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의 유망주 라인업 2019-20 시즌 간단결산
켐바를 떠나보내고 어두운 미래만 기다릴것만 같던 샬럿이지만, 리빌딩 첫 시즌 유망주 육성에서 그럴듯한 성과가 나오며 나름 봐줄만한 코어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마일스 브릿지스 (18 드랩 12순위), 디반테 그레이엄 (18 드랩 34순위), PJ 워싱턴 (19 드랩 12순위) 세 명의 1~2년차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했고, 모두 올스타 주간에 라이징 스타 챌린지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것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 인원이 라이징 스타로 선정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샬럿은 지난 2시즌간은 단 한 명의 라이징 스타도 배출하지 못했었습니다. 뭐 라이징 스타라는게 대단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리빌딩 팀 입장에서는 뿌듯한 성과이긴 했습니다.
세 명의 주전 선수 외에도, 2라운더/언드래프티 자원 수급에서 눈여겨 볼만한 성과들이 있었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본격적으로 이 선수들이 무럭무럭 경험치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시즌이 갑작스레 중단된 것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딱 리그가 중단되기 직전의 팀 경기력이 상당히 볼만했어서 더 아쉽네요.
디반테 그레이엄
2018 드래프트 2라운드 34순위
35.1분 출장 / 18.2득점 3.4리바 7.5어시 / 야투 38.2% 3점 37.3% 자유투 82.0%
올 시즌 샬럿의 1옵션. (로지어와 득점 차이가 거의 없긴 합니다)
이번 시즌 최하위로 예상되던 샬럿이 좀 나은 성적을 거둔건 거의 99% 디반테가 갑툭튀한 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 시즌동안 디반테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래도 켐바를 보낸 그리움을 많이 지운것 같네요.
한창 주목받던 때에 비해 효율은 조금 내려왔지만, 어시스트 생산력은 꾸준했고 클러치에서 보인 강심장도 인상깊었습니다. 향후에도 1옵션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우선 과제는 3점 외의 믿을만한 득점 루트 장착. 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식스맨 자리에 정착하게 될 가능성이 크겠죠.
마일스 브릿지스
2018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
30.7분 출장 / 13.0득점 5.6리바 1.8어시 / 야투 42.4% 3점 33.0% 자유투 80.9%
데뷔 시즌에 비해 공수 모든 면에서 성장하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2년차. 공격에서는 간혹 눈에 띄는 경기도 있었으나 투박한 드리블과 왼손 마무리가 해결되지 않으며 기복이 있었고, 수비는 보레고 감독이 잠재력을 극찬한 것에 비해 1인분 하는 수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매력적인 운동능력을 보유한 포워드라 아직 미래가 밝다고는 생각합니다.
PJ 워싱턴
2019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
30.3분 출장 / 12.2득점 5.4리바 2.1어시 / 야투 45.5% 3점 37.4% 자유투 64.7%
아주 훌륭한 데뷔시즌을 치렀습니다. 마빈 윌리엄스가 PJ에 대해서 '이미 너무 많은 걸 아는 루키라 따로 가르칠게 없다'는 칭찬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 루키답지않은 세련된 스킬들을 보여주며 팬들을 여러차례 감탄하게 했습니다. 대학 1학년에서 2학년, 그리고 대학에서 프로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포워드. 코트 안팎에서 굉장히 똘똘하고 성실한 선수라 앞으로의 발전도 매우 기대됩니다.
코디 마틴
2019 드래프트 2라운드 34순위
(올스타 이후) 28.4분 출장 / 6.5득점 4.9리바 4.1어시 / 야투 42.4% 3점 17.4% 자유투 60.0%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팬들의 날선 비판이 많았습니다. 대학에서 5년을 보내고 온 루키인데 (95년생), 그에 비해서 별다른 재능은 보여준 게 없고, 슈팅은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듣는 자원이었으니. 게다가 서머리그/프리시즌 당시만 하더라도 경기력이 영 실망스러웠죠.
하지만 남보다 한발 더 뛰고 악착같이 루즈볼을 챙기는 근성으로 보레고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수비와 허슬로 존재가치를 어필하며 슬슬 출장시간을 늘려나갔습니다. NBA 무대에 적응하고 여유를 찾으면서 보조 핸들러로서의 존재감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중단 직전에는 주전으로 출장하고 클러치 타임에 경기를 마무리하는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지금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슛이 아예 없는 선수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성공률이 영 아쉽긴 하네요.
제일런 맥다니엘스
2019 드래프트 2라운드 52순위
(올스타 이후) 20.8분 출장 / 5.6득점 4.8리바 1.1어시 / 야투 42.6% 3점 29.4% 자유투 78.6%
이번 시즌 활약상만 따지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엔 급이 좀 떨어지지만, G리그에서 최소 1년은 묵혀야 하는 프로젝트성 유망주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음에도 그래도 빠르게 로테이션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재다능한 장신 포워드이지만 프레임이 얇아 공수 모든 면에서 고생하는 유망주입니다. 요새 이런 케이스들이 워낙 많은데 그 중 가장 전형적인(?) 스타일 아닐까 싶습니다. 뛰어다니는 것만 봐도 뭔가 엉성, 어정쩡해 보여 불안하고.. 그치만 우수한 사이즈에, 영리하고 공수 모든 면에 걸쳐 할 줄 아는게 많은 선수라 미래를 바라보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시즌 중 짧은 기간에도 스위치 디펜스에서는 상당한 개선이 있긴 했습니다.
케일럽 마틴
2019 드래프트 언드래프티 (현재는 팀과 3년 계약)
(올스타 이후) 21.7분 출장 / 8.9득점 2.5리바 1.8어시 / 야투 49.2% 3점 62.1% 자유투 92.9%
리그 중단을 가장 아쉬워할 NBA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본격적으로 기회를 부여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와중에 갑자기 흐름이 툭 끊겨버렸네요.
코디 마틴의 쌍둥이 형제로서, 처음 영입될 때만 해도 팬들은 그냥 재밌는 쌍둥이 구경거리 생겼다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예사롭지 않은 공격력을 보여줬고 코디 못지 않은 투지와 허슬도 인상깊었습니다.
형제가 번갈아가며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는 멋진 허슬과 투지를 보여주다 보니, 리그 중단 직전 샬럿 팬들과 해설진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 마틴 쌍둥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둘이 외모가 100% 똑같은 쌍둥이임에도 스킬셋은 서로 다르다 보니, 그 점에서 의외의 반사이익이 있긴 하더군요. 예를 들어 코디 마틴은 외곽슛이 빈약한 선수임에도, 상대 입장에선 코디인지 케일럽인지 빠르게 분간하기가 어렵다 보니 외곽수비를 할 수 밖에 없다던지.. ;;
(그리고) 말릭 몽크
2017 드래프트 1라운드 11순위
21.3분 출장 / 10.3득점 2.9리바 2.1어시 / 야투 43.4% 3점 28.4% 자유투 82.0%
불미스러운 약물 징계로 2월 중순 이후 코트를 밟지 못했습니다. 약물 징계에 대해서 뭐라 확실하게 나온 말이 없기는 한데, 경기력 증진을 위한 약물 복용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죄질이 나빴던 것 같긴 합니다. (약물 적발에 대한 후속 조치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던가, 좀 쎈(?) 약물을 했다던가..)
팬으로서 몽크의 재능을 끝까지 믿고 응원했던건 늘 성실히 연습하고 코트 안팎에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는걸 믿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약물 사건 이후로 정이 좀 많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약물 징계 직전 몽크는 데뷔 이후 최고로 코칭스태프의 깊은 신뢰를 받으며, 아주 좋은 폼을 보였었습니다. 2월에 펼쳐진 9경기동안 평균 16.7 득점을 기록했죠. 몽크가 향후 리그의 A급 식스맨 득점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한 단면을 보여준 기간이기는 했습니다.
이제 계약이 1년 남는 시점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적당한 값만 받을 수 있다면 트레이드로 보냈으면 하는 선수입니다. 몽크의 재능을 여전히 신뢰하긴 합니다만, 어차피 그 재능이 샬럿에서 터지진 않을 것 같아서..
번외)
드웨인 베이컨: 17 드랩 2라운더. 18-19시즌 후반기 경기력이 인상적이었고, 올 시즌 개막전 선발까지 꿰찬 유망주였지만, 아이솔레이션 득점원으로서 효율이 너무 떨어져 결국은 G리그 팀까지 밀려났습니다. 올해가 계약 만기라 팀을 떠날 것 같네요. G리그는 폭파시키는 수준이라 어디서든 기회는 받을 것 같습니다.
테리 로지어: 유망주는 아니라 글에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올 시즌 여러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3년 계약 다 채워도 괜찮고, 적당히 계약에 가치가 있을때 트레이드 자원으로 써도 좋고.. 어떤 방향으로든 팀의 리빌딩에 손해되는 계약은 아닌듯 하네요.
지금까지의 호넷츠가 유망주 육성에 상당히 부진했던 프랜차이즈임을 감안하면, 1~2년차 루키들을 팀의 주축으로 활용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낸 이번 시즌은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컵책 부임 이후 샬럿은 드래프트에서 2년 연속 2라운드 상위픽으로 대학 4년을 마치고 온 즉전감 자원을 노렸습니다. (2018년 디반테 그레이엄, 2019년 코디 마틴), 당시에는 '더 높은 실링의 유망주를 뽑아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두 명의 선수 모두 순번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활약을 하고 있죠.
이 점은 컵책을 아낌없이 칭찬해야 마땅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전까지는 십수년간 샬럿이 2라픽으로 재미본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했죠. 컵책은 샬럿에 부임한 이래 youth development를 늘 강조해왔고 지금까지는 그 성과가 그럭저럭 괜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리그의 다른 잘나가는 어린 팀들에 비해서 존재감이 좀 옅지만, 2020, 2021 다음 두 번의 드래프트에서 추가적으로 재능을 수급하고, 적당히 옥석을 가리고나면 상당히 경쟁력있는 유망주 팀이 구성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2021년 여름에는 니콜라스 바툼의 길고 길었던 계약이 완전히 만료됩니다. 샬럿이 FA 시장에서 다시 총알을 쓸 수 있게 되는 시점이죠. 그 때까지 FA 선수들을 유혹할 수 있을만한 최소한의 기반은 만들어 놓는게 현재의 과제라고 한다면, 이번 시즌은 그 리빌딩의 첫 단추로서 꽤나 괜찮은 시즌이 아니었나.. 하고 평가해 봅니다.
샬럿도 플옵경쟁에서 조만간 보게되길 기대합니다 더 재밌는 동부 컨퍼런스를 위해 이런 팀들의 성장은 언제나 환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