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를 빼다박은 캐롯 (feat. 이류농구)
이번 컵대회에서 캐롯이 치른 두 게임을 봤는데 재밌네요..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이시겠지만 캐롯이 선보이는 농구는 기존의 kgc 농구와 정말 비슷합니다. 같은 농구를 다른 선수들이 하고 있으니까 뭔가 되게 이상하면서 신기하더라고요. 두 팀의 어떤 모습들이 비슷한지 한번 모아봤습니다.
성현GO
현재의 캐롯에 kgc가 겹쳐보이는 데는 당연하게도 전성현의 몫이 큽니다. 전성현은 kgc시절 팀 공격의 첫 번째 옵션이었고 지금의 캐롯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상황이 되면 일단 동료들이 전성현의 움직임부터 먼저 봐준다는거죠. 전성현은 스스로가 전술 그 자체인 선수입니다. 나머지가 다 서있어도 혼자 가서 핸드오프 하나에 바로 3점을 꽂는데, 이거보다 더 잘하기가 힘듭니다..
위 장면을 보면 슬쩍 걸리는 오프볼 스크린과 핸드오프 하나로 3점을 꽂아넣는데요, 전성현의 시그니쳐죠. 이건 스크리너 수비자가 빠르게 나와서 체크해주지 않으면 무조건 얻어맞습니다. 그렇다고 타이트하게 붙었을 때 해결을 못하냐고 하면 그거도 아니구요. 점점 2대2 능력도 늘어나서 아래같은 장면도 종종 나옵니다. 마치 kgc에서 전성현-오세근 투맨게임 이후 코너에서 컷인해들어오는 문성곤이 주워먹는 장면을 연상케합니다.
아마 시즌에 들어가서도 전성현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최우선이 될텐데요, 선수들끼리 합을 얼마나 빠르게 맞춰나가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kgc에서도 시즌 초반에는 이 합이 잘 안 맞아서 전성현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지금의 캐롯 선수들도 아직 전성현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것 같진 않아보입니다.
이 장면을 보시면 위에서 스크린 하나 아래에서 스크린 하나가 걸리는데요, 일차적으로는 이정현의 미들슛이나 사이먼의 포스트업/숏코너 점퍼를 기대할 수 있는 공격이지만, 코트 안에 전성현이 뛰고 있단걸 생각했을 때 위크사이드에서 전성현에게 동시에 찬스를 내주는게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조재우가 전성현한테 추가로 다운스크린 걸어주면서 탑에서 내는 3점이 있겠고, 아니면 그냥 코너에 있던 조한진한테 스크린 거는 척 순간적으로 뭉쳤다가 상대 혼란주고 튀어나가도 되구요.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암튼 이 팀에서 전성현이 가만히 놀고 있으면 그건 좀 아깝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전성현을 위한 공격이 이뤄지긴 하는데요, 이렇게 뻔하게 대놓고 몰아주는 세트에서는 더더욱 슛을 안 주기 위해 마지막 스크리너 수비자가 헷지를 깊이 나갑니다. 반대로 말하면 캐롯 입장에서는 마지막 스크리너(조재우)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두 장면 모두 조재우한테만 눈을 꽂고 보면 아쉬움이 느껴지죠. (물론 입단한지도 며칠 안 된 신인이니까 당연한거겠지만,,)
전성현이 코트에 있을 때는 같이 뛰는 빅맨의 움직임이 전성현의 움직임만큼이나 중요합니다.캐롯은 결국 올해든 내년이든 3년후든 간에, 국내 빅맨진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느냐가 키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주 이류농구에서 이동환 기자님이 하신 말씀이 공감가서 아래에 하나 넣어봅니다
사실 전성현의 그래비티 효과가 무서운게, 이 선수는 자기는 3점을 넣고 스크린을 건 동료들은 또는 반대편에서 컷하는 동료들은 2점을 넣게 만들어주는건데, 지금 캐롯의 다른 포지션 선수 개인능력이 떨어지는게 있어서 그 쉬운 2점이 잘 안나와요.
특유의 2대2 수비
이번주에 이동환 기자님이 하신 또다른 말씀 중에 이런게 있는데요.
지금 캐롯은 그 전에 인삼공사에서 했던 농구를 이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래서 일관되게 그런 수비를 하거든요 2대2에 대해서. 그래서 삼성이 코너에서 찬스가 되게 많이 났어요. 근데 너무 안 들어가더라고요.
앞뒤에 다른 설명 없이 저렇게만 말하신걸 보니 일부러 말을 아끼신게 아닌가 싶은데,
2대2에 대해서 캐롯이 한 "그런 수비"는 Next라는 2대2 수비법을 가리킵니다. 전에도 몇 번 글에 적은 적 있는데요, 스크린을 타고 나가면서(또는 거부하고 나가면서) 볼핸들러가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수비자가 (스크린에 걸린) 기존 수비자를 대신해서 순간적으로 바꿔 맡아주는 식입니다. 일종의 스위치인건데, 이게 단순히 둘간의 스위치일 때도 있고, 추가적인 로테이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공격팀에서 빠른 킥아웃-엑스트라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
이 수비를 kgc만 쓴건 아니지만 kgc만큼 대놓고 자주 쓴 팀은 거의 없었습니다. 보통은 완전히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겁만 주고 자기 매치 찾아 돌아가는게 일반적이구요.
어려운 단어들도 조금 있긴 하지만 이 수비를 잘 설명하는 글을 아래에 넣었습니다. 이규섭 전 서울삼성 코치님이 점프볼 기사를 통해 2대2 수비법에 대해 설명하신 내용 중 Next 수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https://www.jumpball.co.kr/news/newsview.php?ncode=1065540476578114
아래 장면이 이 수비에 대한 하나의 예시가 될텐데요, 이동엽이 볼을 갖고 2대2를 할 때 스크린에 걸린 조한진과 전성현이 바로 스위치를 해버리는 식의 수비가 Next가 됩니다. 뒤에서도 더 써놓았지만 결국 저 수비의 성패는 조한진이 달려가는 속도가 빠르냐, 신동혁(삼성 코너맨)한테 공이 가는 속도가 빠르냐의 싸움입니다.
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크린 타고 들어가며 마주하는 첫 번째 수비자(전성현)가 볼핸들러(김선형)을 대신 막아주고 기존 수비자(이정현)은 쭉 달려가 스위치해주는거죠. 보시면 코너로 이동하면서 만들어낸 스페이싱+빠른 패스면 이 수비는 그냥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쭉 보시면 결국 장단이 되게 뚜렷한 수비입니다. 공격 쪽에서 스페이싱을 잘 가져가며 빠른 타이밍에 패스를 내주는 순간 쉬운 3점 찬스가 나기도 하고, 그 패스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버리면 로테이션이 끝납니다. 바로 윗 장면만 보더라도 여유로운 오픈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아래 장면에선 찰나의 타이밍으로 그 찬스가 살짝 늦어지거든요. 아래에서 김선형이 마지막 드리블을 안 치고 내줬다면 또 3점 찬스가 났겠죠.
수비팀에서는 신경쓸게 사실 한 둘이 아니긴한데(볼핸들러가 들어가는 쪽에 공격자가 몇 명 있는지에 따라서 스위치가 이뤄져야하는 위치나 타이밍이 다 달라지기에,,) 아무튼 캐롯은 지금 어떻게 꾸역꾸역 하고있긴 합니다. 수비가 절대 완벽한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제 생각엔 공격팀에서 더 여러모로 버벅이느라 캐롯이 잘해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Next 수비를 떠나서도 45도에서 볼핸들러를 사이드라인으로 가둔 뒤 스틸을 노리는 Down Trap, 포스트 수비 상황에서 포카운트에서 들어가는 트랩 등 김승기식 수비를 캐롯에서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비에서는 뭐 그냥 완벽히 kgc 버전 투 입니다.
Next 수비 관련해서 아래 두 장면 비교해보시면 재밌습니다.
<SK 김선형 상대 21-22 정규시즌 KGC>
<SK 김선형 상대 22-23 시즌 컵대회 캐롯>
한결같은 타임아웃 취향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kbltalk&wr_id=457741&sca=&sfl=mb_id,1&stx=ksu10
이 글에서 제가 아래와 같이 써놓았었는데요.
김승기 감독님은 안양시절부터 베이스라인 공격상황에서 타임아웃 부르시는 취미가 있습니다. 이번 컵대회 sk전에서도 하나 나오더라고요. 아래 보시면 공격장면 자체가 기존의 kgc 공격과 거의 유사합니다. 전성현이 인바운드 패서로 나가서 첫 패스 넣어준 뒤 빠르게 뛰어나가며 스크린 한두개 받고 3점찬스 내는거죠.
사실 똑같은 베이스 패턴이 아래 삼성전에도 나왔어서 이게 타임아웃 때 새로 지시하신 패턴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베이스 공격상황에서 타임아웃 부르시는 취향은 고양 넘어와서도 한결같습니다.
꼭 베이스라인 아웃 상황이 아니더라도, 김승기 감독님 타임아웃에는 기본적으로 약간 쇼맨십같은게 있습니다 작전 뽐내기용 시간이랄까요,, 더 달아나기 위해 부르는 타임아웃에서 주로 뽐내십니다.
삼성전에서도 쿼터 종료 6.2초 전, 공격제한시간 4.1초 남기고 13점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타임을 또 부르셨는데요.
"타임을 내가 지금 부르면 안 되는 상황. 왜? 타임을 하나 썼기 때문에. 근데 이걸 넣으면 끝이라는 얘기야. 오늘 게임 이겼단 얘기야 알았어? 그래서 타임 부른거야" 라고 하십니다.
작전 내용도 전성현에게 "이쪽 주는 척하다가 이걸 줘"라고 하시는데 통역분의 말을 빌리면 "Fake the pass here"라는 말을 하시거든요. 이런 식으로 상대 속이면서 1초만에 득점만드는 그런 패턴을 안양에서도 종종 시도하셨죠..?! 아래 장면에서, 스크린 타고 나가면서 생기는 3점 찬스쪽으로 패스줄 것 같이 하다가 컬로 돌아가는 이정현 앞에다가 떨구라는거죠. 결국 또 신기하게 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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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정성스러운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류농구 봤는데 이렇게 비교해서 보니 더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