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일 선수와 휘문고등학교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석주일님의 고등학교 3년 후배입니다. 물론 전혀 친하지 않습니다.
저는 농구부는 아니고 인문계였습니다. 그래도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재학 중에 석주일님도 알고 있었고 점심 방과후 농구부 연습시간을 오랜 시간 지켜봤습니다.
석주일님은 뭐 중학교 때 전국구 넘버1의 실력자였습니다. 서장훈님이나 현주엽님도 그 시절 석주일님의 발 끗에도 못 미칠 정도였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농구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 그 시절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생물실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걸레를 입에 물개하고 젤 앞에서 대각선 젤 끝에 있는 아이에게까지 전달하도록 시켰습니다. 한명 한명 학생들이 입에서 입으로 걸레를 물어서 옮기는 거지요. 영어 선생님이었는지 ***는 생식기 위에 난 털을 잡고 흔들어서 7개 이상이 뽑히지 않으면 계속해서 흔드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학생부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하키스틱이 부러질 때까지 때렸습니다. 허벅지가 빨 가다 못해 피가 터지기 직전까지 때리는 거지요. 이게 휘문고등학교만 그랬냐? 주변 고등학교는 더 심했습니다. 중동, 상문 더하면 더했지 덜한 학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문계 분위기가 저러면 운동부는 어땠을까요?
제가 구경했던 농구부는 연습 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귀싸대기를 때렸습니다. 뒤로 뒷짐지게 하고 따귀를 때리는데 한대 두 대를 때리는 게 아닙니다. 20대에서 40대 정도 사이를 때렸던 거 같은데, 맞는 선수는 당연히 제자리에 못 서있을 정도로 뒤로 밀려납니다.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치면서요. 그걸 가끔하냐? 제 기억엔 어리버리한 모습이 나올 때마다 합니다. 기억엔 10분 20분당 한 번 씩 벌어졌던 거 같습니다. 농구밖에 모르는 이제 16살 17살 아이들은 이 폭력을 견디지 못하면 모든걸 다 잃게 됩니다.
과연 그 시간이 연습 시간이라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요? 그 시간은 구타 시간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연습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실력을 늘려왔을거고...
물론 석주일님, 서장훈님, 현주엽님은 거의 안 맞았습니다. 이미 스타였으니까요. 근데 그것도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를 봤던 게 아니니까요.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그걸 보면서 그렇게 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이 결국 똑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데, 석주일님을 포함한 아직까지도 그러고 있는 사람들은 or 그래왔던 사람들은 감방 가야 되는 게 맞는 얘기라 생각합니다.
'근데 저는 분노합니다. 그 윗 세대들은 감방 못 보낼까요?'
생식기 위를 잡아 흔들던 걸레를 물게 했던 그 짐승 같은 새끼들……
그 당시 농구부 학생들에게 따귀를 때리던 그 농구부 감독들……
왜 그들은 침묵하고 있을까요?
저라면 죽기 얼마 안 남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양심고백을 하며 참회를 하겠습니다.
다 제가 잘못 가르쳐서 그랬다고…… 그 시절 그렇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근데 단 한 명도 그러는 교사를 본적이 없습니다.
급변하는 시기에 자랐던 우리들이라(지금도 대한민국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볼 때마다 참 많이 씁쓸합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살면서 윗 세대를 존경하기는 정말로 힘듭니다.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계속 될 거라 믿는 수 밖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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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0년 생입니다. 석주일의 3년 후배이면 저보다 연배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양심고백을 하며 참회를 하겠습니다라는 글에 대해 저희 작년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올해 정년퇴임하시거나 작년에 정년퇴임하신 분도 계셨고, 아직 50대 초반이신 분도 계셨습니다. 정년퇴임하시는 분들은 그때 이야기하면 언급을 안하시거나 피하셨고, 당시 이제 막 부임했던 선생님이셨던 분은 그때 왜 그랬는지에 대한 기억도 없고, 그게 잘못된거라 지적하는 선배나 동료도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잘못한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만행들을 이야기하니 기억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때린 X는 기억을 못하는 법이죠.
그들은 침묵하고 있는게 아니라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아요. 사과할 대상도 사과할 필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