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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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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 23:18:31

 

 

 

1. 에피스톨라 효과-팀플이 깨진 DB 

 

DB는 감독의 현역시절 노하우를 다 쏟아부은듯한 하이로우 게임으로 트리플 포스트를 공존시키는데 성공한 팀이었습니다. 강상재가 엘보우나 포스트에서 돌면서 뿌려주던 질 좋은 패스들과 김종규의 왕성한 컷은 데릭스-김주성 조합이 전창진 감독 밑에서 수없이 보여주던 모습과 판박이였고 로슨이나 알바노가 탄은 처리해주되 둘간의 직접적인 픽앤롤은 경기가 많이 안풀리지 않는 이상 자제하는 팀이었죠. 

 

에피스톨라가 알바노를 압박하면서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알바노가 탑에서 볼을 오래 잡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인데 여기에서 일단 코트밸런스가 깨졌습니다. 정규시즌에는 이럴때 강상재가 탑으로 올라와서 볼을 딜레이시키고 알바노가 코너로 멀리 빠지는 (플레어3) 움직임도 상당히 좋았는데 오픈에서도 슛을 못던질정도로 위축된 강상재에게 반박자 빠른 판단력이 요구되는 컨트롤타워는 언감생심이었고 3점라인 한발 뒤에서 로슨에게 핸드오프만 전달해줘도 고마울 정도였죠. 

 

DB가 즐기는 하이로우와 컷을 이용한 공격이 손질강도가 높아지는 플옵에서 원래 잘 사라지는 공격이기는 한데 KCC가 스틸 최하위팀이었다는 점에서 알바노가 리듬을 잃지 않았다면 이정도로 DB가 막히지는 않았을거라고 봅니다. 정규시즌에는 클러치타임에도 DB의 패싱게임이 위축되는 경우가 드물었죠. 

 

DB가 가장 경계해야했던 상황은 로슨이 풀업 3를 마구 쏘고 라건아가 골밑을 지배하며 차력쇼를 펼치는 구도인데 에피스톨라와 강상재 때문에 시리즈 초반부터 구도가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2. DB의 하이헷지와 KCC의 하이로우 

 

1차전을 지면서 2차전부터 DB가 수비에서 평소 플랜을 깼습니다. 

 

정규시즌에는 POA 한명을 두고 나머지는 빨리 스위치하고 포스트를 더블하면서 최종적으로 블록을 노리는 팀이었지만 KCC에 전형적인 픽앤롤 핸들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압박으로 밀기로 한 것이죠. 

 

에피스톨라가 볼핸들링까지 하기는 버거워서 송교창이나 최준용이 볼운반하면 강상재가 풀코트 프레스로 붙었고 픽앤롤은 라인 바깥까지 하이헷지했는데 1차전에서 맹위를 떨친 KCC의 핸드오프 공격이 줄면서 DB가 승리했습니다. 이날도 평소 DB 페이스는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든 상대 2:2를 잡았죠.  

  

그런데 이 경기 후반쯤부터 KCC가 헷지타이밍을 보고 픽앤롤하다 후진하면서 자리잡는 라건아를 기다리거나 국내선수들끼리 픽앤롤을 하고 라건아에게 하이로우 패스를 넣기 시작했는데 이게 이날 후반부터 이미 잘 들어가기 시작했고 3차전부터는 헷지를 오히려 미끼로 낚는 공격을 했습니다. 번갈아 넣는 하이로우 어시스트도 쑥쑥 들어가고 딥 포지션을 잡은 라건아가 파울과 공격리바를 계속 뽑아냈죠.    

 

DB는 이 수비를 하는 이상 스틸을 더 뽑으면서 속공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속공에서도 로슨,알바노만 찾다가 볼처리가 나빴습니다) 더 중요한게 로슨이 이 헷지에 거의 매 포제션 참가했습니다. 

 

로슨은 스피드나 파워가 무기가 아닌지라 공격할때마다 헤지무브를 여러번 쓰면서 타이밍을 뺏는 타입인데 매치업도 강한 상황에서 죽은볼 핸들링에 헷지, 리바운드, 최종수비까지 부담이 너무 커졌죠.

 


3. KCC의 재능

 

KCC의 하이로우가 그렇게 잘 통한 것도 재능 때문인데 이런 패스는 잠깐의 틈을 놓치면 곧바로 찬스가 사라지고 늦게 밀어넣으면 디플렉션된 볼이 앞으로 튀면서 속공으로 연결되죠.

 

포스트업 시도 1위인 삼성이 페이스가 빨랐던 것도 본인들의 속공시도는 적지만 코번에게 넣는 하이로우 패스가 너무 많이 잘렸기 때문이고 강상재-김종규가 같이 사라진 것도 저런 루트의 공격이 리스크가 너무 커서 미리 포기해버렸기 때문인데요. KCC의 송최와 허웅은 빅샷도 여러개 넣었지만 저런 리스키한 오버헤드 패스 시도에서 상대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라건아가 로슨보다 오히려 앞선 것도 중거리 감과 저 하이로우 패스 공급이 모두 좋았기 때문인데 에이스들끼리 서로 바톤터치하며 상대를 폭격하는 그림이 NBA 슈퍼팀의 모습이라면 KCC의 윙들은 조건식이 달린 라건아를 극대화시키는 패스와 스위치 수비로 재능합을 보여주더군요. 

 

 

4. DB의 아쉬움  

 

올시즌에는 DB의 경기를 우연히 보고 오랜만에 KBL을 즐겨봤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강상재가 중심에 서는 패싱게임과 속공, 로슨-알바노가 위치를 바꿔가며 펼치는 화려한 공격들, 수비수들의 허슬까지 여러모로 밸런스가 좋고 경기력이 인상적인 팀이었는데요.   

 

로슨이 꽤 오래 부진한 와중에도 굳건히 1위를 지켰었고 한 팀에게 2연패를 한번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체급이 높은 팀이었는데 늪농구로 빠진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의 버티는 힘이 상대보다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약간의 차이로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다 놓치고 힘떨어진 로슨만 찾더군요. 

 

로슨 외에 총알이 다 떨어진 DB에 비해 내외곽에서 한결같은 라건아와 과감하면서 침착한 허웅, 송최에 부상당한 알리제 존슨까지 활약한 KCC의 분위기가 좋다고 느낀 시리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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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4-04-22 00:22:20

DB에겐 결과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6강 플레이오프 기간을 포함한 2주 넘는 시간이 일부분 독이 되었네요. 글 처럼 다시 돌아보니 시즌 중 자주 보이던 하이 로우 게임의 공격 패턴이 4강 시리즈에선 나온 기억이 거의 없네요. 이는 강상재 선수의 경기 감각 또는 몸의 문제 내지는 멘탈의 문제가 이유가 되었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좋은 리뷰글 감사합니다!

2024-04-22 00:44:17

양질의 글 잘 봤습니다. 용병은 비겼다고 치면 포워드진의 양과질에서 승부가 갈렸네요.

2024-04-22 12:31:29

잘 읽었습니다. 에피스톨라의 존재감이 확실히 컸던 시리즈가 아닌가 싶습니다. poa 디펜더가 없다는게 kcc의 몇 안되는 약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알바노에서 파생되는 공격들을 잘 억제하는 역할을 했죠.

수비에서는 최준용 역할이 참 컸다고 생각하고요. 트리플 포스트라는 이름에 비해 db의 보드 장악력이 썩 뛰어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지라... 최준용이 원래도 함지훈 오세근 같은 선수들 수비엔 좀 애를 먹었지만 김종규 강상재 스타일은 기가 막히게 막았죠. 송-최 상대로 포스트업 압력은 못주면서 기동력이 밀리니까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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