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랩터스가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네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올라온 랩터스 관련 칼럼입니다.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the-raptors-werent-supposed-to-be-this-good-this-year/
어느 누군가가 결국 서부로 날아가기로 결정했을 무렵, 디펜딩 챔프인 랩터스가 몇 보 이상 퇴보하리란 예상이 참 많았다. 플레이오프 자리마저 뺏길 정도로는 아니었겠지만, 동부지구에서도 2티어 급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기대치로 지목됐다. 쉽게 말해, 동부 지구 중위권 팀으로 전락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이런 예상은 정말 멍청한 소리들이었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 연승 기록인 15연승을 기록한 랩터스는 지난 시즌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승-패 마진을 안고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해 43승 16패, 올해 40승 14패). 카와이가 떠났음에도 랩터스의 성적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거다. 무서운 기세로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수성 중인 벅스와의 비교는 다소 김이 샌다치더라도, 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는 레이커스에 비해 겨우 2게임 뒤쳐져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토론토는 카와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 팀은 그 누구도 제정신으로는 플레이오프 무대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그런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FiveThirtyEight은 ELO 레이팅을 기반으로 팀의 강함을 측정하고 있는데, 각 선수와 팀에 대한 RAPTOR 지표가 여기에 활용되고 있다. 신생팀은 1300의 레이팅을 부여받게 되고, 평균적인 팀은 1500, 컨텐더 팀은 1700 이상의 점수를 부여받게 된다. 역대 최고 레벨의 팀은 1800 부근의 값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시즌 말미에 랩터스의 ELO는 1804였다. 승수로 환산하면 67승을 기록할 수준의 팀이다. 하지만 레너드와 대니 그린을 FA로 떠나보낸 뒤, 이 점수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나쁘다고 하긴 뭐하지만, 그렇다고 훌륭하다고 하기도 뭐한 1571점의 점수가 프리시즌 직후 랩터스에게 메겨진 점수였다(승수로 환산하면 47승). 이를 감안할 때, 랩터스가 지난 시즌에 맞먹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토론토가 어떻게 이런 좋은 흐름을 이어왔는지,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놀라움이 더해진다. 사실상 주축 멤버 모두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로테이션을 비운 기간이 상당했다는 면에서 그렇다: 팀의 주력 7인 멤버 중 6명이 최소 10경기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라우리, 밴블릿, 시아캄, 가솔, 이바카, 파웰). (오로지 아누노비만 부상으로 저렇게 많은 경기에 결장하는 일은 면했다. 참고로 그는 부상으로 지난 플레이오프를 치루지 못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을 집계했을 때, 랩터스는 단연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https://www.spotrac.com/nba/injured-reserve/cumulative-team/)
https://www.youtube.com/watch?v=OoxzCHjAGeQ&feature=emb_title
자,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다. 랩터스는 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부상으로 신음하는 랩터스의 올 시즌 모습은 지난 해 페이서스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지난 시즌의 페이서스는 올라디포를 잃은 후 말마따나 불굴의 의지로 매일 밤 경기를 치렀던 팀이었다. 페이서스는 마치 한 포제션 한 포제션에 그들의 명운이 달린 것 마냥 투지를 불태웠는데, 랩터스가 이런 정신을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이식한 모양새다. 특히 엄청난 레벨의 수비가 대표적인 예이다.
랩터스는 코트 곳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디플렉션과 3점 블록 횟수에서 당당히 리그 1위!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랩터스가 상대 퍼리미터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상은 완전히 그 반대로, 랩터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 시도를 허용하는 중이다. 다만 이런 랩터스의 특이사항은 3점 허용률이 3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리그 2위). 랩터스가 여태껏 운이 억세게 좋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필자는 랩터스가 어떤 선수의 슛을 막아야하고 막지 않아도 되는지를 아주 분명하게 구분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공을 쥐고 림으로 돌진할 때면, 랩터스는 환상적인 수비 로테이션과 협력 수비로 이를 막아냈다. 헬프 수비 관점에서 랩터스의 수비 효율은 리그 2위에 해당한다. 보통 이 장면에서는 차징 유도의 달인 카일 라우리 선생이 등장하곤 한다. 클러치 상황에선 더더욱!(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87242)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리그 전체 수비 효율성 2위에 진면목이다. 경기 당 상대 실책 기반 20득점을 기록하는 원동력 또한 랩터스 선수들의 헌신이다. 부상 악재로 정상적인 로테이션 운영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탄탄한 수비 집중력이 팀의 승리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지난 플레이오프를 통해 닉 널스 감독이 얼마나 편견없이 다양한 전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다. 그는 심지어 중학교 레벨의 농구에서나 등장하는 전술을 가장 큰 무대에서 들고 나온 사람이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00997&sca=&sfl=mb_id%2C1&stx=hjunek) 이런 맥락에서 랩터스가 그 어떤 팀보다도 존 디펜스를 자주 사용했다는 점은 결코 놀랍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선수들의 이행 능력도 매우 훌륭했다. (100번의 기회서 87.6점 허용)
한편, 토론토의 안정감 역시 주목할 만한 장점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카와이 없이 정규 시즌에서 17승 5패를 기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랩터스의 공격은 특정 선수 몇몇이 자리를 비울 때에도 어김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은 시아캄이 본격적으로 1옵션 역할을 수행하게 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볼륨 스탯은 늘고, 효율은 이해 가능한 수준의 하락을 겪고 있다. 올 시즌 올스타 선발로 뽑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이 훌륭한 선수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라우리나 이바카가 등장해 그의 공백을 메우는 식으로 랩터스의 올 시즌이 흘러가고 있다.
최근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25득점을 기록한 아누노비는 부상을 털고 돌아와 그린의 공백을 완전히 메워내고 있다. 더불어 팀은 또 다른 젊은 재능을 NBA 레벨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테런스 데이비스는 이미 올 루키 팀의 한 자리를 맡아놓은 듯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크리스 부셰는 '분 당 블록슛' 수치 부문에서 Top-10급 숫자를 기록 중에 있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랩터스가 그저 부풀려진 팀이라는 분위기는 여전히 만연하다. 존 디펜스야 닉 널스가 그간 줄곧 써오던 방식이며, 널스가 30번의 챌린지에서 58%의 성공률을 보였을 만큼 심판 콜 측면에서의 운이 따랐다는 의견들이 있다 (챌린지 성공률 최상위급, 신청 횟수 1위).
그들 스스로 온전히 잘한 일이 하나 있다고 하면, 바로 약팀을 상대로 거둔 31승 2패라는 무지막지한 성적이다(5할 이하 팀 상대 성적). 랩터스보다 이 측면에서 나은 결과를 얻은 팀은 벅스가 유일하다. (
https://www.espn.com/nba/standings/_/view/expanded) 하지만 이를 반대로 들여다보면, 랩터스는 탑 5시드 내에 속한 팀 중 5할 이상 승률 팀을 상대로 더 많은 패배를 기록한 팀이란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재즈와 식서스가 랩터스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결과 때문일까. 어쨌든 FiveThirtyEight의 모델은 랩터스의 지구 우승 및 파이널 우승 확률을 프리시즌 대비 결코 더 높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 (프리시즌 기준, 컨퍼런스 우승 확률 7%, 파이널 우승 확률 2% --> 현재 각각 9%, 2%).
충분히 이상하게도, 토론토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보인다. 혹자는 랩터스가 얼마나 성공적인 정규시즌을 보낸다 한들, 플레이오프 무대서 밑천이 드러나고 말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확실히 동부에는 야니스가 이끄는 벅스라는 무지막지한 적이 하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토가 지금껏 얼마나 훌륭한 모습을 보여왔는지, 이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 속에서 이런 성과를 거뒀는지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그들이 타이틀 컨텐더로의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무모한 판단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누가 뭐라든, 랩터스에겐 챔피언의 심장이 있다.
레너드와 그린이 떠나고 뚜렷한 FA 영입 없이 팀 성적을 비슷하게 이끌어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진정한 에이스는 유지리와 널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