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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태현넥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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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8-31 11:49:17

현대 해체와 히어로즈 창단 이후 자주 떠오르는 떡밥이죠. 과연 구 넥센과 현 키움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저는 34년을 인천에서만 살았습니다. 인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상당히 큽니다. 마계 인천이니 이부망천이니 소리를 들었어도 인천은 제게는 정말 환상적인 곳이죠. 야구가 또렷하게 기억이 날 정도의 나이쯤 처음 접한 팀은 태평양이었습니다. 박정현, 최창호, 정명원, 김홍집, 안병원, 최상덕, 정민태, 김경기, 김동기, 윤덕규, 이숭용. 94년 한국시리즈에서 LG에게 스윕으로 패하긴 했지만 인천 팬들의 뇌리에는 강하게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95년 안습한 성적과 함께 현대에 매각되며 유니콘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죠. 유니콘스 시절은 인천 야구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게 기억되던 시절이었을 겁니다. 이후 와이번스가 김성근 감독과 함께 4년 간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후술할 이유로 제게 인천 야구의 최전성기는 유니콘스 시절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입단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있기는 했었지만 호타준족의 리틀쿠바 박재홍과 '미스터 인천' 김경기 듀오와 함께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창단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정명원이 KBO 사상 아직까지도 유일한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2년 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역시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97년엔 롯데의 리드오프 전준호를 영입했고 98년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방울에서 역대 최고의 포수 중 하나인 박경완을, OB에서 경험 많은 2루수 이명수를 데려왔고 용병은 3루수 스캇 쿨바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유니콘스는 마침내 창단 3년 만에 4년 전 자신들을 꺾고 우승했던 LG를 상대로 복수전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우승은 인천 연고 야구팀 최초의 우승이죠.

 

그리고 운명의 2000년, 현대그룹은 연고지 이전을 결심합니다. 서울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러나 이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지게 되고 결국 현대는 광역 연고권인 수원으로 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이 해체되고 새로 창단된 SK와의 사이도 좋지 않게 되는데 SK로써는 인천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연고지 내의 야구장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주는 셈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수원에서 무려 8년을 얹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재정적 문제 이외에도 구단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데 현대는 수원에 임시로 머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고가 없었고 그 댓가로 2003년부터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무려 6시즌을 말이죠. 이는 히어로즈로 재창단된 초반에 전력의 불균형을 가져온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현대가 떠난 인천에는 SK가 들어왔지만 저는 갈등에 사로잡혔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현대 유니콘스는 인천에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었나, 선수들이 좋아서였나."

 

현대는 인천에 첫 우승을 안겨준 팀, 박재홍, 박진만, 박경완, 전준호, 이숭용,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의 선수들은 나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선수들. 결국 저는 선수들을 따라가게 되었고 현대의 해체 후 히어로즈의 선수단 인수 재창단 이후 줄곧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참 즐겨하던 마구마구에서도 당시에는 역대급 강덱이던 00현대를 맞추어서 즐기기도 했죠.

 

인천의 야구는 SK가 이어 나가 우승의 실력을 보여주며 강팀으로 거듭났고 히어로즈는 그들 나름대로 선수들을 데려와 명맥을 이어나갔습니다. KBO 역사를 따져보면 히어로즈는 삼청태현과는 엄연히 다른 역사를 가진 팀입니다. 팬들끼리의 의견도 사실 분분하죠. 히어로즈가 우승을 하면 V1이 맞냐 V5가 맞냐. 저는 V1이던 V5던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게 즐겁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요즘은 특정 팀을 응원하는 문화도 있지만 특정 선수를 따라 응원팀을 옮기는 것도 생소한 광경은 아니기에 저 역시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쭉 이어져 만들어온 히어로즈를 응원하게 된 것이겠죠.

 

어느덧 히어로즈가 창단한지도 12년이 넘었습니다. 띠가 한 번 돌아갔네요. 14년도에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밴헤켄의 MVP급 선수 4명을 보유하고도 강정호의 통한의 실책으로 우승을 놓친 게 정말 아쉽지만, 작년에도 그렇게 어렵게 플레이오프를 뚫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스윕을 당하는 처참함을 보였지만 선수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한 번은 우승하겠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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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27 17:09:19

추천드립니다.
저랑 거의 똑같은 상황이시네요.
현대유니콘스가 인천팬들의 뒷통수를 치고 도망갔지만, 저는 그 팀을 버릴 수가 없어요.
내가 좋아하던 선수들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팀을 응원하나요?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욕하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이유

검은 유니폼으로 무섭게 뒷심 발휘하던 그 팀이 그립군요.

2020-11-28 02:22:00

이장석이 삥땅을 칠 땐 치더라도 용병에만 제대로 투자했다면 14시즌,20시즌 우승가능했죠

올시즌이 최악인게 손혁 꼭두각시로 앉히고 팀컬러에 역행하는 번트야구, 최원태,브리검 등 부상병동 만들고 이영준 등 불펜 혹사로 나가리 시키는 등 모터,러셀 식물용병에도 불구하고 NC와 엇비슷한 전력의 팀을 와카 보냈습니다.

장정석 체제는 선임과정은 맘에 안 들지만 장정석의 메이저식 야구관으로 우승 도전이 충분하고 봤슷니다. 그 장정석을 갈아치우고 허민의 꼭두각시이자 감독으로 투수백정,번트야구 손혁은 도저히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2020-11-28 13:11:58

위에 분도 댓글 다셨지만
저도 글쓴님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물론 지금은 경기도민이지만) 태평양부터 현대 그리고 넥센까지
근데 야구에 애정이 없어져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키움부터는 잘 안보게 되도라고요
어쨌든 동지를 만나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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