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 kcc와 kgc의 차이
어제 kcc와 kgc의 경기 후반이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3쿼터 3분 남았을 때의 kcc 작전시간 이후부터 아래에 담았습니다.
전창진 감독: 먼로를 승현이가 맡고, (건아가) 오세근이 맡고, 변준형이가 슛이 들어가니까 스위치해. 스위치하고 먼로 (골밑으로) 빠지는거 건아가 잡아주고. (변준형한테) 쓰리포인트 더 이상 주지 말자고.
정창영: 누구든지 앞선 (스위치)?
전창진 감독: 아니아니 변준형이만
허웅: 근데 (팀)파울이 네 갠데..
전창진 감독: 상관없어 건아가 오니까. 건아가 오니까 걱정하지 말란 말이야
변준형한테 득점을 많이 주다보니, 변준형이 하는 투맨게임에 대해서 스위치를 하라고 지시를 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먼로-김지완과 같은 미스매치가 생기기 때문에 먼로의 공격을 막기 어려워지는데요. 허웅의 질문이 그런 맥락입니다. 전창진 감독 말씀은 그 공격을 제어하기 위해서 뒷선에서 라건아가 한번 더 스위치를 해줄거란겁니다. 이런 스위치를 "스크램 스위치"라고 부른다는걸 몇 차례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전시간으로부터 1분이 채 안 돼서 아래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일단 이승현과 라건아의 매치 상대가 틀리긴 했는데 트랜지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못 지킨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웅과 이근휘의 스위치도 안하는게 덜 혼란스러웠을 것 같긴 하지만, 여기까지도 뭐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고요.
암튼 kcc에서는 변준형의 투맨게임에 대해 스위치를 합니다. 그러면 이근휘는 먼로를 따라갈게 아니라 이승현에게 맡기고 오세근을 막아야합니다. 그게 전창진 감독 지시의 핵심이었죠 (중계영상 들어보시면 이승현이 나가! 나가라고! 하면서 소리치고 정창영, 전창진 감독 모두 이근휘를 바라보며 아쉬워합니다)
다시 보시면 오세근이 진짜 농구를 잘하는게, 이근휘 얼타는거 보자마자 바로 하이로 올라와서 지체없이 슛을 쏴버립니다.
해당 장면에 대한 신기성 위원의 해설입니다.
스위치 디펜스를 해서 변준형 선수를 막을 순 있었지만, 오세근 선수가 그 부분을 알고 하이로 움직였거든요. 그 부분에서 쉬운 찬스가 났어요. 그니까 농구를 알고 하느냐 모르고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래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첫번째로, 변준형에 대해서만 투맨게임 스위치하라고 1분30초전에 말했는데,, 저건 이승현이 스위치해주면 안됩니다. 아무튼 앞에서 스위치를 해버리니 뒷선에서 스크램 스위치를 해내지만 kgc에선 또 오세근쪽을 파버립니다.
뒤에서 추가로 스위치를 해주면 먼로의 골밑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오세근쪽에서 생기는 미스매치를 상대가 활용할 시 다시 이를 감당해야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걸 kgc에서 계속 이용을 한거죠
4쿼터에 들어서도 비슷한 식의 장면이 반복됩니다.
아래 장면 변준형 투맨게임에 대해서 앞선 스위치 이후 스크램 스위치를 얼추 시도는 하는데, 그 합이 너무 안 맞아서 결국 3점 찬스를 줍니다. 처음에 김지완과 제퍼슨 사이의 토킹에 문제가 생기니까 뒤에서도 계속 로테이션이 꼬이죠. 이런 장면이 현재 kcc가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힘든 이유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박지훈이 하는 투맨게임에 스위치를 하고 난 뒤 스크램 스위치 실패해서 오픈 3점 찬스를 주는 장면입니다. (4쿼터 들어서 수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의도된 수비였는지는 모르지만..)
변준형 투맨게임에 대해 스위치하고 추가로 스크램 스위치도 해냈지만 먼로의 공격마저 통해버리고요
아래가 어제 변준형의 위닝 점퍼장면인데요. 이 공격에서도 kgc는 똑같이 변준형의 투맨게임을 했습니다.
kcc에서 스크램 스위치를 하면서 먼로를 제퍼슨이 막죠. 이 장면에서는 kcc 대응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러자 먼로가 포기하는척하며 오세근 하이로 올라가는 찬스 보라고 손짓을 합니다. 그리고 오세근이 올라가는 틈에 다시 밀면서 자리 잡아놓고 바로 달라고 하면서 공격을 합니다.
아래 장면을 보시면, 저렇게 이루어지는 공격을 delay라고 부릅니다. 빅맨을 탑에 세워 볼을 내어주고 양쪽 사이드에서 핀다운 or 플레어 스크린으로 찬스를 보는건데요. 먼로가 이런 공격을 진짜 잘 이끌어요.
왼쪽 사이드를 보는 척하다가 반대쪽 윙에서 정창영이 플레어 스크린 예상하고 뒤로 빠져가는거 확인하자마자 문성곤에게 빼줍니다. 자세히 보시면 '왼쪽을 확인한 뒤에 아 안 되네 오른쪽 가볼까 어 저기 찬스 났네? 주자!' 이게 아니라 왼쪽 코트를 응시하면서도 동시에 오른쪽 코트를 다 느끼고 있습니다. 패스 나가는 타이밍 보면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턴 되게 개인적인 견해인데요)
플레어 스크린(오프볼 스크린을 받는 선수가 패서로부터 멀어지는 스크린)은 여러모로 찬스를 내기가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최소 투카운트 이상으로 나가는 패스이기에 패스의 박자가 잠시라도 늦어지면 길이 짤리거나 찬스가 무산되고, 스크린도 제대로 된 위치에서 제 박자에 제공되어야 하며, 스크린을 받는 선수가 욕심내서 일찍 움직였다간 오펜스파울이 날 수도 있죠.
그리고 이 플레어 스크린을 올시즌 타임아웃마다 매우 좋아하는 팀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전주kcc입니다
kcc 팬분들은 아마 시즌초에 전창진 감독 타임아웃에서 chest라는 단어를 자주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아래같은 패턴입니다.
박경상이 오른쪽 윙에 패스를 내주고 백스크린 받아 골밑으로 컷인하는게 첫 번째 액션입니다(이런 컷을 ucla 컷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탑에 이승현이 볼을 한 번 받고, 위크사이드 허웅에게 라건아가 플레어스크린 걸어주면서 왼쪽 코너-윙에서 허웅의 슛찬스를 보는게 플랜A입니다. 그리고 안 되면 다시 3점라인따라 건아-승현 스태거 받으면서 돌아오고, 여기서 스위치가 생기면 포스트업 공격을 노릴 수 있고 등등 흘러가죠.
암튼 허웅을 위한 플레어 스크린을 제일 먼저 보는 패턴이고, 위에 장면이 1라운드 가스공사전 타임아웃 이후 공격입니다. 허웅에게 주어지는 찬스가 무산되죠.
아래는 1라운드 모비스전 타임아웃 이후 공격입니다. 마찬가지로 chest이고 허웅을 향한 플레어 스크린은 무산됩니다.
2라운드 sk전 1쿼터 타임아웃 이후 공격, 마찬가지로 chest입니다. 정창영이 가슴을 두드리죠. 허웅을 바라보는 플레어 스크린은 또 안 통합니다.
kcc가 타임아웃 때 약속하고 나가서 저쪽(허웅쪽) 공격이 풀린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현재까지는 저런 액션이 통계적으로 잘 안 통한다는거겠죠.
(물론 그럼에도 전창진 감독이 같은 패턴 지시를 계속 하신데에는 그 후속 액션들에서 찬스메이킹이 충분히 잘 된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일테구요)
그리고 어제 경기 마지막 타임아웃입니다.
봐봐 웅이야 쓰리포인트 던져도 좋아. J(제퍼슨) 잘봐. 잘 판단해. 10초 남겨두고 시작하자. (지완이) 핸드오프하고 빨리 빠지고. 승현아 밑에서 픽. 웅이 코너. (승현이) 롤.
네(제퍼슨) 옵션, 웅이 빠지는거, 승현이 빠지는거.
kcc 통역분의 말을 빌리면,
"Gorilla's gonna set a pick for Ung to go to the corner. Seunghyun's gonna make the roll. Either you pulling up from the top ~~~~"
이승현을 고릴라라고도 부르고 승현이라고도 부르네요..
아무튼 김지완이 제퍼슨과 핸드오프를 한 이후에, 한쪽 사이드에서 이승현이 허웅을 코너로 보내는 스크린을 세우고 골밑으로 들어간다는겁니다. 코너로 보내는 스크린은 플레어 스크린일테구요. 여기서 상대가 허웅 슛을 견제하려고 스위치를 하면 이승현이 골밑으로 가서 그 미스매치를 살릴 수 있습니다.
kcc 마지막 공격장면입니다. 김지완-제퍼슨의 핸드오프, 이승현의 플레어스크린 모두 이루어지죠.
역시나 이번 타임아웃 패턴에서도 허웅을 위한 플레어스크린 찬스는 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는데 거리가 멀어보이긴 하네요.
허웅 쪽이 묻혀버리면 사실상 이승현 쪽 찬스가 나는 것도 쉽지가 않고, 그러고 나면 제퍼슨이 일대일 쇼부치는거밖에 안 남는거라.. 어제의 작전은 살짝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부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저거 때문에 진 경기는 아닙니다
이거보다 놀라운건 저 짧은 장면에서 kgc의 수비입니다. 12초동안 kgc의 수비를 보면,
1) 제퍼슨이 스크린 올라갈걸 예상한 뒤 먼로와 문성곤의 pre-switch
(제퍼슨의 일대일 공격을 문성곤이 막는게 더 효과적이란 판단이었겠죠. 실제로 시즌초반부터 kgc에선 본인들의 2대2 수비가 약점이라고 밝히며 스펠맨 등이 뛸 때 이런식으로 국내선수를 스크리너 마크맨으로 보내는 식의 스위치를 자주 활용했습니다)
2) 김지완이 핸드오프 내주고 골밑으로 내려올 때 먼로의 콜로 이루어지는 변준형과의 scram switch
(먼로 본인이 골밑을 지키겠단 뜻이죠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리바운드를 챙긴 것 역시 먼로였습니다)
3) 오른쪽 사이드에서 박지훈이 공과 허웅 모두의 움직임을 잘 따라갔고, 오세근은 이승현의 골밑 진입을 잘 막았으며
4) 마지막에 제퍼슨이 문성곤을 제끼고 들어올 때 오세근의 골밑 도움수비까지
kcc 선수들이 지시를 듣고도 후반내내 답답하게 이행하던 수비 하나하나를 kgc가 마지막 12초에 교과서처럼 해내며 게임을 끝냅니다.
현재까지의 kcc는 수비에서 끊기는 분위기가 가장 큰 아쉬움으로 작용하는듯 하네요. 사실 공격에선 언제든 충분히 몰아칠 능력이 있는데, 그 흐름을 만드는 발판은 대개 좋은 수비에서 생긴다는걸 잘 인지해야할 것 같습니다. 좋은 공격을 하고도 맥없이 실점하면 분위기가 안 만들어집니다. 계속해서 접전 끝 아쉬운 패배가 나오는게 비단 나쁜 운 때문만은 아니지않나 싶습니다.
"(점수를) 주고받으면 안 돼. 디펜스 해야지. 주고받고 주고받고하면 안돼 알았지"
어제 kgc 타임아웃에서 김상식 감독께서 하신 말씀인데 지금의 kcc에게 제일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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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십니다. 이해가 잘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