? | 14.6개 | -1.4% |
코빙턴(휴스턴 이적 후) | 15.5개 | +1.3% |
디그린(16~17시즌) | 15.9개 | -5.8% |
야니스 | 10.5개 | -9.7 |
(야투귀책 빈도 및 상대야투 하락율: 야니스의 특징적인 부분은 하락율이 최대치이며 동시에 빈도수가 최하위권이라는 점)
보통 1~3번 수비수들은 볼핸들러 압박과 패싱레인 끊기 등에 주력하고, 슛컨테스트의 몫은 빅맨들에게 전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귀책 야투 빈도는 빅맨이 1~3번보다, 그중에서도 5번이 높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4번 수비수들의 야투 수비빈도는 각 팀의 수비 경향을 읽게 해주는 면이 있어요. 위 표에서 고베어와 로페즈를 제외하면 모두가 팀내 4번 수비 역할을 맡는 선수들입니다. 야니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특징은 본인들이 팀 수비 시스템의 앵커 역할을 한다는 점이죠.
4번 수비수의 위치는 보통 코너에서 시작되게 마련입니다. 이 수비수의 움직임이 클수록 야투 수비빈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죠. 이런 팀일수록 센터 수비수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코빙턴과 터커를 표에 넣은 것은 이를 직관적으로 명료히 하기 위함이고, 디포이 시절 디그린을 넣은 것은 ‘전방위 수비수’로서 4번의 수비 커버범위가 가장 극대화된 모델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이커스는 AD의 2선 수비 커버범위를 축으로 수비패턴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유타는 고베어에게 극단적으로 야투몰이를 하는 경향이 있죠. 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 있어 가져왔습니다. 보실 때 주목할 부분은, 상대 볼핸들러들의 돌파 과정에서 핸들러 수비수가 따라오는 것 외에 드리블 경로에 대한 좌우의 강한 프레싱이 없다는 점입니다(쉽게 말해 페인트존 안까지 너무 평이하게 왔다갔다한다는 뜻).
프레싱이 강하지 않은 건 고베어의 높이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야투를 고베어로 몰이하기 때문에 고베어의 수비귀책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고요(경기당 약 20개). 이와 다소 상이한 느낌을 주는 팀이 벅스죠.
벅스의 수비 영상을 보겠습니다. 유타나 밀워키나 모두 빅맨을 뒤로 쳐지게 하는 ‘드랍’ 수비를 추구하지만, 고베어 쪽으로 핸들러의 돌파 동선을 적당히 열었던 유타와는 달리, 벅스 수비의 핵심은 수비수 3~4명이 페인트존을 준-박스 대형으로 에워싼다는 점입니다.
이 페인트존 에워싸기로 인해 벅스는 2년 연속 림야투 허용이 가장 적은 팀이 되었고, 작년 2위, 올해 1위의 수비리바운드율을 기록했습니다.
기본 컨셉을 거칠게 요약하면, 앞선의 가드 수비트리오(블렛소/매튜스/디비센초)의 탁월한 핸들러 압박을 시작으로 해서, 로페즈의 형제 쪽으로 야투 몰이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미들턴과 야니스가 페인트존 박스 대형을 구축하며 돌파 공간을 말소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이 대형을 화면으로 캡처하면 다음과 같은 모양이 나오죠.
박스 안에 공격수가 없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사실입니다. 이게 벅스가 유타와 다른 부분이고요. 무조건 수비수들이 림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서 림을 수호하고, 최소 두세 명이 림 인근을 박스 대형으로 에워싸며 박스아웃까지 완성하는 것이 기본 골격입니다.
하얀 괄호는 덴버 공격수의 스크린으로 오픈 3점 찬스가 난 부분입니다. 3점을 맞을 위험이 있기는 하나, 자유투 유발가능성이 낮은 3점은 Ts%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1.5배의 야투 효율을 갖는 슈팅이 아닙니다.
리그의 추세는 3점의 효율보다, 여러 선수의 3점 능력으로 파생되는 스페이싱 효과에 더 초점을 두고 있고요. 팀 전체의 3점 성공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모두가 3점을 던지면서 에이스(야니스)의 돌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 즉 논-슈터가 없느냐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이 화두의 끝판옹급 판본이 작년 파이널 토론토의 박스-앤-원 수비였죠.
수비 대형은 벅스의 위 수비구조와 대체로 비슷합니다. 차이점은 도움수비를 크게 가고, 스위치를 즐겼던 토론토와는 달리, 벅스는 스위치를 즐기지 않고(야니스도 로페즈처럼 스위치를 가능하면 피하고 림 인근에 상주하는 패턴입니다), 수비움직임도 페인트존으로 공간을 조이는 단조롭고/보수적인 패턴을 취한다는 점이죠.
이러한 특이점이 반영된 것이 맨 앞에서 본 야니스의 야투 귀책빈도입니다(야투의 로페즈 쪽 몰이). 상대 야투하락율에서는 야니스가 압도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SPN의 잭 로우, The Ringer의 딘 데빈 등 야니스의 디포이 수상을 주장하는 현지 전문가들이 주로 인용하는 것이 이 야투하락율이죠. 여기에 아이솔레이션 억제율, 수비레이팅 등이 강조됩니다.
그러나, 로우나 데빈 등의 해석은 솔직히 말해 입체적인 분석이라 하기 어렵고, 벅스의 수비구조를 고려한 해석이라고 저는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야니스의 수비 ‘볼륨’이에요. 야니스의 수비 참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팀내 수비 ‘롤’을 정확히 식별하기 위함입니다. 아래는 주요 4번 수비수들의 림 6피트 이내 수비빈도를 도표화한 것입니다.
상대의 야투 빈도 | 야투하락율 | |
야니스 | 3.6개 | -19.5% |
AD | 5.4개 | -10.9% |
코빙턴(휴스턴 이적 후) | 6.6개 | -1.1% |
센터는 터커다 | 4.9개 | +0.1% |
디그린(16~17시즌) | 6.1개 | -11.6% |
듀란트(16~17시즌) | 4.6개 | -6.1% |
도표에 듀란트를 추가했습니다. 16~17 시즌 듀란트의 골스행과 함께 림프로텍터 보것이 골스를 떠났습니다. 여기서 듀란트-디그린 코너 수비수 듀오의 림프로텍팅 참여가 팀 수비의 축을 형성했죠. 전년도 디그린-반즈 듀오의 림수비빈도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진 빈도이고, 사실상 포스트-보것 상황에서 팀의 수비 축이 코너 3~4번 수비수들의 역동적인 2선 커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입니다(디그린은 물론 이전에도 팀의 중심이었지만).
코빙턴은 휴스턴에 와서 림 수비가 크게 늘었는데, 이유는 팀에 센터가 터커(?)뿐이기 때문이겠죠. 야니스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볼륨이고요. 야니스의 적은 수비 볼륨은 로페즈 형제의 높은 볼륨으로 전이되었습니다. 이는 정확히 부덴홀저 체제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누가 수비를 잘하냐의 문제를 떠나 벅스 수비의 열쇠가 빅맨 로페즈 형제의 최종 림보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리그에서 이에 반대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AD의 레이커스에요. AD가 4번 수비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인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겠으나(혹은 본인이 어떻게 밝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핵심 이유 중 하나는 AD가 운동능력을 활용한 2선의 넓은 수비커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같은 팀의 르브론입니다.
아래 영상에서는 레이커스의 픽앤롤 수비를 설명하는 장면을 AD의 동선을 명시하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가로 주목할 부분은 센터 하워드의 위치에요. 위치가 높습니다.
레이커스 수비는 하워드나 맥기로 온전히 야투몰이를 하는 컨셉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드랍을 하기도 하고, 위 영상처럼 헷지를 섞기도 하는데, 어떤 패턴이 되었든 기본적으로 빅맨 수비수의 수비 위치는 벅스보다 높은 편이고요. 페인트존 박스 대형으로 공격수 진입을 사전 차단하는 벅스와는 달리, 레이커스는 AD의 운동능력과 넓은 2선 커버범위에 기대어 수비구조를 이끌고 있습니다.
디포이 시절 디그린과 마찬가지로, AD의 스틸과 블록, 디플렉션과 높은 야투 컨테스트 빈도 등은 이러한 수비역동성과 연관이 있죠. AD의 수비가 미디어에 조명을 받는 것은 그가 빅마켓 레이커스 소속 선수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팀의 수비커버 범위의 상당 부분을 실제로 AD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PIPM 창시자가 디포이 후보들을 비교하면 올린 트윗이 있는데,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https://mobile.twitter.com/Tim_NBA/status/1286653001567023107
카와이, 고베어, AD에 대해서는 장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데, 유독 야니스에 대해서만 "모든 것을 대체로 잘함"(a bit of everything)이라고 되어 있죠. 아래는 추가로 덧붙인 트윗인데, 주목할 점은 이 사람이 내곽 수비 엘리트들로 AD와 고베어는 뽑지만, 야니스는 제외했다는 점입니다.
https://mobile.twitter.com/Tim_NBA/status/1286654543070208001
이유는 '볼륨' 때문입니다. 야니스의 상대 야투하락율이 엄청나게 좋은데, 흥미로운 점은 브룩 로페즈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에요. 이들이 이렇게 듀오로서 탁월한 야투억제율을 유지하는 원인 중 하나는 당연히 이들이 훌륭한 수비수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또 하나의 요인을 뽑자면, 버릴 건 버리면서 아크 안 야투(2점슛들)에 대해서는 페인트존 박스대형에 기반해 높은 수비밀도로 집단적 압박에 성공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 집단적 압박에서 야니스의 볼륨이 낮은 것은, 팀에서 야니스의 넓은 수비이동이나 공격적 도움수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이게 야니스 수비를 평가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입니다. 야니스가 코트에 있을 때 팀의 수비 결과물이 역대급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되, 동시에 그의 수비 ‘롤’이 시스템의 중추라기보다는 시스템의 (훌륭한) 보완자에 가깝다는 게 특이점이죠. 이게 다른 기존 디포이들, 그리고 현행 디포이 경합자들과 달리, 야니스의 수비 특징을 ‘모든 것을 대체로 다 잘함’이라고 뭉뚱그리게 하는 요소겠고요.
아무튼, 수비의 입체성에 대해 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야니스가 각 잡고 뛰면 대단한 수비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작년 컨파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느꼈어요. 플옵에 가면 지금과 같은 정규시즌의 보수적 컨셉만으로는 다 헤쳐나가기 어려운 국면들이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작년 컨파에서 야니스의 게임당 블록 개수가 무려 2.7개로, 정규시즌 대비 2배를 기록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이 볼륨 그 자체가 야니스의 수비기여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보다는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과 연결해, 이러한 볼륨의 증가가 야기될 만큼 야니스의 수비역동성이 컨파에서 더 필요해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DPOY 투표인단이 말씀하신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AD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흥미로운 분석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