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세요
전생에 원술이었으려나요. 꿀물을 좀 다오.
진상이 꿀물을 진상하라는 뜻이었나
맨날오세요 제발
결론:대머리는 착하다
언제나 쓸쓸했던 내 삶에
세상 가장 소중한 두 여자가 들어왔다.
나에겐 누구보다 예쁜 아내와
그 아내를 꼭 닮은 둘도 없는 내 딸.
김과장의 견제에도, 박부장의 모욕에도
집에서 기다리는 두 사람 생각에 힘든 줄을 몰랐다.
딸이 유학을 가겠단다.
아내는 딸을 보살펴야 하니 같이 가겠단다.
어릴 적 날 두고 돌아서던 엄마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엄마 다리라도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내 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지.
나는 아빠니까 견딜 수 있어야지.
집이 너무 넓어졌다.
세 사람이 복작하게 살던 집이 이리도 컸던가.
아이의 유학 자금도 필요하고 해서 집을 팔고 원룸으로 옮겼다.
매월 10일 회식을 하면 술김에 옛집을 찾아간다.
소주값도 아끼느라 회식 때나 취할 수 있는 날이다.
사실, 취했다는 핑계는 스스로의 합리화이리라.
남의 집 문 앞에서
예전처럼 아내를 불러보고 딸을 불러본다.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본다.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진상값 5만원에 잡히지도 않을 행복을 더듬어 본다.
또 오세요