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성 교체 후 보일런 감독에 대해 인터뷰한 잭 라빈
오늘 홈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시카고는 116 대 108로 패배하였습니다. 최종 스코어만 보면 최근 연승을 달리고 있는 히트를 상대로 불스가 선전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4쿼터 5분 남겨놓고 20점 넘게 차이가 나며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이후 양팀 모두 주전을 뺀 채로 경기를 임했는데요. 막판에 점수 차를 무섭게 줄이며 다시 히트의 주전을 코트로 불러들인 것도 시카고의 가비지 멤버였고, 그 전까지 시카고 주전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참담했습니다.
이런 부진한 경기 속에서 보일런 감독은 1쿼터 극초반(1쿼터를 3분 30초 정도 치른 시점)에 주전 잭 라빈을 교체하는 결정 을 내립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카고의 리딩 스코어러인 라빈을 이리도 빨리 뺀 처사에 대해 질문을 받은 보일런은 ‘3번의 터무니없는 수비 실수’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답합니다.어떤 장면인지는 아래 The Athletic의 Stephen Noh 기자가 정리해준 걸 참조해주시면 됩니다.
https://twitter.com/StephNoh/status/1198089140002344960
https://twitter.com/StephNoh/status/1198097802959753216
위의 수비 장면들을 보고 보일런은 더 이상 라빈이 코트 위에 있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그리 빨리 벤치로 불러들였다고 인터뷰했는데요. 보일런이 이런 식으로 질책성 교체를 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아래는 작년 12월에 조노반미첼님이 올려주신 뉴스 글 링크입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news&wr_id=707956&sfl=wr_7&stx=chi&sop=and&page=12
기사에서 말하고 있듯이 작년엔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선발 주전 5명을 동시에 벤치에 앉게 한 일이 있었는데요. 이 일이 발단이 되어 시카고 선수들이 단체로 팀 연습을 보이콧하며 (한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부 항명 (mutiny)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후 시즌이 진행되면서 프런트는 이런 보일런과 계속해서 같이 간다는 굳건한 입장을 보였고, 라빈 또한 보일런이 사무국에 내야하는 벌금을 대납해주는 등 관계가 개선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선수와 감독간의 관계에 잡음이 생긴 겁니다.
자신을 이리 빨리 벤치로 불러들인 처사에 대해 라빈은 경기 후 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질책 받을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위의 보일런과 했던 인터뷰 내용 - 보일런 생각에는 라빈이 3번의 수비 실수를 했다는 - 걸 알려주자 라빈은 하나는 알겠지만 다른 2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문제의 냉소적인(sarcastic) 답변이 나오는데요(기자 KC 존슨이 직접 기사에서 라빈의 태도가 sarcastic했다고 표현한 겁니다).
“아마 상대가 낸 13득점 모두 나 때문에 점수 먹힌 거겠죠. 아니면 ‘선발 5명’이 13점을 먹힌 건가요?” - 1쿼터 초반 교체 당한 것에 대한 라빈의 답변 중 일부
첫 번째로는 보일런이 말한 3가지 실책을 자기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렇게 책임성 교체를 당하는 것을 보면 마치 상대가 득점한 장면 모두 라빈 자신한테 과실이 있는 줄 알겠다고 비꼰 부분이 냉소적이고요. 두 번째로는 ‘선발 5명’을 언급한 건데, 이건 위에서 언급했던 작년 12월에 보일런이 선발 5명을 전부 교체하면서 일어났던 사건들 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냉소적입니다.
여기까지 진행되었으면 그냥 사건 사고가 많고 많은 시카고 구단에서 해프닝 정도로 넘어갔겠지만, 문제는 이후 라빈이 또 하나의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는 경기 후 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거고, 새로운 인터뷰는 과거 시카고 비트라이터였지만 지금은 다른 팀을 담당하는 기자 Vincent Goodwill과 진행했는데요.
여기서 문제의 보일런과의 관계가 나옵니다. 몇 가지 핵심적인 질문답변만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기자 : 보일런 감독이 선수인 당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빈 : 나는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보일런 감독은 다르게 생각하는 거 같다. 각자 상황이 다르지만 리그에 있는 다른 선수들은 자기들의 감독으로부터 그런 신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시카고 선수들은 그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기자 : 아직도 보일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
라빈 :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코트에 나가있는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들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틀에 박힌 일을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만약에 나를 믿어주지 못한는 상대가 있다면, 나 또한 그 사람을 신뢰하기는 힘들다.
기자 : 보일런 감독이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라빈 : 보일런 감독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NBA는 어른들(*)의 리그이다. 우리들은 모두 자신의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책임질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다른 사람들 또한 이렇게 실수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원문은 'a man's league'로서 예전에 클레이 탐슨도 파이널 인터뷰 때 쓴 표현이기도 한데요. 저는 이 두 경우 다 선수들이 '남성답다'는 의미를 담아서 쓴 표현이라 생각하고 이전에 '남자들의 리그'라고 옮겼지만, 댓글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른들의 리그'로 수정했으니 참고해주세요.
질책성 교체가 이슈가 된 경기 후 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연이어서 다른 기자와 또 다른 일대일 인터뷰까지 가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라빈은 보일런 감독에 대한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표한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봐도 보일런을 감독이자 팀의 리더로서 신뢰하기 힘들다는 걸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자신을 포함한 시카고 팀원들이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이에 대해 라빈 또한 자기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을 믿기는 힘들다고 하면서 사실상 보일런을 믿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이 되었습니다.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작년 초반과 달리 올해 부진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작년과 달라진) 다른 시스템에서 뛰는 건 힘들고 많은 팀원들이 자기 리듬에 맞게 플레이하지도 못하고 이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팀 차원에서 미드레인지 점퍼 비중을 극도로 줄이고 림어택과 3점 비중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다른 선수들이 아무런 액션 없이 그저 모두 3점 라인 밖에 서서 스페이싱만 추구하고 있는 걸 의식한 답변이겠고요.
보일런은 경기 내적으로도 최악이고 그 밑에 있는 젊은 선수들은 발전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고, 선수단 관리조차 안 되며 선수들로부터의 신뢰 또한 잃은 상태인 건데요. 보일런이 가장 크게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경기 후 공개적으로 선수탓을 하는 게 너무 잦다는 점입니다. 경기 내적으로 자신의 전략 전술에 대한 성패를 논하는 빈도도 매우 적을 뿐더러, 경기력 및 선수들의 발전까지 책임지는 자리인 감독 위치에 있으면서도 일이 잘못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거의 하질 않으면서 선수들만 비판하는 관찰자적 시점을 보이는 겁니다. 이번 사건도 사실상 보일런의 질책성 교체와 이후 인터뷰에서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에서 출발한 거고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 또한 라빈의 수비를 좋아하지 않고,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작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도 여전히 형편없는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벌써 리그 6년차인 라빈이 수비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거라 생각하지도 않고요. 물론 이런 라빈도 특히나 부주의한 모습을 보일 때는 질책하고 짚고 넘어감으로써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거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 방식인데, 자기의 공격적인 더블팀 수비 전술 때문에 안 그래도 수비 못하는 라빈이 더 헤맨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로 반복적으로 선수들을 비난하는 건 무조건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이렇게 팀 전체 성적도 부진하고 선수 개인들도 퇴화하는 상황에서 팀의 리딩 스코러어가 저렇게까지 인터뷰할 정도면 변화를 꾀해야 하는데, 작년에 보일런을 겪고도 프런트의 말을 잘 듣는다고 3년 연장을 준 프런트와 이를 신뢰하는 구단주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농구 경기는 선수가 하는 거니 결국 리빌딩의 목적은 에이스급 선수를 찾는 겁니다. 그런데 드래프트에서 최상급 선수를 얻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서 에이스급 선수로 나아가게 하고, 이를 뒷받침할 선수들 또한 키워야한다는 점에서 새삼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 및 선수 개발 부서들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부진한 경기력 보여주면서 계속 연패하더라도 올 시즌까지는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지 않을 듯한 프런트 및 구단주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움직여서 지금 선수단을 뒤짚고 새롭게 판을 짠다고 해도 결국 능력없는 프런트와 감독이 그대로라면 앞으로도 시카고의 미래는 암울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불스의 일말의 기대도 안 생기는게 팀이 아무리 망가져도 결국 가팩스가 있다는 점이에요. 이번 시즌도 성적이 안 나오면 존 팩슨이 사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결국 자리를 계속 지키지 않을까 싶고요.
팀은 최악이어도 드래프트와 선수단 육성은 나름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티보듀 이후로 그나마 하나 있던 그 장점마저도 싹 사라진 느낌이네요.
올해도 결국은 시즌은 똥망일테고, 가팩스는 그대로 있을테고 선수들 몇몇은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로 팔려나갈테고, 팬들은 그 와중에 나름 희망을 가져보겠지만 다음 시즌도 또 가팩스와 보일런은 있을테고 팀은 똥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