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뭐 해요?"

혹돔이네요.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도 사는 애들입니다. 이름에 돔이 들어가지만 도미는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놀래기에 속하죠.

이마에 있는 큰 혹은 수컷에게 있습니다. 단단해 보이지만 안에는 지방질이 차 있어 그리 딱딱하진 않죠. 이빨이 매우 단단하고 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잠수부들은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그리 사나운 물고기는 아닙니다.

강한 턱과 이빨 덕분에 매우 단단한 먹이도 잘 씹어 먹습니다. 그래서 갑각류, 각종 조개, 성게 등을 거침없이 씹어 먹죠. 영상에서 잠수부가 망치로 부셔서 먹이를 주는데, 혹돔 입장에선 굳이 그렇게 해 줄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난 그냥 먹어도 되는데 왜 저러는지 의아해하며 다가온 거죠.

혹돔은 자웅동체입니다. 태어날 땐 성별이 불분명하다가 자라면서 암컷으로 성별이 정해지죠. 그러다가 좀 더 지나면 혹이 자라고 수컷이 됩니다. 수컷 혹돔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할렘 생활을 합니다. 암컷을 놓고 다른 수컷들과 다투기도 하죠. 외형적으로 혹이 발달한 건 다른 수컷과의 경쟁 관계로 인해 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자라면서 성별이 바뀌는 걸 자웅이숙이라고 하는데, 암컷이었다가 수컷으로 바뀌면 먼저 암컷(雌: 암컷 자)이었다고 해서 자성선숙(雌性先熟), 수컷이었다가 암컷으로 바뀌면 먼저 수컷(雄: 수컷 웅)이었다고 해서 웅성선숙(雄性先熟)이라고 합니다.

혹돔과 같은 놀래기류의 여러 물고기들은 자성선숙을 합니다. 무리를 이끄는 강력한 알파 메일이 죽으면 무리 중에서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해 새로 알파 메일이 되죠. 반면에 감성돔, 흰동가리 같은 물고기들은 웅성선숙을 합니다. 감성돔이 좀 더 컸을 때 암컷으로 바뀌기 때문에 크고 맛 좋은 월척 감성돔은 대개 암컷입니다.

불쾌한 골짜기가 스쳐가는 건 기분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