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BA Maniazine
/ / / /
Xpert

[슬로언 감독 추모글] 현대 농구 공격 시스템의 대부, 제리 슬로언

 
38
  2818
2020-05-23 11:40:35

코비 브라이언트에 이어 농구계가 또 한 명의 엄청난 별을 잃었습니다. 미국 시간 5월 22일자로 픽-앤-롤의 창시자라 불리는 제리 슬로언 전 유타 감독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CBS 스포츠에 올라온 제리 슬로언, 그리고 픽-앤-롤에 대한 글이 있어서 번역해 봤습니다.

슬로언 별세 소식을 들으니까 레이커스 전당포 2기 시즌이었던 12-13시즌, 마이크 브라운 감독이 시즌 초반에 경질되고 한참 후임 감독 후보군이 나올 때 슬로언 감독이 앞순위에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납니다. 역사, 그리고 NBA에서도 If는 정말 의미없지만 그때 슬로언이 왔다면 레이커스가 좀 더 높은 곳까지 갔을지, 코비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지 않았을지..드와이트 하워드와 파우 가솔을 조금 더 잘 살릴 수 있었을지 등 많은 생각이 드네요. 하늘에서라도 같이 손발을 맞춰보시기를 기원하면서..

* 의역과 오역, 평어체는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동영상 : 유투브 참조

원문

https://www.cbssports.com/nba/news/jerry-sloans-pick-and-roll-makes-him-the-godfather-of-modern-nba-offense/


NBA에서 1965년부터 1976년까지 11시즌을 활약하며 2차례 올스타까지 경험한 슈팅가드였던 제리 슬로언(시카고 불스 최초의 영구결번자이기도 함)은 그러나 당시 농구 흐름이 센터 중심으로 흘러간 탓에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윌트 채임벌린과 빌 러셀이 지배하던 당시 농구는 무조건 포스트에 공을 투입하고 빅맨의 포스트업으로부터 공격이 파생되었으며 가드들은 오프 더 볼 무브를 통해 골밑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강조되던 시절이었다. 슬로언의 3년차 시즌이었던 67-68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윌트 채임벌린이었다는 것만 봐도 당시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슬로언이 은퇴하고 난 70년대, 8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되었다. 채임벌린과 러셀이 하던 역할은 후배들인 카림 압둘-자바, 빌 월튼 등이 그대로 이어받았고 여전히 리그는 빅맨 중심이었다. 그리고 선수 생활 11시즌 중 시카고 불스에서 10시즌을 보낸 슬로언은 은퇴 후에도 시카고에서 어시스턴트 코치 생활을 하였고 1979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시카고 불스 감독에 선임된다. 시카고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던 3시즌 동안 슬로언의 불스에서도 에이스는 7-2의 빅맨, 아티스 길모어였다. 

1982년 시카고에서 해고된 이후, 야인 생활, 유타 재즈 어시스턴트 코치 생활을 거친 후 88-89 시즌 도중 유타 재즈 감독을 맡게 된 46세의 제리 슬로언은 기존과는 다른 방법의 혁신적인 오펜스를 선보이게 된다. 사이즈 좋은 빅맨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농구와 같았지만 공격 전반을 설계하는 것은 전적으로 포인트가드가 하는 공격이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픽-앤-롤’의 시작이었다.

단순히 보면 아주 단순한 공격이 바로 픽-앤-롤이다. 볼 핸들러(존 스탁턴)가 빅맨(칼 말론)의 스크린을 기다린다. 스크린을 걸고 각각의 수비수들이 혼잡한 틈을 타서 빅맨이 골밑 쪽으로 진행 방향을 틀면 핸들러가 패스를 한다. 그럼 그 빅맨의 앞은 무주공산이 되고 덩크 혹은 레이업으로 손쉽게 2점을 적립한다. 그렇다면 이 단순한 공격을 왜 10년 이상이나 막지 못하고 유타 재즈가 서부 최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변형’에 있다. 1998년, 말론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제가 스크린 거는 방법만 해도 무려 11개의 옵션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픽-앤-롤 공격의 각각 옵션을 수천번씩 연습해 왔기 때문에 수비 대형, 수비수들의 자세만 봐도 이번엔 어떤 옵션으로 스크린을 걸고 그 후에 움직이면 될 지가 바로 머리 속에 들어오죠.” 

만약, 스크린 이후에 수비수 2명이 핸들러인 스탁턴을 압박하는 형태로 막는다면 말론은 스탁턴의 시야에 보이게 미드레인지 지역으로 이동하고 스탁턴은 어떤 형태로든 패스를 건넨다. 미드레인지 점퍼가 정확하기로 유명한 말론이었기에 그 후 점프슛으로도 손쉽게 2점을 적립할 수 있다. 반대로, 수비수 2명이 모두 말론을 막아선다면 스탁턴에게 공간이 생기고 역시 슛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스탁턴이 점퍼로 2점을 적립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XLvqH9qoik


만약에 상대 수비가 블리츠(기습적으로 볼 핸들러에게 더블팀을 가하는 수비)로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스탁턴은 어떻게든 말론에게 패스를 건넨다. 그럼 스탁턴에게 2명이 붙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4대3, 아웃넘버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말론이 마무리를 하든 다시 패스를 돌려서 다른 외곽 슈터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든 어쨌든 공격을 아주 쉽게 풀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코트 위의 감독과도 같았던 존 스탁턴은 이로 인해 2위인 제이슨 키드보다도 약 4,000개가 많은 압도적인 올 타임 어시스트 1위에 랭크되어 있고 파트너였던 칼 말론은 올 타임 득점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정말 단순해 보이는 ‘픽-앤-롤’ 하나로 이 둘은 각각의 위치에서 최정상에 군림해 있었던 것이다.

슬로언, 말론, 스탁턴의 트리오가 함께 할 때 유타는 단 한 시즌도 빠짐없이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그리고 1997년과 98년, 2년 연속 파이널에도 올랐으나 ‘황제’, 마이클 조던이 두 번 모두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며 준우승에 그쳤다. 아주 재밌으면서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1998년, 시카고 불스는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레지 밀러의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파이널에 올라왔는데, 분위기를 불스 쪽으로 가져온 포제션을 바로 픽-앤-롤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이 때 시카고가 졌으면 파이널은 인디애나 vs 유타..) 4쿼터 73대71로 뒤져 있던 불스는 마이클 조던이 룩 롱리와 2대2 플레이를 통해 릭 스미츠와 미스매치를 만든 후 그대로 돌파, 7-4의 릭 스미츠를 벗겨내고 덩크로 마무리한다. 유타가 선보이던 전통적인 의미의 픽-앤-롤은 아니지만 2대를 통해 미스매치를 만든 후 빅맨의 느린 발을 이용해 돌파 마무리를 했다는 점에서 픽-앤-롤 파생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현대 농구에서 정말 많이 쓰는 공격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1wvE8cVyeMo


물론, 제리 슬로언은 결국 감독으로써도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한 채 커리어를 마감하였지만 그가 NBA, 그리고 농구 역사에 남을 픽-앤-롤이라는 공격 전술을 정립함으로써 농구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 농구에서 픽-앤-롤을 뺀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며 이제는 모든 팀이 각각의 색깔에 맞게 픽-앤-롤로부터 파생되는 수백가지의 전략들로 공격을 이끌어가고 있다. 

슬로언의 픽-앤-롤과 현대 농구의 픽-앤-롤의 가장 큰 차이는 ‘스페이싱’이다. ‘꼰대’, ‘올드스쿨’ 감독으로 유명한 슬로언은 확률 높은 공격을 신봉하는 감독이었고 3점슛 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타는 항상 3점슛 시도 카테고리에서는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현대 농구의 픽-앤-롤은 스페이싱을 극대화하는 3점슛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트렌드를 만든 이는 피닉스 선즈의 마이크 댄토니로 국내에서는 ‘동네 한 바퀴’라고 불리는 스티브 내쉬의 픽-앤-롤이 대표적이다. 이 픽-앤-롤은 단순히 핸들러와 스크리너의 2대2 공격이 아닌 5명 모두가 참여하는 공격으로 일단 스크린을 통해 미스매치를 만든다는 것까지는 슬로언의 그것과 같으나, 그 이후 흐트러진 상대 수비 로테이션을 내쉬가 끌고 다니면서 골밑으로 수비를 모으고 외곽의 오픈 찬스가 난 동료들에게 패스를 통해 오픈 3점 찬스를 만든다는 점에서 슬로언의 픽-앤-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픽-앤-롤이다.

그리고 스크린 이후 스크리너가 외곽으로 빠져서 슛을 쏘는 ‘픽-앤-팝’도 슬로언의 유타는 미드레인지에서 주로 시도했지만 현대 농구는 3점슛으로 시도한다. 빅맨도 3점슛을 쏘는 시대, 빅맨이 혼자 드리블로 원맨 속공을 하는 시대(니콜라 요키치, 드마커스 커즌스), 가드가 하이포스트에서 빅맨처럼 자리를 잡는 시대(러셀 웨스트브룩)가 바로 현대 농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는 또다른 형태의 픽-앤-롤을 만들었다. 바로 롤맨이 또 한 번의 볼 핸들러가 되는 형태로, 스테판 커리와 드레이몬드 그린의 2대2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크린 이후 커리가 그린에게 공을 넣는 장면까지는 스탁턴-말론과 흡사하나 그린은 말론처럼 직접 마무리를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또 한 번의 A패스를 통해 공격을 마무리한다.(동영상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2IiK6PSJqc4


그리고 픽-앤-롤 혁신은 미국, NBA에만 그치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고안한 스크린 세팅을 통해 수비수들의 길을 막으면서 핸들러가 직선으로 쉽게 돌파할 수 있는 돌파길을 열어주는 전술 또한 픽-앤-롤 변형의 일종이다.

이 글에서 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종류의 픽-앤-롤 변형이 현대 농구에서 이뤄지고 있다. 슬로언이 10년 동안 지배했던 다소 단순해 보이는 이 공격은 전세계 농구를 지배하는 공격 전술이 되었다. 픽-앤-롤 파생 전술은 수백가지에 달하며 이를 통해 매 시즌 수천점이 만들어진다. 

슬로언이 처음에 의도한 것이 이러한 종류의 픽-앤-롤이 아니었다고 해도 어쨌든 현대 농구 공격 시스템의 기초는 슬로언이 만든 픽-앤-롤이며 그가 현대 농구 공격의 대부(Godfather)라고 해도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제리 슬로언은 아주 자랑스럽게 영면에 들 자격이 충분한 거장이다.


故 제리 슬로언 옹의 명복을 빕니다.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0-05-23 14:05:00'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8
Comments
2020-05-23 12:46:19

와 픽앤롤이 이런 전술이었다니
신기
좋은 글 읽었습니다

2020-05-23 13:57:35

좋은 글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0-05-23 14:54:07

피핀이 속한 팀을 상대로 90점 이상의 득점을 포스트시즌동안 한번만 넘긴게 너무 아쉽죠

2020-05-23 15:47:17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2020-05-23 16:14:25

좋은글 감사합니다

1
2020-05-23 17:46:31

제리 슬로언이 픽앤롤을 시작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밥 쿠지 시절부터 이미 쓰인 게 픽앤롤인데요

https://youtu.be/z_Qi8NSpkpw
이렇게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이 시연하는 것도 있고요
0
제리 슬로언이 픽앤롤을 심화 발달시켰다 하면 그건 틀림없지만 제리 슬로언이 픽앤롤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Updated at 2020-05-23 19:22:36

이걸 쓰려고 댓글창을 내렸더니 있네요

님께서 이야기하신 것도 물론이거니와(심지어 빌 러셀과 윌트도 픽앤롤을 종종 했었는데 마치 그들은 그런거 하나도 안한 것처럼 글을 썼군요 )

제리 슬로언과 유타의 픽앤롤및 다른 공격 패턴들이 갖는 별개의 특징들에 대한 설명도 없이

다소 도식적인 내용들로 추모기사를 쓴것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CBS 나 Fox 에 올라오는 칼럼들은 개인적으로 대부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최소한 제리 슬로언에 관한 추모칼럼을 작성하려면 유타의 엘보우 3점 라인 안쪽 지역에서 시작되는 전매특허 픽앤롤과 더불어 나머지 동료들의 오프볼 스크린으로 파생되는 여러 변형 공격들, 그리고 말론의 포스트 업에 연계되는 동료들의 오프볼 무브, 컷인에 대한 이야기도 반드시 나와야하는데  그런 부분은 1도 없네요

아쉽습니다.

번역하신 분께서 공들여 하셨는데  애석하게도 본문 칼럼이... 쩝!

 

 

1
Updated at 2020-05-23 20:41:47

픽앤롤의 기원은 20세기 초반이고, 현대적인 개념의 픽앤롤이라는 용어가 정착된 건 60년대이긴 하죠.

https://www.youtube.com/watch?v=iMXF9QOd1BE

이분이 정말 잘했다고 하더군요. 10분 부터 나옵니다.


다만 픽앤롤을 메인 테마로 쓴 건 제리 슬로언(말론-스탁턴)이 맞다고 보고, 이후에 일리걸 폐지되고 나선 탑 픽앤롤의 비율을 높이고 핸드오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댄토니(내쉬-아마레) 그리고 하드 헷지, 블릿츠 또는 스위치를 기습 격파하는 숏롤을 적극 활용한 스티브 커(커리-디그린)가 리그에 거대한 파장을 줬던 것 같습니다(마크 잭슨 체제에서도 데이비드 리의 숏롤이 종종 나왔지만).

 

물론 디그린의 숏롤도 기존에 존재했던 개념인데 확실히 디폴트값이 된 지는 얼마 안됐고 디그린(골스)이 유행을 이끌었죠.

bos
74
8670
24-04-16
min
79
12291
24-04-16
atlbkn
40
6276
24-04-13
por
69
13874
24-04-12
hou
33
12053
24-04-08
orl
43
7934
24-04-10
dalsac
48
8334
24-04-05
dal
57
20158
24-04-04
gswind
89
11102
24-04-02
hou
62
11118
24-03-23
bos
125
31264
24-03-18
atlgsw
91
22998
24-03-18
bosden
59
7782
24-03-16
den
125
26118
24-03-14
lal
44
8872
24-02-24
den
93
19219
24-02-20
dal
81
16817
24-02-17
dal
79
9197
24-02-06
bos
54
6372
24-02-15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