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의 커리어에서 시즌 MVP와 파이널 MVP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질문은 그 답이 너무 명백해서 어리석게 들릴 정도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시즌 MVP가 훨씬 커리어를 평가하는데 중요합니다. 파이널 MVP 수상은 팀이 우승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성이 과장될 정도로 강조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파이널 MVP의 권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중반까지 파이널 MVP는 올스타 MVP 같은 이벤트성 수상이었습니다. 기준도 없고, 너무 즉석으로 이뤄졌기에 스타플레이어가 파이널 MVP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커리어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 현지에서 버드가 81년에 파이널 MVP를 수상하지 못한 것과 카림이 80년과 82년에 파이널 MVP를 수상하지 못한 것은 그들 커리어에 아무 영향도 못미칩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 MVP에 유두열 선수가 선정되었다고 최동원 선수의 커리어가 손상되지 않는 것과 똑같습니다. 기준도 없고 즉석으로 이뤄지는 점은 현재 파이널 MVP 선정도 마찬가지라서 기자 한두명이 마음먹고 움직이면 얼마든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매직 존슨은 첫 해에 파이널 MVP를 받으며 슈퍼스타로 발돋움했지만 파이널 6차전 경기에서 미친 활약 때문이었지 파이널 MVP 수상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카림 압둘자바가 85년에 파이널 MVP를 받았을 때에는 노장의 컴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80년대 말에 제임스 워디와 조 듀마스는 파이널 MVP를 받으면서 명성을 팀내 슈퍼스타들의 그늘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파이널 MVP라는 것이 자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 이후 조던이 6번 우승하며 매년 파이널 MVP에 오르면서 파이널 MVP 수상의 권위가 수직상승했습니다. 조던을 제외하면 3번 넘게 수상한 선수가 아예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농구팬들에게 항상 가장 큰 논쟁거리는 역대 MVP들을 거명하면서 그때는 누구 대신 누가 받았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입니다. 30년 전에도 팬들 사이에서 그런 논쟁이 가장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역대 파이널 MVP들을 거론하며 그때는 누가 받아야했다는 논쟁은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논쟁거리가 되는 순간 파이널 MVP의 흑역사가 그대로 드러날 것입니다. 1969년에 도입한 후 80년대 중반까지는 누구에게나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 기준으로) 터무니 없는 파이널 MVP 수상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70년대 중반부터 7~9년 동안은 (지금 기준으로) 거의 매년 엉터리 수상자가 나왔을 겁니다. 하나 예를 들면 어떻게 웨스 언셀드가 78년 파이널 MVP에 선정되었을까요? 그 상을 신경쓰던 사람이 별로 없어서입니다.
물론 지금은 파이널 MVP의 권위가 옛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습니다. 그런데 선정 과정이 엉망인 것은 옛날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70년대 중반부터 7~9년 동안은 (지금 기준으로) 거의 매년 엉터리 수상자가 나왔을 겁니다.
이거 사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