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해설에 대한 폄훼가 지나칩니다.
저 별로 신기성해설 좋아하는 사람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시즌 신기성해설 여러부분에서 무자비하게 야단맞을 때 함께 섞여서 돌 던지던 사람입니다.
저는 별로 해설에 기대하는 게 없는 시청자입니다. 딱 하나 사운드 적절하게 채워주면 만족합니다. 그런데 신기성 해설은 그게 잘 안 되죠. 일단 말 자체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스타일인데다 흥분하면 그게 더 심해집니다. 말이 멈추는 경우도 많고 주술구조가 어색하게 꼬이는 경우도 종종 나오죠. 또 접전상황에서 당연하게 뻔한 소리 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히고요.
듣다보면 답답해지는 느낌? 인정합니다. 저도 그래서 신기성해설 높게 안 보거든요.
반대로 이상윤해설 김도수해설은 좋게 봅니다. 해설내용을 떠나 목소리 자체가 듣기 편해서요.
호 : 이상윤 김도수 - 거슬리지 않음.
불호 : 김유택 신기성 - 답답함 & 김동우 - 지루함
기준 사운드 취향
최근 신기성해설 내용을 지적하는 글들 보면 편견과 오해를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이것이 ooo의 농구입니다.'가 되겠네요. '내용도 맥락도 없이 뜬금없게 '누구 농구인지'만 외치고 있다' '속공만 나오면 무조건 그 팀 농구다'는 지적이죠.
지난 10일 KGC vs 삼성 경기를 다시 봤습니다.
경기 시작 전 양팀 전력비교에서부터 KGC의 빼앗는 수비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맥락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2쿼터엔 크게 뒤진 KGC의 수비를 지적합니다. 'KGC의 농구가 안 나온다, 지난시즌 보였던 강인한 수비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격작업할 때도 선수들이 그냥 서 있을 뿐이다'
그러다 2쿼터 중반 작전타임 이후 선수들 수비자세가 좋아지자 (여전히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긍정적인 표시라며 좋게 평가합니다.
이어 KGC가 3연속으로 수비성공하고 속공성공시키며 점수차를 순식간에 좁힙니다. 특히 세번째 속공은 라타비우스의 스틸에 의한 멋진 슬램덩크가 나왔던 터라, 드디어 '이것이 KGC의 농구입니다!'가 나올 거라 예상했습니다만 안 나오더라고요. 대신 나온 게 KGC 트랩디펜스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센터가 스틸 실패하면 뒤가 열려 쉬운 찬스를 내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감독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지키는 수비를 선호한다. 하지만 KGC (김승기감독이 모험적 수비를 좋아하는 걸 알아서)라서 라타비우스가 과감하게 시도하고 성공시킨 것 같다'
그러다 3쿼터에 마침내 '이것이 KGC의 농구입니다!'가 나옵니다. 하지만 속공상황이 아닙니다. KGC선수들이 엄청난 활동력으로 로테이션디펜스 유지하며 허슬하는 장면에서 였습니다. '서너명이 둘러싸서, 지키는 게 아니라 뺏으려고 여기저기서 손을 뻗어오니까 공격자가 험블하게 되는 거다.'
추가로 존디펜스 앞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문성곤의 수비역량에 대한 칭찬도 들어갑니다. '변준형은 무결점 플레이어' 극찬 추가.
KT vs 삼성의 10.18 경기도 살짝 봤습니다.
'허훈과 데릭슨을 중심으로 한 양궁농구가 KT공격의 핵심인데, 그게 직전 KCC전에서 철저히 봉쇄당했다. 다른 감독들도 그 장면을 봤을 텐데 서동철 감독의 해법이 궁금하다'는 경기전 멘트를 시작으로 두 팀의 용병상황과 그에 따른 수비전술, 또 그 해법을 중심으로 한 해설이 이어집니다.
왜 KCC전에서 먹혔던 스위치디펜스가 아닌 헷지-백인가에 대한 추정과 함께, 존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KT의 고민과 상대약점을 공략하는 삼성에 대한 칭찬 등 중점 관람 포인트들도 잘 꼽아줍니다.
물론 부족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아무 내용도 맥락도 없이 유행어로 날로먹는 해설은 아니라는 거죠. 이 정도면 선출해설 중에서는 충실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합니다.
오히려 신기성해설은 '이것이 ooo의 농구입니다!' 멘트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막경기에서는 최대한 멘트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이것이!' 나온 순간에는 당황하면서 다른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진땀빼기도 했었죠. 이후 '이것이 ooo의 농구입니다' 멘트가 다시 회복되긴 했는데, (짐작이지만) 캐스터와 방송사측에서 괜찮다며 격려해준 까닭으로 보입니다. 개막경기 이후 신기성해설 대신 캐스터가 '이것이 OOO의 농구입니다. OOO이 자신들의 농구를 보여줍니다' 멘트치면서 자연스럽게 부담 덜어주고 유도하는 모습이 종종 나왔죠. (캐스터가 해설 놀리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굉장히 삐뚤어진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속공만 나오면 무조건 그 팀 농구란다'는 지적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신기성해설 자신도 '현재 KBL은 10개 팀 전부가 빠른 트랜지션의 농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오랜기간 확고한 팀컬러를 유지해온 DB SK KGC 등 소수 강팀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은 달리 이렇다할만한 개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죠.
어쨌거나 팀별로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하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것이 ooo의 농구입니다'는 신기성해설 나름의 해당 팀에 대한 찬사입니다. 칭찬은 칭찬할만한 장면에서 하는 게 맞죠. 터프샷이나 우겨넣는 덩크도 멋있긴 하지만 그건 선수개인의 역량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팀 전체에 대한 칭찬이 나오기 쉬운 장면은 역시 깔끔한 패스워크에 이은 3점, 시원스레 내달리는 속공 아닐까요?
첫문단에 언급했지만, 신기성해설에 대한 불호는 이해합니다. 그럴 이유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력 안한다' '아무 내용없이 이것이! 만 외치고 있다'는 식의 지적은 지나친 폄훼로 보여 옹호글 한 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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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해주는거에 너무 감사하고
신기성의원정도면 들을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